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09화 (209/492)
  • 00209  제 53 장 - 등용(登用)  =========================================================================

    “어머, 생일이 저보다 9개월이나 빠르시네요?”

    “듣고 보니 정말 제가 생일이 좀 빠르군요.”

    “이제부터 오빠라고 불러야겠네요?”

    “하하하, 정말 그렇게 불러주신다면야 저야 좋지요.”

    소울은 헤벌쭉 미소를 지으며 좋아죽겠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금소희가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겠다는 말에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꼈다.

    금소희는 좀 바보 같기도 하고, 거짓 없는 순수한 그의 표정에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진짜 오빠라고 불러드려요?”

    “어? 그거 농담이었어요?”

    “호호호, 아니에요. 앞으로 오빠라고 부를게요. 이소울 마스터라고 부르니까 뭔가 좀 딱딱하고 거리감이 느껴지긴 하네요.”

    부담 없는 평범한 얼굴 때문인지, 오빠라는 말이 참 쉽게 나왔다. 너무 편하게 대하는 것이 아닌지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와! 이번엔 진짜죠? 고마워요.”

    “에이, 그건 아니죠.”

    “네에?”

    소울은 무슨 말인가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생에게 존댓말을 쓰는 오빠가 어디 있어요? 그냥 편하게 말씀 놓으세요.”

    “정말 그래도 되나요?”

    “아이, 또 그러신다.”

    “아, 미안해요. 아니 미안해! 그럼 앞으로는 편하게 말하도록 할게.”

    “호호호!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비록 두 사람은 만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어느새 오빠, 동생으로 호칭을 바꾸고 급격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상대방이 하는 일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인해 그들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의외로 둘은 서로 상성이 잘 맞는 것을 알게 됐다.

    나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서로의 얼굴을 찍거나 나란히 얼굴을 맞대며 인증사진까지 찍었다.

    그런데 막상 인증사진을 찍고 보니 너무 다정하게 나온 두 사람의 모습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좀 불안했다. 결국 인증사진만은 인터넷이나 SNS에는 올리지 않고 둘만 따로 가지고 있기로 합의를 했다.

    소울은 인증사진을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금소희의 손도 잡고 그녀으 어깨에 팔을 올리기도 하며 가슴을 떨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금소희는 살짝 손을 떠는 소울을 보자 웃으면서 그의 팔에 팔짱을 끼거나 자신의 어깨에 그의 팔을 올려주는 등 나름 그만을 위한 팬심을 담은 팬서비스를 해줬다.

    덕분에 소울은 금소희가 보기와는 달리 상당히 실한 여자라는 것을 깨닫고 심쿵하기도 했다.

    서로 팬이라는 공통점은 두 사람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한 오누이 사이처럼 만들어주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주저 없이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둘만의 대화방을 만들어 자주 연락을 하기로 했다.

    스페셜 코스 요리가 다 끝나고 시간이 흘러 마지막으로 디저트가 나왔다.

    ‘소희에게 어떤 능력과 잠재 능력이 있는지 궁금하네. 한번 확인해볼까?’

    갑자기 그녀에게 잠재능력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는 정말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그녀를 향해 ‘능력 & 잠재능력’ 스킬을 사용했다.

    그는 마음속으로 강하게 스킬을 외쳤다.

    ‘능력 & 잠재능력 확인!’

    그러자 금소희의 머리 위로 대화창이 하나 생기더니 그녀의 능력과 잠재능력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능력 & 잠재능력 확인 대상: 금소희

    능력: 없음

    잠재능력: 1. 초능력 – 텔레포트(C), 2. 소환 - 바람의 정령(D)]

    ‘능력 & 잠재능력’ 스킬은 대상의 능력과 잠재능력을 확인해주는 스킬이다.

    하급의 능력이라 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되고 그냥 간단한 몇 개의 단어만 늘어놓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소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허억!”

    “오빠? 왜 그래요?”

