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23화 (223/492)

00223  제 56 장 - 아티펙트  =========================================================================

“바로 도청방지장치와 보안장치를 가동하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그는 굳이 국정현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창문과 정문에 차단막이 내려오고 도청방지장치가 가동되자 국정현은 그제야 편한 얼굴로 소울을 쳐다봤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 왔어요.”

“네? 그게 뭔데요?”

“두 다리는 뭐가 문제죠?”

“네? 제 다리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힐러가 있는데 왜 고치지를 못하는 거죠?”

국정현은 조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딴에는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내심 잔뜩 호기심을 가지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결국 들려오는 소리는 좀 뚱딴지같은 소리였기 때문이다.

“휴우! 뭐, 마스터가 알고 싶다니 말씀드리지요. 사실은 사고로 두 다리가 거의 절단되다시피 했는데 여러 번의 대수술로 간신히 이어 붙였습니다. 그로인해 신경이 완전히 끊겨져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럼 신경만 연결되면 움직이는 것이 가능합니까?”

“기술적으로는 그렇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힐러도 사람의 신경을 쉽게 잇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뛰고 싶은 것 맞죠?”

“당연하지요. 뛰고 싶고, 아니 걷기라도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알았어요. 슬립!”

소울은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곧바로 국정현에게 슬립 마법을 걸었다.

국정현이 깊은 잠에 빠져 고개가 뒤로 넘어가자 소울은 그의 몸을 받아 들더니 회의실의 크고 기다란 탁자 위에 가지런히 눕혔다.

[까망아, 우리가 하는 얘기 다 들었지?]

[규!]

[너도 알다시피 국정현 아저씨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야. 그러니 치료해주는 것이 당연하겠지?]

[규!]

까망이가 그렇다고 대답을 하자 소울은 국정현의 다리 쪽으로 이동하더니 손으로 그의 왼쪽 다리를 만져봤다.

[까망아, 너는 물의 정령 운디네를 흡수하면서 능력까지 흡수했어. 또 D급 소환수로 승급한 상태라 물의 정령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또한, 넌 국정현 아저씨의 몸 안으로 들어가서 끊어진 두 신경도 재생해서 이을 수 있을 거야. 맞지?]

[규!]

까망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소울은 그동안 가능성으로만 열어두었던 실험을 드디어 직접 해보기로 했다.

그것은 까망이가 가지고 있는 치유능력, 특히 반정령인 상태에서 사람의 몸 안으로 들어가 꼭 필요한 부분만을 정밀하게 잇거나 제거하고 괴사한 부분을 재생하고 회복시킬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어차피 못 걷는 사람이었으니 큰 부담은 없었다.

최소한 소울은 국정현에게 나름 최선을 다했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무지하게 말랐네. 하긴 두 다리를 못 쓴지 꽤 됐으니 이렇게 다리가 마른 것이 어쩌면 당연하겠지. 신경을 잇기 전에 먼저 다리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야 하나?’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곧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그는 먼저 그의 구두와 양말을 벗기고 바지를 무릎 위로 걷어 올렸다.

[까망아, 먼저 신경을 잇기에 앞서 국정현 아저씨의 두 다리의 뼈와 근육을 좀 치료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규!]

[자, 그럼 시작하자.]

[규! 규규!]

까망이는 소울과 같이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특히 이렇게 소울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에 참여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까망이는 국정현의 왼쪽 다리 위로 뛰어 내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성게처럼 튀어난 촉수를 있는 데로 잔뜩 꺼내 늘이더니 그의 왼발, 특히 발끝에서 무릎 한 뼘 위까지 촘촘히 박아대기 시작했다. 아니 소울의 눈에 촉수를 박아대는 것처럼 보였다.

반정령의 상태로 하는 행동이기에 사람의 눈에 보일 리 없다.

소울에게 보이는 것은 그가 까망이의 주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까망이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물리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촉수로 변신해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박아댈 수도 있었다.

[까망아, 어때?]

[규우! 신경 끊어졌어요. 다리 약해요.]

[그래. 아마 그럴 거야. 일단 신경은 좀 있다가 잇도록 하고 다리의 뼈와 근육부터 치료하자.]

[규!]

소울의 말에 잘도 대답을 한 까망이는 즉시 치유능력을 이용해 국정현의 다리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운디네가 가지고 있는 물의 정령 고유의 치유능력은 까망이에게 흡수됐고, 까망이가 반쪽짜리 F급 소환수에서 D급 소환수로 급성장하자 그에 따라 치유능력도 크게 성장하며 까망이의 특성에 맞게 진화됐다.

