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26화 (226/492)
  • 00226  제 57 장 - 소환 출진(出陣)  =========================================================================

    ‘이거 들어오는 생기가 굉장히 많네. 여기 200명이 모두 금소희와 성유나 같이 생기를 넘겨준다면 만만치 않은 양이 되겠는데?’

    안 그래도 가족들 때문에 좀 무리해서 사용한 내단의 기운을 어떻게 보충할까 생각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고, 이렇게 빨리, 이렇게 순도가 높은 대량의 생기를 얻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여배우와 최고의 인기 여자 아이돌이 서슴없이 소울과 서머너즈 길드에 충성을 맹세하자 장내는 곧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마스터를 대신하여 제가 호명하는 분만 원형의 단상으로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단상 앞으로 마이크를 들고 황금보 홍보부장이 나타났다.

    그는 정중하게 소울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원형의 단상 앞으로 나가 리스트에 있는 이름을 하나씩 부르기 시작했다.

    “박사준, 박우천, 송준기, 김민호, 이종석, 강우빈, 강수현, 이상 일곱 분의 소환식이 있겠습니다. 다음은 로날도, 아키라. 슈마허, 우드라, 로이, 가넷, 오닐입니다. 미리 앞으로 나와서 대기해주세요.”

    그때부터 원형의 단상에 준비된 접시의 숨겨진 소환마법진이 새겨진 은판에서 속속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소환식이 시작되기 전에 소울이 ‘능력 & 잠재능력 확인’ 스킬로 소환식에 참석한 F급 소환계 능력자들을 모두 한차례씩 확인을 해줬다.

    소울의 조언대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소환수를 염원한 이들은 일생일대의 소원인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고, 크게 감동해서 소울과 서머너즈 길드에 진심으로 충성을 맹세했다.

    다들 길드가입과 관련한 서류에 서명을 한 상태라 장기계약으로 묶여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신이 소환한 정령의 이름으로 맹세를 한 순간 굳이 소울과 길드를 배반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만큼 오늘 연출한 소환식의 임팩트가 크고 강렬했던 것이다.

    소환식은 시계의 톱니바퀴가 착착 맞아서 돌아가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됐다.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소환수를 소환하고 충성을 맹세하자 3시간이 넘게 흘렀다.

    서머너즈 길드의 일원이 된 이들은 자신이 소환한 소환수들과 교감을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했다.

    소울은 비록 3시간 동안 단상 위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묵묵히 서있느라 지치긴 했지만 그들의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어느새 그의 옆으로 올라온 금소희와 성유나는 마치 뭐든지 달라면 다 줄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금소희와 성유나가 이제 같은 길드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는 가슴이 뿌듯해졌다.

    ‘이제야 어디 가서 마스터 소리를 들어도 스스로 떳떳해질 수 있겠구나.’

    그렇다. 지금 이 순간, 소울은 단번에 길드원 200명을 거느린 중형 길드의 마스터가 됐다. 그리고 서머너즈 길드는 앞으로 폭발적으로 세를 불려나갈 것이다.

    특히 이들이 소환수를 소환해서 몬스터 필드로 데려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순간, 아마 세계 각국에 있는 F급 소환계 능력자들의 서울 러시가 시작될 지도 모른다.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

    누군가 부르짖기 시작한 구호가 서머너즈 길드 실내연무장을 다시 가득 채웠다. 함성은 더 이상 실내연무장에만 갇혀있지 않고 어느새 밖으로 점점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들의 함성이 세상에 널리 울려 퍼지게 될 그날을 위해 오늘의 이 뜻깊은 소환식을 잊지 말고 기억해야할 것이다.

    * * * * *

    강남필드 동남쪽에 위치한 세곡중학교 근처에 새로운 관문이 만들어졌다.

    서울특별시 강남구 세곡동과 자곡동 일부가 ‘능력자 특별지구’로 선정이 되자 3대 대형 길드, 7대 중대형 길드, 7대 재벌 길드 전부가 이곳으로 길드의 본부를 이전하는 바람에 길드 전용 출입구로 급히 관문을 하나 더 만든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강남필드 남쪽 관문과 동쪽 관문의 활용도가 많이 줄어들어 나중에는 파리를 날리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을 호령하는 377길드의 요구를 안 들어 줄 수도 없었다.

