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95화 (195/492)
  • 00195  제 49 장 - 개화(開花), 그 악마적 재능  =========================================================================

    ‘내가 또다시 랩터킹을 잡았구나. 이렇게 200억을 버는구나. 그런데 까망이는 어느 구멍에다 거대말벌의 독침을 찔러 넣은 거지? 내가 귓구멍에 찌르라고 말을 한 것 같은데……. 에이, 뭐 알아서 찔렀겠지.’

    만약 까망이가 어느 구멍에다 찔렀는지 안다면 그는 아마 랩터킹에게 조금은 미안했을 것이다. 아니 동정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모르고 있는 소울은 일단 랩터킹을 잡은 것에 크게 고무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울은 대지를 진동시키는 거대한 랩터의 물결을 확인하고는 입을 딱 벌리고야 말았다.

    드드드드드드드…….

    ‘설마 아까 유인됐던 랩터 3만 마리가 그세 돌아온 것은 아니겠지?’

    왜 아니겠는가?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었다.

    [까망아, 랩터킹의 몸에서 마석, 심장, 간을 채취해! 가능하면 최대한 랩터킹의 사체를 가져가도록 하자.]

    [규!]

    소울이 까망이에게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린 순간, 갑자기 눈앞에 있던 랩터킹의 사체가 꺼진듯이 사라져 버렸다.

    [헉! 이거 어디 갔어? 까망아! 혹시 네가 가져갔어?]

    [규!]

    [뭐야? 그럼 너는 랩터킹이 들어갈 정도의 아공간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규우!]

    [그런데 왜 그 사실을 여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언제부터 너한테 그런 아공간이 생긴 거야?]

    [규우! 규우!]

    소울의 다그침에 까망이는 크게 당황해서 자꾸 고개를 도리질했다.

    일부러 속이려고 한 것도 아니고, 한 번도 자신에게 물어본 적이 없어서 대답을 안 한 것뿐인데, 마치 자신이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다그치자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지금 내가 그딴 것을 물어볼 때가 아니야. 일단 이곳은 너무 넓어서 안 되겠다. 모두 군장산 정상으로 퇴각하자.]

    [규!]

    [꾸잉!]

    [예스, 마이로드.]

    소울은 뒤도 안돌아 보고 먼저 군장산 정상을 향해 달려갔다.

    그 뒤를 푸티나가 열심히 따라왔다.

    본은 본방책을 수거하고 스켈레톤 부대를 이용해 철저히 방어진형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군장산 정상을 향해 퇴각했다.

    그 사이 소울은 틸트로터 무인기를 조정하고 있는 제 7 연구소의 연구원을 급히 불렀다.

    “지금 랩터의 무리가 얼마나 군장산에 올라왔습니까?”

    -대충 3만 마리 이상입니다.

    “즉시 탈출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장은 힘들겠습니다.

    “헬기를 보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틸트로터 무인기 두 대만 보내달라는 거예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틸트로터 무인기 3대 모두 연료가 떨어져서 본부로 돌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무인기를 보낼 수 있는 것은 30분 뒤나 가능합니다.

    “아! 이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꼭 이럴 때, 하필이면 틸트로터 무인기의 연료가 떨어져 본부로 회항을 하고 있었다.

    이런 게 바로 그 ‘머피의 법칙’이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할 수 없지. 30분간 모두 최선을 다해서 랩터의 공격을 방어하자. 본은 군장산 정상에다 본방책을 세워 랩터의 난입을 최대한 저지해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즉시 군장산 정상에 반경 20m의 본방책을 만들었다.

    좁은 만큼 방어하기도 유리할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문제는 끝없이 몰려드는 저놈의 랩터 무리에 있었다.

    3만 마리 이상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몰려들지 벌써부터 한숨이 나왔다.

    그냥 눈으로 보기만 해도 질려 버릴 것만 같은 랩터의 무리가 군장산 정상에서부터 산 아래까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저 많은 랩터들을 어떻게 다 잡아 죽이지?’

    반경 20m의 본방책은 직경 40m의 원을 그린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목을 차단한다고 해도 랩터들이 어떻게든 우회하거나 경사진 곳을 타고 올라와 공격할 가능성이 높았다.

    소울은 당장 도망가고 싶었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 절대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군장산 정상에 도망가거나 피할 곳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때로는 싸우기 싫어도 싸워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이 아마 그때가 아닌가 싶었다.

    다행히 30분만 버티면 도망갈 수 있다는 말이 그나마 큰 위안이 됐다.

