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22화 (222/492)

00222  제 56 장 - 아티펙트  =========================================================================

크리스털 볼륨의 원형테이블 좌석에 도로 앉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과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을 비롯해 국방장관 태공명 등이 몰려들었다.

그러자 곧 7대 재벌의 총수들이 그를 찾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백두원 협회장과 지동현 청장 그리고 국방장관 태공명을 찾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소울도 그들과 안면을 익히게 되었으니 그를 찾아온 셈이 됐다.

산성그룹 이건곤

미래그룹 정중앙

신경그룹 최신경

엔지그룹 구본승

포스칸그룹 권오양

로테그룹 신빈주

한징그룹 조대양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금력을 휘두르는 일곱 명의 늙은 구렁이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되자 소울은 절로 긴장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러나 겉으로는 겸손하고 착해서 뭐든지 달라면 다 해줄 것 같은 선한 이미지로 포장한 채 그들을 하나씩 상대했다.

“이번에 해주로 간다던데? 고생이 많겠어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많은 일을 해주세요.”

“내게 예쁜 손녀가 하나있는데 나중에 한번 자리를 마련합시다.”

“생체실드 중화탄은 언제 대량생산이 가능한가요? 그리고 가격은 얼마까지 떨어지게 될 것 같습니까?”

“우리에게 총판을 맡겨주면 이번에 아주 돈방석에 앉게 해드리죠.”

“얼굴을 보니 영웅의 상이 맞네요. 제 자식이 길드를 하나 운영하고 있는데 같이 한번 만나보시는 게 좋겠어요.”

“유 박사와 함께 일한다는 얘기를 들었소. 참 이렇게 인연이 깊을 줄은 몰랐소.”

각양각색의 저마다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를 상대하는 7대 재벌의 총수들에게 소울은 뭐라고 상대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말을 아꼈다.

그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는 영광이라는 표정으로 악수를 했을 뿐이다.

그렇게 소울은 그때부터 밤이 늦을 때까지 모르는 사람들과 손가락에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 악수를 하고 허리가 부서지도록 숙여대며 인사를 해야 했다.

체력적으로는 조금도 힘들지 않았지만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한 일이다.

그는 정일용이 옆에서 내미는 온갖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맛보며 간신히 자선모금파티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다시는 이런 피곤한 파티에 오지 말아야지. 차라리 몬스터와 싸우는 것이 더 쉽고 편하겠어.’

소울은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역시 자신과는 아직 뭔가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유정아가 리무진을 남겨놓고 사라진 덕에, 소울과 정일용은 길게 자리에 누워 집에 도착할 때까지 퀭한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다.

* * * * *

서머너즈 길드의 모든 경비는 서머너즈 길드 산하의 ‘소울 디펜스’에서 전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 자체가 능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실 외부에서 침입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소울 디펜스에서도 경비원을 채용할 때 일반인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서머너즈 길드에 가입한 길드원 중 필요에 따라 일부를 차출해서 길드의 경비를 지원해주고 있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당연히 그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서머너즈 길드의 경비 자체도 사람의 힘으로만 하고 있지 않다.

소울 디펜스의 감시센터에서는 최첨단의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여 서머너즈 길드의 높은 담은 물론이고 본관과 길드 내의 각 건물, 심지어는 공중과 땅속까지 온갖 첨단장비를 동원하여 경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경비가 철저한 서머너즈 길드 내에서도 최강의 경비시스템을 집중 운영하는 곳이 한곳 있었다. 그곳은 서머너즈 길드 본관 옆에 있는 3층짜리 건물이다.

‘소망공작실’이라고 떡 하니 현판까지 달려있는 이곳은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인 소울의 쌍둥이 동생 중 하나인 소망의 작업실로 알려져 있었는데 서머너즈 길드원들조차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길드 내의 금지(禁地) 중 하나다.

소망공작실 건물은 지상 3층, 지하1층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지하2층이 따로 존재했다. 지하2층은 소울과 쌍둥이 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비밀공작실이다.

그들은 왜 굳이 길드원조차 모르게 이렇게 지하2층에 비밀스럽게 공작실을 차려놓았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이야 말로 소울이 소울넷을 통해 얻은 각종 마법진을 소망과 같이 연구 & 제작, 테스트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소망공작실의 지하2층에 있는 비밀공작실은 가로 X 세로의 길이가 30m X 30m로 제법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사방에는 선반, 터릿선반, 밀링머신, 보링머신, 드릴링머신, 연삭기, 셰이퍼, 플레이너, 슬로터, 브로칭머신, 기어절삭기, 나사절삭기 등 각종 최고급 공작기계와 금형과 사출기계 등까지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물론 그것만이 이곳을 채우고 있는 전부는 아니다.

