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45화 (245/492)

00245  제 62 장 - 인간백정  =========================================================================

“전기가 끊어졌다.”

“에이 빌어먹을, 왜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거야? 한창 물이 오르는 판인데…….”

“역시 개 같은 조선이라니까. 무슨 놈의 나라가 시도 때도 없이 전기가 나가?”

“누가 좀 밖으로 나가서 손을 좀 보도록 해라.”

그들은 분위기가 중간에서 딱 끊기자 기분 잡쳤다며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현재 북한에는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다. 아직 마석을 이용한 발전시설이 들어오지 않아 각 시(市)와 읍(邑)에서 자체적으로 구형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그 마저도 연료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전기가 안 들어오기 일쑤였다.

“다른 곳은 불이 다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 집만 전기가 나간 모양이다.”

“정말 그러네? 오방궈, 네가 나가서 빨리 고쳐놓도록 해.”

“네, 형님.”

오방궈가 아마도 이들 무리 중 막내인 모양이었다.

어둠속에서 벽에 손을 대고 더듬거리며 밖을 향해 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더니 주변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껴졌다.

“누가 문을 열어 놓았나? 갑자기 왜 이렇게 추워지지?”

오방궈는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의 옷을 여미기 시작했다. 출신이 강남이라서 그런지 추위는 질색을 했다. 옷을 다 여미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는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차아악 촥 철썩!

풀썩 풀썩!

쿵 쿵 쿵…….

뭔가 썰고 잘리고 쓰러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그러더니 이내 집 안이 쥐죽은 듯 고요해졌다.

쓰으윽 쓰으윽....

쿵 쓰윽 쿵 쓰으윽...

이번에는 뭔가 바닥을 쓸어 가는 것 같은 묘한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오방궈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떡 삼키더니 조심스럽게 라이터를 꺼내 불을 켰다.

탁 타악!

두 번 만에 라이터에 불이 붙자 간신이 주변 상황을 살펴 볼 수 있게 됐다.

“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안에는 탁자와 소파, 바닥 등에 쓰러진 발가벗은 조선 여자들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살펴봐도 동료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혹시? 귀, 귀신인가?”

오방궈는 귀신이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덜컹 겁이 났다.

워낙 허풍이 심한 나라이다 보니 미신도 많고 귀신도 많다.

오방궈도 그런 미신과 귀신을 신봉하고 있는 전형적인 중국인이었다.

그는 옆에서 보기에도 딱할 정도로 심하게 몸을 떨어댔다.

문신이 가득하고 근육이 울퉁불퉁한 몸과는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오방궈는 이리저리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다 문득,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에 떨고 있는 자신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는 한 쌍의 눈을 발견했다.

제대로 잘 보이지 않아 라이터를 가져다 들이밀자, 주황색 광망으로 빛나는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눈빛이 바로 자신의 앞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보고는 크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흐읍!”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던 그는 등이 벽에 닿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창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창문을 깨고 밖으로 도망쳐 도움을 청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동작이 그의 생전에 한 마지막 동작이라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몸을 던진 순간, 정수리 끝으로 뭔가 날카로운 것이 파고 들어오더니 뇌를 반쪽으로 가르며 후리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쿵!

반으로 쪼개진 머리에서 뇌수가 줄줄 쏟아지자, 오방궈의 발목을 핏기하나 없는 하얗고 삐쩍 마른 손 하나가 나타나 덥석 잡아채더니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쓰윽 쓰으윽 쿵 쓰으윽...

오방궈의 머리가 끌리다가 문턱에 닿거나 장애물에 걸렸다가 위로 튀어 오르는 소리가 반복되더니 점점 집 밖으로 멀어져갔다.

파드드득 팍팍!

그때 나갔던 전기가 다시 들어와 집 안을 환하게 밝혔다.

“아!”

“살았다.”

“다 사라졌네?”

“큰언니, 방금 뭐가 어드러케 된 겁네까?”

“나도 모르갔어.”

“저기 피, 피가 보입네다.”

“누군가 이들을 전부 죽이고 끌고 나간 것 같습네다.”

“그게 뭐든지 간에 우리는 고저 간신히 죽었다 살아난 게 분명하구만.”