    일부 능력자들은 377길드에 대한 특혜라며 새로 만든 관문을 ‘강남필드 하이패스’라고 비꼬아 부리기도 했다. 물론 그들은 이 말이 나중에 이 관문을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서 영원히 사용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한 말이었다.

    이 관문은 377길드의 길드원만이 출입할 수 있는 관문은 아니다. 능력자라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관문이었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밤새 내린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에 새로운 관문의 문이 양쪽으로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좀 빨리 못 열어? 왜 이렇게 굼뜬 거야?”

    “지금 열고 있는 거 안보여요?”

    가슴에 포효하는 불곰의 머리가 그려진 검은 전투슈트에 위장복을 걸치고 소음기가 달린 저격소총으로 완전 무장한 백오십여 명의 사내들이 거친 눈빛으로 쳐다보자 관문을 지키고 있는 능력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이윽고 관문의 문이 활짝 열리자 기다리고 있던 그들이 일제히 앞으로 뛰어 나가더니 방사형으로 퍼져나갔다.

    뒤이어 줄줄이 대기하고 있던 소형전술차 10대와 중형전술차 10대가 달려갔다.

    부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웅…….

    관문을 지키고 있는 능력자 하나가 강남필드 하이패스 수문장에게 물었다.

    “아니 저 사람들은 누군데 저렇게 새벽부터 마치 몬스터들과 전쟁을 할 것처럼 난립니까?”

    “서머너즈 길드에서 공문 보내온 것 못 봤어?”

    “아! 서머너즈 길드!”

    그제야 이해가 갔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영웅으로 인기가 높다는 능력자가 만든 길드라는 것을 그도 뉴스를 통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거 군용차량 아닙니까?”

    “맞아. 소형전술차와 중형전술차야.”

    “능력자들이 그런데 왜 저걸 타고 들어갑니까?”

    “그걸 낸들 아나? 그냥 필요하니까 가지고 들어갔겠지.”

    투덜거리면서 말했지만 사실 수문장도 의문이 들긴 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던 간에 서머너즈 길드가 동원한 전술차량들은 대로를 따라 빠르게 안쪽으로 달려갔다.

    최근에 능력자협회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강남필드 안의 중요한 몇 개의 대로를 뚫어 놓았기 때문에, 예전에는 이곳까지 오려면 밀림을 헤치면서 들어가야 하던 것을 이제는 차량을 타고 편하게 들어올 수 있게 됐다.

    대로의 끝에 도착하자 능력자협회와 대형 길드가 연합해서 만들어 놓은 캠프가 보였다. 역시 중장비를 동원해서 작은 요새처럼 만들어 놓았는데 그들이 도착하자 캠프의 관리자들이 안에서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부우우웅 끼이익 끼이익 끼익…….

    한쪽에 만들어 놓은 주차장을 서머너즈 길드의 전술차량들이 꽉 채워버리자 관리자들이 밖으로 튀어나오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경을 했다.

    소형전술차와 중형전술차의 문이 일제히 열리자 안에서 검은색의 능력자 전용 전투슈트를 입은 수백 명의 능력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중앙의 공터로 이동하더니 각각 자신의 팀과 파티를 찾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소형전술차의 문이 열리자 역시 같은 검은 색의 능력자 전용 전투슈트에 붉은 망토를 걸친 사내가 한 명 내렸다.

    그가 밖으로 나오자 부산하게 움직이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동작을 일제히 멈추더니 오른손을 하늘 높이 쳐들었다.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서머너즈에 영광을! 마스터에게 충성을!”

    …….

    캠프를 뒤흔들 것 같은 함성소리에 관리자들은 깜짝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떡 벌렸다.

    “그만!”

    소울은 관리자들이 더 놀랐다가는 나중에 히틀러가 부활했다는 헛소문이 생길까봐 즉시 한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곳은 전장(戰場)이다. 더 이상 소리를 내지 말고 길드 인사는 약식으로 한다. 이상!”

    “네, 마스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백 명의 능력자들이 한 목소리로 일제히 대답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왼쪽 가슴을 두 번 탕탕 쳤다.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가슴을 두 번 탕탕 치는 것이 서머너즈 길드가 만들어낸 약식 길드 인사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을 막아보려는 소울의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기도 했다.

    “마스터!”

    “김 사장님, 이제 시작이네요.”