까망이가 치유능력을 제대로 쓰기 시작하자 국정현의 두 다리가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마치 말라버린 고목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며 생기를 되찾아가는 현상과 비슷해보였다.

근육이 자라고 살이 차오르고 끊어진 핏줄들이 이어지고 모세혈관들이 빠르게 살아나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나한테 자기 다리 치료해달라고 줄을 설 사람이 넘쳐나겠구나.’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물론 그의 상상속의 사람들은 모두 돈 많은 갑부들이었기에 얼마든지 거액을 쾌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까망이의 치유능력에도 전혀 단점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어떻게 시간을 좀 단축할 방법은 없을까? 하고 생각을 하는 순간, 그의 뇌리로 자신의 내단의 기운이 번갯불처럼 스쳐갔다.

‘그래 내단이 가지고 있는 기운이라면 좀 도움이 될 거야.’

소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단에 의지를 집중시켜 기운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 기운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뽑아 까망이에게 넘겼다.

[까망아, 이 기운과 함께 치료해봐!]

[규!]

까망이는 소울이 건네주는 기운을 받자 힘이 나는 지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국정현의 다리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얼핏 눈으로 보기에도 아까보다 최소 10배는 더 빨라진 속도였다.

소울은 처음부터 자신의 내단의 기운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많이 뽑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적은 기운으로도 얼마든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까망아, 이제 오른쪽 다리를 치료하자.]

[규!]

까망이는 신이 나서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로 옮겨가 치료를 시작했다.

확실히 한번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아까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속도로 국정현의 오른쪽 다리를 치료했다.

뼈가 단단해지고 근육과 살이 부풀어 오르듯 올라왔다. 다리 피부가 뽀얗게 변하고 핏줄이 눈에 보일정도로 투명해졌다.

소울은 국정현의 다리를 굳이 무쇠다리로 만들 생각이 없었기에 멀쩡한 일반 성인의 다리 정도까지만 뼈와 근육을 치료했다.

[자,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두 다리의 끊어진 신경을 잇는 작업을 하도록 하자.]

[규!]

이번에는 까망이도 신중하게 작업을 하려는지 촉수를 빼지 않고 직접 무릎 안으로 들어가 끊어진 신경을 찾아냈다.

[규! 기운이 필요해요. 기운을 줘요.]

[기운? 아까 나눠줬던 그 생기 말이야?]

[규! 규규! 생기? 맞아요. 생기를 주세요.]

[좋아.]

소울은 까망이의 요구대로 내단의 기운을 손가락을 통해 까망이에게 전달했다.

그러자 까망이는 아까보다도 훨씬 적은 기운만 가져가 미량의 기운을 가늘게 실처럼 뽑아 썼다.

그러더니 툭툭 끊어진 국정현의 다리의 신경망에 집어넣고는 치유능력을 사용해서 이어 붙이려고 노력했다.

놀랍게도 국정현의 다리의 끊어진 신경이 소울의 생기와 까망이의 치유능력에 의해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신경이 쑥쑥 자라나서 끊어진 신경을 알아서 찾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무릎과 종아리에 끊어진 신경망이 하나로 이어졌다.

그러자 이내 괴사했던 잔신경들이 몸에 뿌리를 내리듯 왼쪽 다리 아래 전체로 퍼져나갔다.

왼쪽 다리의 신경이 이어지자 이번에는 같은 방식으로 오른쪽 다리의 신경을 잇기 시작했다. 역시 왼쪽 다리에서 노하우를 얻어서 그런지 빠른 속도로 오른쪽 다리의 신경도 이을 수 있었다.

이제 겉으로 보기에 국정현의 두 다리는 멀쩡했다.

‘가만 그런데 신경이 이어졌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하지. 간지럽혀볼까? 아! 무릎반사 테스트를 한번 해볼까?’

무릎반사는 슬개건 반사라고도 하는데 무릎을 직각으로 굽혀 놓고 무릎 아래의 다리가 자유롭게 흔들리는 상태에서 무릎 뼈 아래쪽 가장자리 부분을 고무달린 나무망치 같은 것으로 가볍게 두들기면 무릎 아래쪽 다리가 앞쪽으로 튕겨 나가듯이 일어나는 반사작용을 말한다.

소울은 국정현을 부축해서 일으킨 훈 회의실 테이블 끝에 무릎 아래쪽을 걸쳐 놓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주먹으로 무릎 뼈(슬개골) 아래쪽 바로 밑 부분에 있는 슬개건을 격타했다.

