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3 제 54 장 - 책략(策略) =========================================================================
“이미 전화로 알려드린 것과 마찬가지로 드디어 정부에서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울산, 7개 대도시에 인접한 각 몬스터 필드 근처에 ‘능력자 특별지구’를 선정했습니다. 서울은 우리가 투자한 강남구 세곡동 지역이 ‘능력자 특별지구’로 선정됐습니다.”
“언제 발표됐습니까?”
“사실 소문은 어제 저녁부터 들려왔는데 결정된 것은 약 한 시간 전입니다. ‘능력자 특별지구’라는 말은 ‘길드와 공격대 그리고 파티를 위한 특별구역’이라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소울은 무엇보다 그동안 거액을 투자한 부동산 투자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궁금했다. 그의 상기된 모습에 정일용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일단 현재 능력자 특별지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부터 알려드립니다. 당연히 똥값으로 떨어져있던 세곡동의 능력자 특별지구는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기 전의 부동산 가격을 이미 회복한 상태이고 시간이 갈수록 무서운 속도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이걸 보시면 됩니다.”
정일용은 프로젝터로 자신의 노트북의 내용을 띄워주었다.
실시간으로 숫자가 변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해당 부동산에 대한 오퍼가 들어오며 기록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저 숫자는 지금 어디에서 오는 겁니까?”
“이번에 설립한 투자회사인 ‘소울투자’에서 보내오는 겁니다.”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투자회사를 하나 차린다고 하더니 그게 ‘소울투자’였던 모양이었다.
“소울투자는 마스터만을 위한 투자회사로 마스터의 재산을 투자 및 관리를 해주지만, 마스터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 유지, 보수하는 역할도 합니다. 쉽게 말해 옛날 왕의 내수사의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기서 갑자기 왜 왕이 나오고 내수사가 나옵니까?”
“하하하,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마스터의 유머감각이 많이 떨어지셨네요.”
다들 웃음으로 넘기고 있지만 소울은 그의 말에 뭔가 아주 수상한 느낌이 받았다.
“자, 다음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현재 세곡동의 능력자 특별지구, 앞으로 그냥 ‘세곡동 특구’로 호칭하겠습니다.”
“네, 세곡동 특구요.”
정일용은 노트북을 만지더니 프로젝터를 통해 도표를 하나 띄웠다.
“이게 예전 세곡동 특구의 부동산 가격과 공시지가입니다. 다음 장은 우리가 투자한 부동산의 가치변화를 나타낸 것입니다.”
정일용은 미리 프린트 해놓은 종이를 돌리면서 계속해서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소울은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종이에 적힌 숫자를 보며 목이 타는 것을 느꼈다.
“…… 그래서 현재 투자된 총액이 무려 3,460억 원에 달합니다. 이미 세곡동 특구에 투자한 부동산 가격은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기 전의 가격이상으로 뛰어 오른 상태입니다. 그것만 해도 최소 4배 이상은 됩니다. 하지만 1주일 안에 최소한 10배는 뛰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잠깐만요.”
소울은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을 들어 정일용을 제지했다.
“네, 마스터! 말씀하세요.”
“우리가 투자한 부동산 중 당장 팔지 않을 것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그건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수록 융자할 수 있는 액수도 덩달아 올라가니까요.”
“아닙니다. 앞으로 융자는 없을 겁니다. 지금 은행에서 대출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1500억도 이번에 모조리 정리해서 갚아버리도록 하세요.”
“네?”
정일용은 소울의 말에 갑자기 좋아하던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왜 갑자기…….”
“그 부분에 대한 것은 더 이상 질문을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쉽게 말해서 제 방침 같은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앞으로 은행에서 돈 안 빌리고 제 돈으로 투자를 하도록 하세요.”
