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2 제 61 장 - 구미포 전투 =========================================================================
최소한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화면 속의 북한 처녀들을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며 허리춤을 매만지는 중국 능력자들을 보고 이를 갈지 않는 자들이 없었다.
소울은 맨 앞줄에 서 있는 금소희와 성유나를 쳐다봤다.
그들은 분노에 몸을 떨면서도 한편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한 거부감에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소울은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도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들고 있는데 여자인 그녀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금소희와 성유나는 저들을 유인하는 미끼가 돼 줘야겠다.”
“네, 마스터.”
“예, 마스터.”
금소희와 성유나는 소울이 자신들의 마음을 눈치 채고 크게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곤 큰 소리로 씩씩하게 대답했다.
금소희와 성유나가 미끼가 되어야 한다는 말에 망설이고 있던 자들의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이제 남자들은 서머너즈 길드의 두 여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뒤로 물러설 수가 없게 됐다.
“절대 불이익이 없을 것이니 이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즉시 뒤로 물러나 주기 바란다.”
소울이 다시 한 번 길드원들에게 의양을 물었지만 역시 아무도 뒤로 물러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크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저들은 북한에 들어올 때 비자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침입한 자들이다. 아무리 북한의 치안이 개판이라지만 우리 서머너즈 길드가 있는 이상 저런 화적떼 같은 놈들이 무고한 북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고 처녀들을 잡아가서 창녀로 만드는 짓을 묵과할 수 없다. 또한 저들이 해주시를 향해 오는 이유는 서머너즈 길드를 공격하려고 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하고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라. 눈앞의 적을 죽이는데 망설일 거면 아예 가지 않는 것이 낫다.”
소울의 냉정한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모두 준비가 되는 데로 중형전술차를 타고 출발하도록 하자.”
“네, 마스터.”
그가 단상에서 내려오자 금소희와 성유나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오늘 직접 저들을 상대할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니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도록 해.”
“네, 마스터. 그런데 정말 저들이 북한 땅에 들어와 저런 패악을 부린다는 말이에요?”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게 현실이야. 아마 우리가 본 저 장면보다 훨씬 비극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할거야.”
소울은 금소희와 성유나의 어깨를 한 번씩 쳐주고는 먼저 몸을 돌렸다.
그녀들은 입술을 잘근 깨물더니 서둘러 소울의 뒤를 따라 교육관 밖으로 나갔다.
“1공격대부터 중형전술차에 오른다. 작전은 가면서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통해 알려주겠다. 탑승을 시작하라.”
벌써 중형전술차가 출발할 준비를 끝내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간히 총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아직도 29 해상저격여단이 주도하는 숙청이 끝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스터는 이 차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실비아의 말에 소울은 어느새 자신의 전용차가 된 소형전술차에 올라탔다.
실비아가 얼른 그의 옆자리에 타자 비스크는 할 수 없이 운전석 옆자리로 올라타야 했다.
그녀는 소울과 같이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좋은지 마스크 위로 눈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인 승리의 웃음은 너무 빨랐다.
푸티나가 문을 들고 들어오더니 소울과 실비아의 사이로 냉큼 들어와 사람처럼 등을 기대고 편하게 앉았다. 그 모습에 실비아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분한 눈빛을 보였다.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전투헬멧을 썼다.
그러자 곧 나인권 정보부장이 주도하는 ‘화적퇴치작전’에 대한 작전개요가 떠오르더니 자세한 작전설명이 이어졌다.
이렇게 소울이 말한 극비작전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4군단 사령부를 나선 소형전술차와 중형전술차 십여 대가 구름이 잔뜩 낀 서쪽하늘을 바라보며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방사포부대와 박격포부대가 조용히 따라가고 있었다.
* * * * *
예로부터 목민관은 삼근(三根)을 조심해야한다고 했다.
여기서 삼근(三根, 세 뿌리)이란 ‘구근(口根, 입 뿌리), 수족근(手足根, 손발 뿌리), 신근(腎根, 남자의 생식기 뿌리)’를 말한다.
