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88화 (188/492)

00188  제 47 장 - 내단(內丹)  =========================================================================

뭔지 모를 조작을 하고나자 한쪽 벽이 자동으로 열리며 불이 들어왔다.

소울이 걸어가서 살펴보니 먼지 하나 보이지 않는 초현대식 디자인의 무기창고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에는 엄청난 양의 무기와 장비가 벽과 선반에 빈틈없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이 정도면 최소 백 명은 무장을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왕 선심 쓰는 거니까 마음대로 골라봐!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지원해줄게.”

“고맙다. 본! 가서 필요한 무기와 장비를 골라봐라.”

“예스, 마이로드!”

본이 소울에게 정중히 군례를 취하고 대표로 창고로 들어가자 그 모습에 유정아가 눈을 빛냈다.

“저거 완전 포스 쩌는데? 자기 왠지 너무 섹시해 보인다.”

“하하하! 내가 좀 섹시하긴 하지.”

본이 유정아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그 뒤로 유정아는 한마디도 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이 쏙쏙 골라내는 무기와 장비들을 보는 순간 유정아의 눈빛도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무기와 장비를 알아보는 심안(心眼)이라도 있는 거야? 어떻게 C급 마석을 넣고 만든 최고급 무기와 C급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만 딱딱 골라내는 거야? 거 되게 신기하네?”

유정아는 본이 무기와 장비를 골라잡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는데 그 모습이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소울의 웃음을 불러왔다.

그는 유정아에게 자신이 쓰던 대물저격총을 보이면서 말했다.

“이 대물저격총 좀 바꿔줘. 이번에 너무 험하게 써서 내구도가 많이 떨어졌거든.”

“그래? 그거 저 박스에 던져 놔!”

그녀가 가리키는 커다란 박스에는 깨지고 부서진 무기들이 가득했다.

“설마 그냥 버리는 거야?”

“무기 제공자에게 돌려보내는 거야. 아마 살펴보고 아니다 싶으면 버리겠지. 괜히 아끼다 똥 되는 수가 있어. 그러니까 아깝다는 생각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냥 버려!”

“응!”

소울은 눈물을 머금고 자신이 사용하던 대물저격총을 박스 안에 넣었다. 물론 탄창 안에 들어있던 생체실드 중화탄은 모두 빼놓은 상태였다.

“허리에 차고 있는 데저트이글도 박스에 넣도록 해.”

“왜?”

그는 데저트이글까지 버리라고 하는 것 같아 의문을 제기했다.

“자기를 위해 내가 새로운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을 따로 준비해뒀어. 아무래도 자기의 주력무기가 될 것 같아서 말이지. 특별히 주문제작을 해서 만든 거니까 잘 쓰도록 해! 짜잔!”

유정아는 한쪽 벽을 눌러서 선반을 내리더니 그를 보며 두 팔을 옆으로 벌렸다.

소울은 유정아가 내린 벽에서 내린 선반 위를 보고는 뛰듯이 걸어왔다.

선반 위에는 자신이 그동안 알차게 써 먹었던 배럿 M107A1 대물저격총보다 훨씬 세련되고 날렵하게 생긴, 명품의 향기가 풍겨 나오는 수제 대물저격총 한 정과 역시  같은 곳에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대형권총 두 정이 놓여 있었다.

소울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총을 만지작거렸다.

“이게 다 뭐야?”

“몬스터를 전문적으로 저격하기 위해서 내가 특별히 디자인한 대 몬스터용 대물저격총 JUNGA-1 이야.”

“JUNGA-1 대물저격총? 아! 정아-1 대물저격총?”

“그래. 맞아. 내가 디자인 했으니까 당연히 내 이름이 들어가야지.”

“그렇게 맘대로 이름을 붙여도 되는 거야?”

“응, 당연하지. 자기가 이 세기의 발명품의 첫 번째 실전테스트를 해줘야겠어.”

“뭐 세기의 발명품? 나만을 위해 특별히 수제품을 만들어준 게 아니지? 결국 실전테스트를 하게 만들어서 나중에 대량으로 팔아먹으려고 만든 거잖아?”

“수제품 맞아. 그것도 아주 유명한 총기 명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서 손수 만든 거야. 성공적으로 실전테스트를 거치게 되면 아마 전 세계의 능력자 길드와 파티로 팔려 나가게 될 거야. 물론 각국의 군대로도 팔려 나가겠지. 자기는 그런 명품을 처음으로 테스트한 능력자로 기억될 거야.”

하여튼 뭐든지 그녀가 손을 대는 것은 반드시 돈과 연관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국제적인 스케일은 그녀에게 있어 빠질 수 없는 약방의 감초 같은 것이었다.