아직까지 간신히 버티고 있던 여자들의 얼굴에 드디어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큰언니로 불리는 제일 나이가 많이 먹은 여자가 힘겹게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소파 아래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는 쓰러져서 피를 흘리고 있는 동생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한 명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어 있었고, 다른 한명도 의식을 잃은 채 사경을 해매고 있었다.

“결국 우리 막내, 녹수(綠水)는 죽고 말았구나. 넷째는 살려야 하는데…….”

큰언니를 향해 두 명의 젊은 여자들이 엉금엉금 기어왔다. 그러더니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막내 동생을 보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흐으윽!”

“흑흑흑!”

“내래 반드시 저 떼 놈들을 찾아 복수를 하갔습네다. 원수의 각을 뜨고 포를 떠서 잘근잘근 씹어 먹갔습네다. 모가지를 전부 따 버리고 심장을 쪼개 내 동생의 무덤에 뿌리갔습네다. 흐으흑 흐윽…….”

제일 어려보이는 여자 하나가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녀의 말에 두 언니는 더욱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다섯 자매가 열 명이나 되는 짐승 같은 놈들에게 몇 시간동안 윤간을 당했다. 그중에 한명은 견디다 못해 쓰러져 기절했고, 다른 한 명은 벌써 쓰러져 출혈과다로 사망을 한 상태였다.

세 여자는 자매를 잃은 슬픔으로 인해 발가벗은 채 옷을 입을 생각도 못했다. 그들의 온몸에는 더러운 원수들의 정액이 여기저기에 묻어 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었고, 음부의 연한 속살은 찢어지고 헐어서 선홍색의 피가 뚝뚝 떨어져 허벅지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런 그들의 처참한 상황을 목격한 소울은 집 밖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씨팔, 좆같네. 내가 안전이고 지랄이고 조금만 더 빨리 이 개 같은 새끼들을 잡아 죽였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소울은 다섯 자매의 불행이 마치 자신이 잘못해서 일어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하고 불쌍한 놈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에, 능력자가 되고 나서 어떻게 하던 악착같이 돈을 벌어 호강을 하고 살려고 했다.

그래서 세상에 보란 듯이 갑질을 하며 돈에 대한 한을 풀며 살려고 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철이 없는 생각인지 알 것 같았다. 북한 동포들의 지옥 같은 생활에 비하면 자신이 살았던 고시원은 그나마 천국이었다.

알바 생활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밥은 굶지 않고 살았다.

뭔가에 홀린 듯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서 당당히 성공하겠다고 개지랄만 떨지 않았다면 이렇게 개고생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농사짓는 게 싫어서, 부모님과 같이 특용작물을 기르며 사는 것이 폼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대가리 컸다고 혼자 서울로 올라와 성공해보겠다고 좌충우돌하며 허비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그의 눈앞으로 흘러 지나갔다.

‘좆도, 헛살았네.’

그는 갑자기 담배가 무지하게 피고 싶어졌다. 아니 소주라도 한 병 있으면 병나발을 불고 싶어졌다.

그러나 능력자가 되면서 변해버린 두뇌와 지성은 과감히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나갔다. 그리고 당장 그녀들을 치료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까망아,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규!]

소울은 전투헬멧의 선바이저를 내려 얼굴을 가리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헉!”

“으헥!”

“꺄아악!”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원수를 갚겠다며 이를 바득바득 갈던 제일 어린 여자가 제일 크게 놀라서 소리를 질러댔다.

“쉿! 조용해라. 너희들을 도우러 왔으니까 지금부터 한 마디로 하지 마.”

“…….”

방금 전까지 남자들에게 윤간을 당했던 여자들이었다.

그러니 건장한 체격을 지닌 소울이 나타나자 그녀들은 또다시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놀라서 셋이 서로를 꼭 끌어안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소울은 그녀들의 그런 행동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뭐라고 위로를 한다 해도 이들의 마음에 새겨진 상처와 아픔이 치료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일단 그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까망아, 일단 이 세 여자를 치료해줘!]

[규!]

