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04화 (204/492)

00204  제 51 장 - 협상  =========================================================================

“부작용만 없었다면 사실 더 좋은 재료도 많았지. 하지만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을 팔수는 없잖아? 그래서 많은 계획들이 폐기됐지. 일단 성공적인 것은 거대말벌 여왕벌 정력제, 랩터 간 정력제, 웨어울프 정력제, 오우거와 트롤 생식기 추출 정력제가 있어.”

“헉! 오우거와 트롤 생식기 추출 정력제?”

소울은 갑자기 예전의 기억이 생각나자 절로 두 다리가 꼬였다. 그 모습에 유정아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호호호! 그때 자기가 좀 고생을 하긴 했지. 하지만 그 덕에 정확한 용량과 배합을 알게 되서 이제 더 이상 부작용 걱정은 안 해도 괜찮아.”

“다, 다행이네.”

그는 생각할수록 끔찍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절로 인상이 구겨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제일 효과가 좋았던 것은 사실 거대말벌 여왕벌이야. 이건 거의 무한 정력제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부작용이 없어. 문제는 정력제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료를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거지”

“아!”

소울은 거대말벌과 직접 싸워보기도 해서 그녀의 말이 대충 이해가 갔다.

“오우거와 트롤 생식기 추출 정력제는 남성의 생식기 길이와 굵기를 확대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엄청난 수요를 가지고 있지만 잘 알다시피 오우거와 트롤의 공급이 많지 않아서 이것도 생산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야. 겨우 미량이나 공급할 수 있을 정도지.”

“그럼 반대로 오우거와 트롤만 잡으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이네?”

“그거야 그렇지. 자기 혹시 오우거나 트롤 잡으면 꼭 나한테 팔아야해.”

“알았어.”

그는 앞으로 오우거나 트롤을 보면 무조건 때려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처럼 오우거나 트롤은 그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는 아니었다.

중대형 몬스터에다, 중급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중급 몬스터란 말은 D급이나 C급 몬스터란 말이다. 오우거나 트롤의 성체는 C급 몬스터로 분류된다.

거기에다 오우거는 ‘숲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숲의 절대강자였다.

소울도 트롤은 운 좋게 잡아 봤지만 오우거는 아직 한 마리도 잡아 보질 못했다.

‘유정아는 랩터의 간이 정력제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연히 랩터킹의 간은 더욱 효능이 좋은 정력제가 될 거라고 짐작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내가 잡은 랩터킹의 간을 제외하고, 더 이상 남아 있는 랩터킹의 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형길드에서 레이드 한 랩터킹은 폭격과 원소계 능력자의 화염에 의해 사체가 몽땅 새카맣게 타버렸으니까. 푸하하하하!’

대형길드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소울에게는 상대적으로 좋아서 춤을 추고 싶은 일이었다.

랩터의 간 정력제가 시장에 나오고 물량의 대부분이 소모될 즈음에 소울이 가지고 있는 물량을 풀면 아마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상황이 올 것이 틀림없었다. 거기에다 랩터킹의 간을 이용한 무한 정력제는 모든 남자의 로망이나 마찬가지인 보물이니 결국 어마어마한 가격에 팔려나가게 될 것이다.

소울은 그렇게 속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현재 정력제로 판매가 가능한 것은 랩터 간 정력제와 웨어울프 정력제 둘 뿐이야.”

“그런데 그거 허가는 받고 파는 거야?”

“당연히 처음에는 은밀한 루트를 이용해서 팔아치워야지. 하지만 지금 여러 병원에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니까 결국 나중에는 정식으로 허가를 받게 되겠지.”

“허가 받기 전에 이미 물량이 다 동날 것 같은데?”

“그럼 그것은 그것대로 좋고……. 원래 그렇고 그런 루트로 팔려나가는 게 사실 수익은 더 커지거든.”

“정력제의 효능은 어때?”

랩터 간 정력제는 한번 사용하면 사흘에서 일주일 동안 효과를 볼 수 있고, 웨어울프 정력제는 1시간에서 2시간정도 효과를 볼 수 있어.”

“그거 굉장하네.”

유정아는 소울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굉장하지. 웨어울프인 비스크의 재생능력을 사용하면 웨어울프 정력제는 무한재생이라 원가가 제로에 가깝거든…….’