“이거 만드는데 몇 억은 들었으니까 잃어버리지나 말아. 대신 부서지는 것은 상관없어.”

“몇 억? 호오, 그거 겁나게 비싼 총이네?”

“당연하지. 수제 명품 총기인데.”

“그래, 내가 가져가서 잘 쓸게.”

소울은 그녀에게 미소를 한번 지어준 후, 대형권총을 집어 들었다.

데저트이글 보다 훨씬 작고 디자인도 세련된 느낌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데저트이글과 구경이 같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거 괜찮을까?”

“당연하지. 일반총기는 대량생산을 위해서 적당한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지만 자기에게 준 이 JUNGA-1 대물저격총과 JUNGA-2 대형권총은 비싸고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해서 만들었어. 그러니까 보는 것만으로 성능을 판단하면 곤란해.”

“그래서 그런지 대물저격총도 좀 짧고 가벼워진 것 같다.”

“그렇게 구시렁거리지 말고 저기 가서 직접 시범사격을 해보면 되잖아.”

정아의 말에 연구실 한쪽을 보니 투명하고 두꺼운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실내 사격장이 눈에 들어왔다.

소울은 그녀의 말대로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을 가방에 담아 실내사격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30분 정도 진지하게 시범사격을 해본 결과 소울은 그만 새로운 대물저격총과 대형권총에 푹 빠지고 말았다.

성능이 기존의 것과 비교해서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정아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마 실전에서는 훨씬 더 안정되고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이 분명했다.

실내사격장을 나온 그는 유정아에게 다가가 그녀를 꼭 끌어안아줬다.

“고맙다. 이 무기 정말 마음에 들어. 특히 소음기의 성능이 아주 탁월한 것 같아.”

“호호호,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네. 이렇게 안아주기까지 하고.”

유정아는 소울이 보인 태도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아주 저 새끼들이 정말 내 기둥뿌리를 다 뽑아가려고 하네?”

“하하하! 내가 이 무기들 가지고 실전 테스트 해준다고 생각해. 그리고 앞으로도 쭉 신무기 실전테스트 해줄게.”

“휴우! 알았어. 그 약속 지켜야해. 이거 보고서 작성을 하려면 날밤 까야겠다.”

소울은 유정아를 위로하고 회유하면서 그녀가 안보이게 엄지손가락을 뒤로 돌려 본에게만 살짝 들어주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철제로 된 무기와 아머로 무장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품질은 현대의 최첨단 제철제강 기술이 들어간 제품과 비교해서 크게 떨어졌다. 강도, 인장, 탄성, 내구 등 모든 면에서 감히 따라올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제 7 연구동 1 연구실 안의 무기창고의 무기들은 그것보다 한 술 더 떠서  특수합금에 C급 마석을 넣고 C급 몬스터의 이빨과 발톱 등 온갖 귀한 재료를 아끼지 않고 만들었다.

무기만이 아니었다.

방어구도 특수합금에 C급 몬스터의 가죽과 부산물을 이용해 만들어서 대 물리 & 마법 방어력이 장난 아니게 올라가 있었다.

평생을 기사의 삶을 살았었던 본인지라 무기와 방어구를 보면 바로 견적이 나올 정도의 수준 높은 안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도 지금 눈앞의 무기와 방어구를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의 주인에게 말을 좀 함부로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이런 무기와 방어구를 지원해준다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본과 스켈레톤 부대에게 강하고 튼튼한 무기와 방어구야 말로 그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본! 무기와 방어구를 보니 어때?]

[마석을 다루는 기술이 떨어져 사용한 마석의 등급에 비해 효율이 좀 떨어진다는 것을 빼고는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금속을 다루는 기술은 드워프에 못지않은 것 같습니다.]

[기존의 무기와 방어구에 비교하면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나는 거야?]

[청동기와 철기의 차이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전 이런 무기와 방어구를 구하신 주군의 혜안에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하하하!]

혀도 없는 놈의 혓바닥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본의 말은 매끄럽기 그지없었다.

어떻게 해야 주인의 마음을 기분 좋게 하는지 그 비법에 통달한 본이었다.

[유정아에게 욕은 내가 들어먹을 테니 본은 챙길 수 있는 만큼 최대한의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장비를 챙기도록 해!]

[예스, 마이로드!]

소울과 본은 한마음 한 뜻으로 유정아의 무기창고를 털어먹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름 통이 큰 유정아였지만 그래도 데미지가 좀 컸는지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장비를 한 아름 들고 사라지자 긴 한숨을 쉬면서 손을 살짝 떠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소울은 속으로 ‘아싸 가오리!’를 외치며 겉으로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저기 전투배낭도 가져가! 하나는 대물저격총을 분해해서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각종 장비를 담을 수 있게 특수하게 설계한 신형 전투배낭이야.”

