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46화 (246/492)

00246  제 62 장 - 인간백정  =========================================================================

소담한 그녀의 젖가슴이 눈앞에서 출렁거리자 소울은 얼굴이 확 붉어졌다. 하지만 전투헬멧에 의해 낯이 가려진 것을 믿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무슨 일이지?”

“은인의 이름을 알려주시라요. 사람이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 하지 않갔습네까?”

“은혜는 무슨?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숨도록 해라.”

소울은 이 정도 일을 가지고 은혜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은공, 저희는 사군자(四君子), 매란국죽(梅蘭菊竹) 자매입니다. 큰언니가 매화, 둘째 언니가 난초, 제가 국화, 넷째가 주희 입네다. 잊지 마시라요.”

“…….”

소울은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네 자매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얼굴이 붉어진 것이 아니다. 제대로 못 먹어서 삐쩍 꼴은 여자들을 보고 흥분할 정도로 그는 여자에 굶주려 있지 않았다.

그가 얼굴을 붉힌 이유는 이것도 은혜라고 자신을 은공이라 부르고, 자신들의 이름이 매란국죽, 네 자매인 것을 잊지 말아달라고 소리치는 것에 너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어딜 가서 이런 것으로 은혜를 베풀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북한 처녀들이 아직은 순수한 것 같구나.’

소울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래도 조금은 그들의 가슴에 남겨진 상처를 치유해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곧 그의 눈은 살기로 뒤덮여갔다. 아직도 용연읍 곳곳에서 비명과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오늘 내손에 제대로 피 한번 묻혀보자. 더 이상은 참지 않겠다.”

매란국죽, 네 자매를 만나고 나서 그들이 겪은 비극을 생각하자 소울은 더 이상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하던 소극적인 자세를 버렸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지옥에 가랴!’

무협소설에서 흔하게 나오는 대사다.

하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 소울은 그 대사가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를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하나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렸다.

스스슷!

소울의 신형이 소리 없이 담을 넘어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집을 향했다.

“나 부장, 전면의 집 안의 상황을 적외선 모드로 비춰줘!”

-네, 마스터.

나인권 정보부장은 용연읍 상공에 틸트로터 무인기를 몇 개 띄워 놓았는데 그중 몇 기는 첩보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전방적외선감시장비(FLIR)와 야간표적식별장비, 밀리미터파 레이더 등 각종 첨단 감시 장비가 완비되어 있었다.

무인기에서 보내주는 적외선 영상과 그동안 정보부에서 적으로 분류해놓은 자들에 대한 식별기호로 인해 소울은 조용히 담을 넘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알 수 있었다.

[까망아, 부엌에 혼자 있는 놈을 소리 없이 제거해. 알았지?]

[규!]

까망이는 조용히 부엌을 향해 벽을 통과해 스며들어갔다.

팬티만 입고 있는 뚱보 하나가 가져온 전투식량을 퍼 먹고 있는 모습이 까망이의 눈에 들어왔다.

까망이는 조용히 뚱보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뚱보의 코앞에서 기다렸다가 숨을 들이쉬는 것을 따라 조용히 그의 코와 기관지를 통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이것은 그동안 소울과 까망이가 어떻게 하면 몬스터의 생체실드를 쉽게 뚫고 들어갈까 연구하다가 우연히 개발한 방법이었다.

아직 강력한 몬스터를 만나지 못해서 실전테스트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생체실드가 없는 하급 능력자들에게 사용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뚱보는 뭔가를 열심히 씹다가 돌연 몸을 한번 세차게 떨더니 그대로 옆으로 무너져 내렸다.

풀썩!

뚱보가 쓰러지자 곧 까망이가 뚱보의 시체를 통째로 자신의 아공간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간단히 까망이는 완전범죄를 저질렀다.

그 모습을 벽하나 건너서 눈에 보듯 느끼고 있는 소울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은 방안에서 강간을 하고 있는 놈이다.]

[규!]

까망이가 방으로 들어가 보니 커다란 체구를 가진 대머리 한 놈이 작은 체구의 소녀 한명을 잡고는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며 짐승 같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아악 아아악 악악!”

“으으으, 좋아, 아주 좋아! 으으음!”

좋아서 지르는 교성과 아파서 소리를 지르는 비명도 구별하지 못하는 놈의 뇌는 정말 두부처럼 연했다.

