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8 제 55 장 - 자선모금파티 =========================================================================
그러다가 한명회가 소울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유정아에게 작게 속삭였다.
“지난번에 주신 것 참 유용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얻을 수는 없을까요?”
“그게 벌써 떨어졌나요? 생각보다 아주 건강하시군요.”
“하하하, 뭐 그렇게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조금 더 챙겨드리도록 하지요. 그렇지만 빨리 시판될 수 있도록 힘 좀 팍팍 써주세요.”
“물론입니다. 지금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볼일을 다 본 한명회가 소울과 유정아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소울이 그녀에게 슬쩍 물어봤다.
“뭘 더 챙겨준다는 거야?”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있잖아?”
“설마 정력제를 말하는 거야?”
“쉿! 그거 비밀이야.”
“우와아! 그것 참 여러 곳에서 제대로 우려먹고 있었네?”
“뭐 다 서로에게 유익한 일이니까…….”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정령제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소울은 유정아가 혹시 대통령에게도 정력제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나면 왠지 뒤끝이 안 좋을 것 같아 물어보려다가 그만 입을 닫고 말았다.
“여기계셨군요?”
“아! 백두원 협회장님!”
“반가워요. 이 마스터,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도 협회장님을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소울은 난데없이 등장한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이 나타났다.
“이 마스터, 이런 곳에서 보게 되니 참 반갑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지동현 청장님.”
백두원과 지동원의 뒤에는 실과 바늘 같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지부장 천명훈과 능력개발청 인재교육팀장 백인천 과장이 각각 수행원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울은 그들과 격의 없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백두원과 지동현은 소울의 옆에 있는 유정아와 인사를 하더니 넌지시 소울에게 물어봤다.
“능력자협회의 꽃인 우리 유 박사님과는 무슨 사이입니까?”
“맞아요. 둘이 너무 잘 어울려서 질투가 다 납니다.”
“제가 능력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많은 지도편달을 해주신 분이 바로 유 박사님이십니다. 이번에 자선모금파티를 오신다고 해서 제가 에스코트를 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됐습니다.”
“역시 영웅은 미녀와 같이 어울리는 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백두원과 지동현이 노골적으로 부럽다는 표정을 짓자 소울은 그냥 마주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도편달이라는 말을 할 때 절로 이를 살짝 갈았다는 것을 그들을 절대 눈치 채지 못했다.
그 모습에 다들 한 차례 웃음을 터뜨리자 그들의 앞으로 대한민국 3대 대형 길드의 마스터들이 다가왔다.
“다들 이곳에 계셨군요?”
“어서 오세요. 고 마스터.”
“반갑습니다. 백두원 협회장님! 오오! 지동현 청장님도 여기 계셨네요?”
건장하고 단단한 몸을 가진 삼십대 중반의 사내가 백두원과 지동현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백두원과 지동현은 그와 악수를 하면서 소울을 쳐다봤다.
“이 마스터! 여기 고구려 길드의 고종석 마스터는 처음 보죠?”
“네, 그렇습니다. 반갑습니다.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인 이소울입니다.”
“아! 이분이 대한민국의 영웅인 이 마스터시군요? 반가워요. 고종석입니다.”
고종석과 눈을 마주치며 악수를 나누자 곧바로 사신 길드의 마스터 서정원이 나섰다. 그리고 그 뒤를 히어로즈 길드의 마스터 장미화가 바통을 이었다.
“사신 길드 마스터 서정원입니다.”
“히어로즈 길드 마스터 장미화에요. 만나서 반가워요.”
호리호리한 키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이십대 후반의 서정원이 소울과 유정아에게 차례로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했다.
풍만한 몸매를 가진 농염한 삼십대 초반의 미녀가 그의 옆에 서서 손을 내밀었다.
고종석, 서정원, 장미화 이 세 사람이 대한민국 최대의 길드인 고구려, 사신, 히어로즈 이렇게 3대 대형 길드의 마스터들이었다.
