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0 제 53 장 - 등용(登用) =========================================================================
“호호호, 그거면 됐어요. 서머너즈 길드 마스터에다 대한민국의 국민적인 영웅인 오빠가 말씀하시는 게 맞겠죠. 저 능력자 되면 오빠 길드로 들어갈래요.”
“저, 정말?”
소울은 소희를 서머너즈 길드로 영입하고 싶다는 말을 어떻게 하나 속으로 고민 중이었는데 그녀의 입에서 먼저 그 말이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렸다.
“네. 혹시 안 되는 것은 아니죠?”
“그럴 리가 있나?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여배우, 아니 미녀 소환사를 우리 서머너즈 길드에서 안 받아준다는 건 말도 안 돼지.”
“호호호! 고마워요. 오빠! 나 앞으로 잘 할게요.”
“잘 하긴 뭘 잘해? 그냥 들어와 주기만 해도 우린 감사하지!”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당연하지!”
소울은 솔직한 심정을 있는 그대로 토로했다. 금소희가 서머너즈 길드로 들어온다는 것은 대박, 아니 초대박을 터트린 것이나 진배없었다.
‘저런 잠재능력을 가지고도 아직까지 각성하지 못한 것이 나에게는 큰 행운이 되었구나. 아니지. 반대로 나를 만난 것이 소희에겐 천운인지도 모르지. 이번에 서머너즈 길드원을 위한 소환마법진을 펼칠 때 꼭 참석하라고 해야겠다. 소환마법진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잠재능력이 개화되겠지.’
지금이라도 계기만 있으면 당장 각성을 할 수 있는 금소희였다. 소울은 그녀에게 소환마법진을 펼치는 날짜를 알려주고 그날 꼭 참석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소희야! 그날 반드시 참석해서 꼭 능력을 개화시키도록 하자.”
“알겠어요. 오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은 꼭 스케줄 비워 놓을게요.”
“그리고 서머너즈 길드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고마워요. 절 받아줘서…….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마스터!”
“하하하하!”
“호호호호!”
금소희가 여군처럼 경례를 하자 둘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정식으로 길드에 가입하는 것은 서머너즈 길드에 오는 날 하도록 하고, 오늘 일은 둘만의 비밀이니까 절대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라.”
“네, 알겠어요. 그리고 저 입 무거워요.”
소울과 금소희는 동시에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걸고는 굳게 약속했다.
금소희의 서머너즈 길드 합류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아야 것이다.
마주보는 두 사람의 눈빛 사이로 아직은 알 수 없는 묘한 교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 * * * *
금소희가 타고 있는 밴이 떠나가자 소울은 오른 팔을 들고 마구 흔들었다.
정은동이 모퉁이를 돌아가느라 잠시 밴의 속도를 늦추자, 창문이 살짝 열리며 금소희의 하얀 손이 빠져나오더니 소울을 향해 마구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순간, 소울의 팔이 고장 난 풍차처럼 마구 흔들거렸다.
“금소희가 무척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예쁘고, 똑똑하고, 심지가 아주 굳네요.”
“좋은 인연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그렇게 될 겁니다.”
소울의 말에 황금보는 흠칫 놀랐다. 그러더니 뭔가 알겠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발했다.
소울은 황금보가 자신의 말을 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머지않아 밝혀질 일이라 굳이 그의 생각을 일일이 정정해주지는 않았다.
“이제 그만 들어가셔서 능력자협회의 광고를 찍도록 하시죠.”
“네, 그럽시다.”
스튜디오로 들어가자 신성한 감독이 쪼르르 다가오더니 눈에 띄게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뭔가 심중에 큰 변화를 일으킨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울과 황금보는 되도 않는 신성한의 수작에 일일이 상대하지 않고 다음 광고를 같이 찍을 상대역을 기다렸다.
“누가 오기로 했죠?”