전자동으로 움직이는 최첨단 초정밀기계가공(superprecision machine) 로봇과 초미세박막가공정밀기계들이 독일과 일본에서 비밀리에 수입되어 들어와 이곳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아마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 비밀리에 들여온 슈퍼컴퓨터와 초대형 3D프린터, 종래의 공작기계에서는 가공이 불가능했던 경질재료(硬質材料)나 6각형·7각형과 같은 복잡한 모양의 가공도 쉽게 할 수 있는 방전(放電)가공기, 초음파가공기까지 존재했다.

물론 이런 최고급 공작기계와 초정밀가공 로봇 등을 욕심껏 사서 들여놓느라 군장산에서 고생하며 잡은 랩터의 사체 대금 250억 원이 통째로 날아갔다는 것은 길드의 여담에도 끼지 못했다.

위이이이잉!

촤라라라랑!

비밀공작실 안은 지금 소망이 한창 작업 중이다. 깎고 갈리는 소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커다란 공작실 한가운데서 소울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소망을 멍 때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소망은 자신이 가공한 물건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작업결과에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옆으로 이동했다.

초정밀기계가공로봇을 연 그는 물건을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러자 곧 슈퍼컴퓨터를 통해 미리 준비해 놓은 작업이 차례대로 자동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업이 끝나자 물건은 저절로 바깥으로 나왔다.

소망은 세밀하게 작업이 잘 진행됐는지 거듭 확인했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자, 마지막으로 초미세박막가공 정밀기계를 이용해 남은 몇 가지의 작업을 추가한 뒤에야 소울의 앞으로 돌아왔다.

“형! 다 됐어.”

소망은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장비했던 안전복, 안전모, 안전띠, 안전화, 보호 장갑, 보호 안경, 보호 앞치마 등 온갖 안전보호구(安全保護具)를 차례로 벗기 시작했다.

그제야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소울이 벌떡 일어났다.

“진짜 다 끝난 거야?”

“응, 형이 말하고 그려준 그대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제작한 거야. 받아!”

“응, 고맙다. 그리고 수고했다.”

소울은 소망이가 건네주는 타이타늄 팔찌 두 개를 받으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분명히 거의 다 됐다고 해서 새벽같이 와서 기다렸는데 알고 보니 소울이 생각하는 ‘거의’의 의미와 소망이가 생각하는 ‘거의’의 의미는 많이 달랐던 모양이다.

지루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그는 결국 원하던 것을 손에 넣고야 말았다.

타이타늄 팔찌(version 2.0)

전에 그리스 마법진을 인챈트해서 만든 타이타늄 팔찌는 녹여서 없애버리고, 새롭게 버전(version)을 업그레이드해서 만든 타이타늄 마법 팔찌였다.

이번에는 손목보호대처럼 사용하기 위해 조금 더 넓게 펴서 실용성을 갖추고, 그리스 마법진뿐만 아니라 슬립 마법진, 실드 마법진, 강화 마법진까지 인챈트 했다.

거기에다 자동으로 대상의 손목에 맞춰서 사이즈를 늘이고 줄이는 자동크기맞춤 마법진과 주인인식 마법진까지 추가했다.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마법 아티펙트라고 당당히 말해도 될 정도의 마법 아이템이 된 것이다. 물론 아직 인챈트 된 마법이 1~3 서클의 하급마법 일색이라 앞으로 갈 길이 멀긴 했다.

“형! 뭐하고 있어. 얼른 활성화 시키지 않고?”

“아! 그렇지. 잠깐만.”

소울은 타이타늄 팔찌 하나를 오른 손으로 잡고 즉시 아티펙트를 활성화 시키는 시동어를 외쳤다.

“להפעיל חפץ(아티펙트 활성화)!”

웅!

뭔가 가볍고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공명음이 들리자 그의 오른 손에 들린 타이타늄 팔찌에서 푸른빛이 한차례 일렁이다가 사라졌다.

“성공이야?”

“그런 것 같아. 한번 테스트해볼까?”

“좋아. 잠깐만.”

소울의 말에 소망은 얼른 머리에 안전모를 쓰고 몸에 안전복을 걸친 후 매트리스를 깔아 놓은 곳으로 이동했다.