소울은 그들과 각각 악수를 하는 것만으로 이들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C급 능력자들과 같이 공격대에 들어 몬스터와 싸울 때는 내 등급이 너무 낮아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D급 능력자가 되고나니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존재들인지 존재감이 팍팍 느껴지는구나.’
소울은 최근에 3대 대형 길드인 고구려, 사신, 히어로즈의 마스터들이 모두 B급으로 등급이 올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D급에서 C급 능력자를 보는 것도 까마득한데 이제 B급 능력자로 올라선 이들을 만나자 새삼 이들이 올라선 자리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은 일단 서로 얼굴을 익히는 정도로 만족합시다. 보는 눈이 많으니 같이 오래 있어봤자 서로 좋을 것이 없겠네요.”
“알겠습니다. 나중에 또 뵙죠.”
고종석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가 자리를 뜨기 전에 소울을 향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소울도 똑같이 해주었다. 아마 같은 편이라는 무언의 인사가 아닌가 싶었다.
서정원과 장미화도 고종석이 자리에서 뜨자 곧 백두원과 지동현에게 인사를 하더니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역시 두 사람도 고종석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미미하게 숙이며 눈인사를 했다.
‘흐음, 이거 뭔가 제대로 엮인 느낌이네. 그나마 이들의 눈빛이 맑고 정광이 흐르는 것을 보면 심지가 곧은 자들인 것 같아 다행이다.’
소울이 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이번에는 7대 중대형 길드의 마스터들이 차례로 다가와 백두원과 지동현에게 인사를 했다.
그제야 소울은 자신이 자리를 잘못 잡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보니 이 두 사람이 일부러 이곳에 와서 나에게 침을 바르고 있었구나?’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과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의 옆에 있으니 당연히 소울을 그들의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소울은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다가 눈치 빠른 백두원과 지동현에게 각기 한쪽 팔을 붙잡혀 7대 중대형 길드의 마스터들과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해야 했다.
옆을 돌아보니 어느새 유정아가 저만치 빠져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는 할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7대 중대형 길드의 마스터들과 인사를 나눠야했다.
“다들 대한민국의 영웅이자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인 이소울 마스터를 알고 계시죠? 이렇게 모인 김에 서로 인사나 제대로 나누는 시간을 가지도록 합시다.”
“네, 좋습니다. 난 백제 길드의 마스터 소수림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 이소울입니다.”
“칠성 길드의 마스터 사인당입니다.”
“네버다이의 오장수라고 합니다.”
“화랑 길드의 마스터 김우신이요.”
“서울 길드의 명박인이라고 하네.”
“처음뵙겠습니다. 월야 길드의 구문달입니다.”
“천마 길드의 마스터 마장동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꺼번에 일곱 명이나 되는 마스터들과 인사를 하니 조금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화랑 길드의 김우신과 서울 길드의 명박인이 말을 삐딱하게 하는 것을 보고 이미 이 두 사람의 마음이 틀어진 상태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어쩌면 이들과는 최악의 상황에서 서로 무기를 겨누고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빠르게 뇌리를 스쳐갔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그들이 하는 말을 어색하게 서서 듣고 있자 곧 7대 중대형 길드의 마스터들이 지나가고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번에 다가온 자들은 7대 재벌 길드의 마스터들이였다.
산성 길드 마스터 이재박
미래 길드 마스터 정동작
신경 길드 마스터 최태양
엔지 길드 마스터 구대주
포스칸 길드 마스터 권철수
로테 길드 마스터 신기남
한징 길드 마스터 조수호
이들 7대 재벌 길드는 모두 재벌가에서 나온 능력자를 마스터로 내세워 길드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능력자로써의 능력은 다들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
3대 대형 길드나 7대 중대형 길드의 마스터들이 실제적으로 B급에서 C급의 실력자들로 구성됐다면 이들은 D급에서 F급까지 다양한 등급을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3대 대형 길드나 7대 중대형 길드의 마스터들과는 달리 이들은 무척 만만해보였다.