확고부동한 소울의 말에 정일용도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을 잃었다. 자기 돈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데로 투자하겠다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서머너즈 길드가 훨씬 더 커질 것 같아요. 그러니 서머너즈 길드 본관 건물과 주변 건물은 물론이고 건너편에 있는 건물과 땅도 모두 서머너즈 길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세요.”
“마스터, 그 정도면 지금 투자한 금액의 거의 3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돈이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부동산 투자는 서머너즈 길드에서 한 것이 아니라 마스터 개인이 한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도 손해를 볼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서머너즈 길드의 가용자금이 300억 밖에 없으니 이 본관과 부대시설, 주변 건물 등은 모두 임대비를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세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개인 부동산을 서머너즈 길드에 임대해서 사용하게 하고 임대비를 받는 형식이면 소울에게 전혀 손해가 아니다. 물론 팔면 거금을 만질 수도 있겠지만 서머너즈 길드의 발전가능성을 생각할 때 서머너즈 길드 본관과 주변건물 아니 건너편 건물까지 모두 사용할 정도가 되는 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정도 규모면 어디 가서 길드 건물이 후지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임대가 정답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부분은 그럼 마스터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소울메탈이 들어선 장소의 부동산도 현재 임대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유정아 박사께서 미국 은행으로부터 자금이 들어오는 데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구매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재계약을 하세요. 땅값이 올랐으니 당연히 계약을 다시 해야지요.”
“네? 그렇게 되면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텐데요?”
“그럼 계약 자체를 파기하고 위약금 주고 내보내세요. 그깟 위약금 얼마나 한다고 그러십니까?”
“아!
정일용이 소울보다 머리는 더 좋았지만 이런 잔머리는 조금 약한 면이 있었다.
소울의 말에 정일용은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아! 미국 은행에서 융자로 받을 돈이 1,000억입니다. 재계약을 한다면 아마 그 돈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줘야 되겠네요.”
“하하하, 맞습니다. 그렇지만 그곳의 지리적 위치도 나쁘지 않으니 소울 메탈에서도 투자가치가 높은 대지를 사들인 셈이 될 겁니다.”
“문제는 유정아 박사인데, 괜찮을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소울 메탈로 인해 앞으로 벌어들일 돈에 비하면 그 정도는 새발에 피 입니다. 유정아 박사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웃으면서 해결해줄 겁니다. 뭐 어차피 자기 돈을 투자하는 것도 아닌데요. 뭐…….”
소울은 기회가 왔을 때 한번 왕창 우려먹을 작정을 하고 있었다.
비록 소울 메탈의 지분을 반이나 가지고 있는 주인이지만 소울 메탈은 지분만 많이 가지고 있다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회사도 아니었다.
이미 소문이 너무 무성하게 난 상태에다 미국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주시하는 상태라 유정아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소울은 처음부터 깨끗하게 소울 메탈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돈만 챙기기로 한 것이다.
최소한 미국 정부는 그가 지분에 맞는 이익금을 챙겨가는 것 가지고 시비를 걸 정도로 쪼잔 하게 굴 놈들은 아니었다.
“그럼 마스터의 말대로 서머너즈 길드가 사용할 부동산과 소울 메탈에 넘길 부동산을 제하면 3분의 1 정도가 남는군요. 다행히 1200억을 투자한 부동산은 모두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적게는 10배지만 많게는 2~30배도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얘기하니까 너무 거품이 많네요. 일단 1200억을 투자한 부동산의 현재 가치로 계산해서 다시 얘기합시다.”
“네.”
소울의 말에 정일용이 어딘가로 전화를 해서 요청을 하자 3분 만에 정리가 되어 정일용의 노트북으로 자료가 넘어왔다.
“호오, 1200억을 투자했는데 벌써 6000억 원이나 되는 군요. 정확히 5배가 뛰었네요.”
“이 정도면 그리 많이 뛴 것도 아닙니다. 원래 4800~5200억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던 부동산이었어요. 그게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값이 떨어진 것뿐입니다.”
