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40화 (240/492)

00240  제 60 장 - 서북풍(西北風)  =========================================================================

얘기를 들어보니 일이 아주 골치 아프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머너즈 길드의 공식적인 목적은 4군단을 지원하여 황해남도의 몬스터를 처리하고 황해남도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서머너즈 길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9보병사단이 옆에서 적극 협력과 지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얘기를 들어보니 잘못하면 중국과 대한민국 사이에 큰 분쟁이 생길만한 일이었다.

소울은 중국의 산둥성 성장이 보낸 지원군을 상대할 어떤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지원군을 상대할 방법이 저에게는 없군요.”

“네? 아니 그럴 수가…….”

김용호는 소울의 말에 크게 실망한 듯,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김용호를 보고 소울의 얼굴도 절로 굳어져갔다.

그때 김중오가 끼어들었다.

“그럼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지원군이 아니라면 상대가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네?”

그는 김중오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몰라서 순간 의문의 눈빛을 했다. 하지만 곧 김중오가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다.

“산둥성 성장이 보냈다는 지원군이 공식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바로 그겁니다. 그들은 우리 공화국에 아무런 허락도 받지 않고 그냥 몽금포로 들어온 자들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밀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몽금포에서는 중국인들에게 비자발급을 하지 않습니까?”

소울은 김중오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요즘은 중국인들이 거의 찾아오지 않습니다. 찾아오는 자들은 대부분 식량이나 연료를 가지고 들어오는 상인들이라서 형식적으로 비자발급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럼 그들도 북한의 비자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아마도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 일부러 안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무슨 그런 무뢰배 같은 놈들이 다 있습니까?”

“이미 우리 공화국을 드나들고 있는 떼 놈들은 모두 도적떼나 다름없습니다. 공화국의 처녀를 납치해가고 문화재를 몰래 훔쳐가거나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사가기도 하지요. 이런 일들이 하도 오래돼서 이젠 관행처럼 범죄를 저지릅니다. 잘 걸리지도 않고 걸려도 뇌물을 먹이면 금방 풀려나니 제 세상을 만난 것 같이 날 뛰어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공화국의 인민들은 이제 모두 그러려니 하고 포기한 상태입니다.”

김중오는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그의 눈빛을 보면 절대 포기한 것 같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빛은 마치 짐승처럼 사납게 빛나고 있었던 것이.

아니 그 뿐만 아니라 김용호를 비롯한 황남조 간부 모두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를 바드득 갈고 있었다.

그 모습에 소울은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한민국은 북한으로 밀항한 중국인의 신변보호를 해줘야할 아무런 이유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밀항한 놈들이 어디에서 죽던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하하, 맞습니다.”

“그렇지요.”

김용호와 김중오는 누가 사촌이 아니랄까봐 서로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김용호가 소울을 향해 한 걸음 다가오며 은근하게 물었다.

“그런데 그들을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까? 숫자가 천명이나 되는 능력자입니다.”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능력자들도 천 단위로 움직이네요. 하지만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그들을 함정으로 유인해서 잡아 죽이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함정이라……. 어떻게 함정을 파죠?”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여긴 여러분의 고향이 아닙니까? 저보다는 당연히 지형지물에 대해서 잘 아실 테니 어디에다 함정을 파야 좋을지 오히려 제게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듣고 보니 제가 실수했네요. 죄송합니다.”

“천만에요. 일단 먼저 해결해야 할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도록 합시다. 몽금포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최소한 차로 두세 시간은 걸릴 테니 그 안에 정리할 것 있으면 깨끗이 정리하고 작업을 하도록 합시다.”

“좋습니다.”

소울의 말에 김용호와 김중호를 비롯한 황남조 간부들이 모두 크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소울은 그들을 어디서 상대하고 어떻게 함정을 팔지 의논했다. 또한 당장 시급한 4군단을 접수하는 문제도 서둘러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불순세력과 지휘부 일부는 제거를 하고 나머지는 어디까지 숙청을 할지 서로의 살생부를 확인하며 의견을 조율해나갔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볼모가 된 가족들을 구출하는 문제는 즉시 나인권 정보부장에게 연락을 해서 몽금포에서 해주시까지 무인기를 모두 풀어서 정밀수색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이 모두 끝나면 김용호 조장과 황남조는 어떻게 할 예정입니까?”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국이나 러시아로 갈 생각이 아니라면 우리 서머너즈 길드에 들어오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적당한 자리를 마련해놓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황남조가 아니더라도 김 조장이 데리고 오는 능력자라면 모두 우리 길드에서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원들과 의논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얘기를 마치고 나자 소울은 미리 준비해둔 전투헬멧과 보급품을 김용호와 황남조에게 선물로 넘겼다.

“앞으로 연락은 이것으로 할 테니 꼭 쓰고 있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김용호와 황남조의 간부들이 소울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는 부용당을 빠져 나갔다.

능력자들답게 그들의 등에는 각기 커다란 보급품 상자 하나씩을 메고 있었다.

그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던 소울이 김중오의 어깨를 한번 툭 쳤다.

“우리도 이제 그만 돌아갑시다.”

“마스터, 해주호텔로 가시면 안 됩니다. 그것은 함정입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도 아무 생각 없이 거길 간 것은 아닙니다.”

소울이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라며 웃음을 짓자 김중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두 소형전술차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곧 실비아를 통해 김영신이 연락을 보내왔다.