“성유나라고 현재 인기절정인 아이돌 그룹 핑크의 리드보컬이 오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돌이라는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돈 주고 음원을 사서 다운로드받아 들은 적은 없지만, 워낙 인기가 있는 미녀 아이돌 그룹이라서 소울도 성유나라는 이름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한때는 이들의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른 적도 있었다.
예전에 비슷한 이름의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와 얼굴이 닮아서 더욱 유명해진 여자 아이돌이기도 했다.
덜컹!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문이 열리자 마치 ‘안녕하세요?’를 랩이라도 되는 양 폭포수처럼 남발하며 들어오는 일남일녀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는 로드매니저가 분명했고, 여자는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자체 발광을 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성유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렸을 적에 잠깐 모델로 활동했다는 말이 있었는데 지금 보니 확실히 몸매가 범상치 않았다.
“안녕하세요? 신성한 감독님!”
“유나야! 어서 와라!”
“제가 늦게 온 거 아니죠?”
“시간 맞춰 잘 왔어.”
신성한 감독은 연녹색의 원피스를 입은 성유나를 보자 마치 친 동생이 온 것처럼 환하게 웃으면서 반겼다.
소울은 예쁜 성유나가 신성한 감독과 친해보이자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
눈치 빠른 황금보는 소울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곧바로 앞으로 나섰다.
“신 감독, 일단 서로 소개부터 시켜줘야지?”
“아! 네, 죄송합니다.”
신성한은 말로는 죄송하다고 했지만 전혀 죄송한 표정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금세 바뀌는 저 태도를 보면 앞으로 사회생활하기 쉽지 않겠다는 걱정이 좀 들었다.
“인사해. 이쪽은 오늘 광고 모델의 주인공이신 서머너즈 길드의 이소울 마스터!”
“안녕하세요? 성유나입니다.”
“반갑습니다. 이소울입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본 성유나의 첫인상은 실물이 몇 배는 더 빛난다는 사실이었다.
“TV에서 인터뷰 하시는 것 봤는데, 이제 보니 실물이 훨씬 미남이시네요?”
“네? 아하하하! 미남이라니요? 전혀 아닙니다. 저는 그냥 평민이죠. 지금 보니 왜 성유나 씨가 왜 요즘 대세라는 말을 듣는지 알 것 같습니다.”
“어머, 정말요?”
성유나는 단 한마디로 소울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소울은 성유나가 그저 예의상 하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성유나는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통해 철저하게 훈련시켜 만들어진 아이돌 스타였다. 타고난 미모와 재능이 받쳐주고 혹독한 연습과 관리를 받으니 사실 뜨는 것은 처음부터 시간문제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중론이었다.
한주먹밖에 안될 것 같은 작은 얼굴에, 팔등신의 몸매, 그리고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미가 돋보이는 성유나는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화보 그 자체였다.
의도적인지 모르지만 신성한은 성유나를 황금보에게 소개시켜주지 않았다.
황금보도 그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그저 소울의 옆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런 황금보의 모습에서 왠지 처세의 달인의 향기가 풍겨 나오는 듯 했다.
“어머, 이 새끼 곰은 혹시 그 비보잉하는 곰 아니에요?”
“맞아요. 푸티나라고 해요.”
“아! 이름이 푸티나구나. 안녕! 푸티나!”
“꾸잉!”
소울은 성유나의 인사에 푸티나가 마주보고 인사를 하자 깜짝 놀랐다.
푸티나는 소울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인사를 하거나 친한 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푸티나는 성유나의 인사에 반응했다.
성유나는 푸티나가 마음에 드는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푸티나의 손가락을 툭툭 치면서 장난을 쳤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왜 푸티나가 성유나에게 인사를 하는 거지? 혹시 성유나에게 푸티나를 매혹시키는 매력 같은 것이라도 있는 건가?’
그는 이 사실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전혀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푸티나는 소울의 애완동물이 아니라 소환수이다. 물론 불곰 새끼의 탈을 쓰고 있는 소환수이긴 하지만 엄연히 소환수는 소환수다. 그런 푸티나가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인사를 한다는 것은 절대 평범한 일이 될 수 없다.
