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8 제 50 장 - 광란(狂亂) =========================================================================
“맛있네.”
-호호호, 자기를 위해서 내가 2층 뷔페식당의 주방장에게 특별히 부탁을 한 도시락이야.
“내 대신 팁 좀 넉넉히 챙겨줘!”
-별 걱정을 다 하네. 이미 잘 챙겨줬어. 그리고 그 주방장 자기 팬이더라.
“내 팬?”
-몰랐어. 요새 자기가 대세잖아.
“푸하하하하! 내가 대세야?”
-오늘도 아주 멋지게 찍혔던데? 내가 편집해서 유튜비에 동영상 올리려고 하는데 괜찮지?
“응, 그렇게 해준다면야 내가 더 고맙지.”
-호호호, 자기는 참 재미있는 사람이야.
“하하하, 너만 하겠냐?”
소울은 능력자협회 2층 뷔페식당의 주방장이 특별히 만들어 보낸 도시락을 틸트로터 무인기를 통해 공수 받아 유정아와 노가리를 까대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까망이는 소울의 명령으로 지금 쉬지 않고 열심히 랩터의 마석과 간을 채취하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특히 정력제가 분명한 랩터의 간은 아무도 몰래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는 상태였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군장산 정상 부근의 나무를 잘라 본방책에 덧대어 방어력을 올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었고, 푸티나는 랩터의 사체를 군장산 정상 한쪽에 쌓아 본방책을 보강하며 전리품까지 챙기는 일석이조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주인은 맛있는 도시락을 까먹으며 미녀와의 노가리를 까고 있는데, 소환수들은 치열한 전투가 끝난 이후에도 쉬지 못하고 밤새도록 이슬을 맞으며 삽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소환수는 소환사를 잘 만나야한다.
반대로 소환사는 소환수를 잘 만나기만 하면 능력자들 중에서도 귀족이라는 소리를 듣는 힐러를 능가하는 귀족이 될 수 있다.
등급도 오르고, 능력도 새로 개화하고, 짭짤한 수입도 올리고 있는 소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거기에다 유정아 같은 우수한 두뇌를 가진 미녀가 요즘 들어 그의 비위를 착착 맞춰주며 입속에 혀같이 굴어대니 소울은 정말 살맛난다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있었다.
유정아는 약속대로 그가 필요한 보급품을 꾸준하게 보내줬다. 그로 인해 소울은 탄약이 모자라서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었다.
거기에다 이번 보급품에는 중기관총과 탄약을 잔뜩 보내주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은 대량살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참, 능력개발청에서 자기한테 연락 안 왔어?
“무슨 연락?”
-그래?
유정아는 잠시 고민을 했다.
직접 듣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미리 얘기를 해주는 것이 좋을지 확신이 안 섰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정하고 입을 열었다.
-능력개발청에서 국방부의 압력을 받고 있는 모양이야.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와 정부겠지만 말이야.
“무슨 압력?”
-그런 게 있어. 하여튼 그로인해 국방부에서 능력개발청을 통해 자기에게 부탁을 할 것 같아.
“그러니까 무슨 부탁?”
-다 된 밥에 숟가락 하나 얹겠다는 거지 뭐겠어?
“엥? 설마 군장산 정상으로 특수부대라도 내려 보내겠다는 말이야?”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
“이런 빌어먹을 놈들이 있나?”
그는 기가 막혔다.
이건 다 된 밥에 숟가락 하나 얹겠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남의 밥그릇을 통째로 내놓으라는 짓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도 좀 이상했다.
국민적 영웅인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무례를 행하는 것은 당연히 대놓고 척을 지자는 것인데 국방부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짓을 하겠는가?
‘설마, 방송국의 헬기들이 내가 활약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것 때문에 질투가 나서 그런가? 아니면 국방부에서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이유가 생겼나? 아무리 생각해도 동기가 좀 약한데…….’
소울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유정아는 결국 정보를 조금 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착 가라앉혔다.
-기존의 기득권층과 새로운 신흥세력으로 부상하는 능력자의 대결구도는 잘 알고 있지?
“응.”
-그럼 3대 길드, 7대 길드 대 재벌 길드의 대결구도도 알고 있어?
“그런 알력이 있었어? 그런데 그게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당연히 상관이 있지. 3대 길드와 7대 길드 그리고 재벌 길드 모두 자기를 길드원으로 끌어들이려고 했거든.
“아! 이제 알겠다. 내가 소환길드를 창설하니까 견제를 하려는 거구나?”
