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14화 (214/492)

00214  제 54 장 - 책략(策略)  =========================================================================

“대한민국의 영웅을 보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백골부대의 위명은 예전부터 잘 들었습니다. 부디 소울 디펜스를 백골부대처럼 만들어 주세요.”

“네, 각골명심하겠습니다.”

김영신은 소울의 겸손한 태도에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남을 많이 부려본 사람이라 상관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앞으로의 생활이 편해질 수도,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작이 부드럽게 흘러가자 나머지 사람들은 김영신 덕분에 소울과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소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김영신 소울 디펜스 사장(전 육군 제3보병사단장, 백골부대)

나인권 소울 디펜스 정보부장(전 국방정보본부 전략기획관)

두보환 소울 디펜스 보안부장(전 국정원 감찰실 과장)

민정돈 소울 디펜스 관리부장(전 제3군수지원사령부 보급대장)

박정일 소울 디펜스 영업 1부 부장(전 18보병연대장, 진백골연대)

서이진 소울 디펜스 영업 2부 부장(전 22보병연대장, 혜산진연대)

조중삼 소울 디펜스 영업 3부 부장(전 23보병연대장, 맹호연대)

일곱 명에 대한 신상정보가 프로젝터를 통해 벽에 떠올랐다.

“……이렇게 일곱 명이 소울 디펜스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

“국방정보본부, 국정원, 제3군수지원사령부, 백골부대까지……. 참 다양하네요.”

“저희의 계획을 위해 최적의 인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국 사무총장께서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아닙니다.”

소울의 치하에 국정현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회의실의 좌석에 착석하자 소울은 좌중을 한번 둘러보더니 마지막으로 국정현에게 시선이 딱 멈췄다.

“자, 이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얘기 좀 들어봅시다.”

“먼저 이번 계획은 저를 비롯한 정일용 변호사, 황금보 홍보부장, 김영신 사장 외 6인이 밤을 새며 토론을 벌여 최종 의견일치를 본 것입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나인권 소울 디펜스 정보부장이 만들었습니다.”

소울은 전 국방정보본부 전략기획관인 나인권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드디어 국정현의 입에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계획이 터져 나왔다.

“북한군 4군단 지원을 핑계로 민간군사기업인 소울 디펜스를 만든 것은 사실 위장입니다.”

“네? 무엇을 위한 위장입니까?”

“북한군 4군단을 흡수해서 마스터의 개인군단으로 탈바꿈 시키려는 게 진짜 목적입니다.”

“네? 설마 대한민국을 뒤집는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겁니까?”

소울은 깜짝 놀라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그를 보며 다들 빙그레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 바람에 살짝 뻘쭘해진 소울이 다시 슬그머니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하하하,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왜 쿠데타를 벌이겠습니까? 쿠데타는 대부분 힘이 없는 놈들이 마지막에 발악하는 수단이지요. 계획대로 4군단을 그대로 흡수하면 굳이 쿠데타를 벌이지 않아도 감히 누구도 저희를 어쩌지 못할 것입니다.”

“도대체 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이거 나 모르게 너무 일을 키워놓은 것 아닙니까?”

“그건 죄송하게 됐습니다. 미리 허락을 받고 진행해야하는데 워낙에 일이 빨리 돌아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선조치후보고를 하게 됐습니다.”

“휴우! 일단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보세요. 왜 이런 일을 계획했는지부터 들어봅시다.”

소울은 이미 반쯤은 포기한 채, 국정현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재벌 중 일부 세력이 연합해서 반 능력자연합을 만들었다는 첩보가 입수됐습니다.”

“혹시 그거 능력자협회에서 흘린 정보 아닙니까?”

“맞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나름 조사해본 결과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이놈들이 글쎄 능력자협회를 무력화시키고 길드를 국가에 복속시켜 종국에는 전 능력자를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만들겠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겁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계획이네요. 능력자들이 그들의 하수인이 되기보다는 아마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으로 귀화를 하는 게 더 빠르겠네요.”

소울은 지금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박한 편인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의 처우가 더 형편없어지고, 압제에다 세금폭탄을 때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훤히 보이는 듯 했다. 모르긴 해도 아마 능력자들의 엑서더스가 일어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로 일어날 몬스터 웨이브에 대한민국은 초토화되어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거야 우리 생각이고, 저들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입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각 길드를 북한군 각 군단에 배정시킨 것을 보면서 설마 했는데 알고 보니 북한의 각 군단에 있는 장교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길드의 핵심인물들을 모조리 제거할 계획을 꾸미고 있더군요.”

“네에? 정말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능력자협회 직속의 특수능력자들이 은밀하게 저들이 회의하고 있던 장소로 침투하여 저들의 작전과 명단을 모조리 입수했습니다.”

“호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건 자칫 잘못하다간 한반도 안에서 내전이 일어날 상황까지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들로부터 확보한 명단을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정부의 고위관료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재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국방부에서도 동조하는 세력이 꽤 있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일부 사단장을 동원하여 각 길드의 핵심세력을 날려버릴 계획도 세웠던 것 같습니다.”

“그럼 뭔가 빨리 대책을 세워야하는 것 아닙니까?”

“이미 능력자협회에서 이번 기회에 반대로 북한의 각 군단에 있는 저들의 동조세력 및 매수자들을 싹 쓸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그게 지금 능력자협회와 각 길드의 마스터들이 부딪치고 있는 쟁점입니다.”

“각 길드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죠?”

“3대 대형 길드와 7대 중소형 길드를 말합니다. 이중 2군단에 배속된 7대 중소형길드인 서울과 화랑은 뺐습니다.”