‘일단 한번 확인을 해보자.’
그녀 자신도 모르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지 소울은 ‘능력 & 잠재능력’ 스킬을 사용해서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능력 & 잠재능력 확인!’
강한 의념을 가지고 스킬을 쓰자 성유나의 머리 위로 대화창이 하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능력 & 잠재능력 확인 대상: 성유나
능력: 테이밍(D)
잠재능력: 소환 - 숲의 요정 드라이어드(E)]
소울은 성유나의 능력과 잠재능력을 확인한 순간, 입을 떡 벌렸다.
그제야 왜 푸티나가 그녀에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성유나는 이미 테이밍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였던 것이다. 그것도 등급이 무려 D급이나 되는 희귀능력자였다.
거기에다 아직 개화되지 않은 잠재능력까지 있었는데 이게 또 숲의 요정인 드라이어드를 소환할 수 있는 소환 능력이었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자 푸티나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푸티나는 성유나가 자신이나 마스터에게 전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를 만나자 마치 숲속에 들어온 것 같이 기분이 좋아져서 친밀감을 표시했다.
물론 그렇다고 푸티나가 성유나의 테이밍에 홀려서 넘어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푸티나는 소울의 소환수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성유나의 명령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성유나의 인사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줄 정도의 친밀감을 형성하근 것은 가능했다.
그런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던 스텝들은 성유나가 푸티나와 함께 장난을 치며 노는 것을 보고는 무척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지금은 시선이 많이 집중되어 있으니까 나중에 조용히 한번 물어봐야겠다. 테이밍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소환을 할 수 있는 능력자라면 당연히 우리 서머너즈 길드에서 영입해야지.’
소울은 황금보에게 눈짓을 해서 가까이 다가오게 했다. 그리고는 그의 귀에다 대고 광고촬영 끝나고 성유나와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황금보는 자신이 모시고 있는 마스터가 보기완 달리 여자욕심이 많은 것이 아닌가하는 오해를 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흑심이 있었다면 호텔방을 잡아놓고 데리고 와달라고 하지, 잠깐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라는 식의 귀찮은 지시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뭔가 이유가 있으시겠지.’
황금보는 확실히 사회생활을 오래한 사람이라서 그런지 윗사람의 뜻을 잘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이 넘지 말아야할 선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는 일단 소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푸티나와 잠깐 장난을 치고 놀던 성유나는 신성한 감독이 부르자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일어나 광고촬영 준비를 위해 능력자용 전투슈트를 갈아입으러 방안으로 들어갔다.
소울은 이미 전투슈트를 입고 있는 상태라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황금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그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촬영준비를 마친 신성한 감독이 그에게 다가와 능력자협회의 촬영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며 당부를 했다. 소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능력자협회 광고 콘셉트는 간단합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능력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아직 등록하지 않은 능력자들은 모두 능력자협회에 등록해서 멋진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촬영은 부드러운 미소와 자신감 있는 표정을 살리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알겠어요.”
소울은 능력개발청의 광고 콘셉트와 그리 다르지 않아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우와아아! 장난 아니네?”
“정말 예쁘다.”
“너무 섹시한 것 아니야?”
“몸매가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났어.”
“가슴에 너무 뽕 심하게 너무 넣은 것 아니야?”
“바보야, 성유나가 모델 때려치운 이유가 가슴이 너무 커져서라는 것도 모르냐?”
…….
스텝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역시 이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성유나가 모델을 그만 둔 이유까지 알고 있는 스텝도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지금 귀보다 눈이 호강을 하고 있었다.
가늘고 긴 팔다리에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적당하게 붙어있고, 날씬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는 볼륨 있는 가슴과 라틴계의 미녀들에게나 볼 수 있는 잔뜩 업이 된 힙으로 인해 그녀의 모습은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는 판타지속의 여전사의 느낌이 물씬 풍겨 나왔다.
============================ 작품 후기 ============================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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