황금보와 정일용의 대화에 소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제 6000억을 가지고 얘기를 해봅시다. 얼마까지 올라갈 것 같습니까?”
“작게는 2배 많게는 6배를 보고 있습니다.”
“1조2천억에서 3조6천억이란 말이네요.”
이정도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초대박이라고 말해도 부족할 정도의 엄청난 수익률이었다.
“세금을 엄청 내야겠네요.”
“그건 아닙니다. 세곡동 특구 안에서는 길드나 공격대, 파티가 소유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면세입니다. 또한, 길드나 공격대, 파티에 판매해서 실현된 이익에 대해서도 면세입니다. 단 일반인끼리의 거래나 일반인에게 판매하면 면세 혜택이 사라집니다. 단 소울 메탈처럼 이미 들어와서 영업을 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그럼 무조건 길드나 공격대 그리고 파티만 들어오라는 얘기네요.”
“원래 취지가 바로 그겁니다. 어차피 우리는 길드나 공격대 그리고 파티에 부동산을 처분할 생각이니 따로 세금 낼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동안 해오던 정부의 행태로 봤을 때,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파격적인 능력자 우대 정책이었다. 하지만 그 속을 파고 들어가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미 세곡동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7대 대도시 인근에 위치한 특구의 땅은 정부의 고위관료와 국회의원 그리고 재벌들이 발표가 나기 전에 미리 은밀하게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길드에게 이 정보를 푼 것은 아니었다.
3대 대형 길드와 7대 중소형 길드는 대부분 철저하게 이번 일에서 소외되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7대 재벌 길드 중에 2~3개 길드도 정부에게 찍혀 있는 상태라 정보를 입수하는데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는 소문이 있었다.
“굳이 서둘러서 모든 부동산을 처분할 필요는 없겠네요. 은행에서 대출받은 1500억만 조금 일찍 정리하도록 하시고 북한의 4군단을 지원할 자금으로 1000억 정도만 예비비로 준비하시면 나머지는 최대한의 이익실현을 노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정일용이 소울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번에는 국정현이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마스터, 이왕 말이 나왔으니 우리 북한 4군단 지원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먼저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일에 관해서 앞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회의는 극비로 진행합니다. 도청방지장치를 가동하겠습니다.”
“네? 아! 네. 그렇게 하세요.”
소울의 허락이 떨어지자 국정현은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고, 정일용은 회의실에 있는 리모컨을 눌렀다. 그러자 도청방지장치가 가동되면서 창문 위에서 차폐막이 내려왔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곧 건장한 체격을 가진 중년의 장정들이 모두 검은 제복을 입고 안으로 걸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울은 호기심 가득한 눈을 하고 그들을 쳐다봤다.
짧은 머리 모양을 보자 대충 어디 출신인지 짐작이 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북한의 황해남도 해주시 수양산 지하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4군단의 지원과 계획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그전에 먼저 여기 서 있는 서머너즈 길드 산하 ‘소울 디펜스’의 주역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소울 디펜스?”
“서머너즈 길드 산하 민간군사기업의 이름입니다. 그것에 관한 설명은 잠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네.”
국정현이 앞으로 나서더니 한명씩 소개를 시작했다.
“먼저 여기 소울 디펜스 김영신 사장님은 백골부대로 잘 알려진 육군 제3보병사단의 사단장을 역임하신 분으로 이번에 저희 길드에서 특별히 초빙하게 됐습니다.”
“마스터, 반갑습니다. 서머너즈 길드의 위명에 조금도 떨어지지 않는 소울 디펜스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소울은 나이가 한참이나 많아 보이는 전 백골부대 사단장이었던 김영신이 거침없이 경례를 붙여대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마주 경례를 붙였다.
계급에 대해 민감한 군인답게 김영신은 소울을 자신의 상급자로 인정을 한 것이다.
기왕 일어선 것, 소울은 그대로 걸어 나가더니 김영신에게 다가가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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