정신없이 악수를 하고 서로를 소개하자 이들은 아까운 시간을 여기서 조금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얼른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소울은 그제야 백두원과 지동현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이제 이만하면 됐잖습니까? 나 좀 편히 숨 좀 쉴수 있게 해주세요.”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합니까? 우리가 뭘 어쨌다고요.”
“맞아요. 우린 그저 이 마스터를 위해서 중요한 귀빈들을 소개시켜 준 것 뿐입니다.”
백두원과 지동현은 둘이 서로 입이라도 맞췄는지 딱 잡아뗐다.
그 모습에 소울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마신 것도 없으면서 무슨 화장실을 갑니까?”
“정말 이러실 겁니까?”
“하하하, 농담입니다. 다녀오세요. 시원하게 싸고 오세요.”
백두원과 지동현은 죽이 착착 맞아서 소울을 놀려댔다.
그는 바로 몸을 돌리면서 이를 뽀드득 갈았다.
“마스터, 화장실은 저쪽입니다.”
“빨리 갑시다. 여긴 숨 막혀서 못 있겠어요.”
“네.”
정일용은 손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닦으면서 그를 위해 앞장을 섰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도 이런 거물들을 떼거지로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선모금파티는 입추의 여지도 없이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외각으로 나갈수록 사람들이 더욱 많이 몰려 있었다.
그걸 보니 자신은 VIP중의 VIP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울과 정일용은 간신히 인파를 뚫고 나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 평생에 이렇게 거물들이 많이 모인 파티는 처음 봅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에요. 문제는 누가 누군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겁니다.”
“저도 그동안 나름 VIP들의 사진과 이력을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반도 모르겠더군요.”
“반이라도 아는 게 어딥니까?”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말을 하면서 일단 시원하게 볼일을 봤다.
손을 닦고 밖으로 나오자 다시 어떻게 안으로 들어갈지 망설여졌다.
‘그냥 가버릴까? 아니야. 그래도 초청장을 줬는데 고하라는 만나고 가야지.’
소울은 정일용과 눈을 마주치며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막 인파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아끄는 것을 느꼈다.
“어?”
소울은 고개를 돌린 순간, 깜짝 놀랐다. 그도 설마 이런 곳에서 신애라를 만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반가워요.”
그는 신애라의 말에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하는 것을 느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 좀 놓고 얘기하시죠.”
“아! 죄송해요.”
신애라는 소울의 서슬 시퍼런 말에 얼른 잡고 있는 그의 팔을 놓았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건 오히려 내가 할 말이네요?”
신애라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울을 탐욕스런 눈초리로 바라봤다.
“우리가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잘 즐기다가 가세요.”
“잠깐만요.”
몸을 더 이상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기분이 상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딱 부러지게 얘기를 하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신애라는 다급하게 그의 앞으로 다가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내가 잘못했어요. 지난번에는 솔직히 내가 좀 과했다는 것을 인정하겠어요. 그러니 우리 윤이를 봐서 나의 실수를 용서해주세요.”
“네?”
신애라의 말에 소울은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하고 입을 딱 벌렸다.
“실수였다고요? 용서를 빈다고요?”
“맞아요. 내가 잘못했어요. 그러니 용서해줘요.”
“하아! 이거 정말 기가 막히네요. 병 주고, 약 주고, 혼자 참 저를 잘도 가지고 노시네요. 이제 어지간하면 그만하고 돌아가시죠. 전 댁을 만난 기억조차하기 싫은 사람입니다.”
“제발 그러지 말고 나를 딱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소울은 신애라가 자신에게 달라붙자 진저리를 치며 뒤로 물러섰다.
정일용은 소울의 태도에 즉시 앞으로 나서서 신애라를 막아섰다.
“누군지 모르지만 우리 마스터에게 더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또 뭐야?”
정일용이 소울을 막아서자 신애라는 방금 전의 애처로운 표정과는 다르게 날카롭고 신경질적으로 정일용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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