-견제라기보다는 대놓고 무시하는 거지. 그들이 볼 때 자기가 길드 창설한다는 정보가 들어오니까 아마 좀 황당했나봐. 일종의 길들이기로 봐야지.
“우리의 힘을 알고 앞으로 알아서 기어라. 뭐 그런 뜻인가?”
-비슷해. 그리고 자기에게 집중된 국민들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도 있을 거야.
그녀의 말을 듣고 나자 대충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소울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군장산 정상을 내준다고 특수부대가 자신처럼 랩터들을 잘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니 십중팔구는 자신이 떠난 뒤 특수부대가 몰살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들은 이 상태로 자신이 버텨주기를 바라겠지만 소울은 절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아주 지랄을 비벼서 쳐들고 계시네. 다들…….”
-화가 난다고 막 나가면 곤란해.
“내가 바보냐?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하게. 나도 내 이미지가 어떤지 정도는 잘 알고 있어.”
-혹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거야?
“야간전투를 할 거야. 내 밥그릇을 달라고 한다고 그냥 넘겨줄 수는 없잖아? 차라리 그냥 밥그릇 깨고 말지.”
-야간전투는 너무 위험하지 않아?
“하하하! 그건 걱정하지 마. 자기가 지원해준 이 전투헬멧에 야간전투기능이 있잖아.”
-그래도 그건 좀…….
“아직 그놈들에게 전화 못 받았으니까 지금 움직여야해. 지금 무인기 띄워 놓았지?”
-응.
“그럼 잘 찍어. 야간전투 동영상 대박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이번에 보급 받은 중기관총을 쓸 생각이니까 군장산 정상에 탄약 좀 넉넉하게 보급해줘!”
-휴! 정말 못 말릴 위인이네. 알았어. 원하는 데로 해줄게.
“고마워. 그리고 이것은 당장 좀 보급해줬으면 좋겠어.”
-알았어. 바로 보내줄게.
“도시락 잘 먹었다. 가면 내가 도시락 맛있는 것으로 하나 쏠게.”
소울은 자신이 원하는 보급품 목록을 메시지로 첨부해 보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고 전투헬멧의 통신모듈을 패시브로 바꿨다. 이제 누가 연락이 와도 전투중이라 못 받는다는 메시지가 뜰 것이다. 물론 유정아가 보내는 응급 메시지는 패시브 상태라도 바로 들어오게 해놓았다. 귀를 막아도 아예 막아 놓으면 곤란한 상황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이제 간신히 쉴 시간이 되어 앉아서 좀 쉬려던 그의 소환수들이 갑작스런 호출로 인해 모두 그를 향해 모여들었다.
[지금부터 야간전투를 시작하겠다. 낮에는 랩터 무리의 공격에 우리가 수동적으로 방어를 해야 했지만, 밤이 된 지금은 우리가 거꾸로 랩터를 기습해서 복수를 하도록 하자.]
[규!]
[꾸잉!]
[예스, 마이로드!]
소울이 이렇게 야간전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내단이 구슬만큼 커지고 활성화 되면서 일어난 몸의 변화 때문이다.
밤눈이 밝아진다는 말처럼, 정말 그의 두 눈은 올빼미보다도 더 밤눈이 좋아졌다.
지금도 사방이 대낮처럼 훤히 보였다.
거기에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원래가 야행성이다.
밤이 되면 오히려 더욱 전투력이 상승하는 놈들이란 말이다.
까망이야 원래가 반정령인 존재이니 밤과 낮의 구분이 없는 놈이고, 불곰의 신체를 가지고 있는 푸티나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격계 특수능력으로 인해 야시능력을 포함한 오감이 극도로 발달해 있다.
어둠은 인간에게 불안과 공포를 심어준다.
그것은 인간이 오감 중 시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공포는 겪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아무리 등급이 높은 능력자도 사실 야간전투는 지극히 꺼린다.
일반 사람들보다 밤눈이 좋다는 능력자들도 야간전투를 대놓고 벌일 정도로 어둠속을 훤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단으로 인해 신체가 강화되고, 오감이 극대화되는 변화를 겪고 있는 소울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밝아지는 야간(夜間)시력(視力)으로 인해 강한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저벅 저벅 저벅…….
석양이 지도록 사투를 벌인 랩터들이 막 잠에 빠져들려고 할 때 어디선가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랩터들은 달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에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음에 모두 몸을 벌떡 일으키며 긴장하기 시작했다.
