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91화 (191/492)
  • 00191  제 48 장 -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

    “잘 알겠습니다. 정 변, 계속하세요.”

    “네, 마스터!”

    정일용이 다시 브리핑에 주도권을 가지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그동안 자신이 해낸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 결실이 없는데도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저 사람이 과연 변호사가 맞는지 살짝 의심스러웠다.

    얘기는 길었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세곡동 사거리를 중심으로 부동산을 집중 매입했고, 안전하다는 것이 알려지면 곧 가격이 폭등하여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장밋빛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부동산 매입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세곡동 사거리에서 북서쪽에 있는 ‘은곡마을’ 아래의 상업 지구에 소환길드가 사용할 본관 건물과 부대 건물을 구입했다.

    그 옆에 소울 메탈의 본사가 들어설 큰 건물을 매입했고, 세곡동 사거리 북동쪽 건너편에 생체실드 중화탄을 만드는데 들어갈 각종 원료를 생산할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지금 당장은 부지 안에 있는 창고에서 임시로 소규모 원료를 생산하고 있지만, 현재 최첨단 조립식 자동화공장이 빠르게 건설되고 있어서 머지않아 본격적으로 가동이 시작되면 엄청난 양의 원료를 쏟아내게 될 것이라는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현재 구매한 건물과 부지는 소환길드와 소울 메탈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라 우선적으로 매입했습니다. 남은 자금으로는 현재 세곡동 사거리를 중심으로 쓸 만한 건물과 대지를 매입하는데 집중 투자됐습니다. 지도에서 녹색으로 표시된 것이 현재 저희가 구매를 끝낸 건물과 대지입니다.”

    무려 2,070억이 투자된 부동산 투자였다.

    하지만 소울은 조금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본 것도 아니고 지도만 보면서 말과 숫자로 얘기하자 현실감이 확 떨어져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마추어처럼 티를 내지는 않았다.

    가만히 살펴보면 자신이 투자한 자금으로는 그래도 제법 알짜배기라고 할 수 있는 요충지의 건물과 대지를 매입한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물과 대지는 모두 매입이 끝난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요충지의 쓸 만한 건물과 대지도 모두 매입했고요?”

    “그건 아닙니다. 사실 돈이 조금 모자라서 아직 매입하지 못한 좋은 건물과 대지가 남아있습니다. 정말 은행융자라도 받아서 꼭 사고 싶을 정도의 매물인데 아깝습니다.”

    “얼마나 돈이 모자라는데 그래요?”

    “150억이 모자랍니다.”

    소울은 정일용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유정아를 향해 돌아갔다.

    그녀는 소울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커피만 홀짝거리고 있었다.

    ‘정 변이 신 내린 무당도 아닌데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150억이라는 것을 알겠어? 이건 분명히 유정아가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것이 분명해.’

    충분히 의심은 가지만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다. 괜히 따져봐야 본전도 못 찾을 것 같아서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그가 아무 말도 안하자 정일용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왔다.

    “마스터, 정말 이건 꼭 잡았으면 하는 매물입니다. 분명히 나중에 몇 배로 뛸 것이 확실합니다.”

    정일용의 말에 소울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봐도 새로 지은 건물이 썩 괜찮아보였다. 넓은 대지도 딸려있었고, 위치도 사거리 모퉁이라서 뭐를 해도 장사가 잘 될 것 같았다.

    “알겠어요. 제가 150억 더 투자 할게요.”

    “감사합니다. 마스터!”

    정일용은 깊이 고개를 숙이며 좋아했다. 자신이 투자하는 부동산도 아니면서 왜 저렇게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결산을 할 때 수익에 대해 일정 커미션(commission)을 주기로 한 사실이 떠오르자 저절로 이해가 갔다.

    소울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150억을 몽땅 꺼내줘야만 했다.

    오늘 150억이 들어왔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로 나가버리자 무척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이놈의 은행계좌는 아무리 채우려고 해도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인가 보다.