“오! 안 그래도 마침 이런 것이 필요했는데 잘 됐네.”

소울은 푸티나에게 들게 하면 딱 좋을 신형 전투배낭을 잘 챙겼다.

“뭐 또 필요한 것 없어?”

“물론 있지. 이번에 랩터킹을 향해 생체실드 중화탄을 써봤는데 잘 안 먹히더라고……. C급 몬스터를 잡으려면 최하 D급 마석은 써야할 것 같아. 혹시 D급 마석을 넣어서 만든 생체실드 중화탄은 아직 없어?”

“혹시나 해서 만들어 놓았는데 잘 됐네. 저기 주황색으로 칠해놓은 것을 가져가도록 해. 주황색 탄창과 같이 넣어놓았으니까 절대 헷갈릴 염려는 없을 거야.”

“고마워!”

소울은 준다는 것을 마다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JUNGA-1 대물저격총 2정과 JUNGA-2 대형권총 4정 그리고 전투배낭을 비롯한 각종 최신장비를 몽땅 챙겼다.

그리고 생체실드 중화탄도 종류별로 넉넉하게 챙겼다.

“그런데 푸티나에게는 줄만한 게 없네.”

“그러게 말이야.”

“일단 몸을 한번 스캔해보자. 내가 어떤 것을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연구해볼게.”

“그래?”

그녀가 해준다고 할 때 얼른 받아먹는 게 좋다.

소울의 눈짓에 푸티나가 즉시 몸을 불곰의 거대한 체구로 키웠다.

“우와아! 우리 귀여운 푸티나가 이렇게 터프해졌네? 이거 뭐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어야겠는데?”

“낑!”

푸티나는 소울의 눈치를 보면서 낑낑 거렸다.

아무래도 커다란 덩치가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유정아는 푸티나가 몸을 키우자 오히려 의욕이 샘솟는 것 같았다.

푸티나를 입체 스캐너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 스캔을 한번 뜨고 나서는 시키지도 않은 의지를 불태웠다.

“내가 푸티나를 위해 특별히 무기와 방어구를 디자인 해봐야겠어. 장비까지 만들려면 시간 좀 걸리겠네.”

스캔이 끝나자 푸티나는 순식간에 몸집을 줄이고는 소울의 다리에 매달려 재롱을 떨었다. 소울은 푸티나가 주인에게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푸티나를 즉시 손으로 안아서 다독거려주었다.

“아쉬운 대로 이건 어때? 버클러인데 양쪽 팔목에 차면 방패로 사용할 수도 있고, 아까처럼 덩치가 커지면 팔찌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것대로 팔목보호대처럼 사용할 수 있고 말이야.”

“괜찮네.”

공짜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했다.

얇은 원형의 메탈실버 색깔로 빛나는 버클러는 특수합금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무척 가볍고 튼튼해보였다.

유정아에게 두 개를 받아 푸티나의 팔목에 채워주자 고무 밴드로 되어 있어서 나름 편리하고 멋있기도 했다.

“푸티나! 마음에 들어?”

“낑! 낑낑!”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다행이다.”

유정아가 오히려 푸티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푸티나는 유정아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역시 에티켓이 있는 푸티나였다.

소울과 유정아는 잠시 푸티나를 쓰다듬어 주느라 대화가 끊겼다.

“급한 대로 이거 좀 구해줘!”

“이건 뭐야?”

“랩터킹을 잡으려면 필요한 거야.”

“그래?”

유정아는 소울이 갑자기 소울이 내민 메모지를 받아 읽어보았다.

“염산, 황산, 최루탄, 섬광탄, 수면가스, 마취제, 찐드기, 트랩 장비……. 이게 다 뭐야? 무슨 장사할 일 있어?”

“아니야. 다 필요해서 그래.”

“어째 갈수록 이상한 요구만 하네?”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야. 어쨌든 당장 구해줄 수 있지?”

“뭐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 1시간 안에 구해줄게.”

유정아의 시원한 대답에 소울은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나는 그만 올라가 봐야겠다.”

“어디 갈 데라도 있는 거야?”

“마석 팔러 가야지.”

“마석? 그거 나한테 팔기로 했잖아?”

“내가 계속 정아에게 팔아도 되는 거야? 나중에 뒤탈 없겠어?”

“뒤탈은 개뿔, 아무 문제없으니까 나한테 넘겨.”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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