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93화 (193/492)

00193  제 49 장 - 개화(開花), 그 악마적 재능  =========================================================================

소울이 먼저 헬기에서 뛰어 내리자, 푸티나도 자신의 몸 보다 더 커 보이는 전투배낭을 앞쪽과 뒤쪽으로 각각 하나씩 메고 그를 따라서 뛰어내렸다.

둘이 헬기에서 내린 것을 확인한 헬기 조종사는 미련 없이 기수를 들어 올리더니 쌩하고 사라져갔다.

냉정한 헬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소울은 고개를 돌려 푸티나를 쳐다봤다.

[푸티나, 지금부터 교전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몸집을 키워놓는 것이 좋겠다.]

[꾸잉!]

푸티나는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역시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똥을 누는 자세를 하자 푸티나의 몸이 순식간에 급격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3m나 되는 흑갈색의 거대한 불곰의 모습으로 변신한 푸티나는 한 눈에도 박력이 넘쳐보였다.

몸에 맞지 않는 전투배낭을 벗어서 그에게 가져오는 푸티나의 어깨를 치려던 소울은 겸연쩍은 표정을 하더니 깨끗하게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고 푸티나의 팔을 한번 툭 치더니 전투배낭의 줄을 길게 잡아 늘여서 돌려줬다.

푸티나가 다시 전투배낭을 등에 메자 좀 크지 않나 싶었던 전투배낭은 이제 겨우 도시락가방정도로 느껴졌다.

역시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일단 숲 속으로 들어가자.]

[꾸잉!]

이제는 대답하는 목소리까지 조금 변한 것 같았다.

아마도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리자드맨 웨이브의 전용통로로 이용됐던 이 하천도 이제는 평화를 되찾았는지 맑은 강물 위로 물고기들이 뛰어 오르는 모습이 간간히 보였다.

이끼 찬 자갈밭을 지나 녹음이 무성한 숲 속으로 들어오자 금세 분위기가 변해버렸다.

“후웁, 후웁…….”

길게 몇 번 심호흡을 한 소울은 자신의 단전에서 빠르게 회전하고 있는 내단의 존재로 인해 숲속에 넘쳐흐르는 생기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그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체험이었다.

생기를 흡수한다고 생각하니 덩달아 마나까지 딸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있었더라면 이것을 이용해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을 텐데 그에게 허락된 하늘이 준 선물은 딱 여기까지였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자 아마존의 밀림 같은 숲속에 시베리아의 거대한 침엽수 같은 거대한 나무들 사이로 무인기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햇빛에 비춰 반짝거렸다.

그 모습을 보자 숲속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본을 소환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노출시킬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사사삿 사사삿…….

얼마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사방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 정도로 이곳은 이미 울창한 숲으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본, 나와라!]

[예스, 마이로드!]

소울의 명령에 본은 즉각 응답했다.

툭! 푸쉬이이이익!

어깨에 매달려 있던 어금니 뼈가 스스로 알아서 허공으로 튕겨져 오르더니 땅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서늘한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며 스켈레톤 나이트로 성장한 본이 모습을 드러냈다.

풀 플레이트 아머로 완전 무장을 하고 있는 본은 투구를 위로 젖히고 입을 내밀어 악어 입을 만들더니 곧 자신의 커다란 아가리에서 스켈레톤 부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까드득 까드드득 까라라라라라라…….

순식간에 스켈레톤 부대가 쏟아져 나오며 정렬을 시작하자 본은 그들의 앞에 서서 잠시 살펴보더니 곧바로 뒤로 돌아 소울에게 군례를 했다.

[소환을 마쳤습니다.]

[수고했다. 우리의 목표인 랩터킹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3.7km 떨어진 곳에 있는 군장산에 있다. 네가 앞장서라.]

[예스, 마이로드!]

본은 그에게 다시 한 번 정중히 군례를 올리고는 스켈레톤 부대를 지휘하여 화살촉 모양으로 진형을 만들더니 앞장서서 숲을 가로질렀다.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울의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우뚱했다.

‘어?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장비한 무기와 무장의 모습이 어째 유정아의 무기창고에서 보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것 같네? 어떻게 된 일이지? 혹시 무기가 저들에게 귀속되어 자신들에게 맞게 변형이 되어 버렸나?’

그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고 또, 이 사실을 유정아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 문제는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해야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동시에 그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깨끗이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한다는 말처럼 유정아를 속이려면 자신부터 이런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았다.

[꾸잉!]

[그래, 간다. 가!]

옆에서 뒤처지는 소울에게 푸티나가 길을 재촉하자 소울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까망이는 공중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몬스터가 보이면 즉시 알려줘!]

[규!]

직선으로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숲을 가로지르려면 최소한 1시간 이상은 걸어야한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면서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아마 그보다 배는 더 걸릴지도 모른다.

대자연의 풍성한 기운이 부드러운 흙과 풀로부터 가득 차올라서 그의 온몸을 샤워시켜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실거리는 거목의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맞춰 춤을 춰대며 진한 나무의 향기를 더해갔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합창소리가 숲속에 오직 평화만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하지만 상공에서 틸트로터 무인기들이 보내주는 실시간 정보가 전투헬멧을 통해 소울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랩터킹은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가 뭡니까?”

틸트로터 무인기를 조정해서 일대를 샅샅이 스캔하고 있던 제 7 연구동의 연구원이 그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해줬다.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랩터킹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최소 3만 마리 이상의 각종 랩터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군장산과 그 일대의 동물과 몬스터들의 씨가 마르겠군요.”

-뭐 상황은 말씀하신 것과 비슷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랩터킹을 잡으려면 일단 랩터 무리를 다른 쪽으로 유인해야 하는데 방법이 있습니까?”