소울이 말한 굉장하다는 의미와 유정아가 말한 굉장하다는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랩터 간도 정력제로 크게 인기를 끌겠지만 진짜 돈이 되는 것은 역시 원가가 제로에 가까운 웨어울프 정력제였다.

유정아는 소울을 잘 설득하여 비스크의 3개월 임대가 끝나는 시점에서 1년 간 재 임대계약을 하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아직 3개월이 지나려면 조금 시간이 더 남았지만, 비스크에게는 유정아의 이런 계획이 그의 견생(犬生)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었다.

과연 비스크는 차가운 겨울에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조금은 더 두고 봐야 할 대목이었다.

“자기가 랩터 간에 대한 정보를 빨리 알려줘서 그나마 일이 쉬워졌어. 현재 시중에 나돌고 있는 랩터의 사체는 물론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랩터의 사체를 여러 경로를 통해 대량으로 매입하고 있어서 재료에 대한 수급이 쉬워졌거든.”

“설마 랩터 웨이브로 쏟아져 나오는 랩터의 사체를 모조리 매입하고 있는 거야?”

“뭐 그런 셈이지. 덕분에 지금 랩터 간 정력제는 무한정 만들어서 비축해두고 있는 중이야. 랩터 웨이브가 끝나면 아마 시중에 랩터의 사체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야.”

“그러니까 랩터 웨이브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묵혀두겠다는 거구나?”

“그렇지. 그러니까 자기는 내가 랩터 간으로 만든 정력제를 다 풀고 나면 그때 치고 들어오면 돼.”

역시 유정아의 스케일은 광대했다. 전 세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랩터의 사체를 몽땅 사들이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금이 소요돼야 하는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리고 이런 빠른 의사결정 뒤에 과감하고 단호하게 투자되는 이 엄청난 자금은 또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는 유정아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물어봐도 대답해줄 것 같지도 않았고 남의 일에 굳이 너무 깊게 관여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맙다. 내 랩터 간 정력제를 팔 시점까지 생각해줘서.”

“천만에. 앞으로 세계 정력제 시장은 랩터 간 정력제와 웨어울프 정력제가 분할해서 쌍두마차 체제로 가게 될 거야.”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내가 트롤과 오우거를 잡아서 트로이카 체제로 만들어주지.’

당당한 남성의 자존심을 회복하게 된 소울은 사실 시간이 많이 없어서 가지고 있는 단단한 놈을 많이 못 써먹었다.

만약 작정하고 써먹으면 얼마든지 상대방을 매료시킬 수 있는 충분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었다.

오우거와 트롤 생식기 추출 정력제로 길이와 굵기의 문제를 해결하고, 랩터킹의 간을 통해 무한 정력(지구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그는 생물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수컷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을 위해 쉽게 설명하자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지구력)가 완벽하게 작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기쁨을 사실 혼자만 느끼는 것은 수컷으로써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유정아가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행동을 하는 이유는 이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환상적인 조합이 그녀를 완벽하게 케이오(KO)시켰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도 하드웨어 문제로 인해 남성의 자존심을 잃어버린 세상의 모든 형제들에게, 자신이 누리는 이 도도한 자존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남성들에게만 좋은 일일까? 남성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모든 수컷과 암컷들에게 영광이 있으라!

소울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마지막에 뭔가 살짝 삐끗한 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는 순수하게 오늘을 새로운 인류애(人類愛)를 깨달은 귀중한 순간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자기야?”

“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고 있어?”

“아! 미안해. 뭐라고 했지?”

“군장산 랩터 사체 대금 받았냐고 물었잖아?”

“그거? 아직 못 받았는데?”

“음, 워낙 양이 많아서 계산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뭐 알아서 잘 챙겨주겠지?”

“그렇겠지?”

“사실 자기가 랩터를 좀 많이 잡아 죽였어야지.”

“그건 그러네.”

그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정아는 그런 소울에게 다가오더니 살살 가슴을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참, 능력개발청과 능력자협회의 광고를 내일 한꺼번에 찍는다면서?”

“응. 따로 찍으면 귀찮잖아. 그래서 그냥 하루에 같이 끝내버리려고.”

“상대 배역으로 누가 온데? 여배우야? 아이돌이야?”

