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27화 (227/492)

00227  제 57 장 - 소환 출진(出陣)  =========================================================================

얘기가 많이 빗나간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들 한마디씩 말을 꺼내놓고 보니 역대 정권들의 근시안적인 태도와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그동안 가슴속에 쌓인 것들이 하나 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 상태로 가다간 대 정부 성토장으로 변할 것 같아 소울은 즉시 화제를 바꿨다.

“무인기의 성능은 어떻습니까?”

“현재 강남필드 1캠프의 주변으로 20개의 틸트로터 무인기가 떠 있습니다. 무인기 자체의 성능도 뛰어나고 소음도 적습니다. 신형 장비와의 궁합도 좋고요.”

“한마디로 성능이 만족스럽다니 다행입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1개 팀 당 2개의 무인기를 배정했고, 현궁 중거리 대전차미사일과 신궁 미사일을 각각 1기씩 탑재했습니다.”

“그럼 25명씩 10팀이니까 숫자가 딱 떨어지네요.”

서머너즈 길드의 길드원이 총 출동한 이번 몬스터 사냥 겸 종합 훈련은 팀과 파티로 조직되어 있다.

200명의 소환계 능력자와 50명의 일반 능력자를 합친 숫자가 250명이다.

1개 팀의 숫자를 25명으로 해서 총 10개의 팀을 짠 것이다.

1개 팀은 5개의 파티로 구성되었고, 1개 파티는 5인 파티로 구성되었다.

5인 파티에는 반드시 한 명 이상의 탱커 역할을 하는 소환수를 가지고 있는 소환사와 일반인 능력자를 각각 포함시켰다.

또한 안전을 위해 팀 하나당 소울 디펜스 대원 15명이 따라가고, 팀 자체적으로도 4개 파티가 사냥을 하는 동안 1개 파티는 반드시 대기상태로 있게 해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그래도 혹시 모를 긴급사태에 대비하여 소울이 금소희과 성유나를 데리고 몬스터 사냥을 하는 정중앙에서 대기를 타기로 했다.

국내에서 개발된 틸트로터 무인기의 성능이 좋아 무게 14kg의 현궁 대전차미사일과 15kg인 신궁을 각각 1기씩 탑재해도 여유가 있었다.

사거리 2.5km의 ‘Fire & Forget(발사 후 망각)’방식을 채택한 중거리 대전차미사일 현궁과 사거리 7km에 역시 같은 ‘Fire & Forget’ 방식의 신궁 미사일은 소울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다.

소울이 밖으로 나오자 금소희와 성유나가 슈나이더와 다이애나를 소환해 놓고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터, 우린 안가요?”

“우린 안가요가 아니라, 내가 안가면 몬스터 사냥은 시작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어.”

“네.”

성유나는 굳이 몬스터 사냥 따위는 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영혼 없는 대답을 했다.

소울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는 금소희를 바라보며 마주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금소희는 소울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한번 하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싱그러운 미소가 주변의 공기 자체를 바꿔놓을 기세로 퍼져 나가자 길드원과 대원들의 눈빛이 자신도 모르게 탁 풀어지며 얼굴을 붉혔다.

소울은 그녀의 마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보곤 크게 헛기침을 한 번 했다.

“크흠, 자! 그럼 다들 몬스터 사냥을 준비하러 가세요. 30분 뒤에 출발하는 것으로 합시다.”

“네, 마스터.”

그의 말에 다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래도 미련은 좀 남는지 자꾸 금소희를 힐끔거리며 느릿느릿 각자의 위치로 흩어져갔다.

“민정돈 관리부장!”

“네, 마스터.”

“준비해달라고 한 것은 어디 있어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뒤에서 그를 졸졸 따라다니던 민정돈이 급히 그의 앞으로 나와 군용수송차량으로 안내했다.

“이 안에 있습니다. 밖으로 꺼낼까요?”

“아닙니다. 됐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네, 편한 대로 하십시오. 마스터.”

민정돈이 뒤로 물러서자 소울은 즉시 본을 소환했다.

펑!

이제는 본도 소울이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연기부터 펑 터뜨리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장면이 또 일반인이나 능력자나 소울을 아주 특별한 소환계 능력자로 생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마이로드!”

“스켈레톤 부대를 소환해!”

“예스, 마이로드!”

본은 정중하게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하얗고 서늘한 연기를 마구 뿜어내기 시작했다.

