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89화 (189/492)

00189  제 48 장 -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

사실 어디에다 팔아도 상관없다. 시세 보다 조금이라도 더 쳐준다면 그곳이 아무리 먼 곳에 있다고 해도 달려가서 팔 용의가 있었다.

유정아는 기본적으로 능력자협회에서 매일 공표하는 마석의 시세보다 높게 쳐주기 때문에 당연히 그녀에게 넘기게 이득이었다. 특히, 그녀에게 마석을 팔게 되면 세금의 일부를 감면해주기 때문에 가격자체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어 좋았다.

“그래 알았어. 거래는 VIP 스위트룸에서 조용히 하는 것으로 하지.”

“좋아. 내가 크리스털(마석) 스캐너를 가지고 올라갈 테니까 미리 가서 준비하고 있어.”

소울은 즐거운 마음으로 제 7 연구동 1 연구실을 나섰다.

정말 기대보다 풍성한 수확을 걷은 보람찬 시간이었다.

위이이이잉…….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소울과 양팔 가득 무기와 장비가 가득한 전투배낭을 들고 빵빵한 전투배낭까지 짊어진 푸티나는 승강기를 타고 17층으로 올라갔다.

유정아가 지내는 VIP 스위트룸의 문을 연 그들은 방 한쪽에 짐을 내려놓고 거실의 긴 탁자 앞에 자리했다.

[까망아! 우리 오늘 마석 좀 정산 하자. 가지고 있는 마석 여기에다 전부 다 꺼내 봐!]

[규!]

와르르르르…….

까망이가 그동안 모은 마석을 테이블에 위에 꺼내 놓자 마석이 산더미처럼 수북하게 쌓였다.

[까망아, 지금처럼 우리가 마석을 반씩 갈라서 나눠 갖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아. 너도 봤지?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얼마나 마석을 많이 가져가는지. 그러니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석을 제외하고는 싹 팔아치우자. 무기도 사야하고 방어구도 사야하고 장비도 사야 하잖아. 생각해보면 앞으로 돈 들어갈 때가 너무 많아. 그러니까 등급이 높은 마석만 따로 떼서 우리가 일정량을 보관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팔자.]

[규!]

까망이는 소울의 흑심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울은 그런 까망이에게 랩터킹에게 얻은 C급 마석 1개와 D급 마석 20개, E급 마석 40개를 줘서 보관시키고 나머지는 자신이 모조리 챙기기로 했다.

까망이는 소울이 C급 마석을 팔지 않고 자신에게 보관을 시키는 것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까망이가 보기에 F급 마석이 아무리 많아봐야 C급 마석 한 개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D급 마석 20개, E급 마석 40개를 따로 자신에게 맡기니 조금도 소울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까망이는 마치 야생동물이 배가 고프지 않으면 다른 동물을 잡지 않는 것처럼, 자신이 당장 쓸 꼭 필요한 마석이 아니라면 굳이 인간처럼 마석을 마구 수집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에서 황금비를 내린다 해도 욕망을 다 채울 수 없는 인간, 소울은 까망이와는 근본적으로 생각자체가 달랐다.

순진무구한 까망이를 옆에 두고, 물욕에 푹 빠져든 소울은 테이블 위에 쌓인 마석을 등급 별로 나누고, 숫자를 세어보고, 얼마나 벌 수 있는지 계산을 해보느라 눈이 다 벌겋게 변해 있었다.

‘D급 마석 20개 X 1억 원= 20억 원, E급 마석 400개 X 천만 원 = 40억 원, F급 마석 5000개 X 백만 원 = 50억 원, 총 110억 원은 받을 수 있겠군.’

소울의 머릿속에 숫자가 떠오르자 그의 입 꼬리가 양쪽 귀 쪽으로 쭉 올라갔다.

그동안 정말 공장을 열심히 돌렸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들어간 시간에 비해 아무래도 효율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다.

‘앞으로는 D급 몬스터만 죽어라고 사냥하러 다녀야겠다. F급 마석 1000개를 모으려면 F급 몬스터를 무려 5000마리 정도 잡아야 하잖아.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D급 몬스터 20마리 잡아서 D급 마석 10개를 챙기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깔끔하겠어.’

손으로 턱 끝을 살짝 긁으며 단단히 마음을 굳히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정아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작은 카트 하나에 가방을 담아서 끌고 들어와 옆에 세워놓고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마석 안에 대뜸 두 손을 푹 쑤셔넣었다.