    ‘더 이상 몸을 사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선제공격을 하자.’

    소울은 일단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의 탄창을 바꿨다.

    그리고는 랩터들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본과 스켈레톤 부대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까망이는 우회하거나 경사지를 타고 올라오려는 랩터들을 공격하고 푸티나는 본을 도와서 랩터의 공격을 막아라.]

    [규!]

    [꾸잉!

    까망이와 푸티나가 그의 명령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자 소울은 오크샤먼의 액세서리를 하나씩 손에 쥐고는 실드를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신강체술도 펼쳤다.

    “실드!”

    “문신강체!”

    몸에 차례로 실드가 쳐지고 문신에서 힘이 쏟아져 들어왔다.

    30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소울은 지금 자신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걸고 있었다.

    쿵 쿠구궁 쿵쿵쿵 쾅쾅…….

    랩터들은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향해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방패에다 대가리를 처박고 난리를 피워도 본방책을 이용하고 방패를 단단히 세워 방어하고 있는 본과 스켈레톤 부대의 방어선을 뚫을 수는 없었다.

    거기에다 푸티나가 가끔씩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쓰는 통에 오히려 군장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랩터의 시체만 높이 쌓여가고 있었다.

    퉁 퉁 퉁 퉁 퉁…….

    소울은 기계적인 동작으로 대물저격총을 쐈다.

    거리가 멀지 않았고 랩터들이 첩첩이 쌓여 있는 상태라 그냥 대충 쏘기만 해도 하나 둘씩은 반드시 죽어 나갔다. 그러니 그의 동작이 규칙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 정말 중기관총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 뻔했다.

    하지만 소울도 나름 머리를 굴리면서 총을 쏘고 있었다. 일반 랩터보다는 빅랩터, 줄무늬랩터, 뿔랩터를 집중적으로 골라서 잡아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짓도 10분이 넘어가자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어느새 급경사를 타고 올라온 랩터들이 까망이의 공격을 피해 본방책에 구멍을 내고 침투해들었던 것이다.

    과연 물량공세에는 당할 자가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까망아, 돌아와!]

    소울은 결국 까망이를 소환하고 대물저격총을 내려놓았다.

    대신 대형권총 두 개를 양손에 쥐고 팔을 쭉 펴면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랩터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툭툭 툭툭툭 툭툭툭툭…….

    쿠헥 쿠히익 쿠에엑 쿠허억…….

    랩터들의 몸에 박혀 들어가는 12.7mm의 대구경 탄환은 랩터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뚫어 버리는 등 그 위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하지만 현대화약무기가 가지고 있는 최악의 단점이 곧 드러났다. 바로 총알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소울은 탄창을 갈 시간조차 없자 즉시 대형권총을 권총집에 집어넣고 대신 토마호크와 대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쉐도우 스텝을 사용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사삿 사사삿…….

    경쾌한 그의 발놀림에 랩터들은 쉽게 그를 따라잡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의 눈부신 움직임에 현혹되어 서로 부딪치거나 발이 꼬여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 사이를 비집고 소울의 토마호크가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휘익! 빠각! 퍽 퍽퍽!

    토마호크로 랩터의 대가리를 쪼개자 뇌수가 팍 튀어 나왔다. 얼굴에 뇌수를 맞은 소울은 바로 스텝을 밟아 쓰러지는 랩터의 옆으로 피했다.

    방금 있던 자리에 랩터의 커다란 아가리가 딱딱 거리며 들어왔다.

    토마호크가 그런 랩터의 뒷목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

    목이 반쯤 잘리자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랩터의 동체가 흔들렸다.

    소울은 랩터의 몸을 발로 밀어버리고 그 반동으로 몸을 뒤로 쭉 뽑았다.

    그 순간 랩터 한 마리가 무서운 속도로 자신의 앞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의 몸을 덮고 있던 실드가 크게 출렁거렸다.

    휘익! 빠각! 퍽 퍽퍽!

    또다시 그의 토마호크가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있는 랩터 한 마리의 대가리를 쪼개버렸다.

    쿵!

    정수리가 쪼개진 랩터가 그 자리에서 실 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져 내렸다.

    소울을 돕기 위해, 그를 향해 접근하는 랩터를 무차별 공격하고 있던 까망이는 본방책 안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는 랩터의 숫자로 인해 조금씩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은 푸티나도 비슷한지 자꾸 뒤쪽에서 싸우고 있는 소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쳐다봤다.

    하지만 소울은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일단 자신의 쉐도우 스텝이 랩터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심리적으로 그에게 큰 안정감을 주었다.