하얀 연기는 조금도 흩어지지 않고0 연막처럼 일정지역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그러고 나자 본은 안심하고 자신의 입을 악어 입으로 만든 다음, 스켈레톤 부대를 쏟아내었다.

까드득 까드드득 까라라라라라라…….

악어 입처럼 변한 본의 커다랗게 벌린 입에서 스켈레톤 부대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이 보였지만 그것은 오직 소울에게만 보였다. 다른 사람에게나 무인기, 인공위성에서는 본의 연막을 뚫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금도 살펴볼 수 없었다.

이렇게 본의 적극적인 협조로 소울은 굳이 스켈레톤 부대를 남몰래 소환할 필요 없이 이제 어디서든 소환할 수 있게 됐다.

“로드!”

본이 하얗고 서늘한 연막을 다시 빨아들이자 스켈레톤 부대원들의 모습이 드러나며 일제히 그에게 고개를 숙여 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소울은 살짝 고개를 끄덕여준 뒤, 손가락으로 군용수송차량을 가리켰다.

“본, 이 차량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밖으로 꺼내 정열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소울에게 고개를 숙여 대답한 후, 스켈레톤 부대를 동원하여 군용수송차량에 있는 모든 상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꺼내 바닥에 늘어놓았다.

모든 상자가 바닥에 질서정연하게 놓이자 소울은 직접 돌아다니며 상자의 뚜껑을 하나씩 열더니 무기를 꺼내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여기 가져온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은 모두 앞으로 너희가 사용해야 할 무기다. 레인저 여섯은 대물저격총을 받아라. 나머지 엘리트와 베테랑, 주술사와 메이지는 모두 저격소총을 사용하면 된다.”

“예스, 로드!”

소울은 본과 스켈레톤 부대에게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의 사용법을 빠르게 말해주고 모든 무기에 소음기를 달아보도록 했다.

총알을 탄창에 끼는 법과 탄창을 가는 법을 가르쳐 준 후, 일반탄과 생체실드 중화탄이 뭐가 다른지, 그리고 생체실드 중화탄에도 F급과 E급으로 각각 등급이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탄창과 탄약을 분배하고 나자 더 이상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이 아닌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딱 한번만 설명을 해줘도 찰떡같이 알아먹었다.

궁금한 것이 많은지 자꾸 질문을 해대자 소울은 귀찮아서 특수부대 저격병 출신의 대원을 하나 선발해 본에게 붙여줬다.

사실 본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스켈레톤 부대와는 그냥 기억을 공유해버리면 그만이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대물저격총과 저격소총에 소음기를 돌려 끼우고 탄창을 갈아 꼈다하며 요리조리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소울은 바닥에 남겨진 무기와 탄약상자를 정리하면서 까망이를 불러 쓸어 담았다.

시간이 되자 소울은 나인권 소울 디펜스 정보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오늘 서머너즈 길드와 소울 디펜스 전체가 동원된 몬스터 사냥과 종합훈련의 지휘를 그가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머너즈 길드, 출진!”

강남필드 1캠프의 관문이 활짝 열리자 서머너즈 길드의 사냥 1팀부터 10팀까지 차례대로 밖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하늘에는 틸트로터 무인기 20대가 쫙 깔려서, 그들이 가는 앞길의 지형과 몬스터 등 각종 정보를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해줬다.

미리 팀별로 모여 대기하고 있던 능력자들과 대원들은 걸어가면서 그동안 연습했던 포메이션을 각각 이루었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에 소울은 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마스터, 우리도 이제 가야죠?”

“그러자.”

소울은 흥분으로 인해 얼굴이 상기된 성유나를 보자 재미있다는 듯 이빨을 드러내고 웃음을 흘리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순간을 노리기라도 하듯 푸티나가 쏜살같이 달려와 그의 앞에 서더니 온몸에 잔뜩 힘을 주면서 몸집을 커다랗게 부풀리기 시작했다.

푸티나가 순식간에 거대한 불곰으로 변신하자, 소울은 푸티나의 목 뒤로 훌쩍 올라탔다.

금소희와 성유나는 소환수를 탈것으로 이용하는 그를 보며 부럽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물론 소울은 금소희와 성유나를 자신의 앞뒤에 태워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게 했다간 당장 길드원과 대원들의 질투어린 시선이 쏟아질 것 같아 냉정히 고개를 돌렸다.