쉽게 말해서 주둥아리 함부로 털지 말고,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고, 아무 구멍이나 함부로 거시기를 쑤셔 박지 말라는 소리다.
인생을 살다보면 결국 선조들이 하신 말씀 중에서 틀린 말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사내들은 이놈의 삼근을 잘못 놀렸다가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들고 만다.
자신만 망하거나 죽는 것이 아니라 집안을 망치고 더 넓게는 나라까지 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조의 교훈을 모르는 외부의 잡것들이 ‘망할각’을 딱딱 세우고 불룩하게 치솟은 사타구니 사이를 잡으며 허벌나게 달려가고 있었다.
“저년은 내거야.”
“무슨 개소리야? 넌 아까 하나 맛을 봤잖아?”
“혀 깨물고 죽은 년을 무슨 수로 맛을 봐? 난 그런 취미 없어.”
“지랄 아까는 잘도 허리를 흔들어 대더니…….”
“흐엑, 고년 참 엉덩이 토실토실하다.”
“어디서 저런 절세미녀가 나타났지?”
“그것도 두 년이나?”
“그러게 말이야. 잡는 놈이 임자니까 다들 그렇게 알아.”
“야! 반칙하지 마.”
…….
용연읍 전체를 내 집처럼 돌아다니며 온갖 패악질을 해대던 산둥성 소속 능력자들 중 한패는 비명을 지르며 날쌔게 도망치는 젊은 두 여자를 발견하고는 다른 패들이 끼어들까 두려워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마을 밖으로 나와 조용히 뒤를 쫓고 있었다.
얼핏 보인 얼굴과 몸매를 보니 이건 산둥성 제남 시(市)나 청도 시(市)의 최고급 술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초특급의 계집들이었다.
두 미녀가 허름한 인민복을 입고 허둥지둥 도망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이미 사타구니 사이가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라 통증이 일어날 정도였다.
문제는 도망가는 토끼는 두 마리인데 쫓는 사냥꾼은 열 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냥꾼들끼리 서로 눈치를 보느라 당장 덮칠 수가 없었다.
누가 잡더라도 토끼를 쉽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인명경시풍조가 완연한 중국의 능력자들이라 싸움이 나면 얼마든지 서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두 미녀가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숲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숲속을 헤매는 생고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꾸냥, 멈춰라.”
“좋게 말할 때 멈춰!”
멈추라고 멈춘다면 뭐 하러 여기까지 힘들게 도망쳐 왔겠는가?
그런 생각도 안 해봤는지 리루이와 누룽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숲속으로 차례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그들에게 질세라 나머지 사내들도 더욱 속도를 내어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사사삭 사사삭…….
숲속으로 뛰어 들어온 그들은 비틀거리며 나무 사이로 숨어드는 두 미녀를 발견하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스스스스…….
그때였다.
갑자기 숲속의 공기가 싸해지며 하얀 안개가 뭉클 솟구쳐 오르더니 분위기가 일변했다.
리루이와 누룽지는 즉시 허리에서 능력자용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그들의 뒤로 나머지 능력자들이 도착하자 그들도 서둘러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는 원형의 진을 이루며 주위를 살폈다.
보기와는 달리 그들은 나름 철저한 훈련을 거친 자들이었다.
“누구냐? 비겁하게 숨어 있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라.”
“감히 우리 산둥성의 능력자들을 노리고 이런 저열한 함정을 설치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제법 당찬 기를 내보이며 냉정하게 사태를 대처하는 모습이 마치 홍콩 무협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같았다.
하지만 오늘 그들은 운이 없어도 너무나도 없었다.
그들이 만난 상대는 애초에 정정당당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손을 대지 않고 코를 풀려는 자였다.
지금 이렇게 직접 상대를 해주는 것도 사실 그의 입장에서 큰 기회를 준 것이었다.
“쳐라!”
어디선가 심장이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능력자들은 그 살기 찬 목소리에 놀랐지만 리루이와 누룽지는 귀신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장난이라는 생각에 오히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으헥, 이게 뭐야?”
