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15화 (215/492)

00215  제 54 장 - 책략(策略)  =========================================================================

“혹시 몬스터 사체를 이용해 비료를 만드는 곳이 능력자협회와 관련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몬스터 사체의 수거는 능력자협회에서 하고 있습니다. 거래는 각 길드나 몬스터 부산물 회사 등에서 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유통은 아직도 능력자협회에서 운영하는 유통회사에서 꽉 잡고 있지요. 그러니 당연히 몬스터 사체를 이용한 비료 생산은 능력자협회에서만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건 참 잘됐네요. 앞으로 그 비료가 아주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북한 주민의 생활은 참담하다.

그동안 매스컴에 의해 밝혀진 것만 따지더라도 굶어 죽는 북한 주민의 숫자가 몇 백만에 달한다.

먹고 자고 입는 의식주 문제가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아 사실 사람의 삶인지 짐승의 삶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북한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식량사정이다.

사실 식량수급만 제대로 됐다면 아무리 몬스터 웨이브가 거셌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이렇게 쉽고 처참하게 붕괴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4군단을 흡수하고 그들을 지원해서 몬스터를 몰아내도 실질적으로 식량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결국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데 이 식량문제가 단순히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세계의 식량창고 역할을 하고 있던 미국을 비롯한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EU,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곡물 생산에 큰 차질을 빚어 생산량이 급감하는 추세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4%로 이미 OECD국가 중에서 최하위로 유명하다. 사료용 곡물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49.8%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식량의 50% 이상을 수입해오지 않으면 당장 국민의 반이 굵어야 하고,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은 76% 이상을 수입해야만 가축들이 굶어죽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소울은 북한의 4군단이 아닌 다른 군단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지만 굳이 4군단을 선택한 이유는 황해남도가 북한에서 가장 곡창지대로 만들기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건지, 촉이 좋은 건지…….

때마침 몬스터 사체를 이용한 비료가 생산될 예정이라니, 현재로 봤을 때 소울의 선견지명은 이미 크게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 될 놈은 어떻게 해도 된다고 하나보다.

“몬스터 사체를 이용해 만든 비료, 즉 몬스터 비료를 사용하면 황해남도에서 2모작, 3모작이 아니라 4모작, 5모작도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세계적으로 농업혁명이 일어나겠네요. 몬스터가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더니 이제는 거꾸로 몬스터를 이용하여 인류의 먹거리를 해결하게 되겠네요.”

아직 그 어떤 연구소도 몬스터 비료를 이용해 1년 이상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4모작, 5모작이 가능하다는 말은 당연히 거품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5모작도 가능하다는 말은 최소한 황해남도에서 2모작 이상은 문제없다는 말이다.

황해남도 전체를 한반도의 식량창고로 만든다면 더 이상 곡물메이저의 횡포에 이를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소울은 넓은 들판에 벼이삭이 바람에 흔들거리는 상상을 해봤다.

생각만 해도 절로 배가 불렀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어떻게 하시길 원하십니까?”

국정현은 소울에게 결단을 요구했다. 소울은 그를 잠시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돌려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하나씩 눈을 마주쳤다.

‘이런 제기랄, 내가 뭘 안다고 나한테 이런 결정을 내리라고 강요하지? 그렇다고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했다가 수천 명을 죽여 버리면 그것도 곤란하고…….’

이제 와서 뒤로 도망칠 수도 없고, 어떻게 다른 길로 빠져나갈 수도 없는, 마치 외통수에 걸린 느낌이었다.

이미 극비에 해당하는 정보를 들은 상태에다 자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서머너즈 길드의 마스터이다.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일이라고 우겨도 나중에 일이 터지면 누가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겠는가?

결국 소울은 스스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방안을 얘기해야만 했다.

“4군단에 해상저격여단이 있던데……. 우리에겐 그런 특수부대 없나요? 사실 제거해야만 할 적이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것이 제일 좋은 것 아닙니까? 그리고 반 능력자연합의 핵심인물과 세력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무력단체를 제거하는데 있어 굳이 우리의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또한 북한의 4군단 내에 있는 저들의 동조자나 매수된 자를 처리하는 것도 굳이 전투를 벌이고 티를 내야만 하나요? 사람이 살다보면 사고가 나서 죽을 수도 있고, 늙어서 죽을 수도 있고, 또 지병으로 죽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아!”

그의 말에 국정현을 비롯한 회의실의 모든 사내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처음부터 소울이 말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주장을 해왔던 나인권 소울 디펜스 정보부장은 아주 웃음이 귓가에 걸리는 듯 했다. 그는 처음부터 서로에게 부담이 될 것 같은 이런 전면전을 원하지 않았다. 얼마든지 비정규전으로 또는 정보요원을 이용한 은밀한 제거가 가능한데 굳이 이렇게 시끄럽게 처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심심하면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고 몬스터가 시내까지 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혼란한 시기가 아니던가?

“저희도 싸워야 할 때를 대비해서 단단히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전면전이 벌어지면 누구보다도 냉정하게 적을 말살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무력은 우리에게 최후의 수단입니다.”

“…….”

“가급적이면 이번 일에 최소한으로 개입하시고 공을 세워도 다른 길드나 능력자협회로 돌리도록 하세요. 그래야 나중에 역풍을 맞지 않을 겁니다.”

소울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자 이제는 입을 꽉 다물고는 좌중을 한번 돌아봤다.

“저는 마스터의 말씀에 적극 찬성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러지 말고 바로 거수로 결정합시다.”

나인권 정보부장과 두보환 보안부장이 소울에 말에 찬성을 하자 국정현이 바로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그러자 곧 모두 한손을 들어 찬성을 표했다. 만장일치였다.

