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17화 (217/492)

00217  제 55 장 - 자선모금파티  =========================================================================

내단은 기운을 흡수해 알사탕만큼 커지면 바로 압축과 정제를 시작하여 새끼손톱만큼 작아지고 있었다.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되풀이 하자 내단은 더욱 순수한 생기덩어리로 농축되어갔다.

또한 내단은 주인인 소울의 전신에 생기를 풀어 조금씩 강하고 단단하게 강화시키는 작업도 쉬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흡수한 기운에 비해 내단이 그렇게 많이 성장하지 못한 것은 모두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신체의 강화가 끝나게 되면 내단도 자신의 몸집을 불리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슬래쉬를 써보자.’

소울은 파워스트라이크를 몇 번 사용해 보고 확실하게 감을 잡았다.

힘과 잠력을 끌어모아 한꺼번에 폭발시키듯 터트리며 사용하는 파워스트라이크의 넉백 효과는 공격대상이 없어서 확인해볼 수 없었다.

하지만 글람에 접목시켜 사용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더욱 강력한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만 가지고도 이미 이 스킬의 유효성은 증명되었다.

거기에다 내단의 기운만 있으면 어떠한 자세에서도 즉시 발동하는 사기적인 스킬이라서 위기의 상황에서 오히려 적에게 치명타를 먹이는 필살기로 잘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파워스트라이크의 효과에 만족한 소울은 이번에는 슬래쉬를 사용했다.

“슬래쉬!”

파츠츠층!

촤아아악!

슬래쉬를 사용하자 곧바로 보이지 않는 4개의 기류가 사방으로 뻗어가는 것을 느꼈다. 각 기류는 자신이 직접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 적에게 포위된 상황이나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유용한 스킬이었다.

“슬래쉬!”

파츠츠층!

촤아아악!

슬래쉬를 두 번 사용해본 소울은 더 이상 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바로 포기해버렸다.

내단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대량으로 뽑아가는 슬래쉬로 인해 더 이상 겁이 나서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건 당분간 봉인해야겠다. 겨우 하급의 슬래쉬를 쓰는데 이 정도의 기운을 뽑아간다면 중급 슬래쉬는 사는 것 자체를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 내단이 충분히 성장해서 슬래쉬를 아무리 써도 괜찮을 정도가 되거나, 슬래쉬를 맞은 적으로부터 기운을 다시 뽑아와 보충을 시키지 못한다면 이건 위급할 때나 한 번 사용해보는 수밖에 없다.’

슬래쉬는 필살기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차라리 파워스트라이크가 필살기로 사용하기 더욱 효과적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슬래쉬는 봉인하기로 했다.

사실 소울은 파워스트라이크와 슬래쉬를 구입하면서 사전에 미리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도망갈 때 슬래쉬를 쓰고,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를 만났을 때 파워스트라이크를 필살기로 사용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중급 영혼체험을 통해 얻은 칼라볼그의 비전검법 글람은 이런 그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원거리 저격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얼마든지 근접기습공격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마 앞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식도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쪽이던 소울이 근접전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은 그와 그의 소환수들에게 강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소울은 다시 환두대도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글람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피피핑 핑핑 휘위이이잉…….

피 같은 땀방울이 실내연무장 바닥에 떨어져 아롱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이런 노력을 가상히 여겼는지 태양이 고개를 기울여 실내연무장의 안을 더욱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 * * * *

특급호텔 연회장 중 가장 크다는 ‘크리스털 볼륨’의 문이 활짝 열렸다.

1년에 한번 연중행사로 열리는 정·재계의 기라성 같은 실력자들이 모이는 자선모금파티가 오늘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를 쓴 당당한 체구의 사내들이 귀에 이어폰을 끼고 호텔주변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가운데 초청장을 받은 오늘의 귀빈들이 하나, 둘씩 속속 호텔 정문으로 도착하고 있었다.

대종상 수상식도 아니건만 호텔 현관에서부터 정문까지 들어오는 길에는 최고급 레드카펫이 깔려있었다. 또한, 통제선 밖에는 자선모금파티의 주최자 측에서 엄선한 기자와 카메라맨들이 모여, 차례로 들어오는 최고급 외제 승용차에서 내리는 귀빈들의 모습을 열심히 찍어대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그때였다. 검은 리무진이 도착하고 그 안에서 일남일녀가 내리자 갑자기 호텔 정문이 떠나갈 정도로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소울 마스터다.”

“대한민국의 영웅이 도착했다.”

“여신의 강림이다.”

“도대체 저 글래머 미녀는 누구지?”

“우리나라 여자 맞아? 어떻게 저런 얼굴과 몸매를 가지고 있지?”

“못 보던 마스크인데? 어느 소속사에서 키운 신인이지?”

…….

구구한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은 직업정신을 잃지 않고  열심히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로 인해 한순간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졌다.

검은 정장에 나비넥타이를 한 소울과 어깨와 가슴이 일부 드러나는 백설같이 하얗게 빛나는 드레스를 입은 유정아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은 마치 특종이라도 잡은 듯이 더욱 미친 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모르긴 해도 내일 아침 조간신문과 방송에서 이 두 사람의 모습이 헤드라인으로 잡히지 않을까 싶었다.

“이거 유 박사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데요.”

“이 마스터의 인기도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두 사람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아서 그런지 서로 존댓말을 쓰며 걸어갔다.

소울의 팔에 자연스럽게 한쪽 팔을 낀 유정아는 특유의 자신만만하고도 도도한 얼굴표정을 지으며 레드카펫 위를 경쾌한 걸음으로 밟았다.