“17 저격여단이 움직였습니다. 또한 해주호텔로 가는 길에 17 도하연대가 기습을 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지?”

“일단 60 저격여단을 동원해서 17 저격여단의 진로를 막고 있습니다. 17 도하연대는 박정일 영업1부장님이 직접 지휘부를 쳐서 제거하고 연대 전체를 설득해 무사히 접수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김중오는 소울과 실비아가 하는 말을 옆에서 듣고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겁니까?”

“들으신 그대롭니다. 이제 김중오 여단장께서 29 해상저격여단을 움직여 주셔야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김중오는 소울의 말에 대답을 하면서도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소울의 태도를 보니 이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4군단의 예하 직속부대 몇 개를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말은 자신이 여단장으로 있는 29 해상저격여단 안에서도 그와 동조하는 세력이 없다고 감히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깨닫자 김중오는 자신과 황남조 모두가 사실은 소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중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미 눈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자와 한 배를 타기로 결정을 했다.

이제 와서 뒤를 돌아보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았다.

‘약속대로 나와 가족들만 지켜준다면 이자가 무엇을 하고자 하던 굳이 내가 반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때는 절대로 가만있지 않겠다.’

김중오의 안색이 바뀌는 것을 보고 소울은 지금 김중오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약속은 반드시 지킵니다. 볼모로 잡힌 가족들을 추적하고 있으니까 곧 연락이 올 겁니다. 우리 생각보다 빨리 배를 띄워 산둥성으로 간다고 해도 배를 중간에서 나포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김 여단장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해주세요.”

“네, 마스터.”

김중오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그는 품속에서 다시 소형무전기를 꺼내더니 어딘가로 차가운 명령을 하달했다.

“다 쓸어버려!”

“104.”

그렇게 곧 해주시는 죽음의 공포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 * * * *

4군단 사령부로 돌아오자 아까와는 달리 활기찬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9보병사단에서 외곽경비를 맡아주기로 했는지 장갑차와 전차 그리고 대공미사일 부대가 정문과 후문 등에 배치되어 있은 것이 보였고, 군용수송트럭이 끊임없이 들락거리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4군단 사령부 정문으로 들어서자 소형전술차와 중형전술차 수십 대가 질서 정연하게 한쪽에 주차되어 있었고,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미래백화점그룹에서 보내온 수송차량을 타고 긴급히 출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형전술차에서 내린 소울과 실비아가 현관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자 곧 국정현과 김영신이 밖으로 나와 그를 마중했다.

그들의 뒤로 나인권 정보부장과 두보환 정보부장의 모습도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마스터!”

“다들 수고가 많아요. 어서 안으로 들어갑시다.”

“네.”

그들이 2층 계단을 통해 회의실로 들어가자 두보환 정보부장이 같이 들어가려는 김중오를 붙잡고는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이쪽으로 오세요. 같이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네, 그러지요.”

두보환 정보부장이 29 해상저격여단 김중오 여단장을 데리고 어딘가로 가자 김영신이 그것을 확인하고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그러자 문 앞으로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나타나 철통같은 경비를 섰다.

넓고 호화로운 회의실에 들어온 소울은 김영신이 안내하는 상석에 앉았다.

그러자 그의 옆으로 김영신과 국정현이 앉고 나인권 정보부장이 프로젝터를 켜서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했다.

“마스터께서 김중오 여단장과 같이 부용당에 가서 김용호 조장과 황남조의 간부들을 만난 얘기는 실비아를 통해 보고 받았습니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늘었다는 것도 알겠군요.”

“물론입니다. 먼저 이것부터 보시지요?”

나인권 정보부장이 프로젝트를 켜서 자신의 노트북에 연결하자 곧 그림이 네 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첫 번째 화면은 리상국 상장이 17 저격여단을 움직이자 저희가 60 저격여단을 움직여서 막는 장면입니다. 이 과정에서 60 저격여단장은 리상국 상장에게 배반자로 몰려 즉결처형을 당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이것으로 60 저격여단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60 저격여단장의 부관이 60 저격여단으로 찾아와서 그 사실을 전했기 때문입니다.”

“시작은 순조로웠군요.”

“그렇습니다. 17 저격여단도 곧바로 회유작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현재 지휘부가 양쪽으로 나뉘어져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보낸 선물과 보급품을 받고는 급격히 우리 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습니다.”

“무슨 선물을 보냈는데 그렇습니까?”

“뭐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먹을 것과 입을 것 그리고 필요한 물건을 살 요것을 좀 보냈습니다.”

나인권은 한쪽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보냈다.

소울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60 저격여단은 일단 정보부 직속의 여단으로 넣고 빠르게 조직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17 저격여단의 회유에 성공하면 같이 섞어서 새로운 저격여단을 만들어 볼까 생각중입니다.”

“그건 차차 생각해보도록 하죠. 다음 화면은 뭡니까?”

“해주호텔로 가는 저희 행렬을 17 도하연대가 기습하는 장면을 찍은 것입니다. 기습 전에 이미 알고 있기도 했지만 무인기를 통해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올지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서 오히려 기습하는 저들을 우리가 뒤에서 기습을 하는 형국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인명피해는 크기 않았나요?”

“인명피해가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저들의 지휘부를 찾아서 빠르게 섬멸해버렸습니다. 덕분에 17 도하연대 자체를 접수하는 일이 쉬워졌습니다.”

화면은 긴박했던 장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보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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