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203화 (203/492)
  • 00203  제 51 장 - 협상  =========================================================================

    소울은 정일용이 보기보단 욕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판단과 분석은 여전히 예리하고 합리적이어서 그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야했다.

    ‘그러고 보니 마나집적진의 효율도 신사동에서 할 때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긴 했지. 우리 가족 모두 은곡마을에서 오래 살게 되면 장수하게 되는 건가? 하긴 대 몬스터 장벽이 바로 옆이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군.’

    그는 일단 해리슨포드 테라스하우스 전체를 사들이기로 결정하고, 정일용이 계속해서 보여주는 부동산 매물을 하나씩 검토하며 투자할 것들을 빠르게 분류해나갔다.

    정일용은 소울이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을 깨닫자 신이 나서 온갖 부동산 매물을 다 보여줬다.

    아파트, 상가, 창고 등 종류도 무척 다양했다.

    결국 소울과 정일용은 시세차익의 가능성이 높고 지리적 요충지에 자리한 부동산을 위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자 나중에는 오히려 돈이 모자랐다.

    1270억이나 되는 돈을 투자하고도 막상 투자할만한 부동산을 쇼핑해보니 돈이 모자랐다.

    “마스터, 계약서를 보시면 능력개발청에서 15년 동안 매년 100억씩 포상금을 나눠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요?”

    “계약서를 잘 읽어보시면 결국 이게 능력개발청에서 1500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지급보증서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걸 가지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으면 어떨까요?”

    “네에?”

    소울은 이제 정일용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인간이 한번 부동산에 꽂히기 시작하니까 부동산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도무지 무서운 것을 몰랐다.

    문제는 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소울도 정일용의 계획을 들어보고는 은행융자 건을 허락하고 말았다.

    마음은 아니라고 하는데 고개는 어느새 위아래로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 아래, 위, 위, 아래, 위, 아래, 위, 위, 아래…….

    무슨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어찌나 귀가 가벼워졌는지 두 사람은 뭔가에 홀린 듯 어느새 의기투합을 해서 연신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고 있었다.

    광고재계약으로 벌어들인 40억, 랩터킹 두 마리를 잡고 받은 포상금 200억 그리고 리자드맨 의뢰 포상금 2500억이 결국 모조리 부동산 투자로 들어갔다.

    “그럼 능력개발청과 체결한 계약서는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이것을 담보로 내일 아침 일찍 은행융자를 받아서 부동산에 바로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마스터도 푹 쉬십시오!”

    정일용이 떠난 자리는 가을바람이 부는 것처럼 휑해 보였다.

    소울의 은행계좌는 그렇게 빈 자리처럼, 또다시 개털이 되어 버렸다.

    아무리 많이 벌어재껴도 이놈의 잔고는 도통 1억도 넘기지 못해 매번 바닥을 치고 있었다.

    ‘휴우! 내가 도박성이 있나? 아니면 귀가 엷은가? 꼭 저 인간이 와서 설레발을 한 번씩 쳐대면 내 돈이 씨가 마르네.’

    소울은 구시렁거리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유정아의 VIP 스위트룸 옆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간신히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반쯤 누워있으니 사방에서 피로가 몰려왔다.

    사실 그동안 많이 못 쉬었다.

    군장산 야사(夜史)의 주인공이자 우리의 호프(hope), 소울은 지난 일주일 동안 정말 너무나도 바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군장산에서 획득한 랩터의 사체를 챙기고 몬스터 부산물 처리업체에 넘기는 일만 해도 장난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정일용과 국정현을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길드와 관련된 서류를 검토하여 서명을 하는 일로 수전증이 올 정도였고, 한성신문 나수연 기자를 비롯한 국내외 기자들과 방속국과의 인터뷰는 얼굴근육마비로 병원에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소환길드인 ‘서머너즈’가 정식으로 창립 & 발족되자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사람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결국 정일용과 국정현에게 사람 만나는 일은 몽땅 넘겨버린 채, 줄행랑을 놓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억지웃음을 보이고 있어야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동안 제일 많이 만난 것은 유정아가 유일했다.