소울이 푸티나의 등에 올라타 반쯤 누운 자세로 앞으로 나가자,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즉시 푸티나를 원형으로 철통같이 에워쌌다.

그 원형진 안에는 금소희와 성유나가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다.

금소희에게는 중급 바람의 정령인 슈나이더가 있고, 성유나에게는 숲의 요정인 다이애나가 있었다. 각각 D급과 E급의 소환수가 그들을 보호하고 있는 이상, 어지간한 몬스터는 그들을 헤치지 못한다. 이제 금소희와 성유나는 충분히 스스로를 보호할 능력이 있으니 굳이 더 이상 베이비시터를 자처할 필요가 없어졌다.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전투슈트로 인해 금소희와 성유나는 마치 누가 더 몸매가 좋은지 비교를 하고 있는 것처럼 길드원과 대원들의 시선을 어지럽혔다.

1주일 동안의 지옥훈련에서 발군의 능력을 보여준 성유나와는 달리 나름 큰 고생을 했던 금소희는 왼팔에 원형의 작은 방패를, 오른팔에는 작은 메이스를 틀고 있었는데 걸어가면서도 이리저리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니 확실히 연습벌레 같았다.

성유나는 숲의 요정 다이애나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등에 활과 화살통을 매고 허벅지에는 두 개의 단도를 걸어 놓았다. 전형적인 레인저의 무장이었다.

성유나의 등에 있는 활과 화살통을 보자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사흘 전, 그는 소울넷에서 명궁(名弓)으로 이름 높은 엘븐 행성의 문라이트 왕국의 보우마스터인 로빈의 ‘사일런트 신궁(神弓)’을 중급 영혼체험을 통해 습득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활쏘기에 재능이 전혀 없었던 소울은 중급 영혼체험을 통해 배운 로빈의 ‘사일런트 신궁’을 통해 단번에 꽤 쓸 만한 궁수로 변모했다.

로빈 스스로도 사일런트 신궁을 완전히 마스터하지 못해 스스로도 신궁(神弓)의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는 것처럼 그가 익히고 있는 사일런트 신궁의 깊이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고도 깊었다.

하지만 소울은 꼭 명궁이나 신궁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활쏘기를 배운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중급 영혼체험을 통해 자신에게 없는 재능도 배우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을 해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단 활쏘기를 배우고 연습을 시작하자, 동북아시아를 휩쓸고 다녔던 조상들의 한(恨)과 피가 그의 DNA를 각성시키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일반 궁수의 재능에서 벗어나 숙달된 궁수의 단계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대로 계속 활쏘기 연습을 한다면 아마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궁사의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고, 명궁과 신궁으로 불리게 될 날도 어쩌면 오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죽어라고 활쏘기만 연습을 한다면 말이다.

‘전용소음기가 달린 명품 수제 대물저격총이 있는데 굳이 내가 활쏘기의 달인이 될 필요는 없지. 궁수는 좀 그렇고 궁사의 단계까지만 올라갈 정도로 활쏘기 연습을 하도록 하자.’

문라이트 왕국의 보우마스터인 로빈이 들었다면 당장 엘븐 행성을 떠나 그의 멱살을 잡으러올지 모를 망령된 생각을 하고 있는 소울이다.

-마스터, 곧 목표지점에 도착합니다.

소울의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통해 나인권 정보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와 아직 조우는 하지 않았죠?”

-아직 전투를 시작한 팀은 없습니다.

“그럼 계획대로 1캠프 서쪽 5km 지점에서 반원형으로 퍼져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세요.”

-네, 마스터!

“진형이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면 적절히 개입하셔서 잘 조율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나인권 정보부장은 자신의 가슴에 걸어놓은 휴대용 미니 통제장치를 이용해서 서머너즈 길드의 각 팀에게 영역을 할당하고 몬스터 사냥을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느긋하게 걸어가던 10개 팀들은 모두 작은 부챗살 모양으로 포메이션을 바꾸더니 전방으로 4개의 파티를 보내고 1개의 파티가 대기하는 방식으로 진형을 짰다.

-마스터, 몬스터 사냥이 시작됐습니다.

“무인기를 주변으로 더욱 넓게 펼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세요.”

-네, 마스터!

드디어 서머너즈 길드의 몬스터 사냥이 시작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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