소울이 한 손을 들어 세 여자를 가리키자 까망이가 즉시 세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세 명 중 가장 상처가 심한 큰언니의 음부로 들어가 치료를 시작했다.

까망이가 운디네의 능력을 끌어내어 치유의 물을 생성해 상처 난 곳을 치료하기 시작하자 큰언니는 찢어질 듯 아파오던 상처에 고통이 사라지고 오히려 시원해지는 느낌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아아아!”

뒤늦게 자신이 낸 소리에 놀란 그녀는 놀라서 벌어진 입을 자신의 두 손으로 막고 얼굴을 붉혔다.

[까망아, 기왕 치료해주는 김에 자궁 안과 질 안까지 깨끗이 씻어주고 정화해주도록 해라. 괜히 원치 않는 임신이라도 하면 곤란해진다. 알았지?]

[규!]

까망이는 소울이 이 세 여자를 안타깝게 여기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의 말대로 후환이 생기지 않도록 상처를 깨끗하게 치료하고, 자궁 안과 질 안까지 깨끗이 씻어줌은 물론 그녀들의 몸까지 깨끗하게 씻어주었다.

“모두 일어나라.”

“…….”

그녀들이 쪼그려 앉아 있으면 치료하고 씻는 것이 힘들어 질까봐 소울은 일부러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자신의 상처가 깨끗이 낫고 온몸이 개운한 것처럼 씻겨 나가는 것을 느낀 큰언니는 소울의 퉁명스런 말이 왠지 크게 위로가 됐다.

그녀는 소울의 말대로 두 동생을 일으켰다.

큰언니의 손길에 놀란 두 동생이 몸을 일으키자 곧 큰언니의 몸이 깨끗해진 것을 깨달았다.

“혹시 우리 큰언니를 치료해 주셨습네까?”

“…….”

둘째가 조심스럽게 소울에게 물었다.

하지만 소울은 벌거벗고 있는 세 여자를 쳐다보는 것이 무안해서 그냥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전투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아무런 대답 없이 두 손을 높이 들고 가만히 서 있었다. 마치 치료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 모습에 그들은 감히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아!”

까망이가 둘째의 몸을 치료하고, 정화하고, 씻겨줬다. 그러자 역시 둘째도 그 시원하고 묘한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그제야 둘째는 큰언니가 아까 왜 신음성을 흘렸는지 이해가 갔다.

“에고, 오마니!”

까망이가 셋째의 몸을 치료하고, 정화하고, 씻겨줬다.

셋째는 두 언니와는 다르게 질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느낌에 깜짝 놀라 호들갑을 떨어댔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내 앞에서 홀딱 벗고 서서 방정을 떤 사실을 깨닫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소울은 그녀를 한번 쳐다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개를 돌려 쓰러진 넷째를 향해 두 손을 내렸다.

[까망아, 넷째도 치료해줘라.]

[규!]

까망이는 넷째의 음부로 들어가 아까보다 몇 배는 강력한 치유능력을 쏟아냈다.

피를 꾸역꾸역 쏟아내던 질 안의 상처가 말끔하게 치유되었다.

의식을 잃고 있는 넷째는 아직도 앳되고 고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다른 언니들보다 더욱 심하게 강간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까망이는 넷째의 상처를 흉터하나 남기지 않고 치료를 해주고, 자궁 안과 질 안까지 깨끗이 씻고 정화해줬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몸 전체를 물로 다시 한 번 씻어주었다.

‘비록 한 명은 죽었지만 그래도 네 명은 치료했구나.’

소울은 치료가 끝나자 조용히 사라지려고 몸을 돌리다 삐쩍 마른 그녀들의 헐벗은 몸을 보자 다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전투배낭을 열어 자신의 전투식량을 몽땅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걸 먹으면서 지하실 같은 곳으로 가서 숨어있어라. 오늘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네, 알갔습네다.”

큰언니가 살포시 고개를 숙이며 대답을 하자 소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더니 곧바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미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이집 근처에 있는 집과 건물 안에서 살인, 강간, 고문, 폭행 등 난장판을 피우고 있는 중국 능력자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고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잠깐만 기다리시라요.”

“……?”

그때 셋째가 소울에게 달려오더니 다급히 소리쳤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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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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