    그녀는 군장산의 그날 밤 사건 이후로 소울을 마치 자신의 동류로 취급하는 눈빛을 보내 은근히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눈빛을 제외하면 유정아 만큼 그를 많이 도와주고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특히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라인과 인맥의 커넥션은 정일용과 국정현도 몇 수 접어줄 정도로 대단했다.

    길게 심호흡을 하면서 멍하니 창밖을 쳐다봤다.

    말똥말똥 눈을 깜빡이며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서울의 가을 하늘을 보고 참 푸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유정아가 방으로 들어왔다.

    “자기가 가져갔지?”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털썩 앉더니 대뜸 그를 쳐다보며 따지고 들었다.

    “뭘?”

    “랩터의 간 말이야?”

    “무슨 소리야?”

    “군장산에서 랩터 간 뽑아갔잖아?”

    “너 무슨 전설의 고향 봤냐? 구미호가 간 빼 먹는 소리를 하게?”

    유정아는 그를 만나면 매번 이렇게 소울에게 간 내놓으라고 성화를 부렸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가치가 상승해질 것이 뻔한 랩터의 간을 그녀에게 내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 내가졌다. 내가졌다고……. 자기가 원하는 데로 다 해줄 테니까 계약서 쓰자.”

    “정말?”

    “정말이야.”

    결국 유정아는 일주일 만에 백기를 들어야했다. 그녀의 얼굴에 못내 분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좋아. 계약하자.”

    소울이 그제야 시인을 하자 유정아는 그의 눈을 날카롭게 한번 쏘아봤다.

    그러더니 이내 땅이 꺼져라 길게 한숨을 쉬었다.

    “나 못 믿어? 내가 그걸 떼먹기라도 할까봐 그랬어? 왜 안줬어?”

    “그거야 네가 내 랩터 간을 사간다고 했잖아. 난 팔고 싶지 않았어. 그냥 묵혀놓았다가 나중에 진짜 가격이 폭등하면 그때 가서 비싼 값에 팔려고 했지.”

    “이 바보야, 그거 그냥 묵혀두면 썩잖아. 아끼다 똥 되는 것 몰라서 그래?”

    “내가 똥으로 만들지, 황금덩어리로 만들지 정아가 어떻게 알아?”

    “휴우, 하긴 그것도 그러네. 어찌됐던 자기가 내놓은 랩터 간은 정력제로 만들어서 돌려줄게. 대신 하나만 약속해줘.”

    “뭔데?”

    “나중에 팔 때 나를 통해 팔아줘.”

    “10 프로.”

    “겨우?”

    “9 프로.”

    “지금 장난해?”

    “8 프로.”

    “죽는다.”

    “15 프로, 그걸로 합의보자.”

    “20 프로, 더 이상은 나도 곤란해.”

    “좋아. 대신 가격은 그 누구보다도 잘 쳐줘야해.”

    “당연하지.”

    소울과 유정아는 굳게 악수를 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던 정일용 변호사를 다시 불러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까지 마쳤다.

    무시무시한 페널티가 달린 계약서라 이제 유정아는 소울이 가지고 있는 막대한 양의 랩터의 간을 함부로 처리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유통이지 양이 아니었다.

    양이야 적으면 적은대로 비싼 값에 팔아먹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소울이 가지고 있는 수천 개의 랩터 간을 정제해서 정력제로 만들면 얼마나 많은 정력캡슐이 나올지 아직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20%를 유통할 수 있는 권리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자기는 내가 랩터 간을 정력제로 만들어 놓으면 그거 잘 보관해놓고 있어야해. 잃어버리면 진짜 곤란해.”

    “참, 별 걱정을 다 하시네.”

    소울은 한마디로 그녀의 말을 일축했다.

    까망이의 아공간에 보관해놓으면 그 누구도 훔쳐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말을 듣고도 코웃음을 치는 것이다.

    사실 까망이의 아공간은 정말 쓸모가 많다.

    처음 까망이가 F급, 그것도 반쪽짜리 F급 소환수였을 때에는 야구공 하나 들어갈 정도의 크기 밖에 아공간을 보유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등급이 올라가고 성장을 하자 그의 아공간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간단히 설명하면 처음에는 아공간이 가로 x 세로 x 높이가 10cm x 10cm x 10cm에 불과했다. 하지만 E급 소환수가 되면서 아공간은 1m x 1m x 1m 로 커졌다.