“오케이, 준비됐어.”

“그래. 시작한다.”

“응!”

소울은 소망이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타이타늄 팔찌를 잡은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며 그리스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스!”

꽈당!

소울이 그리스 마법을 펼치자마자 소망은 중심을 잃고 벌러덩 뒤로 나자빠졌다.

안전복에 안전모를 쓰고 뒤에 매트리스까지 깔아놓아서 소망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소망은 얼른 안전모를 벗어 버리더니 그에게 달려왔다.

“형! 성공이다. 그렇지?”

“맞아. 대성공이야.”

“그럼 이제 다른 것도 한번 테스트 해봐.”

“여기서 할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나가서 직접 테스트 해볼게.”

“그래? 뭐 실전테스트를 바로 거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소망은 소울의 의견에 바로 찬성했다.

소망의 어깨를 한번 툭 쳐준 소울은 나머지 타이타늄 팔찌 하나도 마저 활성화 시켰다.

“להפעיל חפץ(아티펙트 활성화)!”

웅!

공명음이 들리고 타이타늄 팔찌에서 푸른빛이 한차례 일렁이다 사라졌다.

소울은 타이타늄 안쪽을 살펴보며 소망에게 물어봤다.

“이 안에 들어간 D급 마석도 확실하게 가공했겠지?”

“그건 지난번에 형이 직접 와서 확인했잖아.”

“그때는 그냥 가공된 마석 모양만 확인하고 간 거지. 이렇게 완성된 아티펙트와 결합해서 사용해보진 않았잖아.”

“사실 그건 이제부터 형이 직접 확인해야해. 개당 1억 원이 넘는 D급 마석 2개를 가공해 달라고 해서 해주긴 했는데, 지금도 나는 이 타이타늄 팔찌 안에 D급 마석을 가공해서 기어코 하나씩 박아 넣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뭐 그 이유는 나중에 차차 알게 될 거야.”

소울은 굳이 소망에게 모든 것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았다.

사실 아직 실험을 못해봤기 때문에 자신도 효용성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까망이를 불러서 자신의 손가락에 피를 냈다. 그리고는 두 개의 타이타늄 팔찌의 마법진에 묻혔다.

웅웅!

두 번의 공명음이 들리자 소울은 지체 없이 자신의 팔목에 하나씩 타이타늄 팔찌를 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스르르 작아지더니 마침내 자신의 손목에 딱 맞게 줄어들었다. 소울은 손목을 돌려보면서 만족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성공했네.”

“수고했다. 그런데 소환마법진을 새긴 은판의 충전은 다 끝냈어?”

“응, 오후까진 200개 모두 충전이 끝나게 될 거야.”

“지난번에 우리 길드에 들어올 F급 소환계 능력자가 150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좀 늘었다고 200개가 필요할거라 그러던데?”

“누가?”

“국정현 사무총장님이 그렇게 말했어.”

“그래?”

국정현이 특별히 부탁을 했다면 아마 오늘 저녁에 모이는 소환계 능력자가 200명에 육박하게 될 것이다.

“그럼 이따 보자.”

“응, 수고해! 형!”

소울은 소망에게 살짝 손을 흔들며 비밀공작실을 빠져나와 서머너즈 길드 본관으로 들어왔다.

경비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2층을 계단을 걸어 올라온 소울은 곧바로 국정현이 있는 사무총장 사무실로 향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안에서 밝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귀여운 아가씨의 모습이 보였다.

국정현 사무총장의 비서인 구아란이다.

“안녕하세요?”

“어? 마스터께서 여긴 웬일이세요?”

“그거야 당연히 국정현 사무총장을 뵈러 왔죠.”

“그럼 그냥 마스터 룸으로 오라고 연락을 주시지 그러셨어요.”

“아니에요. 가끔은 그냥 이렇게 한 번 찾아오고 싶었어요. 그런데, 안에 계시죠?”

“네, 잠시 만요.”

구아란은 전화를 들더니 곧바로 내선을 통해 마스터가 사무실에 왔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곧 안쪽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국정현이 휠체어를 밀면서 밖으로 나왔다.

“마스터, 여긴 어쩐 일로?”

“긴히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회의실로 가시죠?”

“아! 네, 그러죠.”

국정현은 소울이 뭔가 중요한 일이 의논하러 왔다고 생각했는지 곧바로 그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옆의 회의실로 이동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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