    갑자기 소울이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을 소울을 향해 바짝 가져가더니 눈을 깜빡거리며 쳐다봤다.

    하지만 소울은 지금,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지 않았다.

    ‘대박!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세상에 잠재능력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둘씩이나 되네? 그것도 하나는 C급의 텔레포트이고 다른 하나는 D급의 바람의 정령 소환이야.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있을 수 있지. 누구는 처음부터 F급 소환계 능력자부터 시작하면서 개고생을 해야 하고 누구는 그냥 잠재능력이 두 개씩이나 떨어져 내리고…….’

    정말 더럽게 불공평한 세상이다.

    그동안 자신이 겪었던 여러 가지 고생을 생각하니 그녀의 잠재능력에 질투가 불길처럼 솟구쳤다.

    소울은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까지 더하면 도대체 금소희가 전생에 나라를 몇 개나 구했기에 이런 엄청난 축복을 한아름 받고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소울 오빠! 갑자기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금소희의 차가운 손이 그의 이마에 닿았다.

    그제야 소울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돌아온 정신은 곧바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

    백설처럼 하얀 피부에 고운 아미, 별빛처럼 반짝이는 흑요석 같은 두 눈,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균형 잡힌 오뚝한 코, 실핏줄이 보일 것 같은 투명하고 석류처럼 붉은 입술…….

    그 어떤 미사여구를 사용해도 눈앞에 보이는 이 숲속의 요정처럼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을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금소희의 표정을 보는 순간, 그의 가슴은 쿵하고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유정아로 단련된 면역체계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전혀 발동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슴의 목처럼 길고 새하얀 목선이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목을 손으로 감싸 안고 그녀의 살짝 벌어진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꾹 눌러 진한 키스를 퍼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초면에 그런 만행을 저질렀다간 은팔찌차고 큰집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그녀가 자신을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는 저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소울은 가히 마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금소희의 이 미친 매력으로부터 필사의 인내력을 발휘해 간신히 빠져 나왔다. 그리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그녀의 보이지 않는 유혹의 그물에서 벗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냉수 한잔을 빠르게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목구멍을 통해 위장으로 들어가자 잠시 경국지색의 미모에 혹했던 정신이 간신히 제자리를 찾아 돌아왔다.

    “혹시 어디 아파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제가 깜짝 놀랐잖아요?”

    “아! 미, 미안. 전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발견을 하게 돼서 본의 아니게 놀라게 했네.”

    “놀라운 발견이요? 그게 뭔데요?”

    금소희는 소울의 말에 큰 호기심을 보였다.

    그녀가 아니라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호기심을 보이는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그녀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줘야 할지 아니면 모른척하고 넘어가야 할지 고민 중이었다.

    냉수 한 잔을 다시 따라 마시면서 그는 빠르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내가 본 것을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잘못하면 다른 길드에서 사활을 걸고 영입해가려고 할 텐데……. 그냥 모른 척 하고 연예인으로 살도록 내버려둘까? 아니야. 이런 잠재능력이면 작은 계기에도 언제든지 각성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되면 괜히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수도 있어. 그리고 그녀가 제대로 포텐을 터트리면 얼마든지 상급의 능력자가 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지금도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의 위치에 있는데 과연 그녀가 능력자가 되고 싶어 할까?’

    결론은 일단 그녀에게 물어보고, 만약 능력자가 되길 원한다면 이 미친 잠재력의 소유자를 무조건 서머너즈 길드로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아. 말해줄게. 그런데 그 전에 나하고 약속 하나만 하자.”

    “약속이요? 무슨 약속이요?”

    “지금부터 내가 소희에게 해주는 말은 절대로 어디 가서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된다는 거야.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면 말해주지.”

    “혹시 그 발견이라는 것이 저와 관련된 일인가요?”

    “맞아. 소희와 관련된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지.”

    금소희는 소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해봤다. 혹시라도 뭔가 자신에게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는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말을 들어보기로 결정했다.

    “좋아요. 비밀로 할게요. 제 얘기라니 안 들을 수가 없네요.”