두 손을 위로 들자 마석이 그녀의 하얗고 고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마석 속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이게 다 마석이야? 무슨 마석 밭이라도 따로 발견했어? 왜 이렇게 마석이 많아?”

어지간하면 잘 놀라지 않는 유정아도 테이블 위에 쌓인 마석을 보고는 은근히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하의 유정아가 겨우 이 정도 가지고 왜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하고 있지? 혹시 감당이 안 되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말해! 이거 챙겨서 바로 아래로 내려갈 테니까.”

그의 도발에 유정아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흥, 지금 장난해? 나 유정아야! 어디서 되도 않는 이빨질이야?”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군.”

“헛소리 그만하고 일단 계산이나 뽑아보자.”

그녀는 옆의 의자를 놔두고 일부로 그에게 다가와 엉덩이로 그를 의자에서 밀어냈다.

살짝 심통이 났다는 것을 깨닫자 소울은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곱게 눈을 한번 흘긴 그녀는 팔을 두 번 빙글 돌리더니 곧이어 본격적으로 마석의 분류에 들어갔다.

소울이 이미 등급을 나눠놓은 상태라 마석을 크기별로 골라 줄을 맞추더니 이내 크리스털 스캐너로 마석을 하나씩 찍어 결정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크리스털 스캐너는 자동으로 결정도를 계산하는 기능이 있어 굳이 따로 적을 필요가 있었지만 그녀는 혹시 몰라 한손으로 볼펜을 들어 종이에 따로 결정도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탄력이 붙었는지, 크리스털 스캐너로 마석을 찍어 결정도를 체크하고 종이에 결정도를 적어 내려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중반을 넘어가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빨라지더니 막판에는 눈부신 속도로 써내려갔다.

그녀는 전자계산기도 없이 종이에 쓰인 숫자만 보면서 순식간에 암산으로 합계를 내고는 볼펜을 내려놓았다.

“카트에 담긴 저 가방은 뭐야?”

“아까 자기가 구해달라고 해놓고 뭘 물어봐?”

“아! 내가 부탁한 물건이구나. 그럼 저 가방은 내가 가져갈게.”

“그러던지 말든지. 참 계산 다 끝났어.”

“벌써? 너 계산은 제대로 한 거지?”

소울의 말에 유정아는 굳이 대답을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냥 조용히 줄 돈만 불러줄 뿐이었다.

“마석의 등급과 결정도 그리고 오늘 마석의 시세에 따라 계산한 결과야. 총 129억 5천만 원 나왔네. 내가 인심 써서 그냥 깔끔하게 130억으로 맞춰줄게.”

“크흠, 그래? 정 그렇게 하길 원한다면 나야 고맙지.”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숫자가 나오자 얼굴 표정이 절로 펴졌다.

아니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표정이 조금씩 이상해졌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며 이제 요상한 표정이 되어 버린 소울을 쳐다보며 말했다.

“리자드맨 가죽 판돈도 들어왔는데, 같이 넣어줄까?”

“리자드맨 가죽은 얼마나 받았는데?”

“다 해서 20억 받았어. 마석 값 130억을 합치면 총 150억 원이네. 자기 은행계좌로 쏴주면 되지?”

“응.”

그녀는 몸의 체중을 뒤로 하고는 다리를 꼬았다.

손으로 만지면 하얀 분이 묻어 날 것 같은 늘씬한 그녀의 다리가 드러났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고 스마트폰을 빠른 속도로 꾹꾹 눌러대기만 했다.

“다 됐어. 확인해봐!”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15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소울의 은행계좌로 칼같이 쏴주자 그는 유정아의 다리에서 시선을 거뒀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거래하는 은행의 어플을 열기도 전에, 자신의 은행에서 150억 원이 입금되었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울은 은행 어플을 실행하고 잔고를 확인했다.

숫자를 꼼꼼히 두 번이나 확인한 순간, 그도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좋아?”

“그래 좋다. 150억 벌었는데 안 좋아 할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자기는 확실히 스케일 작은 가봐. 조금 더 열심을 내봐!”

“무슨 소리야?”

“랩터킹 한 마리만 더 잡으면 자기가 이미 잡은 놈까지 소급적용해서 포상금으로 200억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잊어버렸어.”

“아! 그렇지.”

유정아의 말에 소울은 자신의 무릎을 탁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사냥은 목숨을 걸고 하는 짓이다.

능력이 있을 때, 바짝 벌어놓아야 노후가 편해지는 것이다.