    오크샤먼의 액세서리에 인챈트 된 실드를 활성화해서 자신의 신체가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도 큰 몫을 했다.

    그러나 가장 그의 마음을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것은 자신의 단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내단의 존재였다.

    내단은 주인이 위기에 처한 것을 감지하자 보유하고 있던 기운을 아낌없이 뿜어내어 온몸에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덕분에 소울은 마치 무한체력을 가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리 뛰어 다녀도 쉽게 지치지 않았다.

    소울은 D급 소환계 능력자이지만 또한 F급 강화계 능력자의 신체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다 문신강체술까지 사용하자 F급 강화계 능력자의 신체능력을 넘어 E급 강화계 능력자에 가깝게 신체능력이 올라가있었다.

    이런 강인한 신체에 지치지 않는 체력이 가미되자 그는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빠르고 유연한 동작으로 랩터를 하나씩 제거할 수 있었다.

    휘익! 빠각! 빠각! 퍽 퍽퍽!

    뒤에서 자신을 공격하던 랩터 두 마리의 대가리가 토마호크로 인해 그대로 부서져 내렸다.

    쓰러지는 랩터의 사이를 파고들다 위로 뛰어 오르자 양 옆에서 무섭게 달려든 랩터 두 마리의 대가리가 서로를 향해 거칠게 충돌했다.

    뻑!

    골이 울려 해롱거리는 놈들을 향해 소울은 토마호크와 대검을 이들의 정수리를 향해 동시에 뿌렸다.

    휙휙!

    빡! 푹!

    랩터 두 마리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뇌수를 쏟아냈다.

    그는 가볍게 땅에 착지하면서 토마호크를 소환했다.

    그러자 랩터에 박힌 토마호크가 사라지며 그의 오른손에 잡혀 들어왔다.

    그런데 뭐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는 입을 쫙 벌리고 들어오는 랩터를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 피하며 다시 토마호크를 휘둘러 눈을 찍어버렸다.

    그 순간, 소울은 뭐가 이상했는지 그제야 확실히 깨달았다.

    토마호크의 자루가 부러질 듯 휘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놈의 무기가 말썽을 부리다니……. 하긴 토마호크는 타격무기가 아니라 주술력을 보조하는 무기라는 것을 내가 깜빡했구나.’

    나중에 토마호크를 튼튼한 재료를 써서 업그레이드 시켜줘야 할 것 같았다.

    그는 토마호크를 봉인하기로 결정하고 도끼집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당장 사용할 무기가 없었다.

    아니 아직 그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남아있었다.

    그것은 바로 까망이었다.

    [까망아! 이제 네가 나의 무기가 되어줘야겠다.]

    [규!]

    소울의 말에 까망이는 억울했던 마음도, 섭섭했던 마음도 모두 잊고 기꺼운 마음으로 그의 오른손에 소환되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까망이가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무기 하나를 떠올렸다.

    까망이는 소울의 의지를 확인하고 즉시 자신의 몸을 은빛으로 반짝이는 수리검으로 만들었다.

    수리검은 앞쪽이 각진 화살촉 모양에 손잡이가 달려있고, 끝에는 동그란 원형의 고리가 있어서 끈으로 묶거나 매듭을 지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멀리 집어 던질 것이 아니라 내 주변에서 움직일 것이니 수리검 정도가 딱 좋은 무기다.’

    소울은 스피릿 파워를 끌어올려 수리검으로 변한 까망이에게 밀어 넣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얌전하게 있던 수리검(까망)이 부르르 한번 떨더니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날아라! 까망아!”

    “규!”

    휘잉 휘잉 휘잉…….

    수리검이 그를 중심으로 반경 2m의 원을 그리며 날기 시작했다.

    소울은 랩터의 공격을 쉐도우 스텝을 써서 피하면서 수리검으로 변한 까망이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곧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휘잉 휘잉 휭 휭 피잉 피잉 핑 핑 핑…….

    처음 소울의 몸 주위를 까망이가 돌기 시작했을 때는 그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이제는 날카로운 파공성이 일어나고 있었다.

    소울은 자신의 정면으로 달려드는 랩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까망이가 원을 그리는 궤도를 살짝 비틀어 소울이 목표로 한 랩터의 옆 머리통을 사정없이 꿰뚫어 버렸다.

    퍽! 풀썩!

    머리통이 뚫려버린 랩터는 그대로 힘을 잃고 쓰러져 데구루루 앞을 구르더니 그의 발 앞에 퍼져버렸다.

    그 모습에 소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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