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19화 (219/492)

00219  제 55 장 - 자선모금파티  =========================================================================

“난 이분의 고문변호사입니다. 더 이상 말썽을 부리면 경호원들을 부르겠습니다.”

정일용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애라를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하자 그녀는 소울의 고문변호사라는 말에 금세 얼굴 표정을 바꾸고는 두 손을 싹싹 빌면서 말했다.

“제가 용서를 못 받으면 우리 윤이의 얼굴을 볼 낯이 없어요. 그러니까 제발 윤이의 얼굴을 봐서라도 절 용서해주세요.”

“이거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네. 그만 돌아가세요. 더 이상 나를 자극하면 그때는 정말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소울은 그녀의 태도를 보고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서서히 눈에서 차가운 살기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뒤로 슬쩍 고개를 돌린 정일용은 소울의 얼굴이 차갑고 무섭게 변하는 것을 보곤 즉시 대기하고 있던 소울 디펜스 소속의 경호원들을 불러들였다.

후다다다닥…….

그러자 곧 정장을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건장한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마스터, 여기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먼저 안으로 들어가시죠?”

“휴우! 알았어요. 그럼 부탁합니다.”

소울은 정일용의 말에 더 이상 신애라의 꼴도 보기 싫어서 바로 몸을 움직였다.

그때, 신애라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튀어 나왔다.

“이거 놔!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는 거야?”

“엄마!”

“여보!”

막 안으로 들어가려던 소울은 뒤쪽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음성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세우고 고개를 돌려봤다.

신애라의 양쪽 팔을 잡아 밖으로 끌어내려는 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은빛의 드레스를 입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미녀의 얼굴이 그의 눈에 꽂히듯이 들어왔다.

그녀는 바로 정윤이였다.

“휴우!”

소울은 길게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인연을 만드는 것보다 인연을 끊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오늘 그는 처음 깨달았다.

“정 변호사님, 풀어주세요.”

“아! 네.”

정일용은 소울의 말에 바로 손짓을 해서 경호원들을 뒤로 물렸다.

그러자 신애라가 정일용에게 득달같이 달려들더니 사정없이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쫙!

찰진 소리가 들리며 정일용의 고개가 옆으로 팩 돌아갔다.

그 모습에 소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의 마음속에서 소리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당신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소울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소울을 발견한 정윤이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소리쳤다.

“소울 씨!”

소울이 신애라를 죽일 듯이 노려보자 정윤이는 놀라서 신애라의 앞을 막았다.

신애라의 팔을 붙잡고 있던 정주관이 고개를 돌려 소울을 쳐다봤다.

그는 이 모든 일의 발단이 신애라가 소울을 만나게 돼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정 변호사님, 괜찮습니까?”

“네, 전 괜찮습니다.”

정일용은 신애라에게 다짜고짜 뺨을 한차례 얻어맞고는 타오르는 분노로 인해 지금 이성이 휘발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하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 억지로 냉정을 유지하며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그의 입에서 뽀드득 이빨이 갈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소울은 정일용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마스터가 제게 왜 사과를 하십니까?”

“미안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됐군요. 나중에 제가 다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그러니 그런 소리 하지마세요.”

정일용은 소울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자 머리끝까지 올라왔던 화가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소울은 정일용의 손을 한번 꼭 잡아주고는 몸을 돌려 정윤이를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하지만 곧 냉정하게 그녀의 얼굴로부터 시선을 돌려 신애라를 향했다.

“이게 당신이 말하던 그 용서를 비는 방법입니까?”

“저 사람이 경호원을 시켜서 날 끌고 가려고 했어요. 그건 당신도 봤잖아요?”

“오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죄송합니다만 제가 대신 사과하겠습니다. 난 이 사람의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정윤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소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인 정주관은 대뜸 소울과 정일용에게 90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그 모습에 소울은 오히려 더 화가 났다.

정말 신애라만 있었다면 어디 조용한 곳으로 데리고 가서 갈아 마셔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저렇게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정윤이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자신의 아내를 위해 대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윤이의 아버지 정주관의 태도에 그는 차마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정윤이 씨, 이것으로 당신과 나의 인연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우리 두 번 다시 서로 보지 맙시다.”

“소, 소울 씨!”

그의 선언에 정윤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휘청거렸다.

소울은 사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그녀의 이런 모습에 가슴이 무척 아팠지만 마음을 독하게 먹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주관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말했다.

“초면에 실례를 무릅쓰고 부탁드립니다. 제발 저 여자를 내 앞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해주세요. 다시 한 번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나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정주관이 다시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그러자 신애라가 놀라서 두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수행원의 자격으로 이곳에 온 정주관은 자선모금파티가 벌어지는 크리스털 볼륨 안에 들어가 있는 자들이 어떤 존재들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정·재계의 기라성 같은 실력자들과 요즘 새롭게 신흥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능력자들을 대표하는 중·대형 길드의 마스터와 핵심 간부들이 총망라해있다.

이들 중 누구 하나의 눈 밖에 나도 자신과 가족의 미래가 위험할 정도의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그는 소울이라는 사내가 이미 자신들이 어찌해볼 수 없는 다른 차원에 진입해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딸인 정윤이의 표정과 그녀가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바로 눈치를 챈 정주관은 소울의 눈에서 스치는 차가운 살기를 감지하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

강자의 비위를 건들지 않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할 옳은 처세의 기본이었다.

“여보! 당신이 왜 고개를 숙여요? 당신이 뭘 잘못했다고?”