    맥 빠진 표정을 짓는 소울의 얼굴을 보고 유정아가 슬쩍 몸을 기울이더니 그의 귀에다 대고 빠르게 속삭였다.

    “이건 대박이 날 투자야. 그러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 돈이야 또 벌면 되잖아. 랩터킹 한 놈만 잡으면 200억이 들어오는데 뭐가 걱정이야?”

    “알겠다. 알겠어. 잡는다. 잡어. 꼭 잡아서 은행에 다시 돈 꽉꽉 채워 넣을 거야.”

    유정아의 말대로 랩터킹을 꼭 잡아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그런데 그 순간, 소울의 머릿속에 갑자기 전등이 하나 불쑥 떠오르더니 팍 하고 불이 들어왔다.

    “으음? 능력자협회에서 의뢰를 받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거 어떻게 됐지?

    “무슨 의뢰?”

    “리자드맨을 잡으면 한 마리 당 천만 원씩 포상금을 준다는 의뢰를 받았잖아. 기억 안나?”

    “아! 맞다. 그게 있었지?”

    “그동안 내가 잡은 게 못해도 2~3만 마리는 될 거야. 그거 받아내자.”

    “네에?”

    “그게 정말이십니까?”

    소울의 말에 다들 놀라서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서 받은 의뢰를 모두에게 보여줬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리자드맨 추적팀 모집(능력개발청 의뢰), 1마리 당 포상금 천만 원, 리자드맨 군집장소 색출 시 포상금 10억 지급.’

    능력자협회에서 의뢰하고 각 지부에서 모집한 리자드맨 추적팀 모집과 포상금 내역이 공개되자 정일용과 국정현의 머리가 무서운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리자드맨 한 마리 당 포상금이 천만 원이면 2만5천 마리를 잡았다면 2,500억?”

    “2,500억 원 맞네요.”

    정일용은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더니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무조건 됩니다. 원래 능력개발청에서 능력자협회에 정식으로 의뢰를 요청한 것입니다. 능력자협회에서는 아마 마스터의 손을 들어줄 겁니다. 문제는 능력개발청에서 과연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느냐는 것이지요.”

    “포상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되죠?”

    “당연히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지요. 하지만 그것 말고도 좋은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권입니다. 포상금 지불을 미끼로 능력개발청에서 시행하는 여러 가지 사업에 참여하거나 이권을 받을 수만 있다면 장기적으로 소환길드의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물론 베스트 시나리오는 2,500억을 한 번에 몽땅 받아내는 것입니다.”

    “흐음.”

    소울은 자신이 낸 아이디어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스케일이 너무 커져버리자 놀라서 자신의 가슴을 가만히 눌렀다.

    “마스터가 리자드맨을 잡는 모습을 방송국 헬기에서 생방송으로 내보낸 것도 있고, 리자드맨 가죽을 판매한 기록도 있으니 소송을 하게 되면 승소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거기에다 제가 가진 틸트로터 무인기를 이용해 마스터와 그의 소환수가 리자드맨을 잡는 모습을 그동안 촬영한 기록도 있으니 능력개발청에서는 어쩔 수 없이 포상금을 지불해야 할 겁니다.”

    유정아의 말에 정일용은 크게 반색했다.

    옆에 앉아서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국정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능력자협회에서 중간에 방해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의뢰의 원청자는 능력개발청입니다. 능력자협회는 능력개발청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대행해준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 포상금을 지급하는 당사자는 능력개발청이죠.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2,500억이 걸린 소송이 걸린 일에 능력자협회에서 뭐 주어먹을 일이 있다고 모험을 하겠습니까? 제가 볼 때는 능력자협회에서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마스터에게 잘 보이려고 강력히 지원을 해줄 공산이 더 큽니다.”

    “좋습니다. 그럼 이 문제는 제 고문변호사인 정 변에게 맡기겠습니다. 유정아 박사님과 국정현 사무총장께서는 정 변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찾아서 제공해주시고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마스터.”

    “알겠어요.”

    소울이 결론을 내리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사실 이건 소송을 해도 하등에 손해가 날 일이 없는, 속칭 꿀을 빠는 일이었다.

