00247 제 62 장 - 인간백정 =========================================================================
더 이상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바로 까망이를 불러들이고는 직접 몸을 움직였다.
쾅!
발로 문을 차서 부수듯 안으로 밀고 들어가자 제일 앞에서 머리를 빡빡 밀은 건장한 사내가 놀라 소리쳤다.
“뭐냐?”
“네 애비다.”
비틀린 입 꼬리에 경멸을 담아 싸늘하게 대답을 하며 그는 까망이를 소환했다.
소울의 손바닥 안쪽에 수리검이 잡혔다. 까망이가 아공간에서 수리검을 꺼내 그 안으로 들어간 상태로 소환에 응한 것이다.
그는 시퍼런 도의 날을 번뜩이며 달려드는 사내를 향해 거침없이 수리검을 집어던졌다.
팽!
소울의 손바닥 안에서 수리검이 떠나는 순간, 까망이로 인해 폭발적인 속도가 더해져 빗살처럼 사내의 이마를 향해 쏘아졌다.
퍽!
단단한 사람의 이마가 종이 짝처럼 너무나도 쉽게 구멍이 뚫렸다.
피와 뇌수가 사내의 뒤통수에서 터지듯 비산되자 소울은 손목을 움직여 살짝 잡아당기는 동작을 취하면서 동시에 몸을 360도 회전시켰다.
쐐액!
수리검의 끝에 마치 줄이라도 달린 듯 그의 의지에 따라 부드러운 원을 그리며 한 바퀴 돌았다.
퍼퍼퍼퍽!
수리검이 지나는 원형 궤적 안에 들어온 능력자들의 목이 쩍쩍 벌어지며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그들은 미처 무기를 채 들고 반격을 하기도 전에 기습적인 소울의 공격에 목을 부여잡고 하나씩 앞으로 고꾸라졌다.
“꺄아악!”
어디서 고주파의 발성법이라도 익혔는지 놀란 여자 하나가 귀청을 긁어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쫘악!
풀썩!
소울은 급한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가 사정없이 뺨을 후려쳤다. 얼굴이 팩 돌아가며 침대에 쓰러진 그녀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진짜 미안합니다!”
그는 정말로, 진심으로 미안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해서라도 그녀의 입을 강제로 막아야만했다.
소울은 기절한 여자에게 정중히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그대로 벽을 향해 달려갔다.
쾅!
사람보다 벽이 강할 것이라는 상식을 깨고 벽이 두부처럼 깨지며 사람이 달려가는 모습 그대로 구멍이 휑하게 뚫려 버렸다.
이미 칼과 창을 손에 꼬나들고 싸울 준비를 한 두 사내가 문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등을 보이고 있는 던 사내들이 급히 고개를 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울은 그들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 꺼렸다.
“너, 이 새끼 누구야?”
“방쯔?”
하지만 그들은 소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가 손가락을 까딱거린 것은 그들보고 덤비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리검을 그들의 뒤로 돌린 후 잡아당긴 것이었다.
퍽퍽!
두 사람의 머리통이 차례로 수리검에 꿰뚫리자 피와 뇌수를 쏟으며 그들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쓰러졌다.
차가운 시선으로 시체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귀로 나인권 정보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용연읍 중앙에 있는 건물들 안에서 산둥성 능력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알겠다.”
그는 바로 건물 밖으로 튀어나가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돌려 비스크에게 맞춘 뒤, 지붕으로 뛰어 올라갔다.
“비스크, 약속장소로 적을 끌어들이면서 퇴각한다.”
-네, 마스터. 남쪽 해안가로 끌어들이면 되죠?
“그래. 지금 즉시 시작해.”
-네, 마스터.
비스크가 미련 없이 북서쪽에서 남서쪽으로 원을 그리며 방향을 틀었다.
그 와중에도 적이 눈에 보이면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는 일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본, 약속장소로 적을 끌어들인다. 저격을 하면서 퇴각하도록 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도 스켈레톤 부대를 이끌고 남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움직이는 도중 만나는 적은 제거했고, 목표지점에 도착하고 나서는 진형을 만들어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저격을 했다.
적의 능력자들을 축차 소모시키고 있는 것이다.