    소울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일반인들에 비해 강도가 몇 배는 높은 훈련이었습니다. 다들 잘할 겁니다.”

    “그 노력의 결실을 오늘 좀 봤으면 좋겠네요.”

    “당연히 그렇게 될 것입니다.”

    김영신 사장은 소울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1주일 동안 200여명의 F급 소환계 능력자들에게 지옥훈련을 시키느라 그도 살이 5kg은 빠져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백골부대로 유명한 예전의 육군 제3보병사단장으로 있을 때의 몸과 마음으로 돌아온 것 같이 심신이 가벼워져 있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영업부에서 영입한 인재들은 얼마나 되죠?”

    “현재 3보병사단과 특수부대 출신으로 150명입니다. 박정일, 서이진, 조중삼 영업부장들이 각각 50명씩 데리고 행군해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원출동이라지요?”

    “그렇습니다.”

    소울은 김영신 사장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이제야 캠프의 입구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백오십여명의 소울 디펜스 영업부 대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색 전투슈트 위에 녹색의 위장복을 입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감히 달려드는 몬스터들은 없었는지 낙오자 없이 무사하게 도착했다.

    “마스터!”

    박정일 소울 디펜스 영업 1부장이 소울을 발견하자 다가와 경례를 했다.

    소울이 같이 경례를 하고 손을 내리자 박정일은 그제야 자신도 손을 내렸다.

    그의 뒤를 따라 서이진 영업 2부장과 조중삼 영업 3부장이 다가와 차례로 경례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강남필드에 들어와 보니 어떻습니까?”

    “뭔가 으스스합니다. 분명히 몬스터들이 숲속에서 우리를 보았는데도 불구하고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으니 등골에 식은땀이 절로 났습니다.”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무장을 한 백오십 명의 대원들이면 어지간한 몬스터는 공격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산산조각으로 박살날 겁니다. 그렇게 엄살 부리지 않아도 되요.”

    “하하하, 이거 들켜버렸네요.”

    박정일 영업 1부장이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뒤로 두보환이 다가왔다.

    “마스터, 사장님, 몬스터 사냥을 시작할 준비가 끝났습니다.”

    “두보환 보안부장!”

    소울은 자신과 김영신에게 경례를 붙이는 두보환에게 경례를 해줬다.

    두보환의 안내로 중형전술차로 향하자 안에서 문을 열어줬다.

    중형전술차 안으로 들어가자 제일먼저 수십 개의 대형 LED 모니터가 벽에 빽빽이 붙어 있었다. 의자에 앉은 20여명의 요원들이 조이스틱처럼 생긴 것을 가지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자 소울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파방해, 전자기 왜곡현상은 심하지 않습니까?”

    “이번에 미국에서 들여온 신형 통신·감시 장비를 써서 그런지 전과 같이 먹통이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차원의 균열 안으로 더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아직은 100% 확신하기는 이릅니다.”

    두보환은 좀 부정적으로 얘기했지만 표정은 상당히 고무된 것 같았다.

    몬스터 필드 안으로 들어가면 전파방해나 전자기 왜곡현상이 심해서 아무리 강력한 전파를 쏴도 그리 멀리가지 않았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 나무 위에 중계기를 설치하는 것인데 원숭이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일부러 그러는지 장난을 치느라 그러는지 모르지만 몽땅 망가뜨려 놓아서 최근에는 중계기 설치를 아예 포기한 상태였다.

    “군용장비는 사실 미국을 따라갈 나라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 몬스터 장비의 수준까지 격차가 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그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겁니다. 미국은 기초과학이 착실하게 쌓여 있는 나라니까요. 그래서 뭐를 해도 원천기술을 잘도 만들어 내지 않습니까?”

    “미국의 앞선 과학기술이 실은 51구역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하하, 그런 루머가 많이 돌긴 돌았죠. 그런 황당한 얘기보다 현실적으로 살펴보죠. 가까운 섬나라만 봐도 23명의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과학계가 20명이나 된다고 하더군요. 20~30년 동안 한 가지 과제를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인내의 과정이 없으면 이런 성과는 불가능합니다. 또한 기초과학이 없는 토대에서 무슨 과학기술강국을 꿈꾼단 말입니까?”

    “하긴 10년 앞도 못 내다보는 무능한 정부로 인해 아직도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네 마네 하면서 시간만 잡아먹고 있지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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