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94화 (194/492)

00194  제 49 장 - 개화(開花), 그 악마적 재능  =========================================================================

잠시 앉아 쉬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저 멀리 동쪽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들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혹시 저것이 순항미사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모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폭격이 시작된다. 모두 준비하고 있어.]

[규!]

[꾸잉!]

[예스, 마이로드!]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나자 순항미사일들이 빠르게 날아와 랩터킹을 향해 직각으로 떨어져 내렸다.

쾅! 콰콰쾅!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총 네 번의 폭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소울은 절로 고개를 흔들었다.

네 번의 폭음에 맞춰 네 번의 붉은 광채가 선명하게 일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랩터킹의 주변으로 엄청난 포격이 떨어져 내렸다.

쾅 콰르르릉 콰콰쾅 꽈르릉…….

전에 비해 터지는 폭탄 하나하나가 강력한 것이 혹시 함포사격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놀란 랩터킹은 포격이 터지지 않는 군장산 쪽으로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를 빅랩터, 줄무늬랩터, 그리고 뿔랩터가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작전대로군.’

소울은 즉시 몸을 돌려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랩터킹을 상대하기 좋은 지형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본, 여기에다 본방책을 펼쳐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즉시 자신의 입을 악어 입처럼 만들더니 곧이어 엄청난 뼈 뭉치를 마구 쏟아냈다.

까드득 까라라라라라라…….

본이 자신의 몸을 한 바퀴 빙 돌리자 어느새 하얀 뼈로 만들어진 튼튼하게 생긴 본방책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본의 이 사기적인 스킬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뒤쪽은 벼랑처럼 가파르고 앞쪽은 평평한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는 바로 암석으로 이뤄진 경사지였다.

공터에서 경사지로 바뀌는 지점에 본방책이 세워졌으니 이곳으로 올라오려고 한다면 입구는 동쪽 한 곳 밖에는 없었다.

[전투준비!]

[규!]

[꾸잉!]

[전투준비!]

소울이 전투준비를 외치며 시시각각 다가오는 랩터킹을 향해 대물저격총의 총구를 돌렸다.

‘처음부터 D급 마석을 섞어서 만든 생체실드 중화탄을 쓸 필요는 없어. 방심하게 만든 다음, 기회를 봐서 한방에 보내버려야지.’

그는 나름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래서 F급 마석으로 만든 최하급 생체실드 중화탄이 든 탄창을 채워 저격을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퉁…….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 JUNGA-1 은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반동도 적었다. 괜히 명품이 아니라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울의 선입견을 단박에 박살내어 씹어 먹었다.

“죽이네!”

그는 작게 속삭이며 계속해서 랩터킹의 얼굴과 목을 향해 대물저격총을 발사했다.

하지만 역시 생각대로 랩터킹의 몸에서 붉은 빛이 번뜩거리기 시작하자 F급 마석으로 만든 최하급 생체실드 중화탄은 모조리 튕겨나갔다.

가만히 살펴보니 예전에 자신이 잡은 랩터킹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큰 놈 같았다.

대물저격총으로 인해 확실하게 어그로가 끌리자 랩터킹은 더 이상 포격은 신경도 쓰지 않고 소울이 있는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이거 일이 아주 쉽게 진행되는구나.’

전투에서는 저렇게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적은 상대하기가 훨씬 쉽고 편한 법이다.

[푸티나, 달려오는 랩터킹에게 한 방 먹여!]

[꾸잉!]

푸티나가 본방책 앞으로 나가 뒷다리를 넓게 벌리고 자리를 잡더니 두 앞발바닥을 앞으로 내밀어 박수를 치듯 세차게 치면서 힘을 줬다.

“꾸잉 꾸잉!”

팡! 파츠츠츳!

두 앞발바닥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하얗게 빛나는 구체 하나가 튀어나와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스파크를 일으키며 날아간 푸티나의 라이트닝볼은 랩터킹의 가슴에 정통으로 부딪쳤다.

화아악!

펑!

하지만 놀랍게도 랩터킹의 몸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마치 붉은 안료 같은 빛이 쏟아져 나오더니 라이트닝볼을 자신의 가슴 바로 앞에서 터트려버렸다.

라이트닝볼이 랩터킹의 몸을 가격하는 순간, 생체실드가 무력화되는 틈을 이용해 저격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소울은 저격을 해야 한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무슨 저런 황당한 일이…….”

놀라는 것도 잠시, 랩터킹이 방책 앞까지 다가오자 그를 상대하려고 앞으로 달려가는 푸티나에게 소울은 급히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푸티나, 정면대결을 하면 위험해! 저번에 그놈보다 훨씬 센 놈이야.]