그들의 뒤를 정일용 변호사와 소울 디펜스 소속의 경호원들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따라붙었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 크리스털 볼륨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호텔지배인으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 두 사람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저희 호텔을 방문해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소울과 유정아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쳐다봤다.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정일용 변호사가 재빠르게 앞으로 나서더니 그에게 초청장 2장을 내밀었다.

자선모금파티가 열리는 이 크리스털 볼륨 안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유명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초청장이 없다면 무조건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유정아는 굳이 지배인과 말을 섞지 않았다. 다만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배인은 초청장을 받아 리스트와 대조해보더니 즉시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물러났다.

“이소울 님, 유정아 님, 즐거운 시간되시기 바랍니다.”

유정아는 호텔 지배인이 옆으로 물러나자 고개를 바로 돌리더니 찬바람을 일으키며 걸어갔다. 그 모습에서 차갑고 도도한 얼음여왕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소울은 유정아가 자신의 팔을 살짝 잡아끌자 그녀와 보조를 맞추느라 호텔 지배인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들의 뒤를 수행원 자격으로 정일용이 쫓아왔다.

“왜 그래?”

“뭘?”

“호텔 지배인 같던데…….”

“저 새끼는 호텔 지배인으로 낙제야. 자기는 물론이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잖아. 이소울 님? 유정아 님? 이 호텔은 별 거지같은 새끼를 다 지배인으로 데려다놨네.”

유정아는 소울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호텔 지배인을 씹어댔다.

하지만 소울은 유정아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가 말한 대로 호텔 지배인이 설사 자신과 유정아를 몰라봤다고 해도 굳이 이런 반응을 보일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유정아는 호텔 지배인이 소울의 얼굴을 몰라봐서 화가 났던 것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그렇게 떠들어댔는데도 불구하고 소울의 얼굴을 몰라본다는 것은 이런 특급호텔 지배인으로써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유정아는 자신이 누군지는 모르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알려진 소울을 몰라본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 자신도 자기가 왜 화가 났는지 아직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털 볼륨 중앙으로 들어오자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해 꽂혔다.

그제야 유정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쭉 내밀고 허리를 폈다.

안 그래도 폭발할 것 같은 볼륨의 가슴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더욱 드러나게 되어 뭇 남성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다.

그때 유정아와 소울의 앞으로 몇 사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일용 변호사는 혹시 소울이 다가오는 사람들의 정체를 모를까봐 그의 뒤로 바짝 붙어 서서 소곤대기 시작했다.

“왼쪽의 금발의 신사가 미국 대사 게파트입니다. 오른쪽이 국방장관 태공명입니다.”

소울은 정일용의 말에 깜짝 놀랐다.

미국 대사와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이 자신에게 다가올지 몰랐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소울이 아닌 유정아를 보고 다가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레이디 유,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게파트 대사님, 저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유 박사님 아니십니까? 올해도 어김없이 오셨군요.”

“태공명 장관님을 여기서 또 뵙게 되는군요.”

유정아는 그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더니 슬쩍 소울을 한번 보고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여기 계신 이 분이 누군지 잘 아시죠?”

“오! 이제 보니 대한민국의 히어로인 마스터 리 아니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게파트 대사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울은 유정아의 소개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미국의 대사와 악수를 나누게 되자 살짝 가슴이 떨려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구 최강의 초강대국은 미국이다. 대한민국에서 미국의 위치는 대체불가의 큰형님이나 마찬가지고 미국의 대사는 그런 큰형님이 보낸 심복 부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지금 미국 대사 게파트와 같이 있는 국방장관인 태공명도 상당한 부담감을 가진 채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살다보니 내가 미국 대사와 다 악수를 해보네.’

나름 감동을 느끼기도 전에 태공명이 소울에게 아는 척을 했다.

“이소울 마스터군요. 반갑습니다. 방송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멋쟁이네요?”

“감사합니다. 장관님, 이소울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소울은 태공명 국방장관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내밀고 악수를 했다.

그의 태도에 태공명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여기 계신 이소울 마스터가 소울 메탈의 실질적인 주인이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시죠?”

“그렇습니까?”

게파트 대사는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했다. 하지만 태공명 국방장관은 처음 듣는 얘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군요.”

그들은 잠시 제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다 곧 헤어져서 각기 다른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유 박사님, 이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아름다워지시는군요.”

“서 총리께서도 정정하시네요.”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총리인 서반석이 유정아를 아는 척 했다. 덕분에 소울은 황송하게도 일국의 총리의 손을 붙잡고 인사를 했다.

“이소울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하하하,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를 만난 내가 더 영광이지요.”

서반석은 소울의 말에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뒤로 대통령비서실장 한명회가 나타났다.

“우리 총리께서 누구와 같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계시나 했더니 바로 유 박사님이셨군요.”

“자네는 왜 자꾸 나를 따라오는 겐가? 내가 미인들에게 인기 있는 것이 그렇게 샘이나나?”

“하하하! 제가 이렇게 따라다니니까 그나마 이런 미녀와 말을 섞어 볼 수 있을 게 아니겠습니까?”

“역시 한 실장은 보통내기가 아니야. 난 어서 다른 미녀들을 찾으러 가봐야겠네. 이번에는 쫓아오지 말게.”

서반석 총리는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유정아와 소울의 손을 각각 한 번씩 잡고 흔든 뒤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한명회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소울입니다.”

“반가워요. 한 실장님.”

“유 박사님의 미모는 날이 갈수록 더욱 빛나시는군요.”

“말씀만이라도 고마워요.”

한명회와 유정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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