비스크와 본이 자신의 뜻대로 잘 움직여주자, 소울은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위험 가운데 내던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빠르게 용연읍에서 벗어났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비스크가 차분하게 작전을 잘 수행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며 그는 그들보다 남쪽으로 500m 정도를 더 내려와 논두렁 사이에 몸을 숨겼다.
철컥!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을 꺼내 탄창을 확인한 그는 삼각대를 펼치고 야간조준경을 쳐다봤다.
적의 모습이 십자선에 자리하자 그는 차근차근 한 놈씩 저격을 했다.
툭!
“나이스샷!”
툭!
“어쭈? 피해?”
툭!
“그럼 그렇지.”
툭!
“나이스 더블 샷!”
그는 혼자 독백을 하듯 한발씩 쏠 때마다 중얼거렸다.
하지만 당하는 적의 입장에서는 아마 야간 저격으로 인한 공포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 것이다.
-마스터, 남하하는 적들의 숫자가 백 명이 넘었습니다. 방어선을 아래로 더 내리셔야 합니다.
“아니야. 그 정도는 버틸 수 있어.”
소울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그리고 저격에 집중했다.
툭 툭 툭 툭 툭…….
꾸준한 저격은 착실히 적의 숫자를 줄여나갔다.
그가 판단한대로 본과 비스크라면 아직 이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본은 전략과 전술을 잘 아는 스켈레톤 나이트다.
점점 밀고 들어오는 적의 숫자가 늘어나자 퇴각하는 속도를 조금 더 빠르게 해서 적이 우회하지 못하게 만들며 지속적으로 적을 제거했다.
오히려 비스크가 정신없이 날뛰며 적을 잡아 죽이다가 포위될 뻔해서 본이 지원사격을 해줘 간신히 빠져 나왔다.
소울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야, 비스크, 너 정신 안 차릴래? 당장 본의 옆으로 붙어!”
-네, 마스터.
“혼자 날뛰지 말고,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그저 돕기만 해라.”
-네, 마스터.
비스크는 순간적으로 피에 취해 버서커 상태로 들어갔다가 소울의 호통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바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이 꼴통새끼, 정말 말 안 듣네.”
소울은 멀리서 비스크의 뒷모습을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마스터, 이제 수백 명의 적들이 용연읍에서 빠져나와 남하하고 있습니다.
“용연읍에 남아있는 놈이 더 있는지 확인해줘! 단 한 놈도 놓치면 안 돼!”
-네, 잘 알겠습니다.
[본, 이제 약속장소로 퇴각하자.]
[예스, 마이로드.]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비스크와 함께 빠르게 퇴각하자 소울은 그들보다 앞서 남쪽 해안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산둥성 능력자들은 적이 물러서자 기세를 올리며 정신없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도 어느 정도 진형을 이루며 내려오는 것을 보니 절대 허접한 놈들은 아니었다.
용연읍에서 남쪽 해안까지는 대략 1.3km 정도이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텅 빈 해안가에 도착한 소울은 그 자리에 홀로 오롯이 서서 퇴각해오는 본과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비스크를 지켜봤다.
“꾸잉!”
언제 나타났는지 푸티나가 다가와 그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재롱을 떨어댔다.
“푸티나, 오래 참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네 힘을 보여줄 때가 왔다.”
“꾸잉, 꾸잉!”
푸티나는 소울의 말을 듣자 고개를 위아래로 두 번 끄덕이더니 곧바로 자신의 몸을 거대한 불곰으로 변신시켰다.
엄청 두꺼워진 푸티나의 어깨를 한번 쓰다듬은 소울은 푸티나의 등위로 훌쩍 뛰어 올라탔다.
우두두두두…….
도도도도도…….
그의 앞에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도착했다.
본은 소울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군례를 취하더니 곧바로 스켈레톤 부대를 늘어세워 방어진을 펼쳤다.
[본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좋겠다.]
[예스, 마이로드!]
본은 즉시 자신의 날개 달린 해골 전투마를 소환해 올라탔다. 그리고는 해안가를 빠르게 달리더니 하늘 위로 훌쩍 날아올랐다.
어두운 밤하늘 위로 본이 멋지게 날아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미소를 짓던 그는 갑자기 피비린내가 훅 하고 코를 찌르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스크가 피칠갑을 한 채로 자신의 코앞에 서서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휴우, 비스크! 너 당장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피 좀 씻고 와라. 피비린내가 아주 진동을 하네.”
