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92화 (192/492)
  • 00192  제 48 장 -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

    “아시다시피 몬스터에 누구보다 강한 능력자는 사실 대인공격에는 무척 취약합니다. 그래서 마스터와 마스터의 가족에 대한 경호와 길드에 대한 경비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힘이 있어도 죽으면 말짱 도루묵 아닙니까?”

    “그렇죠.”

    “그래서 제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지금 전 국정원 요원, 청와대 경호실 출신 경호원, 특수부대를 전역한 부대원들을 스카우트 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거 아주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요.”

    소울은 대놓고 아주 좋다고 박수를 쳤다.

    앞으로 돈을 얼마나 벌게 될지, 회사와 길드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무가 커지면 바람 잘날 없다는 말처럼, 그를 노리고 어떤 놈과 어떤 단체가 아니 어떤 국가가 어떤 식으로 꼬여들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뭐든 문제가 터지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지 막상 어려운 상황이 닥치고 난 상황에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면 허점이 생기고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가 생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격언처럼, 국정현은 소울을 위해, 길드를 위해, 이렇게 미래에 생길지 모를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차분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라면 저도 인맥이 좀 있어요. 원하신다면 쓸 만한 사람들을 소개시켜 드리죠.”

    유정아가 불쑥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국정현은 조금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자 했다.

    “우리에게 확실히 충성을 한다면 국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스터께서는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찬성입니다. 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경호와 경비는 최상급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울 메탈과 소환길드 양쪽 모두 경호와 경비는 철저히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제 마스터의 허락을 받았으니 저도 본격적으로 움직여보겠습니다.”

    소울은 국정현의 말에 그를 끌어들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 그로부터 간단하게 들었던 그의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국정원 출신의 베테랑 요원이었던 국정현은 현장요원으로 근무하다 다리를 다쳐 내근으로 돌려졌다. 워낙에 정보를 취합하고 가공하는데 능해서 국정원에서 그를 그냥 쉽게 놓아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국정원의 고위공무원들이 저지르고 있는 비리와 한심한 작태에 질려버린 그는 몸을 핑계로 결국 국정원을 사직하고 만다.

    하지만 국정원을 그만두고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자니 오히려 삶이 더욱 피폐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 국정현이었다.

    그렇게 허송세월을 좀 하다가 우연히 만난 소울에게 전격적으로 스카우트 된 국정현은 요즘 삶의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의욕적으로 소환길드의 사무총장 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유정아 박사님, 소울 메탈의 경호와 경비는 어떻습니까?”

    “현재 소울 메탈은 미국의 민간군사기업과 경호, 경비 계약을 맺어 놓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울 메탈 같은 회사는 사실 자체적인 경호와 경비 시스템을 구축해놓아야 합니다.”

    “그럼 그 문제를 여기 국정현 사무총장과 같이 의논해보도록 하세요.”

    “네, 그렇게 하죠.”

    유정아와 국정현을 묶어서 소울 메탈의 경호와 경비 문제를 간단히 해결한 소울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저기……. 국외의 F급 소환계 능력자 명단을 구하는 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유정아가 소울이 왜 그걸 안 물어보나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안으로 정리해서 1차 명단을 넘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차 명단이요?”

    “네,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일본, 멕시코, 필리핀, 베트남, 에티오피아, 독일, 이집트, 터키, 콩고 민주 공화국, 이란, 타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대한민국까지 1위에서 24위 국가 총 24개국의 F급 소환계 능력자의 명단입니다.”

    “대단하군요?”

    방안의 남자들은 모두 유정아의 능력에 경탄해 마지않았다.

    그녀는 오연한 자세로 미소를 짓더니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을 이어갔다.

    “사실 명단을 확보하는 것만이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24개국의 F급 소환계 능력자의 숫자가 10,622 명인데 그중에서 중국과 인도에만 5,291명이 몰려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에서 보유한 F급 소환계 능력자의 숫자가 24개국의 전체 숫자에 무려 반을 차지하고 있네요?”

    “맞아요. 중국에서 필리핀까지, 상위 12개 국가의 F급 소환계 능력자의 숫자가 8,912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가 아닐 수 없죠.”

    “역시 인구대국은 뭐를 해도 되는군요.”

    “중국과 인도를 뺀 미국에서 필리핀까지, 3위에서 12위 국가의 F급 소환계 능력자의 숫자가 3,364명에 불과하니 얼마나 대단한 숫자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녀의 말을 듣자 당장 중국과 인도부터 작업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진 유정아의 설명에 그는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어야만 했다.

    “중국과 인도는 지금 상황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좀 심하게 말해서 거의 제노사이드 수준으로 인구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그게 혹시 몬스터 때문에 그렇습니까?”

    “네, 맞아요. 그러니 괜히 중국이나 인도에 가서 F급 소환계 능력자를 빼올 생각을 하시면 안 됩니다.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너무 높아요. 일단 접근하기 좋은 나라부터 시작한 다음에 나중에 인터넷에 우리 소환길드의 능력을 공개해버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유리합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군요. 그럼 일단 미국에서 필리핀 까지, 3위에서 12위 국가의 F급 소환계 능력자를 회유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일을 진행하도록 합시다. 3,364명이라고 했으니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네요.”

    “그럼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은 13위에서 24위까지가 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그게 두 번째 목표가 될 것입니다. 그 이후 우리 소환길드의 능력을 인터넷에 전격 공개합시다. 그쯤 되면 아마 우리 소환길드의 능력에 대해 알 만한 사람에게는 다 알려질 테니까요.”

    “대한민국으로 F급 소환계 능력자의 소환러시가 일어나겠군요.”