“누가 내 다리 잡았어?”
“크아악!”
“으아악!”
“케엑!”
…….
그때였다.
한 치도 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다리를 잡아끌더니 뭔가로 배를 푹푹 쑤셔댔다.
인기척 하나 들리지 않고 날아드는 날붙이가 누군가의 목을 베고 누군가의 팔다리를 잘라버렸다.
그제야 리루이와 누룽지는 자신들이 무서운 죽음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는 몸을 덜덜 떨어댔다.
“타오르는 불, 크엑!”
원소계 능력자 하나가 안개를 없애려고 크게 불을 일으키는 순간, 사타구니 아래에서 찔러오는 칼에 수직으로 몸이 관통당해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다.
참혹한 비명소리에 바지를 찔끔 저리던 리루이와 누릉지가 순간적으로 일정 부분에 안개가 사라지자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더니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의 입속으로 거대한 대검 두 개가 쑤셔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푹 푹!
풀썩 풀썩!
입을 관통해서 뒤통수가 뚫린 리루이와 누릉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더니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들의 동공에 이는 빛이 점점 사그라지며, 퀭하게 뚫린 두 눈에 주황색 광망을 번득이며 대검을 휘둘러 동료의 목을 간단히 베어버리는 자들의 모습이 살짝 비치다가 사라져갔다.
[마이로드, 열두 명 모두 제거했습니다.]
[본,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전리품을 챙기고 시체를 처리해라.]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굳이 명령이 내리기도 전에 까망이는 벌써 쓰러진 산둥성 출신 능력자들의 몸속에 들어가 능력을 흡수하고 전리품을 싹 쓸어 담고 있었다.
까망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발가벗은 사내들의 시체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스켈레톤 부대는 까망이의 뒤를 따라다니며 시체를 한곳으로 모으고, 본은 모인 시체를 향해 악어 입을 만들어 벌렸다. 그러자 시체들이 순식간에 그의 입속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마이로드,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수고했다. 어?]
본이 그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는 순간, 소울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분명히 해골과 뼈만 남아있던 본의 모습이 어느새 사람처럼 피와 살이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너 설마 시체를 흡수하며 네 몸을 업그레이드 한 거야?]
[예스, 마이로드! 스켈레톤 부대도 곧 업그레이드 하겠습니다.]
[으음.]
자신의 소환수라서 그나마 괜찮았다.
다른 사람의 소환수가 이랬다면 아마 그는 분명히 역겹다고 했을 것이다.
그는 시선을 본에게서 거두고 까망이를 쳐다봤다.
[까망아, 너 혹시 이자들로부터 능력을 흡수했니?]
[규!]
[어떤 능력을 흡수했는지 보여줄래?]
[규!]
까망이는 즉시 그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그의 눈에 자신의 촉수를 대더니 자신이 얻어낸 능력들을 보여줬다.
소울은 까망이의 촉수가 자신의 눈에 닿는 순간 까망이가 흡수한 능력들이 어떤 것인지 그냥 알 수 있었다.
본다고 할 수도 없고 느낀다고 할 수도 없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초감각의 영역이 분명했다.
‘……이건 강화능력이고, 이건 민첩을 올려주는 능력이네. 대부분 허접한 최하급의 능력들뿐이로구나. 그나마 가장 쓸 만한 것이 불을 다루는 최하급 원소계 능력이라니…….’
소울은 마치 구슬처럼 뭉쳐있는 능력들을 보고는 무척 실망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될 쓸 만한 능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가 됐다. 드디어 까망이가 능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능력을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까망이는 흡수한 능력을 자신에게 줄 수도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그것이 가능한지는 알지 못한다.
까망이가 점점 강해지면서 갑자기 생겨난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존재했는데 이제야 자신이 깨달았는지도 몰랐다.
어찌됐던 이제 자신은 까망이가 흡수한 능력을 받아 새로운 능력을 개화할 수 있게 되었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허접한 능력을 받아서 개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최소 C급, 가급적이면 B급 이상의 능력을 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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