‘아니 그런데 이 사람들이 왜 내가 무슨 말만하면 전부 고개를 끄덕이지? 전투에 관한 것이라면 자기들이 나보다 훨씬 더 전문가 아닌가? 정말 영문을 모르겠네.’

소울은 아직까지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여러 인생을 경험하게 된 그는 지금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충분히 카리스마가 넘쳤고 전략·전술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이미 다른 세계에서 검증을 받은 살아있는 지식이자 경험이었다.

자신은 아무생각 없이 말한다고 스스로 착각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이미 그는 예전의 소울이 아니었던 것이다.

유일하게 소울에게 아직 약점이 남아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 이성(理性)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감성적인 부분일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래 가사도 있으니 그 부분은 조금 더 시간을 줘야할 것이다.

“만장일치로 마스터의 계획이 통과되었습니다. 이제 구체적인 작전계획은 나인권 정보부장을 중심으로 김영신 사장님의 책임아래, 여러분 모두가 완전무결한 작전을 짜고 임무를 완수하셔야 할 것입니다.”

“반드시 마스터의 계획대로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국정현의 말에 김영신 사장이 대표로 그의 말에 다짐을 했다.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내들의 눈에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 이후로 회의실에 모인 사내들은 국정원의 요원을 누굴 데려와야 하고 특수부대의 누가 이 은밀한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는 적임자인지 갑론을박을 해댔다.

소울과 황금보는 이런 소란의 와중에 조용히 엉덩이를 들고 회의실 밖으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온 소울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남과 북에 한차례 큰 피바람을 몰고 올 소울 디펜스의 작전계획 ‘피바다’의 모태가 이렇게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 * * * *

하루에 광고를 두 편이나 찍는 것은 어지간한 톱클래스 연예인에게도 쉽지 않은 강행군이다. 거기에다 잔뜩 긴장한 채 오랜 시간동안 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하느라 피곤이 극에 달해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자마자 곧바로 소울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잘됐다. 안 그래도 중급 영혼체험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소울은 잔뜩 기대하는 눈으로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인터페이스에 보이는 아이콘을 눌러 소울넷 상점을 연 그는 먼저 중급 영혼체험을 100p나 주고 구입했다.

[중급 영혼체험: 100p]

인터페이스를 통해 보이는 소울넷 포인트를 확인하며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소울넷 포인트가 700p에 불과했는데 그새 또 누군가 많이 다녀갔는지 소울넷 포인트가 1000p를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넷 하급 유저로 승급이 되고 보니 중급 영혼체험을 한번 하는데 무려 100p나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적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중급 영혼체험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굳이 하급 영혼체험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최하급 영혼체험과 하급 영혼체험의 차이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최하급 영혼체험과 하급 영혼체험의 차이가 명백하다면 당연히 하급 영혼체험과 중급 영혼체험의 차이도 명백할 것이다.

‘그런데 누구의, 어떤 체험을 해봐야 중급 영혼체험을 구매하느라 소비한 소울넷 포인트가 아깝지 않을까?’

쇼핑 만족도가 그리 높다는 호놀룰루의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 가서 쇼핑을 즐기는 마음으로 그는 검색창을 열심히 뒤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인터페이스를 통해 자신에게 메모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메모를 열어 확인해보니 타이로스가 보낸 메모였다.

내용을 읽어보던 그의 눈에서 참을 수 없는 기쁨의 빛이 일렁거렸다.

‘소울넷에서 엄선한 인기 중급 영혼체험 베스트 100’

타이로스가 보낸 메모에 들어있는 리스트였다.

지금 소울에게는 아마 가장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리스트가 아닌가 싶었다.

그는 베스트 톱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하나씩 목록을 확인해봤다.

베스트 100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마법사를 위한 중급 영혼체험이었다. 중위권은 기사들을 위한 중급 영혼체험이었고 하위권은 정령과 소환 그리고 특수 스킬에 관한 중급 영혼체험이었다.

의욕으로 빛나는 그의 눈이 마지막 100번째의 것을 확인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검색창에 해당 중급 영혼체험에 대해 직접 검색을 하고 있었다.

‘이건 니콜라스 행성 페르거스 왕국의 카오스나이트인 칼라볼그의 비전(?傳)의 검법인 글람이구나.’

이상하게 카오스나이트 칼라볼그의 비전 검법 ‘글람’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일단 검색창에서 ‘소울넷에서 엄선한 인기 중급 영혼체험 베스트 100’을 찾아 통째로 자신의 영혼체험 인터페이스의 목록창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곧 각 목록의 오른쪽에 형형색색의 막대그래프가 떠오르더니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이건 또 뭐야?

처음 보는 것이 튀어나오자 그는 정신을 집중해서 자세히 살펴봤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이 막대그래프가 각 중급 영혼체험 목록에 대한 자신의 싱크로율과 적합도를 표시해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확실히 소울넷 최하급 유저에서 하급 유저로 승급을 한 보람이 있었다.

최하급 영혼체험과 하급 영혼체험 때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었다.

그런데 중급 영혼체험으로 넘어오니 이런 고급스런 서비스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하급 영혼체험에 비해 10배의 소울넷 포인트를 지불하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중급 영혼체험 경험이 없는 소울에게는 어둠속에서 빛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영혼체험 싱크로율과 적합도는 최상급(100~81), 상급(80~61), 중급(60~41), 하급(40~21), 최하급(20~0)으로 모두 다섯 단계로 나뉜다.

싱크로율과 적합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이중 중급 싱크로율과 적합도 이하로 나오는 것은 중급 영혼체험을 해봤자 자신과 궁합이 맞지 않아 기술이나 스킬을 배우기가 힘들었다. 물론 아예 소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참고할만한 수준밖에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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