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24화 (224/492)

00224  제 56 장 - 아티펙트  =========================================================================

“당장 이 자리에서 보여드릴게요. 엄마와 소현이는 저기 소파에 누워보세요.”

“알았다.”

“오케이.”

김혜진과 소현은 소울의 말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고 소파에 누웠다.

“나도 누울까?”

이대산은 그녀들이 조금 부러웠는지 자신도 그 대열에 슬그머니 합류를 하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소울은 아버지의 움직임을 작은 속삭임만으로 원천봉쇄했다.

“아니에요. 아버지는 소망이를 데리고 부엌으로 들어가 계세요. 제가 정력에 끝내주게 좋은 것을 구해왔어요.”

“그게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제가 고개 숙인 남자의 한을 풀어드리겠습니다.”

“크흠, 그거 확실한 거지?”

“이건 이미 제가 테스트를 해봐서 잘 알아요. 확실합니다.”

“그으래?”

이대산은 정력에 좋은 것을 가져왔다는 그의 말에 소망을 데리고 얼른 부엌으로 향했다. 두 남자가 거실에서 사라지자 소울은 거실 소파로 다가가 김혜진과 소현을 향해 양쪽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윙크를 했다.

“그냥 한숨 푹 주무신다고 생각하세요. 일어나 보면 아마 신세계가 열려 있을 거예요.”

“알겠다. 우리 장남이 그렇다면 그렇겠지.”

“오빠, 혹시 부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하하, 별 걱정을 다 하네. 이미 여기 오기 전에 생체실험까지 다 해봤어.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뭐 그렇다면야…….”

문득 본의 아니게 생체실험의 대상이 돼야했던 국정현이 생각났다. 하지만 소울은 고개를 치밀고 올라오려는 양심이라는 놈의 대가리를 발로 질끈 밟아 버렸다.

살짝 고개를 흔들어 남은 상념의 잔재까지 털어버린 그는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어머니 김혜진과 소현을 향해 두 팔을 쭉 뻗었다.

“슬립! 슬립!”

슬립 마법에 걸린 모녀가 나란히 소파에 누워 잠에 빠져 들었다. 고개가 옆으로 떨궈지고 몸이 축 늘어지자 그는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이는 지금부터 어머니와 내 동생 소현이의 피부 관리 좀 잘 부탁한다.]

[규!]

까망이가 소울의 간절한 마음을 느꼈는지 걱정 말라는 듯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하지만 국정현의 때와는 달리 소울은 왠지 바로 발을 떨어지지 않았다.

[너 내가 피부 조직도 보여줬지?]

[규!]

[피하조직의 신경, 혈관, 신경섬유 피로 다 풀어주고, 진피의 결합조직과 모세혈관 제대로 살려놔! 표피 손상된 것 다 복구하고 기미, 주근깨, 여드름 제거하고, 주름 다 피고, 모낭 도 좀 살려놔! 그리고……. ]

[규! 규규! 까망이도 다 알아요. 믿으면 복이 온다요. 규우우우우!]

잔소리가 심해지자 까망이는 자신을 못 믿느냐고 항의를 하듯 소울에게 마구 소리쳤다.

[미안! 까망이가 알아서 잘 할 텐데, 내가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 같구나. 그럼 난 까망이만 믿고 부엌에 잠깐 다녀올게.]

[규!]

[참, 랩터킹의 간 좀 꺼내줘!]

[규!]

소울이 손을 내밀자 까망이는 커다란 지퍼팩에 잘 포장되어 있는 랩터킹의 간을 꺼내줬다.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대쪽 손을 까망이를 향해 펴고는 내단의 기운을 듬뿍 뽑아서 건네줬다.

그는 까망이에게 잘하라는 뜻으로 살짝 고개를 위아래로 한번 끄덕여주곤 부엌으로 걸어갔다. 식탁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 남자가 간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절로 미소가 돌았다.

“아버지! 생간 좋아하세요?”

“생간? 소주 한잔할 때 소 생간하고 같이 먹으면 아주 좋지.”

“소망이는 어때?”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대산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생간을 먹는다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소망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티를 팍팍 내며 인상을 썼다.

“이건 생으로 먹을 때 더욱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는 생간으로 드시고, 소망이는 그냥 프라이팬에 구워서 먹도록 해라.”

“그래.”

“응, 난 구워서 먹을게.”

커다란 지퍼팩을 열어 랩터킹의 간을 꺼내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왼손으로 랩터킹의 간을 잡고 오른손으로 식칼을 든 그는 손바닥 크기로 두께를 잘 조절해서 잘랐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잘린 랩터킹의 간을 다시 반으로 잘라서 하나는 얇게 썰어서 접시에 담고, 다른 하나는 프라이팬에 올려놓았다.