까망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숨을 들이키는 놈의 호흡을 따라 대머리의 몸속으로 들어가 뇌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그리고는 가볍게 두부를 손으로 뭉개듯 뇌를 크게 한번 휘저어 박살내버렸다.

“컥!”

대머리는 크게 한번 숨을 들이키더니 육중한 몸을 그대로 앞으로 쓰러뜨렸다.

겉으로는 아무런 증상도 없는 대머리가 갑자기 쓰러지자 작은 소녀는 온힘을 다해 그를 자신의 몸 위에서 밀어 옆으로 쓰러뜨렸다. 그리고 등을 내보이며 새우처럼 웅크렸다.

칼로 질 안을 난도질하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오자 소녀는 엉엉 눈물을 흘리며  울어댔다.

까망이는 조용히 소녀의 코앞으로 다가가 수면가스를 밀어 넣었다. 그러자 고통으로 인해 눈물을 흘리던 소녀가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까망이는 소녀의 몸 안으로 들어가 찢어진 속살을 치료하고 상처를 치유해줬다. 이미 몇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녀의 몸을 순식간에 정화하고 깨끗이 씻어줬다.

소녀가 고른 숨을 내쉬며 편안하게 잠을 자자, 까망이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대머리의 몸을 통째로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잘했다.]

[규!]

[이번에는 거실에 있는 두 놈이다. 내가 오른쪽 놈을 저격할 테니 넌 동시에 왼쪽 놈을 맡아서 처리해!]

[규!]

그는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어둠속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여 반쯤 열린 창문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까망이가 그의 앞으로 다가와서 마법소음기가 장착된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을 꺼내 줬다. 그리고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거실에서 서로가 강간하는 모습을 쳐다보며 변태적인 성행위를 하는 두 놈 중 왼쪽 능력자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소울은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을 오른쪽 놈의 머리통에 맞췄다.

그러나 곧 고개를 흔들고는 대물저격총을 등으로 돌려 메고는 허벅지 바깥쪽에서 전용 마법소음기가 달린 대형권총을 꺼냈다.

대물저격총을 쏘면 소음이 심하게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툭!

대형권총에서 불이 번쩍거렸다.

마법소음기를 달아서 그런지 전에 비해 거의 소음이 나지 않았다.

성능에 만족하며 안을 살펴보자 두 놈이 허리를 움직이다가 동시에 뒤로 쓰러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쿵 쿵!

그때, 자신이 쏜 대형권총에 의해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간 것을 본 여자가 입을 벌리고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슬립, 슬립!”

소울은 놀라서 타이타늄 팔찌에 인챈트 되어 있는 슬립 마법을 두 번이나 연거푸 펼쳤다.

풀썩!

다행히 여자는 비명을 지르기 직전, 잠에 빠져 들었다.

그러자 까망이가 즉시 남은 여자 한 명의 콧속에 수면가스를 살포했다.

풀썩!

[잘했다.]

[규! 규규!]

[시체를 모두 처리하고 두 여자를 치료해줘!]

[규!]

소울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예리한 눈초리로 살펴봤다.

까망이는 그 틈에 두 여자를 재빠르게 치유해주고 시체를 처리했다.

‘어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어? 아닌가? 비명을 지른다고 해도 이놈들은 별 상관을 안 하려나?’

다시 생각해보니 여자가 비명소리를 크게 지른다고 해도 이놈들은 별로 신경쓸 것 같지 않았다.

아직도 용연읍 여기저기에서 여자들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울은 여자들의 고통에 찬 끔찍한 비명소리를 듣자 갑자기 다급한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가다간 용연읍에 살고 있는 여자들이 반은 죽어나가겠다.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강공을 펼쳐야겠다.’

소울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더욱 빠르게 암살과 저격을 지시했다.

[본, 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해라.]

[예스, 마이로드.]

“비스크, 조금 무리가 가더라도 빠르게 암살을 하도록 해.”

-네, 마스터.

본과 비스크에게 명령을 내리고 나자 소울은 즉시 까망이를 데리고 다른 집으로 달려갔다.

툭 툭툭 툭 툭툭…….

까망이가 먼저 안으로 들어가 하나씩 암살을 하자 소울은 혼자 남은 놈들을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으로 저격했다.

소리가 좀 나긴 했지만 여자들을 강간하고 죽이는 재미에 푹 빠진 놈들이라서 쉽게 발각되지는 않았다.

