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38화 (238/492)
  • 00238  제 60 장 - 서북풍(西北風)  =========================================================================

    소울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유정아를 다그쳤다.

    유정아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이내 못이기는 척하며 손을 들어 경례를 했다.

    “나 유정아는 이소울 마스터와 서머너즈 길드에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절대 배반하지 않고 해가 되는 일도 하지 않겠습니다.”

    “좋았어.”

    소울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주먹을 쥐고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 번 탕탕 두드렸다.

    유정아는 그의 그런 모습을 보더니 경례했던 손을 내리고 주먹을 쥔 채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 번 쳤다.

    “잘했어. 그게 우리 서머너즈 길드의 약식 인사야.”

    “재밌네.”

    “그런데 웬만하면 나체인 상태에서는 하지 마. 너무 야하다.”

    “어머, 뭐야?”

    유정아는 소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달려들었다.

    소울은 웃으면서 달려드는 그녀의 허리를 번개같이 잡아 옆으로 쓰러뜨리고는 그녀의 부드럽고 따뜻한 가슴을 만지며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닉하며 장난을 쳤다.

    소울은 비록 장난처럼 유정아에게 충성맹세를 시켰지만, 자존심이 높은 그녀라면 스스로 한 말을 절대 어길 일은 없을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유정아 정도 되는 천재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테니 말이다.

    새벽을 향해 달려가는 검은 하늘이 무색하게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의 불빛들이 꺼지지 않는 불야성을 이루는 신사동의 밤이다.

    * * * * *

    해주시(海州市)는 황해남도의 유일한 시이자 도청 소재지로 황해남도의 산업, 문화, 교통의 중심지이다.

    광석천(廣石川)이 시의 중앙을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황해의 해주만으로 흘러들어가고, 룡당반도(龍塘半島)에는 해주항이 있다.

    예전에 용당진 또는 용대라고 불렸던 해주항은 여러 차례 개건 확장건설을 통해 서해안의 중요한 무역항구로 거듭났고 황해청년선을 비롯한 철도가 부설되어 있어

    북한 서남부지역 산업교통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빨리 내려! 이거 끝나고 해병대 데리러 가야한단 말이야.”

    “누가 여기에다 화물을 내렸어. 당장 치워! 중형전술차들이 나가야하는데 길을 막고 있잖아?”

    “커다란 배가 또 하나 들어왔습네다.”

    “다들 날레 움직이라우!”

    “문제 없갔지?”

    “일 없습네다. 달구나올 아새끼들은 다 달구 나왔습네다.”

    “장갑차 빼! 전차는 기다려!”

    …….

    평상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부산한 해주항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해주항의 도크에는 거대한 강습상륙함 한 척과 그보다 작은 세 척의 군수지원함이 나란히 정박해 옆구리를 대고 하역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해군의 독도급 강습상륙함의 첫 번째 함인 독도함(独島艦, LPH-6111)과 천지급 군수지원함인 AOE-57 천지, AOE-58 대청, AOE-59 화천의 모습이다.

    독도함에서 중형전술차들이 줄줄이 빠져나오고 그 뒤를 이어 장갑차가 차례대로 하선을 시작했다.

    9보병사단의 병사들이 군용수송트럭을 빼서 구호품과 지원품을 정리하는 사이로, 가슴에 포효하는 불곰의 머리가 커다랗게 그려진 검은 전투슈트를 입고 등에 붉은 망토를 걸친 서머너즈 길드원들이 줄줄이 걸어 나왔다.

    “선발대는 모두 중형전술차에 탑승하라. 우리는 바로 해주시로 들어간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치자 다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타야할 중형전술차를 확인했다.

    그들의 뒤로 가슴에 손바닥만 한 크기의 포효하는 불곰의 머리가 수놓인 전투슈트를 입고 등에 전투배낭을 메고 소총을 손에 든 수백 명의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질서정연하게 걸어 나왔다.

    박정일 영업 1부장도 그들 사이에서 걸어 나와 서이진 영업 2부장과 조중삼 영업 3부장을 보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중형전술차들이 일제히 헤드라이트를 깜빡거렸다.