    정일용은 벌써부터 강한 자신감을 한아름 표출하며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을 어떻게 요리할까 벌써부터 머리를 굴려대고 있었다.

    소울은 지도를 보면서 순수하게 자신이 이미 투자한 570억과 막 투자한 150억을 합친 720억으로 과연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직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숫자라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는 결국 깨끗이 마음을 비우고 국정현을 돌아보며 입을 뗐다.

    “소환길드는 어떻게 됐습니까? 등록 됐습니까?”

    “네. 등록 됐습니다. 가칭 소환길드라는 이름으로 능력자협회에 길드를 신청하고 능력개발청을 통해 등록번호를 받았습니다. 이제 마스터는 소환길드의 길드장이십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길드원들은 아직 스카우트를 하지 않았나요?”

    “그동안 매일 열다섯 명씩 면접을 했습니다. 특히 F급 소환계 능력자 중 소환수가 없는 능력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그들은 소환수만 가질 수만 있다면   노예계약도 마다하지 않고 평생을 길드장인 마스터를 위해 충성을 다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소울은 국정현의 말을 듣고 나자, 왠지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좀 씁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 좋게 막 퍼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투자한 것은 투자한 것 이상으로 철저히 뽑아 먹을 것이다.

    F급 소환계 능력자들도 소환수를 가지게 되면 당장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게 되어 얼마든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길드원은 돈을 벌어서 좋고 길드장인 자신은 이들의 충성을 받아서 힘을 얻게 되니 서로 좋은 윈윈(win-win)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앞으로 이들을 주축으로 소환길드를 잘 키운다면 3대 길드나 7개 길드, 7대 재벌길드 못지않은 대형 길드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소울이 가지고 있는 소환길드의 1차적인 목표였다.

    “국내에 있는 F급 소환계 능력자의 명단을 보니 108명이던데 이중에서 얼마나 건질 수 있습니까?”

    “27명은 이미 소환수를 소환한 상태로 각 길드나 파티에 속해있는 상태입니다. 나머지 81명 중 개인적인 사정이 있는 6명을 제외한 75명 전원이 저희와 함께할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7할에 해당하는 숫자군요?”

    “F급 소환계 능력자 중 소환수가 없는 자는 100% 우리와 함께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럼, 1주일 후에 이들을 모두 한 자리에 불러 모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국정현의 얼굴에 강한 자부심이 서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국정현이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 정도는 능히 짐작을 할 수 있었다.

    이들을 불러 모아 다시 한 번 의사를 확실하게 확인한 후, 정식으로 계약을 맺고, 충성의식을 하고 난 후, 소환수를 소환한다면 소환길드는 단숨에 75명의 길드원을 가진 중형 길드로 발돋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소환길드가 들어갈 길드 건물도 준비가 다 되겠죠?”

    “물론입니다. 그 안에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도록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소환길드에서 일할 직원은 다 뽑았습니까?”

    “신중하게 뽑느라 아직 진행 중입니다.”

    “하긴 우리 길드의 비밀에 접촉할 수 있는 자리니 아무나 뽑을 수도 없고, 뽑아서도 안 되겠지요.”

    “아무래도 뒷조사까지 철저하게 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건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네요. 그럼 제 동생인 소현과 소망을 보내서 국 사무총장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국정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소울의 쌍둥이 동생이라 일단 믿을 수 있고, 대학을 휴학한 휴학생이라니 머리가 나빠 손발이 고생할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소망은 소환길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소환마법진과 그 안에 들어가는 은판을 직접 만들고 있는 당사자였다.

    소망이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그도 알게 모르게 소환길드에 한 발 깊게 담근 상태였다.

    “길드 경비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안 그래도 그것에 대한 허락을 구하고자 합니다.”

    “허락이라니요? 이미 전권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일단 어떻게 할지 말씀을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그럼 말씀해보세요.”

    소울이 국정현을 똑바로 쳐다보자 그는 물을 한 잔 마시고는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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