휘익, 데구루루루…….
그때 랩터들 사이로 깡통 같은 것이 하나 굴러들어왔다.
암흑이 커튼처럼 내려와 있는 산중에서 정체가 뭔지 제대로 볼 수 있는 놈은 없었다.
설사 안다고 해도 막을 방법도 없었다.
다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많은 랩터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쾅!
쓰이이이이위이이이잉!
그때, 깡통에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력한 빛이 터져 나오고 귀청을 긁어대는 소리가 산중으로 울려퍼졌다.
쿠웨엑 쿠히익 쿠하아악…….
랩터들은 순간적으로 눈이 타 들어가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수많은 랩터들이 섬광탄에 의해 순간적으로 장님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일부는 아예 눈이 완전히 멀어버렸다.
그런 그들에게 새하얀 공포가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푹 푸푸푹 사각사각 철썩 철썩…….
쿠훠어억 쿠엑 쿠히익 쿠하아악…….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랩터들에게 달려들어 마구 창칼을 휘둘렀다.
아무리 랩터의 숫자가 많아도 장님이 된 랩터는 두렵지 않다.
아무리 랩터의 턱이 강하고 이빨이 날카로워도 씹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낮보다 밤에 배는 더 능력이 상승하는 특성으로 인해 이들은 전장을 그냥 씹어 먹고 있었다.
후두두두두…….
파파파파팟…….
쿠훠어억 쿠엑 쿠히익 쿠하아악…….
하늘에서 뼈 화살이 쏟아져 내렸다.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쏟아내는 마법의 화살의 비까지 더해 어둠은 공포, 그 자체로 변했다.
뭐가 보여야 피하던지 말든지 할 텐데, 그냥도 봐도 안 보이는 어둠속에서 섬광탄까지 당한 상황이었다.
장님이 된 랩터들은 그저 어둠속에서 몸을 떠는 닭대가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 와중에도 특수한 능력에, 밤눈이 밝은 빅랩터와 줄무늬랩터들이 그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스켈레톤 주술사의 블라인드 저주를 받아 동료들과 같은 장님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의 목에는 창칼이 무수하게 쳐 박히고 있었다.
우두두두두…….
혼란에 빠진 랩터의 무리를 향해, 마치 수십 마리 말떼처럼 둔중한 진동을 만들어 내며 달려오는 한 마리의 불곰이 보였다.
푸티나는 두 눈만 서늘하게 빛내며 눈에 들어오는 랩터들을 닥치는 대로 발과 몸으로 깔아뭉개며 돌진했다.
푸티나의 목에 자리를 잡고 앉은 소울로 인해 큰 동작은 하지 못했지만 거구의 동체를 빠르게 움직여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가 가는 길 위에는 랩터의 시체가 가득했다.
푸티나의 목에 고삐를 매어 한손으로 잡은 채, 부드러운 털 위에 앉아 몸을 흔드는 소울의 이빨이 어둠속에서 살짝 빛을 반짝거렸다.
그의 주위를 위성처럼 돌고 있는 까망이의 빛살 같은 공격으로 인해 잠시도 랩터의 비명소리가 그치지 않자 군중산 중턱은 죽음의 공포가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아무리 겁 없이 달려드는 몬스터인 랩터라고 해도 생명체인 이상,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원래 죽음의 공포가 없는 존재인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밤이 되자 정말 말도 안 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몇 분 되지도 않아 그들의 지나간 자리는 랩터의 시체로 가득했다.
이제 군중산 정상만이 아니라 산중턱까지 랩터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랩터의 피로 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으하하하하하! 다 죽여! 모조리 죽여 버려!”
소울의 광기어린 목소리가 군중산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며 아직 살아있는 랩터들의 마음을 싸하게 만들었다.
트르르르르륵 트르르르르륵 트르르르르륵…….
양손에 각각 하나씩 들고 마구 쏘아대는 중기관총의 총알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랩터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걸레짝을 만들어버렸다.
푸티나의 등에 매달아 놓은 탄약통을 꺼내 새로 갈아 끼운 것도 이제는 두 자리 숫자를 넘기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 때문에 요새 글을 쓰는 의욕이 납니다. ^^
슬그머니 들어와서 한편 더 올리고 갑니다. 3연참이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쿠폰, 후원 감사합니다.
(설문을 종료합니다. '서머너즈'가 56%로 압도적으로 많아 소환길드는 서머너즈로 하겠습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