일주일 동안 개고생을 하며 마석과 리자드맨 가죽을 박박 긁어모아 판돈 150억보다, 랩터킹 한 마리만 사냥하면 50억을 더한 200억을 챙길 수 있다. 당연히 이런 꿀 빠는 의뢰는 자신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그는 랩터킹 한 마리를 사냥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당연히 그에겐 이 건은 해결할 충분한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의욕이 마구 샘솟다 못해 곧 폭발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 바로 그 눈빛이야. 그 상태로 대기하고 있어. 랩터킹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찾으면 바로 연락줄 테니까 출동준비하고 잘 하고 있어.”

“오케이!”

“참, 오늘 자기가 가져온 마석을 산 건 나지만, 최종 구매자는 소울 메탈이야. 알고나 있어.”

“엥? 그럼 내 회사에 내가 내 마석을 판 거잖아?”

황당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얼굴을 바짝 들이대더니 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왜? 생체실드 중화탄 안 팔 거야? 그거 만들려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마석이 필요한지 정말 몰라서 그래?”

“그렇지. 엄청 많이 필요하겠지?”

“당연하지. 도대체 비즈니스 감각이란 게 없네? 내가 전문경영인을 뽑아두길 잘했어. 천만다행이야. 자기에게 회사 맡겨 놓으면 아마 오래 못가서 분명히 말아 먹었을 거야.”

이렇게 혹독한 말들이 어떻게 저렇게 예쁜 입술에서 튀어 나오는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녀가 하는 말이 다 틀린 것은 아니다. 자신은 회사 경영에 관해서 사실 까막눈이나 다름없었다.

앞으로 대기업, 아니 거대한 다국적기업이 될 것이 분명한 ‘소울 메탈’을 직접 운영하려 했다면 아마 그 자체로 회사에는 큰 재앙이 내린 것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한 명의 부족한 선장으로 인해 배가 산으로 간다던가, 바닷속으로 빠져 무수한 생목숨을 앗아간 예는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면에 비추어 보면 유정아에게 경영을 일임하고 회사의 오너(owner)로 남게 된 것은 신의 한 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이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몰랐다.

“크흠, 소울 메탈은 전문경영인을 구했으니 더 이상 내가 걱정 안 해도 되겠네?”

“언제는 걱정했어? 새삼스럽기는……. 자기처럼 오너로 뒤에서 배당금 쏙쏙 받아먹으면서 사는 것도 절대 나쁜게 아니야.”

“욕이야? 칭찬이야?”

“내가 제일 경멸하는 남자가 어떤 종류의 남자인지 알아?”

그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스마트폰을 쳐다봤다. 괜히 이럴 때 뭐라고 한 마디 했다가 싸잡아서 자근자근 밟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꼭 능력은 쥐뿔도 없는 놈들이 꼴에 쥐 좆 만한 좆 하나 달렸다고 자존심 내세우면서 마누라가 미용실에서 몇 년 동안 피땀 흘려 모은 돈 가지고 사업한답시고 가지고 나갔다가 홀라당 날려먹는 놈들이야.”

“…….”

“그것에 비하면 셔터맨은 정말 훌륭한 남자라고 봐야지. 마누라가 벌어온 돈으로 골프나 살살치고 다니면서 밤에 셔터 잘 내리고, 집으로 같이 퇴근해서 가끔 힘 한번 써주면서 사는 게 외조지 뭐가 달리 외조겠어? 그저 능력 없는 놈들은 ‘나 죽었소!’ 하고 마누라 말 잘 듣고 찌그러져 사는 게 장땡이야.”

그녀의 눈을 보니 살짝 광기가 엿보이는 것이 뭔가 상처가 있는 듯 했다.

그는 찍소리도 못하고 그녀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하는 소리를 다 들어줘야했다.

어쨌든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한다고 하니 유정아가 알아서 회사는 잘 키울 것이다.

소울은 유정아가 광분을 하는 소리를 선풍기 바람이라고 생각하고 한쪽 귀로 흘리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 맞지 않은 까다로운 회사경영보다는 소환길드를 만들어서 길드장을 해먹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건 잘할 자신이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유정아도 혈기가 가라앉았는지 숨을 몰아쉬며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소환길드 만드는 것은 어떻게 됐어?”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길드의 고문변호사인 정일용 변호사나 길드의 국정현 사무총장에게 물어봐야지.”

“그러는 넌 우리 길드의 고문 아니야?”

“…….”

그의 말에 그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눈을 깜빡거리는 것을 보니 뭔가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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