[꾸잉!]

하지만 소울은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지난번에 소울과 그의 소환수가 잡은 랩터킹 한 마리를 누가 통째로 잡아 잡쉈는지를 말이다.

푸티나는 심장과 간을 비롯해 랩터킹을 통째로 씹어 먹은 당사자였다.

쿠화아아아아!

돌진해오는 랩터킹 앞으로 달려간 푸티나는 갑자기 군중산이 쩌렁쩌렁할 정도로 커다란 포효를 한번 내지르더니 랩터킹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했다.

그리고는 달려오는 랩터킹을 자신의 어깨로 그대로 받아버렸다.

쿵!

둔중한 소리가 들려오며 땅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푸티나와 랩터킹은 정면충돌의 충격으로 각각 뒤로 밀려나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 그들은 마치 자신이 언제 쓰러졌냐는 듯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상대방을 향해 다시 무섭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처절하고 무시무시한 공방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4m에 가까운 랩터킹과 3m의 푸티나가 정면대결을 펼칠 수는 없지……않구나. 저럴 수가? 푸티나의 몸이 언제 저렇게 커졌지?’

아무리 쳐다봐도 푸티나가 밀리는 모습을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푸티나의 몸은 현재 3m를 넘어 3.5m에 육박하고 있었다.

랩터킹의 몸 구조가 기본이 랩터인 것과는 달리, 불곰의 몸을 한 푸티나는 몸무게로 보나 덩치로 보나 랩터킹에 비해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역시 푸티나가 랩터킹 한 마리를 통째로 씹어 먹은 값을 지금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굳이 소울이 더 이상 잔대가리를 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는 대물저격총에 결합된 탄창을 바로 빼버리고 D급 마석을 이용해 만든 중급 생체실드 중화탄이 담긴 주황색 탄창을 결합했다.

그리고는 두 귀와 네 발바닥 그리고 가슴의 번개 문양의 털에서 눈처럼 하얀 빛을 뿜어내는 푸티나의 공격에 맞춰 랩터킹의 오른쪽 무릎을 향해 대물저격총을 아낌없이 쏘기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퉁…….

팅 팅 팅 팅 팅!

분명히 푸티나의 하얗게 빛나는 앞발이 랩터킹의 몸에 맞는 순간을 이용해서 저격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붉은 안료처럼 진한 홍색의 빛이 터져 나올 때마다 랩터킹의 몸을 쑤시고 들어가던 중급 생체실드 중화탄이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지만 불행히도 랩터킹의 생체실드가 언제까지 그를 중급 생체실드 중화탄으로부터 보호해줄 수만은 없었다.

결국 여섯 발 째부터 들어가기 시작한 중급 생체실드 중화탄에 의해 오른쪽 무릎이 꿰뚫린 랩터킹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쿠웨에에에오오오오오!

죽는다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대는 랩터킹의 행동을 보며 소울은 순간, 승리를 예감했다.

푸티나는 소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거대한 동체를 드러나게 만든 랩터킹에게 대해 커다란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마침 좋은 화풀이 상대로 나타난 랩터킹이 고통으로 인해 약점을 보이지 푸티나는 거침없이 다가가 무게 중심이 되고 있는 왼쪽 발을 로우킥으로 후려갈겨 버렸다.

퍽!

휘익 쿵!

허공으로 몸체가 떠올라 땅에 떨어진 고통보다 자신이 발라당 나자빠진 것에 놀란 랩터킹은 벌떡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열이 받을 때로 받은 푸티나가 랩터킹의 약점을 잡은 상태로 펼치는 파상공세를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퍽 퍼퍼퍽 빠각 빠각 퍽퍽퍽…….

무려 C급 몬스터인 랩터킹이 균형을 잃고 쓰러지자 D급 소환수에 불과한 푸티나의 샌드백으로 전락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랩터킹과 푸티나의 상성이 최악인 점도 작용을 했지만 그렇다고 푸티나의 파이팅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싸! 우리 푸티나 잘한다. 렙터킹의 모가지를 부러뜨려버려!]

[꾸잉!]

푸티나는 소울이 신나게 응원을 하자 용기백배해서 더욱 화끈하게 랩터킹을 몰아쳤다. 이빨과 네 발이 풍차처럼 돌아가며 맹공격을 퍼부어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공격은 곧이어 밀어닥친 빅랩터, 줄무늬랩터, 뿔랩터에 의해 중단되고 말았다.

[푸티나, 랩터킹을 방책 안으로 끌고 들어와!]