    그리고 현재 D급 소환수가 된 까망이의 아공간은 대략 10m x 10m x 10m 의 크기로 크게 확장되었다.

    이렇게 되자 소울은 이제 굳이 전투배낭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까망이와 함께라면 보급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중요한 서류나, 귀중품, C급 마석 같은 것들도 은행의 대여금고를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은행보다 더욱 안전한 곳이 바로 까망이의 아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공간이라는 것 자체가 아주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전략무기가 될 수도 있고 전술적인 활용도도 아주 높았다.

    물론 소울은 전혀 그런 식으로 이용할 생각까지는 못하고 있었다.

    단지 편리한 창고라는 것을 알고 개인적으로 적극 활용할 생각이었다.

    “랩터의 간은 어디에다 보관해놨어?”

    “방에다 보관해놨으니까 가져갈 사람이나 먼저 불러.”

    “알았어.”

    소울은 유정아가 전화를 하는 사이, 큰 방으로 들어와서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랩터의 간 모아 놓은 박스 여기에다 차곡차곡 쌓아 놓도록 해라.]

    [규!]

    큰 방은 금세 플라스틱 밀폐용기로 가득 찬 박스로 채워졌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던 몬스터 사체용 강화비닐 백에다 담아두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플라스틱 밀폐용기에다 넣고 박스에 담아두는 것이 공간을 덜 잡아먹을 것 같아 ‘다있소’에 가서 혼자 쇼핑을 좀 했다.

    “우와, 이거 양이 꽤 되는데?”

    유정아가 어느새 소리도 안내고 나타나 소리쳤다. 그는 살짝 인상을 쓰고는 다부지게 말했다.

    “다 세어놓았으니까 우리 계산 똑바로 하자.”

    “물론이지. 내가 치사하게 이런 것 가지고 사기 치는 여자는 아니잖아?”

    “하긴…….”

    아직까지 신용은 확실한 여자였다.

    그런 쪽으로는 오히려 친척들보다 훨씬 믿을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생오라비 저리가라하게 잘 생긴 제 7 연구동의 남자 연구원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우르르 몰려왔다. 이동용 카트를 넉넉히 가져왔는지 그들은 한 번에 큰 방안에 있던 랩터 간이 담긴 박스를 모조리 끌고 가버렸다.

    “랩터 간 나한테 다 준거 맞지?”

    “응.”

    유정아의 질문에 소울은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했다.

    랩터 간을 다 준 것은 확실히 맞다.

    다만 까망이의 아공간에는 랩터킹의 간도 남아있었다.

    이것만은 절대 유정아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집안의 남자들의 자존심부터 먼저 세워주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소망이는 같은 남자이니 당연히 랩터킹의 간을 나눠줘야지. 나처럼 무한 정력을 가지게 된다면 분명히 죽을 때까지 남자의 자존심을 팍팍 세우면서 큰소리치고 살아갈 수 있을 거야.’

    그는 이기적이었지만 가족에게까지 이기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가정형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느라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걸 마음에 두고 꽁해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렵게 살았던 터라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베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판매를 하면 정말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소울은 랩터킹의 간을 우선적으로 아버지와 남동생인 소망이에게 나눠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결정으로 인해 소울은 나중에 늦둥이 동생을 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래서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를 잘 살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비스크 데려가서 실험한 일은 다 잘됐어?”

    “응, 덕분에 연구가 잘 진행되어서 여러 가지 정력제가 개발됐어.”

    “내 지분도 있는 거 있지 마라.”

    “호호호, 알았어. 사실 웨어울프인 비스크의 협조(협조라고 쓰고 생체실험이라고 읽는다.)로 인해 큰 수익을 올렸으니까 커미션은 확실하게 챙겨줄게.”

    “역시 의리의 아이콘 유정아 답네.”

    “호호호, 의리의 아이콘이라. 그리 나쁘지 않군.”

    유정아는 소울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소울은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유정아는 그동안 어떤 정력제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말이다.

    “어떤 정력제를 만들었기에 그리 큰 수익을 봤어?”

    “그동안 여러 몬스터를 잡아다가 실험을 해봤는데 정력제로 최종합격된 것은 그렇게 종류가 많지 않아.”

    “얼마나 되는데?”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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