    “약속을 했으니 믿고 말해줄게.”

    소울은 상체를 숙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내가 D급 소환계 능력자라는 것은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금소희는 잔뜩 긴장하며 침을 꿀떡 삼켰다.

    “소희는 능력자가 될 수 있어.”

    “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소환사가 될 수 있는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게 정말이에요?”

    “100% 사실이야. 그것도 나와 같은 D급 소환계 능력자가 될 수 있는 높은 잠재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래서 아까 내가 크게 놀랐던 거야.”

    “대박!”

    그녀는 깜짝 놀라 귀여운 토끼 같은 모습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오빠한테는 그런 게 막 보여요?”

    “으음, 뭐라고 해야 하나? 아무래도 내가 소환계 능력자이다 보니 가끔 그냥 그런 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소울은 자신에게 능력과 잠재능력을 확인하는 스킬이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또한, 그녀가 가진 두 가지 잠재능력 중 바람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잠재능력보다 더욱 등급이 높은 초능력, 그것도 텔레포트가 있다는 사실은 절대 말하지 않았다. 그녀를 온전히 영입하기 전까지 비밀로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진짜 능력자가 될 수만 있다면 전 능력자 할래요.”

    금소희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한 떨기 백합화처럼 피어올랐다.

    “정말? 진짜 능력자가 되고 싶어?”

    “네, 그래요. 저는 예전부터 능력자가 되길 원했어요. 그래서 지금 저를 누르고 있는 이 모든 압박감에서 해방되고 싶었어요.”

    “그게 무슨 말이야?”

    “실은 제가 요즘 많이 지쳤거든요. 이 생활도 이제 그만 접을까 생각 중이었어요.”

    소울은 금소희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연예계를 은퇴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연예인을 그만두려고 생각했어? 소희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로 지금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잖아?”

    “오빠! 연예인 생활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만만하거나 화려한 것만은 아니에요. 괜히 연예계를 화류계라고 부르겠어요. 이 요지경 안에서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면 정말 가관일 때가 많아요. 말도 안 되는 요구와 협박, 유혹과 별의 별 뒷거래가 난무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아직까지도 대학생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금소희는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 여배우일 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의 명문 대학의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는 수재로도 유명했다.

    머리 좋고, 얼굴 예쁘고, 인기절정의 이 여배우에게 '엄친아'라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렇구나. 뭐 그건 소희가 결정해야 할일이니 굳이 내가 뭐라고 해줄 말이 없네. 다만 능력자가 되는 것은 본인 스스로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거야. 능력자의 삶은 일단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기가 어렵거든.”

    “나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어서 저도 그런 사정은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사람은 연예인이나 경영자 보다 능력자라는 것도요.”

    “벌써 결정을 내린 거야?”

    “네, 이미 저는 마음의 결정을 했어요.”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판단도 무척이나 빠르고 결정도 단호했다. 하지만 소울은 왠지 금소희가 피와 살이 튀는 능력자가 되는 것이 안쓰러웠다.

    꼭 영입하고 싶지만 반대로 그녀가 지금처럼 연예계의 정상에 서서 곱고 화려하게 승승장구하면서 살았으면 좋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도 들었다.

    “결정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봐. 나중에 울면서 후회하지 말고……. 이건 정말 생명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저 올해 대학 졸업반이에요. 연예인 생활도 연말로 끝을 내면, 내년부터는 능력자로 살아갈 수 있어요.”

    “으음.”

    “그런데 저 정말 능력자 될 수 있는 것 맞죠?”

    금소희는 그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청순하고 여린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의 눈빛은 맑은 정광이 흘러나왔다.

    그것을 보니 한번 마음을 세우면 절대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엿보였다.

    “잠재능력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아직 능력이 생긴 단계는 아니야. 하지만 소희가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 정도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각성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내가 말했던 것처럼 D급 소환계 능력자까지는 아마 빠르게 성장하게 될 거야.”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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