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21화 (221/492)

00221  제 56 장 - 아티펙트  =========================================================================

소울도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과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을 통해 대충 윤곽만 듣고 있는 정보였다. 그런데 길드 마스터나 관계자도 아닌 그들이 자신보다 더욱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이 이런 극비정보를 이렇게 속속들이 알 정도면 다른 재벌들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봐야한다. 반 능력자엽합의 실체를 파악했다고 하는 그 정보도 사실은 재벌들이 흘린 역정보나 함정은 아닐까?’

그는 북한 길드 배치도를 보자 제일 먼저 반 능력자연합의 실체에 대해 파악했다는 그 정 보부터 의심했다.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재벌들이 뒤에 버티고 있는데 능력자협회와 3대 대형 길드 그리고 5대 중대형 길드에서 과연 그들과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좀 회의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뒷장을 넘겨보시면 저희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서머너즈 길드의 이소울 마스터와 함께 하겠다는 건지 잘 나와 있습니다.”

“네.”

소울과 정일용은 두말없이 최강수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은 프린트 물을 한 장 넘겼다.

그곳에는 서머너즈 길드와 미래백화점그룹이 어떻게 전략적인 제휴를 맺고 어떤 식으로 동맹관계를 유지할지 치밀한 계획이 세워져 있었다.

“저희들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조사하셨네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미래백화점그룹의 사활을 거는 일이라서 본의 아니게 무례를 범해야 했습니다.”

말은 무례라고 했지만 소울이 볼 때 고지선과 고교선은 전혀 무례를 범했다는 태도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협상에 앞서 당연히 알아봐야 할 정보를 알아본 것이 그들에게는 조금도 잘못된 행동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저에게 미래백화점그룹의 지분을 주고 경영에 참여시키겠다고요?”

“물론입니다. 앞으로 서머너즈 길드에서 제공하는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을 처리하고 북한 4군단이 있는 황해남도를 지원하고 개발하는 사업을 하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기본이지요.”

소울의 말에 고지선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소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비록 7대 재벌 중 하나인 미래 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미래백화점그룹이라고 하지만 원래 뿌리는 하나가 아닌가? 왜 청진에 주둔한 9군단을 맡게 된 미래그룹과 함께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왔는지 아직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미래백화점그룹은 청진의 9군단을 맡은 미래그룹에 협력하는 것이 더 이익 아닙니까?”

“그 얘기가 꼭 나올 줄 알았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미래그룹과 미래백화점그룹은 더 이상 한 뿌리로 보지 말아주십시오. 이미 서로 갈 길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도저히 하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청진을 맡은 것은 미래그룹만이 아닙니다. 7대 재벌의 수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산성그룹과 나눠서 사업을 진행하는 겁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우리 미래백화점그룹이 두 거대 공룡의 사이에 끼어들었다간 흔적도 없이 갈려 없어질 겁니다.”

미래백화점그룹 회장인 고지선의 말을 듣고 보니 소울은 대충 이해가 갔다.

‘하긴 미래백화점그룹이 재계 22위의 그룹이라고 하지만 국내에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아온 7대 재벌에 비할 바는 아니지. 차라리 잘됐는지도 모른다. 7대 재벌 중 하나가 달려들었다면 당연히 거절하겠지만 재계 22위의 미래백화점그룹이라면 그래도 좀 만만한 편이니까…….’

소울은 일단 미래백화점그룹이 제안한 전략적인 제휴에 이은 동맹관계 정립 계획이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현재 자신은 유정아 박사라는 한 개인에게 너무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위험하다는 격언처럼 이 기회에 자신과 서머너즈 길드가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도 좋아보였다.

“서머너즈 길드에서 판매할 각종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처리에다 북한의 4군단의 지원과 개발까지 모두 미래백화점그룹에서 가져가는 것은 저희로썬 위험부담이 좀 있는데요?”

일단 소울은 한번 튕겨봤다. 그러자 곧바로 고지선이 덥석 미끼를 물었다.

“전부가 어렵다면 반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우리 미래백화점그룹이 무엇에 강점이 있는지 말입니다.”

“유통?”

“정답입니다.”

“저희들은 대한민국 전역에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4군단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황해남도 주민을 돌보고 황해남도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물자와 자원을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적인 제휴와 동맹은 결코 미래백화점그룹 한쪽만이 유리한 조건이 아닙니다. 이소울 마스터와 서머너즈 길드에도 큰 이익이 되는 일입니다.”

“으음!”

소울은 고지선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아니 별로 반론을 제기할 것도 없었다. 사실 재계 22위의 미래백화점그룹과 동맹을 맺고 사업을 벌인다면 국내와 북한에서 하는 사업은 탄탄대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해외는 이미 유정아가 발톱을 세워놓고 여기저기 앞발을 드밀어 놓은 상태라서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겠지만 국내라면 얘기가 다르다.

“좋습니다.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감사합니다. 서로에게 유익한 파트너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지선과 고교선은 금세 얼굴이 환해져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는 얘기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서머너즈 길드 산하에 소울 메탈과 소울 디펜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각각 판매와 보급을 맡겨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오해를 하셨군요? 소울 메탈은 서머너즈 길드와 관계없는 회사입니다. 미국과 일부 유럽의 국가와는 이미 공급계약이 끝났거나 어느 정도 마무리 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여러 지역이 남아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소울 메탈의 경영진과 자리를 마련해드릴 테니 한번 미팅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소울 디펜스의 보급 문제는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소울 디펜스 사장과 직접 한번 얘기를 해보세요.”

“아!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희가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소울은 미래백화점그룹의 요청에 대부분 긍정적으로 답변을 해줬다.

