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86화 (186/492)
  • 00186  제 47 장 - 내단(內丹)  =========================================================================

    신기하게도 단전의 기운은 제자리에서 아주 빠르게 돌고 있었다.

    까망이가 움직이거나 공간을 더욱 크게 만들어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하지만 소울에게는 그가 잠들고 있을 때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단전의 기운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압축을 시작했다.

    회전과 압축은 오롯이 소울의 의지였다.

    그래서 가능한 최대의 속도로 회전을 했고,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압축을 하고 있었다.

    웅 웅 웅 웅 웅…….

    그의 단전에서 공명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화아악!

    그리고 밝은 황금빛이 그의 단전에서부터 터져 나와 주변을 물들였다.

    까망이는 놀라서 얼른 소울의 단전에서 빠져 나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공명음과 황금빛의 밝은 빛은 몇 초 지나지 않아 조용히 사그라졌다.

    까망이는 잠시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소울의 단전 안으로 물이 스미듯 들어갔다.

    단전의 정 중앙에 겨자씨만한 작은 금빛 구슬이 요요롭게 빛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규! 규규!]

    까망이는 소리쳤다.

    소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그의 환호성이 그의 코고는 소리에 완전히 묻혀버렸다. 하지만 까망이는 신이 나서 외치는 소리를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드디어 단전에 마나가 안착, 아니 정체불명의 기운이 고정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소울의 모험이 성공한 것이다.

    이게 앞으로 소울에게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리 서쪽 낮은 언덕, 가을 하늘 아래에서 소울은 드디어 내단(內丹)을 생성했다.

    * * * * *

    “그걸 내가 왜 해야 하는데?”

    -나한테 짜증내지 말고 결정은 자기가 해. 참고로 랩터킹 한 마리당 포상금은 100억이야. 랩터 사체의 소유는 당연히 사냥한 사람에게 귀속되고.

    자다 깬 소울은 정신이 없었다.

    갑작스런 능력개발청의 사냥 의뢰에다 단전에서 꿈틀거리는 기운으로 인해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내 단전에 만들어진 것이니 내단이라 불러야겠다. 뭐 딱히 달리 부를 이름도 없고 말이야.’

    소울은 유정아의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자꾸 내단에 신경이 쓰였다.

    아직 100%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고 통제가 가능한 존재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일단 단전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곳으로 힘이 모였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만 해도 미세하게 마나가 모이는 게 느껴졌다.

    거기에다 까망이가 마석이나 몬스터의 기운을 흡수한 것을 순수하게 정제해서 자신의 내단으로 흘려주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씩 그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 지금 내말 듣고 있어?

    “아! 미안, 뭐라고 했지?”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야. 조금 피곤해서 그래.”

    유정아는 소울이 자신의 말에 제대로 대답을 안 하자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가 바로 사과를 하자 그의 처지를 생각하고는 이해해줬다.

    -하긴 그렇게 밖에서 굴러대고 있으니 피곤할 만도 하겠다. 다시 말해줄게. 현재 3대 길드, 7대 길드 그리고 7대 재벌길드에서 모두 능력개발청의 이 의뢰를 받아들였어. 그러니까 움직이려면 지금 발 빠르게 움직여야해.

    “진짜?”

    -모두 자기 때문이야. 자기가 랩터킹을 잡아 죽이고 나자 수만 마리나 되는 랩터 한 무리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거든. 능력개발청에서는 랩터킹이 두 마리 정도 더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어. 그리고 이제 막 개성 필드에서 빠져 나오는 랩터 한 무리도 발견했어.

    “그럼 최소한 세 마리는 있다고 보면 되겠네.”

    -그렇지.

    “그럼 랩터킹을 최초로 사냥한 나에게도 100억을 주는 건가?”

    -글쎄? 그건 안 물어봤는데…….

    “물어봐! 그리고 어지간하면 받을 수 있게 힘 좀 써줘!”

    소울은 대놓고 욕심을 냈다.

    -호호호, 이거 너무 거저먹으려고 하는 것 아냐?

    “거저먹으려는 것 맞으니까 꼭 좀 받아줘!”

    -어째 갈수록 뻔뻔해지네. 아무튼 한번 알아볼게.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그딴 소리 말고 무조건 받아! 참 다른 랩터킹의 위치는 확인했어?”