“네? 아! 네, 마스터.”
비스크는 곧바로 밤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가 짠 바닷물로 마구 몸을 씻었다.
소울은 잠시 비스크가 하는 양을 지켜보다 고개를 북쪽으로 돌렸다.
수백 명이나 되는 산둥성 능력자들이 걸어 내려오며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숫자의 능력자들이 겁도 없이 자신들을 도발해 올지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들이었다.
물론 그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오해였다.
스켈레톤 부대는 얼굴과 전신을 가린 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능력자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사실 지금 이곳에 있는 능력자는 소울 단 한 명뿐이다.
-마스터, 고속정에서 준비한 야간공격은 너무 위험해서 취소시켰습니다. 포격도 적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제가 임의대로 보류시켰습니다. 대신 미사일은 당장이라도 공격할 수 있게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럼 당장 미사일 공격부터 시작해!”
-네, 마스터! 미사일 발사!
나인권 정보부장이 명령을 내리는 소리가 그의 귀를 쩌렁쩌렁하게 울려왔다.
곧 하늘에서 대인 살상용 미사일들이 땅을 향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별똥별이 쏟아지는 듯한 낭만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과까지 낭만적이진 못했다.
“미사일 공격이다. 피해라.”
“산개해라.”
산둥성 능력자들은 미사일이 떨어져 내리자 곧바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소울은 그들이 온전히 산개해서 회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푸티나, 지져라!]
소울의 명령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푸티나는 두 개의 앞발을 논바닥에 담그더니 똥 싸는 자세를 잡고는 강하게 힘을 주었다.
“꾸잉!”
파지지지직!
촉촉하게 적셔있는 논바닥을 통해 푸티나의 일렉트릭 파워가 전방 180도 각도로 확 퍼지며 쏟아져나갔다.
으엑 악 크엑 켁…….
사방에서 푸티나의 일렉트릭 파워에 감전되어 몸을 부들부들 떨거나 쓰러지는 자들이 속출했다.
물의 정령과 수계 소환수들을 총동원해서 논바닥을 미리 적셔놓은 보람이 있었다.
원하지 않는 이들의 굼뜬 회피동작은 곧이어 대인 살상용 미사일을 만나 지옥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쾅 콰콰쾅 쾅 쾅쾅…….
함포 사격이나 폭격 같은 초토화 공격은 아니지만 무인기에서 쏘아진 대인 살상용 미사일의 위력은 무서웠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생각보다 아주 쉽게 죽을 수도 있다.
모순된 말이지만, 머리나 가슴 또는 배에 구멍이 뚫리면 죽고 싶지 않아도 죽을 수밖에 없다.
대인 살상용 미사일이 허공에서 터지자 뜨겁게 달궈진 쇠구슬들이 산둥성 능력자들이 몰려 있는 장소를 골라서 훑고 지나갔다.
열풍이 불어 닥치며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자들은 그 자리에서 무너지듯 픽픽 쓰러져서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이런 미사일이 갑자기 수십 발이나 쏟아져 내렸으니 수백 명의 난다 긴다 하는 능력자가 모여 있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했다.
-작전 성공입니다.
흥분한 나인권 정보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소울은 냉정하게 전장을 바라봤다. 아직 상황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었다.
고속정에서 기관포를 쏘는 것은 밤이라서 아군을 공격할 위험이 있었다. 포격을 기대했지만 역시 오폭을 낼 수 있으니 조심해야했다. 박격포 공격이라도 있었으면 좀 더 수월했을 것이지만 당장 써먹기 곤란한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기습도 성공했고 적당히 적의 숫자도 줄여놓았으니, 이제는 정면승부를 걸어야 할 차례였다. 소울은 결단을 내렸다.
“서머너즈 길드, 출진! 눈앞의 적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와아아아아아!
소울의 커다란 함성에 논두렁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서머너즈 길드의 제1, 제2 공격대가 일제히 일어나 적을 향해 달려갔다.
제1 공격대는 서쪽, 제2 공격대는 동쪽에서 산둥성 능력자들을 향해 원거리 공격을 시작으로 협공을 개시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암살과 저격으로 피해를 입은 산둥성 능력자들은 대인 살상용 미사일에 큰 피해를 입고, 다시 서머너즈 길드의 기습적인 협공까지 당하자 사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며 큰 혼란 속에 빠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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