    유정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소환수 하나 없는 F급 소환계 능력자로 평생 가난하게 살아가느니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팔아서라도 대한민국으로 들어와 소환길드의 길드원이 되고, 소환수를 소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정도는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식에 속했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F급 소환계 능력자 순위 3위에서 12위의 나라는 미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러시아, 일본, 멕시코, 필리핀 이렇게 열 나라였다.

    하지만 이중에도 인도네시아와 브라질, 나이지리아와 방글라데시는 중국과 인도 못지않게 몬스터에 의해 피해가 막심한 지역이었다.

    러시아도 능력자 통제가 아주 악질적이라 스카우트 대상에서 제외를 한다면 실질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643), 파키스탄(381), 일본(254), 멕시코(242), 필리핀(204) 다섯 국가에 불과했다.

    유정아를 통해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소울은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을 가장 먼저 공략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두 나라의 F급 소환계 능력자만 합쳐도 885명이나 됐던 것이다.

    ‘우리 길드에 들어오려는 F급 소환계 능력자들에 대한 통제와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겠네. 소울넷에 접속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아봐야겠다. 분명히 마법사들이 한다는 마나의 맹세 같은 것이 소환사에게도 있을 거야. 소환사이니 소환사의 맹세라고 해야 하나?’

    소울은 그렇게 소환길드에 대한 여러 가지 핵심 사안을 논의하며 한참동안 정일용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빠져나가지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한발 뒤로 빼려고 했던 유정아가 소환길드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이런 모습이 유난히 이채로웠다.

    소울과 유정아는 이미 한 배를 탄 상황에다,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킨 사이라 가급적이면 같이 가는 것이 좋다.

    유정아의 입장에서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소울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소울 메탈, 소환길드 등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좋았지만 서로의 속궁합이 너무 잘 맞아 그를 놓치기 싫은 마음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남녀가 자꾸 살을 부딪치다 보면 없던 정도 생기게 마련이다. 하물며 처음부터 호기심과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였기에 이제는 눈에 안보이면 은근히 걱정이 되는 수준에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물론 소울이나 유정아 모두 이런 사실을 눈치 채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소울은 유정아가 살가워졌다는 것을 느꼈고, 유정아는 소울이 자꾸 멋있고 섹시해 보인다는 것을 인지하는 정도였다.

    어찌되었든 유정아는 소환길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었다. 그게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역시 하늘만 아는 일일 것이다.

    * * * * *

    푸타타타타…….

    헬기의 로터 소리에 귀가 다 멍해지는 느낌을 들며 재빠르게 뒷좌석에 올라탔다.

    푸티나의 손을 잡아당겨 위로 올려주자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이 마치 어느 귀족가의 레이디라도 된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영락없이 레이디를 수호하는 기사가 된 셈인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푸티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그는 전투배낭을 들어 옆 좌석에 올려놓았다.

    창밖으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하얀 구름이 두둥실 흘러가는 것이 전형적인 청명한 가을 날씨다.

    한강을 따라 북서쪽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헬기의 창에서 내려다보는 서울의 모습은 오늘따라 유난히도 녹음이 우거진 선명한 모습이었다.

    슬슬 낙엽이 지어야 할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진한 녹색으로 가득한 남산을 보면 과연 이곳이 서울이 맞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차원의 균열이 생긴 이후부터였을까?’

    아마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세상에 나무와 풀들의 성장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기묘한 현상이 시작된 것이 말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인간이라는 해충들이 매일 수많은 쓰레기와 산업폐기물, 오염물질과 폐수 등을 쏟아내며 목을 조르는 상황에서 간신히 자정기능을 회복하여 생명이 연장되는 극적인 상황을 맞이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대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는, 함께할 마음이 없는, 욕심쟁이 인간들이 만든 폐해 속에서 벗어난 지구는 지금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까?

    갈수록 강력해지는 지구의 자정기능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들이 망가뜨린 이 아름다운 별이 다시 푸른빛을 회복할 때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예견해주고 있었다.

    잠깐의 상념이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보는 것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느슨했던 마음이 팽팽히 당겨지고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됐다. 랩터킹의 살기 찬 눈동자와 거대한 덩치가 뇌리에 무섭도록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제부터는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실수는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사냥을 해야지, 절대 대결을 펼쳐선 곤란하다.

    그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며 전투배낭에서 수제 명품 대물저격총의 부품을 하나씩 꺼내 빠르게 조립하기 시작했다. 전에 쓰던 대물저격총보다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좋아 보이는 대물저격총의 매끈하게 빠진 모습이 만들어지며 마치 아름다운 미녀의 여체처럼 손에 착착 감겨왔다.

    철컥!

    생체실드 중화탄이 담긴 탄창을 채웠다.

    총구에 소음기를 돌려 끼우고 대물저격총을 등으로 돌려 메고 두 손을 양쪽 허벅지로 옮겨갔다.

    데저트이글의 묵직한 느낌이 사라지고 훨씬 날렵하고 그립감이 편해진 대형권총 두 정이 손에 잡혀 올라왔다. 권총인지 예술품인지 모를 정도로 아름답고 선명한 조각 그리고 특이한 무늬가 그려져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성능이라 평가는 잠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하나를 겨드랑이에 낀 상태로 다른 하나의 탄창을 확인한 그는 같은 방법으로 다른 대형권총의 탄창도 확인했다.

    일반 소음기보다 훨씬 짧은 특수소음기를 부착한 대형권총을 권총집에 집어넣은 그는 살짝 엉덩이 쪽으로 밀려나 토라진 토마호크를 손으로 어루만져 달래주고는 전투배낭을 앞으로 돌려서 맸다.

    어느새 헬기는 한강을 지나 임진강으로 들어와 있었다.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정동리에 있는 하천을 따라 북상한 헬기는 하천 왼쪽에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프로펠러를 멈추지는 않았다. 소울이 내리면 바로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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