    서머너즈 길드의 선발대와 소울 디펜스 대원들이 중형전술차에 타고 쏜살같이 항구를 빠져 나가자 곧이어 구호물품과 지원물품이 가득 담긴 컨테이너와 박스들이 줄줄이 쏟아져 내려왔다.

    한참 작업을 하고 있는 북한 항구 노역자들의 뒤로 천지급 군수지원함 보다 몇 배는 더 큰 수송선들이 줄줄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수송선단의 뱃머리에는 미래백화점그룹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 * * * *

    조선인민군 육군의 1제대 전연 군단 중 하나인 제4군단은 황해남도 해주시 옥계동에 본부를 두고 있다.

    푸타타타타 푸타타타타…….

    4군단 사령부 건물 앞의 넓은 마당 위로 대한민국 육군의 수리온 기동헬기 10대가 동시에 착륙하고 있었다.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소음에 이어 로터의 강력한 힘으로 인해 먼지가 토네이도처럼 휘말려 올라가자 그 장면을 쳐다보고 있는 리상국 상장(上將)의 얼굴은 말할 수 없이 착잡한 표정이 되어갔다.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심호흡을 했지만 그렇다고 더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힐끗 뒤를 돌아보자 수백 명의 병사들이 소총을 손에 쥔 채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지만 어쩐지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이윽고 수리온 기동헬기 10대가 동시에 착륙하자 로터 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거센 바람도 잠잠해졌다.

    리상국 상장는 변진섭 부관의 재촉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10대의 수리온 기동헬기에서 동시에 문이 열리며 가슴에 포효하는 불곰의 머리가 커다랗게 그려진 검은 전투슈트를 입은 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수리온 기동헬기는 두 명의 조종사와 16명의 무장한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각 기동헬기에서 내린 길드원의 숫자는 각자 자신의 전투배낭을 짊어진 10명씩 총 100명이었는데 남은 자리에는 필요한 장비와 물품들이 빠짐없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리상국 상장은 수리온 헬기에서 갑자기 전투슈트를 입은 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자 잠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그 자리에 서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부관인 변진섭은 눈치가 빨라서 곧바로 한쪽으로 그를 데리고 가더니 대뜸 한 사람에게 거수경례를 붙였다.

    “해주에 오신 서너머즈 길드와 마스터를 환영합네다.”

    “반갑습니다. 국정현입니다. 이쪽이 저희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이십니다.”

    서머너즈 길드의 길드원들이 모두 똑 같은 전투슈트를 입고 있는 바람에 국정현 사무총장을 마스터로 오해한 변진섭 부관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인사를 했다.

    “아! 그렇습네까? 송구합네요. 해주에 오신 마스터를 환영합네다.”

    “반갑습니다. 제가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 이소울입니다.”

    소울이 몸을 돌려 당당히 어깨를 펴고 변진섭과 악수를 하자 그는 각이 진 동작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자신의 뒤에 있는 리상국을 가리키며 말했다.

    “4군단의 군단장님이신 리상국 상장님을 소개 하갔습네다.”

    “아! 리상국 상장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반갑습네다. 4군단장 리상국입네다.”

    리상국은 소울이 내미는 손을 잡고 흔들었다.

    경직된 리상국과 변진섭의 모습을 본 소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이렇게 직접 마중 나와 주시니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닙네다. 우리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변집섭 부관은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자 웃자 재빨리 그들을 본부 건물 안쪽으로 안내했다.

    소울과 리상국 상장이 담소를 나누며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뒤를 국정현과 김영신이 따르고 경호원들이 빠르게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주위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폈다.

    “꾸잉!”

    그들의 뒤로 푸티나가 귀여운 모습을 드러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수백 명이 총을 들고 서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4군단 예하 직속부대인 17 도하연대 소속 병사들은 작고 귀엽게 생긴 새끼 곰이 그들 앞에 나타나자 말로만 듣던 능력자들의 소환수라는 생각에 모두 호기심을 느꼈는지 손가락질을 하며 떠들어댔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푸티나가 즉시 자신의 모습을 거대하게 만들어 변신하며 산천초목이 떠나갈듯 크게 포효했다.

    크와아아아아앙!

    “으아악!”

    “우훼에엑!”

    “아악!”

    …….