[꾸잉!]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소울은 푸티나에게 랩터킹만 끌고 방책 안으로 들어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푸티나는 랩터킹의 목을 튼튼한 자신의 한쪽 팔로 꽉 조인 채 이리저리 휘둘러 힘을 빼면서 방책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랩터킹은 방책 안으로 끌려가는 순간 자신은 죽은 목숨이 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대가리가 가분수인 몸으로 한쪽 무릎이 작살나고 모가지가 잡힌 조인상태로 반항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푸티나가 랩터킹을 끌고 방책 안으로 들어가자 즉시 방책 앞으로 이동해 입구를 틀어막고 랩터 무리의 난입을 저지했다.

쿵 쿠궁 쿵쿵 쾅!

스켈레톤 부대가 들고 있는 방패를 향해 머리통이 깨져라 세차게 박아대는 랩터들의 돌진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스켈레톤 부대의 방벽을 뚫어내진 못했다.

아무래도 경사지를 달려오면서 속도를 잃은 랩터들이, 방책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스켈레톤 베테랑의 방패를 뚫기는 처음부터 요원한 일이였다.

그렇게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랩터들의 난입을 저지해서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소울과 푸티나는 랩터킹의 숨통을 끊어버리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랩터킹도 여기서 조금만 삐끗하면 당장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정말 결사적으로 저항을 했다.

힘이 천하장사인 푸티나도 랩터킹의 몸부림에 헉헉대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랩터킹의 체력이 이렇게 좋았나? 이 상태로 가다간 나와 푸티나가 먼저 지치겠다. 좋은 수가 없을까? 아! 있구나.’

그는 전투배낭에서 섬광탄 하나와 황산이 담긴 병을 하나 꺼내더니 당장 까망이를 불러 들였다.

[까망아, 내가 황산을 던지고 섬광탄을 터뜨리면 랩터킹의 구멍으로 들어가서 거대말벌의 독침을 찔러라.]

[규!]

[푸티나는 당장 눈을 감아!]

[꾸잉!]

소울은 황산이 담긴 병을 랩터킹에게 던지고 곧바로 섬광탄의 안전핀을 뽑아서 랩터킹의 바로 앞으로 던졌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바위 뒤로 몸을 낮추며 귀를 두 손으로 막고, 고개를 무릎사이로 처박았다.

챙! 치이이익!

쾅!

쓰이이이이위이이이잉!

순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력한 빛이 터져 나오며 섬광탄 특유의 거슬리는 소리가 귀청을 긁어댔다.

쿠웨에에에오오오오오!

랩터킹은 병이 깨지며 흘러나온 황산으로 인해 피부가 타는 고통과 섬광탄의 강력한 섬광과 귀청을 후벼 파는 소리에 산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댔다.

황산으로 인한 고통과 순간적으로 눈이 멀어버리고 귀에서 이명이 마구 울려대자, 정신을 못 차리는 랩터킹의 목을 푸티나가 더욱 강력히 조여 부러뜨리기 일보직전까지 갔다.

그 순간, 랩터킹의 구멍으로 파고든 까망이가 거대말벌의 독침을 연한 살 속에 푹 쑤셔박았다.

호힛!

퍽!

랩터킹은 갑자기 고개를 바짝 치켜들며 척추를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그 바람에 푸티나는 랩터킹의 뒤통수에 코를 한 대 얻어맞고는 뒤로 발라당 자빠져 버렸다.

다행히 코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화가 난 푸티나의 앞발에서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하얗게 변할 정도의 엄청난 광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푸티나가 이참에 아주 끝장을 보기위해 있는 힘을 다 끌어 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푸티나, 멈춰! 잠깐만 기다려봐!]

[꾸잉!]

퍽!

소울의 만류에 마치 등이 깨져버린 듯 푸티나의 앞발에서 광채가 사라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랩터킹에게 접근했다.

눈을 깜빡대고 있는 랩터킹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석상처럼 누워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얼어버린 닭대가리처럼 보여 절로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놈은 이미 거대말벌의 독침에 찔려서 온몸이 마비가 된 상태야. 내가 마무리 할게.]

아직도 황산으로 인해 몸이 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랩터킹을 보며 마비 된 게 분명하다는 확신을 가진 소울은 겁도 없이 대형권총을 꺼내 랩터킹의 머리 옆으로 걸어갔다.

중급 생체실드 중화탄이 잘 들어있는 지 탄창을 확인한 그는 랩터킹의 귀에 대형권총을 푹 쑤셔 넣고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툭!

퍽!

왼쪽 귀에다 대형권총의 총구를 쑤셔 놓고 쏘자 오른쪽 귀로 피와 뇌수가 터져 나왔다.

랩터킹의 몸이 부르르 한번 떨리더니 이내 축 늘어져버렸다. 랩터킹이 죽은 것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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