“몰라. 내일 가봐야 알아.”

“그래?”

유정아는 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이번에는 그의 튼튼한 어깨를 쓰다듬었다.

“내일 모래 자선파티에 참석하는 건 잊지 않았겠지?”

“아차, 그렇구나.”

“뭐야? 잊고 있었어?”

“어휴! 내가 좀 바빴어야지.”

“하긴, 요새 자기 정신없이 바쁘더라. 그럼 나하고 같이 갈래? 내가 리무진 태워줄게.”

“리무진?”

“응.”

“흐음, 그런데는 남자 친구와 같이 가야하는 거 아니야?”

“내가 남자 친구가 어디 있어? 그나마 자기가 남자로써는 가장 가까운 사이잖아. 그냥 영광으로 생각하고 날 데려가도록 해.”

“뭐, 굳이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에스코트 해주도록 하지.”

“호호호, 고마워.”

그의 뇌리에 고하라의 얼굴이 잠시 스쳐지나갔지만 그녀가 자신에게 에스코트를 신청한 것도 아니었고 유정아와 같이 간다고 해서 그녀가 자신의 여자 친구라는 의미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넘기기로 했다.

물론 그는 다른 사람이 볼 때 어떻게 생각할지, 굳이 그런 생각을 깊이 해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일 광고는 진짜 누구와 같이 찍는 거지?’

생각해보니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유정아의 말을 유추해보면 상대역으로 여배우나 여자 아이돌이 오는 모양인데 역시 들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능력개발청이나 능력자협회에 전화해서 물어볼까? 아니다. 어차피 내일이 되면 저절로 알수 있겠지.’

그는 그렇게 쿨 하게 신경을 꺼버리고 소파 위에 벌러덩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그러자 피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며 살살 잠이 오기 시작했다.

유정아는 잠시 소파에 앉아 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가만히 쓸어주다가 그의 품속으로 쏙 안겨 들어갔다.

튼튼한 소울의 팔에 자신의 머리를 살포시 올려놓은 그녀는 고른 숨을 쉬는 그의 품속에 얼굴을 묻더니 눈을 꼭 감고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이내 고른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들었다.

방안에서 까망이와 본과 같이 교육방송을 보고 있던 푸티나가 밖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자 잠시 밖으로 나와 봤다.

평소에 목소리를 키워대던 암컷을 껴안고 좁은 소파에서 잠을 자는 주인의 모습에 푸티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넓은 침대에서 자지 않고 좁은 소파에서 저렇게 불편하게 자는 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까망이가 부르자 그냥 머리만 한번 긁적거리다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본이 담요를 가지고 나와 두 사람을 덮어주고는 조용히 다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유정아는 소울의 품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비벼댔다.

소울은 잠결에 귀찮다는 듯 유정아의 얼굴을 밀어버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은 오뚝이처럼 다시 돌아와 그의 품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그의 품에 침을 흘리면서 단잠을 잤다.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초저녁의 풍경이었다.

* * * * *

소울넷에 접속됐다.

일주일동안 정신없이 바빴지만 하급 영혼체험을 거르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이제 소울넷에 들어와 하급 영혼체험을 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또 하나의 삶의 낙이 되어있었다.

“어? 이게 뭐지? 혹시 소울넷 등급이 올라가기라도 했나?”

드림하우스 거실에 선 그는 대번에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시나 해서 영혼체험 인터페이스를 띄워보자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터페이스 왼쪽 상단에 ‘소울넷 하급 유저’라고 쓰여있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하급 유저가 됐구나.”

그는 학수고대했던 소울넷 유저 등급의 승급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릴 뻔 했다.

하지만 곧 자신이 지금 뭐를 확인해야 하는 지를 깨닫고 인터페이스에서 곧바로 소울넷 상점을 열었다.

그러자 소울넷 상점 아래의 작은 카테고리들이 주르륵 내려왔다.

<소울넷 상점>

영혼체험

삶의 체험

전송

아이템

미션

빙의

영혼의 유희

기타

설정

그는 카테고리 중 ‘기타’를 선택했다.

그러자 ‘기타’의 하위 카테고리가 다시 주르륵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기타>

기부

신고

보고

조언

관계

소울은 떨리는 마음으로 카테고리 중 ‘보고’를 눌러보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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