서머너즈 길드의 보급과 북한 4군단 지원, 황해남도의 몬스터 퇴치와 본격적인 개발의 50%를 미래백화점그룹에게 맡긴다면 아무래도 일이 쉬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백화점그룹과의 전략적 제휴와 동맹은 소울만 좋다고 해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는 아니었다.

정일용 변호사, 국정현 사무총장,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 황금보 홍보부장 등 자신의 측근들과 심도 있게 의논해서 결정할 중대한 사안이었다. 또, 유정아 박사와의 얘기도 꼭 들어봐야 했다.

조만간 다시 시간을 정해 양측에서 실무자 미팅을 갖기로 합의한 그들은 매화 연회장을 빠져 나왔다.

소울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하라를 발견하자 웃으며 다가갔다.

“소울 씨, 얘기는 잘 했어요?”

“네,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미팅을 가지기로 했어요.”

“아! 정말 잘됐군요.”

고하라는 소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소울과 다시 미팅을 가지기로 했다는 것은 분명히 미래백화점그룹의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얘기가 잘못됐다면 소울이 자신을 보는 눈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다행히 일이 잘 풀린 모양이었다.

고하라는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살아있다는 생각에 졸였던 가슴을 풀고 안심했다.

“소울 씨, 혹시 주말에 바쁘세요?”

“네? 으음, 잠깐 이쪽으로 같이 가서 얘기하죠?”

“아! 네.”

소울은 고하라를 데리고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대화를 나눴다.

“하라 씨,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네.”

“아까 정윤이 씨의 모친 되시는 신애라 씨를 보셨죠?”

“네.”

고하라는 소울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무슨 말을 꺼내려고 이러는지 몰라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사실 정윤이 씨와 제가 좋은 인연을 가져보려고 했습니다만 신애라 씨의 반대로 일이 최악의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니 왜요? 왜 소울 씨를 반대했죠?”

“그건 제3자인 하라 씨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요.”

“어머, 죄송해요.”

고하라는 소울이 한숨을 쉬면서 말하자 급히 사과했다.

소울은 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휘저었다.

“아니에요. 어쨌든 이번 일을 겪고 나니까 누군가와 만나서 사귀고 결혼을 할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어요. 솔직히 또 이런 일이 생길까봐 두렵기도 하고 트라우마가 생길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고하라는 소울의 말에 크게 실망했다.

“하라 씨가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일로 제가 크게 데서 그런지 지금 심정이 그렇다는 말이에요. 나중에 누군가를 사귀고 싶어지면 아마 그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여자는 하라 씨가 될 거예요.”

“아!”

고하라는 자신도 모르게 소울의 한쪽 손을 꼭 잡고는 아쉬운 마음으로 그를 쳐다봤다.

소울은 그녀의 맑고 안타까워하는 눈빛에 가슴이 찌르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서머너즈 길드는 앞으로 미래백화점그룹과 중요한 협상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자신이 고하라와 엮이게 되면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협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가족은 물론이고 200여명을 훌쩍 넘긴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로 책임져야 할 식구가 한둘이 아니었다. 한 무리의 수장이 된 이상 마땅히 조심하고 주의해야 할 요소는 사전에 미리 정리를 해야 했다.

그런 생각에 그는 고하라에게 조금 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던 것이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만남은 결국 불장난에 불과합니다. 하라 씨에게는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아니에요. 이번 일로 소울 씨가 큰 상처를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저는 그 불장난도 괜찮으니까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네?”

소울은 고하라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

고하라는 소울의 한쪽 손을 잡고 은밀하게 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을 뭐라고 글을 쓰며 은근한 신호를 보냈다.

“소울 씨가 아니라면……. 어차피 전 언젠가 정략결혼을 해야 할 몸이에요. 소울 씨에게는 불장난이 될지 모르지만 제겐 소중한 추억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제 걱정하지 마시고 꼭 연락주세요. 괜히 쓸데없는 곳에 기운빼지 말고요. 알았죠?”

“아!”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과연 재벌가의 딸다웠다.

오늘 그는 고하라의 새로운 면을 참 많이 보게 됐다.

아버지의 지병을 위해 간호사가 되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여리고 착한 심성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신의 위치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었다. 그녀는 뜨거운 열정과 반항기, 아니 똘끼도 함께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내친 김에 고하라까지 과감하게 정리해버리려던 소울은 갑자기 유정아가 생각났다.

어쩌면 고하라도 자신과 유정아의 관계정도로 정리가 될 것 같기도 했다.

소울이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만 보자, 고하라는 그에게 명함 같이 생긴 메모지를 한 장 꺼내 그의 손에 쥐어줬다.

“우리 서로 위로가 필요하면 여기서 만나기로 해요.”

“흐음.”

고하라는 마치 이런 상황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을 들어 소울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더니 많은 의미를 담은 눈빛을 던지고 멀어져갔다.

소울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용감하게 실천하는 고하라와 달리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뭔가에 묻어가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의 행동에 새삼 짜증이 치밀었다.

‘빌어먹을, 혼자 멋있는 척 똥 폼만 잡다가 제대로 한 방 먹었네. 휴우우우우!’

어찌되었든 고하라와의 관계도 일단 정리됐다.

이후 그녀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나갈지, 그것은 100% 그의 마음에 달려있다.

유정아와 같은 파트너십을 가질 수도 있고, 아예 연락을 하지 말고 그냥 이대로 인연을 끊어버릴 수도 있다.

당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도 몰라서 그냥 그녀가 준 명함을 양복 안쪽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다시 자선모금파티가 열리고 있는 크리스털 볼륨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 작품 후기 ============================

* 이렇게 고하라도 일단 정리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여지는 일부러 살짝 남겨 놓았습니다. 나중에 독자님들에게 결정권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ㅋㅋ ^^

즐겁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선호작, 추천,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