그러자 마치 앞에 축구공이라도 놓여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국정현은 다리를 앞쪽으로 내질렀다.

양쪽 다리를 몇 번이나 확인해보던 소울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이것으로 정말 신경이 이어졌는지 어떻게 알지? 그냥 깨우는 것이 낫겠다.’

소울은 자신이 뻘 짓을 했다는 것을 알고는 국정현을 다시 회의실 테이블 위에 눕혔다. 그리고는 그의 뺨을 때려서 깨웠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슬립 마법을 걸어서 그런지 쉽게 깨어나지 않았다.

얼굴에 찬물을 부어서 깨우려던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아직 실험할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쪽 테이블 위에 컵을 내려놓았다.

[까망아, 이번에는 국정현 아저씨의 얼굴 피부와 탈모를 고쳐보도록 하자.]

[규!]

[일단 국정현 아저씨의 왼쪽 얼굴 반만 해보도록 하자.]

[규!]

소울의 명령에 까망은 즉시 국정현의 얼굴 위로 올라가 자신의 몸을 설렁설렁 흔들면서 돌아다녔다.

그러자 놀랍게도 국정현의 얼굴에 핀 검버섯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지더니 착색된 피부가 조금씩 뽀얗게 되살아났다.

기미와 주근깨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자 국정현이 가지고 있던 원래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뭐야? 원래 이렇게 잘생겼었어? 이제 보니 굉장한 미남이었네?’

소울은 국정현이 이렇게 미남일지 몰랐다.

그는 신기한 마음에 국정현의 얼굴을 만져보고 꼬집어보고 당겨보며 확인을 했다.

[까망아, 오른쪽마저 해라.]

[규!]

피부를 회복시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지 소울에게 생기를 달라고 하는 소리도 하지 않고 까망이는 빠르게 한쪽 얼굴을 회복시켰다.

얼굴을 회복시키고 보니 목의 주름이 보여 그것도 피고 이마의 주름까지 서비스해줬다.

[이번에는 소갈머리가 없는 국정현 아저씨의 머리카락 재생이다.]

[규!]

까망이가 국정현의 머리카락 속으로 사라졌다.

소울은 자신이 말하고도 우스워서 혼자 킥킥대며 자리를 옮겼다.

신기하게도 국정현의 정수리 부분에서 까만 머리카락이 솟구치고 있었다.

‘우와, 이거 제대로 하면 돈 좀 만지겠는데? 아니다. 굳이 내가 이런 짓까지 해가면서 돈을 벌 필요는 없지.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나 해드려야지.’

소울은 까망이가 힐러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상처 치유능력 대신 이렇게 독특하게 특화된 치유능력으로 진화된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까망아, 수고했어!]

[규! 규규!]

소울은 까망이를 들어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만져주면서 마구 칭찬을 해줬다.

그러자 그의 칭찬에 까망이는 좋아서 죽을 것 같이 흐물거렸다.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소울은 굳이 국정현을 깨우지 않고 그냥 좀 자게 내버려뒀다.

아무래도 요즘 과로를 많이 했으니 이렇게 한 숨 푹 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회의실 문을 열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나중에 국정현이 깨어나 등이 배길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그는 부지런히 발을 놀려 서머너즈 길드를 빠져 나갔다.

산으로 들어오자 그는 곧바로 집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의 피부 관리와 모발을 관리해 드리고 싶어서였다.

소울은 자신의 집 뒷문에 도착하자 마음이 급해서 그런지 그냥 훌쩍 뛰어 넘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그가 온 것을 알아챘는지 푸티나가 허겁지겁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푸티나, 잠시 대기해라.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

[꾸이이잉!]

푸티나는 소울의 머릿속으로 애처롭게 울어댔다. 하지만 소울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어머니, 좀 나와 보세요.”

“응? 뭐냐?”

“왜 그래?”

“오빠, 뭐야?”

“형, 무슨 일이야?”

아버지와 어머니만 불렀는데 모든 식구가 집에 다 있었는지 일제히 거실로 우르르 몰려나왔다.

“제가 이번에 제 소환수의 특별한 능력을 개화시켰어요.”

“엥? 그게 뭐야?”

“바로 피부를 어린아이처럼 뽀얗게 바꿔주고, 기미와 주근깨를 없애주는 것은 물론이고, 주름까지 펴주는 거예요.”

“그게 정말이냐?”

“오빠, 그 말 진짜야?”

역시 피부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어머니인 김혜진 여사와 여동생 소현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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