“제발, 제발 부탁이야. 잠시만 가만히 아무 말 하지 말고 있어줘. 여보!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정주관은 신애라에게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부탁을 했다. 그 처절하도록 절실한 태도에 신애라는 꽤나 큰 충격을 먹었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압구정동 고급 아파트에 산다고 나름 상류층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던 우물 안 개구리 신애라는 그 어떤 일을 해도 다 막아줄 것만 같았던 든든한 남편 정주관의 저 자세에 큰 실망을 했다.

신애라가 결국 정주관의 부탁대로 입을 닫자, 장내는 잠시 숨 막히는 침묵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때였다.

“소울 씨!”

몸에 착 달라붙어 한껏 자신의 몸매를 잘 드러내는 검은 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고하라가 소울의 이름을 부르며 장내에 등장했다.

“아! 하라 씨!”

소울은 고하라가 나타나자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언제 왔어요?”

“좀 아까 도착했어요.”

“한참 찾았어요.”

“그랬군요. 나도 하라 씨를 찾아봤는데 도저히 어디에 숨어 있는지 찾을 수가 없더군요.”

고하라는 소울을 만나서 반가운지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팔에 손을 가만히 올리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정윤이를 쳐다봤다.

“어? 윤이야! 너도 왔구나?”

“고, 고하라?”

정윤이는 고하라가 나타나 소울과 같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자 놀라서 벌어진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

“난 소울 씨랑 볼일이 있어서 먼저 들어가 볼게. 나중에 보자.”

“그, 그래.”

정윤이는 마치 혼이라도 나가버린 표정을 짓더니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뭔가 두 사람의 사이를 수상하게 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윤이의 옆에 선 신애라가 표독스런 눈초리로 고하라와 소울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하라는 정윤이에게 시선을 돌려 소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어린아이가 응석을 부리듯 애교를 떨며 콧소리를 냈다.

“아잉,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요. 아빠가 보고 싶다고 빨리 데려오라고 했단 말이에요.”

소울이 그녀의 말에 막 대답을 하려고 할 때, 고하라의 뒤쪽에서 누군가 그를 부르는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소울 오빠!”

“마스터 오빠!”

소울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그리고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금소희와 성유나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헉! 금소희다.”

“우와! 성유나가 왔다.”

“어쩐 일로 두 여신이 같이 등장했지?”

“이거 오늘 눈이 호강 하네!”

“정말 예쁘다.”

“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아.”

…….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고하라의 뒤쪽을 향했다.

순간,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의 물결이 양쪽으로 쫙 갈라지더니, 마치 하늘에서 강림한 천사 같은 아름다운 모습의 금소희와 성유나가 우아하게 등장했다.

금소희는 어깨가 완전히 드러난 주황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성유나는 속이 훤히 비치는 새하얀 시스룩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소울에게 빠르게 걸어와 그의 양쪽 팔을 하나씩 각각 차지해 팔짱을 꼈다.

그 모습에 정윤이와 신애라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떠졌다.

옆에 서 있다가 얼떨결에 소울의 팔을 놓고 뒤로 물러섰던 고하라도 금소희와 성유나의 등장에 이어 소울의 팔에 각각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자 놀라서 자신의 떡 벌어진 입을 한손으로 막았다.

“소희는 여기 무슨 일이야? 유나도 왔네?”

“저야 자선모금파티에 초대돼서 왔죠. 그런데, 소울 오빠, 유나는 어떻게 알아요?”

“유나? 나한고 이번에 같이 광고를 찍었잖아.”

“아! 그럼 나 다음에 광고를 하나 더 찍는다고 했던 게 유나와 찍은 거였구나. 유나야! 넌 왜 소울 오빠하고 광고 같이 찍었다고 나한테 얘기 안했어.”

“제가 워낙 바빠서 얘기할 틈이 있어야지요. 미안해요. 언니.”

금소희와 성유나가 하는 말을 전부 듣고 있는 정윤이와 신애라는 이내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각각 빠져들었다. 그가 이미 신세계로 떠난 기차같이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 고하라는 금소희와 성유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저 죄송한데, 소울 씨는 저와 선약이 있어서 잠시 같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요? 저도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하는데, 그럼 같이 들어가죠.”

“저도 이제 들어가야 해요. 오빠, 우리 같이 들어가요.”

“그럴까?”

고하라는 금소희와 성유나의 말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소울까지 그녀들의 말에 동의할지는 몰라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마스터, 그럼 어서 들어가 보십시오.”

“아! 그래요. 정 변호사도 바로 들어와요.”

“네, 마스터.”

정일용의 말에 금소희와 성유나가 소울의 팔을 잡아끌고는 안으로 쏙 들어가자 고하라가 놀라서 급히 그의 뒤를 쫓아갔다.

“소울 씨, 같이 가요.”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인 금소희와 신세대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하는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의 리드보컬 성유나가 소울의 양팔에 각각 팔짱을 끼고 자선모금파티가 있는 크리스털 볼륨 안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뒤를 고하라가 서둘러 쫓아가자 장내에 모인 사람들은 순식간에 어디론가 발길을 돌리며 흩어져 버렸다.

털썩!

그들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정윤이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에 놀란 정주관이 얼른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이잇!”

신애라가 갑자기 이를 악물더니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정일용은 이번에는 안 당한다는 싸늘한 표정으로 즉시 경호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소울의 경호원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자선모금파티의 경호를 책임진 경호회사 직원들까지 몰려들었다.

“만약 지금의 자리에서 한 발짝만 더 앞으로 나서신다면 당신을 폭행죄로 고소하겠습니다. 저기 CCTV 보이시죠? 증거가 명백하니 제가 확실하게 끝장을 봐 드리죠. 콩밥 좋아하시면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만…….”

“흥!”

정일용의 차가운 목소리에 신애라는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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