“아니 왜요?”

“저들의 핵심 간부 중에 프락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

7대 중소형 길드 중 2개가 벌써 저들의 손아귀에 넘어가 동조를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소울은 국정현의 얘기를 듣고는 소름이 돋았다. 자신은 이런 음모에 대해서는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암중에서 까딱하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능력자협회와 5대 중소형 길드의 마스터들은 먼저 저들이 자신들을 죽이려고 했으니 무력을 써서라도 이번 기회에 싹 쳐 죽여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고, 3대 대형 길드 마스터들은 저들을 죽이는 것은 불법이니 안 된다며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음, 사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쉬운 일은 아니겠네요.”

그가 생각하기에도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를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저희들의 판단으로는, 일단 북한의 각 군단에서 저들과 동조하거나 매수된 세력을 찾아 없애고 난 후, 반 능력자연합의 핵심 인물과 저들의 무력단체에 대한 응징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나머지는 대부분 회유하거나 힘을 빼놓는 작전 정도를 벌일 것입니다.”

“그건 너무 어중간하네요. 확실하게 매듭을 짓지 않으면 자칫 위험해지겠어요. 북한의 각 군단에서 저들과 동조하거나 매수된 세력을 찾아 없애는 일이 절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북한의 각 군단 수뇌부와 마찰이 생길 거예요. 그럼 어떻게든 피해가 생길 것이고 반 능력자연합에서 만든 이 차도살인의 계책이 성공하는 셈이 될 겁니다.”

“마스터, 제대로 보셨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저희가 맡은 4군단을 아예 흡수해버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네에?”

그제야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같았다.

“생각해보세요. 서머너즈 길드가 가지고 있는 능력자들의 힘과 4군단을 흡수한 소울 디펜스의 무력이 합쳐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실 생각해볼 것도 없었다.

북한의 4군단은 황해남도 해주시 수양산에 사령부를 두고 있고 이와는 별도로 황해남도 옹진군 국사봉에 전선사령부를 두고 있다. 4군단의 구성은 4개 보병사단, 2개 박격포연대, 1개 평사포여단, 1개 방사포여단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총 병력은 약 6만 명이다.

제26사단, 제28사단, 제33사단, 제41사단, 제34여단, 제77평사포여단, 제88방사포여단 ,제18박격포연대, 제31박격포연대…….

몬스터 웨이브와 개성 필드 그리고 개성의 북부가 레어화 되는 과정으로 인해 그간 4군단의 피해는 엄청났다. 무려 2만 여명의 사상자가 난 것이다.

하지만 아직 4만 명이나 되는 병력이 예성강을 중심으로 개성 필드에서 넘어오고 있는 몬스터들을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있었다.

이 4군단의 병력을 서머너즈 길드 산하 소울 디펜스가 온전히 흡수하고 부족한 무기와 탄약 그리고 각종 보급품을 채워준다면 수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패를 가지게 된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전력을 가진 서머너즈 길드를 감히 누가 위협하겠는가?

“하지만 저들은 실질적으로 정부에 입김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집단이 아닙니까? 만약 정말 미친 척하고 국군의 각 군단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습니다. 전위에 포진한 육군의 각 군단은 북한의 각 군단을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압록강과 두만강을 향해 북진을 하게 될 겁니다. 북한군을 대신해 새로운 국경을 지키러 가는 것이죠.”

“그건 곧 통일이 된다는 말이네요.”

“이미 통일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그것보다 사실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여력이 없어 방치해놓은 몬스터 필드에서 나온 놈들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넘어와서 난동을 부리는 일입니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육군의 각 군단이 틀어막고 북한의 각 군단을 이용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하면 한반도는 북한에 셋, 남한에 일곱 도합 열개의 몬스터 필드에 대 몬스터 장벽을 완벽히 설치하여 몬스터 프리 존(free zone)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직은 꿈같은 얘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 계획대로만 잘 진행된다면 성공할 가능성도 있었다.

아무리 몬스터의 사체에서 나오는 마석과 부산물이 중요하다고 해도 몬스터의 위협에서 자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긴다.

생명의 위협이 없어진다면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크게 환영해마지 않을 것이다.

“4군단을 흡수하고 나면, 230만 명에 달하는 황해남도의 주민에게 정부의 지원을 풀고 차근차근 개발을 시작하면 됩니다. 황해남도는 산지가 적고 대부분 평지입니다. 황해에 접해 있는 까닭에 북한에서 가장 온화한 지역이기도 하지요.”

“그 말은 농사를 짓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것도 최근에 각광받는 몬스터 사체를 이용한 비료를 써서요.”

“그런 게 있습니까?”

소울은 몬스터 사체를 이용한 비료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몬스터의 사체에서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을 채취하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 새로운 비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원래 일부 몬스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몬스터는 사람이 식용하게 되면 독에 중독되거나 극심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래서 먹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무나 풀 같은 식물에게는 얘기가 다르다.

몬스터가 죽어 땅에 묻히게 되면 급속한 부패가 일어나고 빠르게 분해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빠르게 자연으로 돌아간 몬스터의 사체는 훌륭한 비료가 되어 식물의 생장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곧 몬스터 사체를 이용해 만든 비료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미 실험을 통해 엄청난 효과가 입증되었는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 비료를 먹고 자란 주요 식물들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없는지 확인중이랍니다.”

“만약에 유해한 성분이 검출되면 시장에 출하도 못해보고 끝나겠네요.”

“능력자협회에서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검증이 끝난 상태에서 우리가 뒷북을 치고 있는 상태라서 어떻게 보면 요식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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