소울은 대물저격총, 대형권총, 군용대검, 토마호크 등을 적절히 섞어 사용해 빠르게 한집씩 정리해나갔다.

‘가만, 그러고 보니 나와 내 소환수들은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사람을 잡아 죽이는 것에 특화되어 있잖아? 이거 인간백정이 따로 없구먼.’

그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내고는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몰라 썩소를 짓고 말았다.

하지만 그와 그의 소환수들의 탁월한 대인살상능력으로 인해, 용연읍을 지옥으로 만들어 놓은 산둥성에서 온 중국 능력자들을 빠르게 암살하여 잡아 죽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용연읍에 있는 놈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그렇게 잡아 죽였는데도 아직 삼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처음에 여자대원들을 미끼로 유인해서 죽인 놈들과 합치면 사백이 넘는 숫자였다.

천 명 중 무려 4할을 아무런 피해도 없이 잡아 죽인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전공이었다.

하지만 이 짓도 언제까지 발각되지 않고 영원히 계속 될 수는 없었다.

천 명 중에 4할인 사백여명이 죽었으니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하는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는 놈들이 많아? 아무래도 이상하다. 양 순찰이 순찰대를 데리고 가서 직접 확인해봐!”

“예, 주 방주님.”

산둥성에서 온 능력자들의 대장을 방주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산둥성을 쥐락펴락하는 길드의 이름이 ‘흑사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흑사방주 주상치는 산둥성 성장인 곽수창이 보낸 천명의 능력자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무리의 수장이다.

약간 마른 몸에 큰 키를 가진 양지동 순찰은 그가 거느리고 있는 직속의 순찰대원 열 명을 거느리고 즉시 연락이 닿지 않는 동남쪽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의 이런 움직임은 즉시 무인기에 달린 각종 감시장비에 의해 발각됐고 곧바로 소울에게 알려졌다.

-마스터, 일단의 무리들이 동남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발각됐구나. 나 부장, 즉시 다음 작전으로 넘어가겠다.”

-네, 마스터. 조심하십시오.

“고맙다. 이상.”

소울은 그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시간이 없어 서둘러 통신을 종료하고 본을 불렀다.

[본, 아무래도 발각된 모양이다. 일단 그쪽을 향해 달려가는 놈들부터 바로 처리하고 지금부터는 눈에 보이는데도 무차별 저격을 하도록 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소울의 명령을 받은 즉시 큰 길을 향해 이동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바로 양지동 순찰과 그가 이끄는 열 명의 순찰대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후다다다다…….

본이 스켈레톤 부대를 쳐다보고 고개를 한번 끄덕이자 스켈레톤 부대가 조용히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곧 사방에서 마법소음기를 단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툭 투투툭 투투툭 투투툭…….

키가 커서 제일 먼저 눈에 띤 양지동 순찰이 제일 먼저 스켈레톤 레인저들에 의해서 머리통이 날아가고 허리가 똑 분질러지며 둘로 나뉘어졌다.

그 뒤를 달려오던 순찰대 열 명의 팔다리가 잘리어 나가고 머리통이 날아가 양 순찰의 뒤를 이어 황천길로 떠났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순식간에 열한 명을 잡아 죽이고 빠르게 현장으로 달려가 시체를 수습했다.

그리고는 인간의 마이너스 기운이 가장 크게 소용돌이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투투툭 투투툭 투투툭…….

그때부터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닥치는 대로 중국 능력자들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문과 창문은 어차피 막는 것이 불가능했고, 허접한 벽과 담도 대물저격총의 파괴력을 막지 못해 펑펑 구멍이 뚫렸다.

수백 미터 밖의 목표물도 정확하게 맞추는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을 가지고 고작 백 미터도 안 되는 눈앞의 목표물을 놓칠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아니었다.

이렇게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으로 난사를 하듯 산둥성에서 온 중국 능력자들을 쓸어버리자 반대편의 비스크도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휘익 퍽!

휙 촤악!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클로, 달빛 하나 비추지 않는 어두운 밤에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은밀한 움직임…….

본과 스켈레톤 부대의 활약도 대단했지만 용연읍의 밤을 주름잡고 있는 것은 단연 비스크였다.

그는 친구처럼 달려들어 목을 그어버렸고, 동료라고 속인 뒤 머리통을 통째로 씹어 버렸다.

그가 지나가는 곳은 피비린내와 처참한 시체가 줄을 이었고 그가 달려가는 곳은 이미 죽음이 내정되어 있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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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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