남은 커다란 랩터킹의 간 덩어리는 즉시 커다란 지퍼팩에 다시 집어넣고 밀봉했다.

“아버지는 기름장에 찍어 드시면 되죠?”

“그래.”

소울은 참기름과 소금을 섞어 기름장을 만들고 랩터킹의 생간이 담긴 접시에 젓가락을 담아 아버지의 앞에 내려놓았다.

젓가락을 집어 얇게 썰린 랩터킹의 간을 기름장에 찍어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씹어 먹던 이대산은 갑자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좋아했다.

“야아! 이거 무슨 간인지 모르지만 정말 맛이 기가 막힌데?”

“맛도 좋지만 효과가 아주 그만이에요.”

그 말에 이대산은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이 빠르게 젓가락질을 했다.

소망은 그 사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프라이팬 위에 랩터킹의 간을 올려 놓았다. 금세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가 솔솔 피어나자 이대산은 고개를 돌려 프라이팬을 쳐다봤다.

그러자 소울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버지, 이게 사실은 아주 구하기 힘든 영약입니다. 그런데 정량 이상 먹는 것은 효과가 없어요.”

“응, 그렇구나.”

이대산은 그의 말에 마음속으로 소망이가 굽고 있는 것도 조금만 맛을 보고 싶다는 열망을 깨끗이 접었다. 그리고 그저 자신의 앞에 놓인 랩터킹의 생간을 기름장에 열심히 찍어먹었다.

랩터킹의 간이 다 익자 소망은 접시에 담아서 식탁으로 가지고 왔다. 그리고는 마치 스테이크를 먹듯 포크와 나이프로 조금씩 야금야금 썰어먹었다.

“우와, 이거 진짜 맛이 장난이 아닌데?”

“하하하, 하나도 남기지 말고 꼭꼭 싶어 먹어라.”

“오케이.”

소망은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신나게 랩터킹의 간을 다 썰어먹었다.

이대산도 랩터킹의 생간을 기름장에 찍어서 모조리 먹어치우자 곧 뭔가 신호가 오는지 눈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로 내려갔다.

“크흠, 이거 정말 좋은 명약 맞네. 난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마.”

“네, 그러세요.”

소울은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안다는 식으로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대산이 화장실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치 늑대의 울부짖음 같은 한 많은 사내의 기쁨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형, 나도 신호가 온다. 그런데 이거 어떻게 가라앉혀?”

“헉! 그, 그게…….”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어머니가 있어서 문제가 없지만 소망이는 여자 친구 하나 없는 숙맥이었다.

소울은 자신의 머리를 한 대 치며 후회했다. 저건 야동을 보고 손오공을 불러서 해결할 것이 못 된다는 것쯤은 이미 경험해봐서 잘 알고 있었다.

‘큰일이네. 이거 어디 가서 여자를 구해다 줄 수도 없고……. 어떡하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이놈을 그냥 재워버리자.’

소울은 당황한 나머지 일단 급한 불부터 끄기로 했다.

“소망아, 오늘 저녁 소환식 때 사용할 은판은 어디에다 모아놨어?”

“그거? 지하실에 있어. 마나집적진 옆에 차곡차곡 쌓아 놨어.”

“그래 알았다. 일단 넌 잠을 좀 더 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응? 왜?”

“너 산삼 먹고 나면 사람이 깊이 잠을 잔다는 얘기 들어봤지?”

“응.”

“이것도 마찬가지야. 약효를 제대로 받으려면 깊이 자는 게 좋아.”

“그래?”

“내가 도와줄게.”

“응?”

소망이 그를 쳐다보자 뭘 도와주겠다는 것인지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소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지체 없이 그에게 슬립 마법을 걸었다.

“슬립!”

소망이 슬립 마법에 걸려 옆으로 쓰러지자 소울이 번개같이 다가가 얼른 그의 몸을 잡았다. 그는 소망의 몸을 번쩍 들어 그의 방으로 들고 들어가 침대 위에 잘 눕혀놓았다.

“소망아, 미안하다. 형이 어떻게든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볼게.”

이미 소망의 사타구니 사이가 불룩해진 것을 본 소울은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깨닫고 자책했다.

하지만 거실로 돌아온 소울은 화장실에서 이대산이 나오는 것을 보자 갑자기 예전에 자신이 어떻게 단단히 성을 내고 있는 놈을 죽였다가 살렸는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 화장실로 다시 한 번 들어가셔서 강한 의지로 한번 가라앉혀 보세요. 그리고 가라 않으면 다시 의리를 강하게 세워서 살려보세요. 그럼 다시 살아 날거에요.”