    푸티나의 살기 찬 포효에 노출된 17 도하연대 소속 병사들은 기겁을 하고는 뒤로 넘어져 동료 병사들까지 도미노처럼 같이 쓰러뜨렸다.

    엉덩방아를 찧어댄 일부 병사는 패닉 상태에 빠져 소총을 팽개치고 뒤로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 도망가는 모습도 보였다.

    본부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리상국 상장과 변진섭 부관이 이런 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니 그들의 뒤를 따라 걸어가고 있던 각 사단장과 여단장 그리고 연대장들이 모두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름 기선제압용으로 데려다 놓은 수백 명의 병사들이 오히려 이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운 마음뿐이었다.

    커다란 회의실에 도착한 그들은 마치 남북정상회담이라도 하듯 긴 회의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두 패로 나뉘어 앉았다.

    회의실에 시커먼 사내놈들만 잔뜩 모여 있다 보니 절로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맑고 깨끗한 느낌이 드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모두의 시선이 한쪽 방향으로 돌아갔다.

    “차를 가져왔습네다.”

    남남북녀라더니, 화장기 하나 없는 깨끗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눈을 가진 미녀 장교가 여군들을 데리고 들어와 그들에게 각각 도라지차를 대접했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느라 굳어있던 몸이 따뜻한 도라지차 한 잔에 녹아들자 4군단 군단장 리상국 상장과 각 사단의 사단장과 여단장 그리고 연대장들의 마음까지 조금은 풀어지는 듯 했다.

    물론 온도조절기능이 있는 전투슈트를 입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의 길드원과 소울 디펜스의 대원들은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차를 마신다는 사실에 심리적인 안정감은 가질 수는 있었다.

    회의실은 잠시 차를 마시느라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하지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소울과 국정현 그리고 김영신은 해주항 선착장에 도착해 지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서머너즈 길드 선발대와 소울 디펜스 대원들의 보고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서머너즈 길드 1차 선발대 200명과 소울 디펜스 대원 700명 전원은 현재 40대의 중형전술차에 나눠 타고 해주시 옥계동에 있는 4군단 사령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도착 예정시간은 앞으로 15분 뒤입니다.

    소울은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살며시 고개를 돌려 국정현을 쳐다봤다. 그러자 그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김영신을 쳐다보자 그도 자연스럽게 찻잔을 바라보며 신호를 보냈다.

    세 명이 상황을 인식하자 국정현이 찻잔을 옆으로 치우며 리상국 상장을 쳐다봤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드디어 4군단과 저희 서머너즈 길드가 이렇게 만나 황해남도를 몬스터로부터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됐습니다.”

    “북남의 합작사업이 번성하기를 빌갔습네다.”

    국정현의 첫 인사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에 찬 시선을 보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해볼까요?”

    “좋습니다. 그런데 피곤하시는 않습네까? 숙소부터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회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쳤다.

    “아닙니다. 별로 피곤하지 않습니다.”

    “해주호텔에 오찬을 준비해 놨습네다. 사양치 마시고 좀 쉬었다가 점심으로 오찬을 즐기시고 나서 천천히 얘기를 나눴으면 합네다.”

    당장 황해남도 주민들이 굶어죽어 가고 있는데 오찬이 무슨 말인가?

    국정현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이들이 계획한 음모를 뻔히 다 알고 있었다.

    침몰하는 배에 올라타려는 사람은 없는 법이라 신변보장과 약간의 이익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그들로부터 고급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장구를 치겠다니 그 장단에 맞춰서 약간의 춤을 춰줘야 할 것 같았다.

    “정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숙소가 해주호텔인가 보군요?”

    “그렇습네다. 여기 제 부관이 안내해드릴 겁네다.”

    리상국 상장의 말에 변진섭 부관이 즉시 일어나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때 소울이 꽉 다물고 입을 열었다.

    “난 거기보다 부용당(芙蓉堂)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괜찮겠지요?”

    “네? 부용당을 말입네까?”

    “그렇습니다.”

    부용당은 황해도 해주시 부용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누정이다. 16세기의 발달된 누정형식과 건축술을 잘 갖춘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로, 한때 해서팔경(海西八景)의 하나로 일컬어졌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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