-무인기 두 대에 갓 잡은 동물을 실어서 유인을 해볼까 합니다. 실패해도 최소한 마스터께서 랩터킹을 기습해서 죽일 수 있는 시간은 벌 수 있겠지요.

“좀 무모하긴 하네요.”

-유정아 박사님께서는 마스터에게 그 정도 시간만 주어져도 충분히 랩터킹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그래요?”

참람한 유정아의 말을 그대로 100% 믿고 있는 그녀의 신도이자 추종자인 이 남자 연구원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하아, 이놈 분명히 유정아 빠 구나. 이놈도 정상적인 놈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정상인 놈이 과연 얼마나 되겠어.’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소환수들뿐이었다.

기습을 해보고 안 되면 무조건 튄다는 마음을 먹자 그래도 좀 안심이 됐다.

다른 것은 몰라도 쉐도우 스텝을 꾸준히 익혔기 때문에 최소한 도망치는 것은 나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들고 메고 있는 배낭의 물건을 잘만 쓰면 의외로 랩터킹을 빠르게 잡고 탈출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희망을 버리기에는 200억이라는 포상금이 주는 메리트가 너무 크기도 했다.

전사는 칼 때문에 죽고, 학자는 붓 때문에 죽는다고 했다.

소울은 자신이 만약 죽는다면 분명 돈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무슨 배짱으로 D급 소환계 능력자에 불과한 자신이 C급 몬스터인 랩터킹을 죽인다고 나섰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랩터킹을 잡지 않더라도 이제 먹고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인 것 같은데 지금 자신이 이곳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내가 국민적인 영웅이라는 소리를 너무 자주 듣다보니까 잠시 머리가 뜨거워졌었나 보다. 목숨이 제일 중요한데……. 안전제일인데……. 내가 미치지 않고서는 지금 랩터가 3만 마리나 모여 있는 곳으로 들어가고 있지 않을 거야.’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는다던데 과연 그 말이 맞다.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걷고 있는 소울은 어느새 랩터 무리 사이 한 가운데로 은밀하게 침투하고 있는 중이었다.

바람을 마주 안고 걸어가는 소울을 위해, 드디어 하늘에서 본격적인 유인작전을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거대한 랩터 무리의 양쪽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슴을 싣고 틸트로터 두 대가 빠르게 서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랩터들은 공기 중으로 퍼지는 달착지근한 사슴의 피 냄새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본능을 이기기는 힘든 듯, 랩터의 무리는 두 대의 틸트로터를 따라 대 이동을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랩터킹이 생각하는 허용 범위 안에서의 일이다.

만약 10km 이상 넘어간다면 랩터킹이 절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랩터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랩터킹은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런 사실이 자신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어찌 보면 소울에게 있어서 천운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져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1단계 작전 성공입니다. 랩터의 무리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스터께서 자리를 잡으시면 곧바로 2단계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10분 안에 목표한 위치로 이동하겠습니다.”

한 시간 이상을 걸어온 그는 지치지도 않는지 빠르게 서쪽을 향해 걸어 높이 278m의 군장산으로 올라갔다.

군장산은 개성공업지구에서 정남쪽으로 약 6.7km 아래에 위치해있다.

낮은 구릉 같은 군장산을 올라가는 소울의 얼굴이 미소가 돌았다.

평지라면 아마 기습 한 번 해보고 바로 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산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얼마든지 지형을 이용해 본이 본벙커나 본방책(防柵)을 만들어 농성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니맵으로 살펴보건대 랩터킹의 위치는 군장산 초입에 위치해있다. 지형만으로 보면 정상으로 빠르게 올라가 숨어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전투헬멧을 통해 틸트로터 무인기를 조정하고 있는 제 7 연구동 연구원을 불렀다.

“작전을 조금 바꿉시다.”

-네, 말씀하세요.

“참, 내가 작전을 바꿔도 됩니까?”

-유 박사님께서 현장의 지시에 무조건 맞춰주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제가 군장산 정산으로 가겠습니다. 그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테니 순항미사일과 포격을 해서 랩터킹을 군장산 정상으로 몰아주세요. 가능하겠습니까?”

-바로 능력개발청과 의논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소울은 그의 확답을 듣지 않고 일단 군장산 정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늘에서 까망이가 랩터들의 움직임을 알려줘서 다행히 들키지 않고 군장산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푸티나, 이제 네가 앞장서서 달려라. 내가 뒤를 쫓아갈 테니까.]

[꾸잉!]

푸티나가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스피드로 앞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소울은 쉐도우 스텝을 써서 푸티나에 못지않은 스피드로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이어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기 시작했다. 역시 스켈레톤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지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소울은 높이 278m 밖에 안 되는 군장산의 정상에 도착하자 헉헉대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하지만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조금도 헐떡대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군정상 정상에서 내려가 아래쪽에 방어진을 짜며 주변 지형을 살펴보고 있었다.

푸티나를 힐끗 쳐다보니 지친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마스터, 변경된 작전에 맞춰주겠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때마침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그럼 바로 시작하세요. 전 이미 위치에 도착했습니다.”

-아! 벌써 군장산 정상에 올라가셨군요. 이제 여기에서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5분 이내에 순항미사일의 정밀타격을 시작으로 포격이 시작될 겁니다. 마스터의 무운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소울은 메고 있던 대물저격총을 풀어 총구를 북쪽으로 향했다.

스코프를 보니 아래쪽에서 볼 수 없었던 랩터킹의 모습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저격을 해볼까 하는 충동이 일었지만 C급 생체실드의 막강한 위력이 생각나자 심호흡을 하면서 유혹을 뿌리쳤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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