“너 지금 나한테 농담하는 것 아니지?”

“전혀요. 저를 믿고 한번만 테스트해보세요.”

“그게 정말 가능할까?”

“저는 가능하던데요.”

“그래? 정말 그런 게 가능하다면 카사노바가 부활한 거나 마찬가지겠다.”

이대산은 소울의 말에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큰소리로 ‘죽어라’ 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그리고 나더니 다시 ‘살아나라’ 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곧 화장실이 떠나갈 듯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듣고 있던 소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이게 정말 나 말고도 다 되는 거구나. 괜히 혼자 놀라고 당황해서 애꿎은 소망이만 슬립 마법으로 재워버렸네? 그냥 죽이고 살리는 방법을 잘 가르쳐주면 됐었을 것을…….’

그는 소망이에게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덜컹!

이대산이 화장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의 표정이 이전과는 달리 과도한 자신감으로 가득한 것이 팍팍 느껴졌다.

소울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은근한 어조로 묻자 소울은 같이 은근한 어조로 답했다.

“아들아, 이거 효과가 얼마나 가냐?”

“제 생각에는 무리만 안하면 거의 반영구적으로 갈 것 같습니다.”

“그래? 푸하하하하하! 아들아! 넌 정말 효자다.”

“뭘 이런 것 가지고 그러세요? 우리가 남입니까? 아버지의 행복이 곧 이 아들의 행복이 아니겠습니까?”

“크크크크, 그래. 맞다. 아무튼 이제 내가 집안에서 큰소리 좀 치고 살 수 있을 것 같구나.”

소울은 고개 숙인 남자에서 당당하게 남자의 자신감을 회복한, 진정한 사내로 돌아온 아버지를 환영하는 뜻으로 격하게 끌어안았다.

“아버지, 이제 파이팅입니다.”

“그래. 고맙다. 장남!”

이대산은 감동으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체면이 있지. 아들 앞에서 차마 눈물을 보일 수는 없어 꾹 참았다.

“영약을 드셨으니 산삼 먹은 것처럼 한숨 푹 주무세요. 그 사이에 제가 피부와 모발 관리를 해드리겠습니다.”

“설마 머리가 새로 나는 것은 아니겠지?”

이대산은 가뭄으로 인해 바싹 말라버려 잡초만 듬성듬성 보이는 밭처럼 초라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유사 이래, 탈모증을 정복한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번 그 불가능의 영역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정말 가능할까?”

“아버지, 제가 방금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소울이 고개를 살짝 아래로 기울이며 말하자 이대산은 금방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는 눈을 커다랗게 만들었다.

“그렇구나. 네가 방금 아버지의 자존심을 회복시켜주는 기적을 보여줬는데도 내가 믿음이 부족했구나. 믿는 자에게 구원이 있다던데…….”

“결코 아버지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안방으로 들어가셔서 한숨 푹 주무세요.”

“알겠다. 그렇게 하마.”

“그리고 절대 어디 가서 이런 소문내시면 안 됩니다. 잘못하면 제가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에서 모발관리사로 전직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응? 그건 아니지. 대한민국의 국민적인 영웅인 내 아들을 모발관리사로 전락시킬 수는 없지. 알았다. 내가 모두에게 단단히 주의를 줘서 입단속을 하도록 하마.”

“고맙습니다. 아버지.”

“아니다. 내가 더 고맙다.”

소울과 이대산은 신파극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며 얘기를 나누다가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운 이대산은 곧바로 잠이 들었다. 소울이 바로 슬립 마법을 걸어줬기 때문이다.

이제 집안에 있는 가족들은 모두 잠에 빠졌다.

그러자 이제 본격적으로 ‘까망이의 타임’이 시작됐다.

까망이는 김혜진, 이소현, 이소망, 이대산을 돌아가며 치유능력을 발휘했다.

소울은 까망이가 가족들의 피부와 모발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내단의 기운을 마구 뽑아냈다. 가족이라는 생각에 정말 아낌없이 퍼부어주고 있는 것이다.

까망이는 결국 내단의 기운을 반이나 소모시킨 소울의 무식한 지원에 힘입어 소울을 제외한 그의 가족 모두의 피부와 모발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보너스로 까망이의 치유능력과 내단의 생기에 오랜 시간 노출된 가족들은 마치 고위 힐러의 힐(heal)이라도 받은 것처럼 육체가 정화되고 생기가 넘쳐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로 인해 일어나게 될 여러 가지 사건들은 약간의 부작용으로 치부해야 할 것이다.

* * * *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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