    -정확한 위치는 아직 아무도 몰라. 대략적인 위치만 짐작할 뿐이지.

    “그럼 일단 의뢰는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고, 나 좀 여기서 내보내줘!”

    -의뢰를 받고 왜 거기서 나오려고 그래? 그냥 랩터킹이나 사냥하지. 그리고 내가 무슨 능력이 있어서 자기를 내보내줘?

    “틸트로터 무인기에 보급품 100kg 까지 실을 수 있잖아? 두 대만 보내주면 나와 푸티나가 충분히 탈출할 수 있어. 해군의 고속정들도 이미 임진강을 타고 올라왔으니 임진강까지만 실어 주면 될 거야.”

    유정아는 소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생각해보니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알겠어. 하지만 아직 의뢰를 받고서 왜 거길 나오려는 지 이유는 말하지 않았어?

    “그건 나가서 설명해줄게.”

    -지금 설명해주면 안 돼?

    “휴우! 좋아. 일단 나 좀 쉬자. 한숨 푹 자고 나서, 잘 먹고 난 다음에 랩터킹 소재 파악하고 나서 다시 여기 오면 되잖아. 왜 쓸데없이 여기서 헤매야 하는데?

    -일리가 있네. 알았어. 지금 바로 보내줄게. 조심해서 오도록 해.

    “그래. 고맙다.”

    유정아는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그녀가 당장 대답을 듣기 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답을 해준 덕분에 틸트로터 무인기들이 10분 안에 도착한다는 유정아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우연 이였을까?

    [생수와 탄약을 포함하여 무게가 나가는 것은 모두 여기 땅속에 묻어두고 간다. 푸티나는 땅을 파서 묻고, 본은 철수준비를 하도록 해라. 특히 저 랩터킹의 뼈는 꼭 챙겨야 한다.]

    [낑!]

    [예스, 마이로드!]

    본이 랩터킹의 뼈를 흡수하고 본벙커까지 흡수하고 나자 하늘에서 무인기 두 대가 언덕을 향해 날아왔다.

    푸타타타타…….

    푸타타타타…….

    틸트로터 무인기 두 대가 도착하자 푸티나는 구덩이를 막아버린 후 발로 밟아 단단하게 다진 다음 자신의 덩치를 작게 줄였다.

    본은 악어 입을 만들어 스켈레톤 부대를 회수하고 자신도 어금니 뼈로 돌아가 소울의 어깨에 알아서 스스로 걸렸다.

    소울은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무인기 아래쪽에 연결된 줄에 매달려 안전벨트를 채웠다.

    푸티나까지 다른 무인기에 달린 줄에 매달리고 나자 틸트로터 무인기 두 대는 힘차게 로터를 돌리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하늘로 올라가는 만큼 땅이 작아지자 소울과 푸티나는 잡고 있는 줄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수십 미터 위로 올라가자 무인기는 곧 빠르게 속력을 내더니 임진강을 향해 날아갔다.

    임진강이 보이자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더니 한강이 나오자 오두산 통일전망대로 가서 소울과 푸티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거기에는 유정아가 보낸 헬기 한 대가 소울을 태우기 위해 미리 대기를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바로 모시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소울은 헬기 조종사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뒤쪽 좌석으로 올라탔다.

    푸티나가 잽싸게 헬기에 올라와서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더니 떡 하니 안전벨트까지 매자 조종사가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헬기 조종사는 부드럽게 공중으로 헬기를 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고도를 높이자 곧 남서쪽을 향해 서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하늘 길은 육지의 길과는 달리 정말 빠르고 편리했다.

    잠깐 앉아있었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신사동에 있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옥상에 있는 헬리포트에 도착해있었다.

    헬기 조종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옥상을 내려오자 유정아가 하얀 가운을 입고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야! 수고했어.”

    유정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울의 품속으로 몸을 던졌다.

    뭉클한 그녀의 가슴이 그녀보다 먼저 그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여체를 안자 향기로운 그녀의 체향이 콧속으로 밀려들어오면서 절로 긴장이 풀렸다.

    소울은 그녀를 힘껏 한번 안아주고는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이제 아주 대놓고 자기라고 부르네.”

    그녀는 소울의 팔에 팔짱을 낀 채 그의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얼굴을 보니 싫은 기색은 아닌데?”

    “이젠 걸려도 상관없나보지?”

    “호호호, 세상이 바뀐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여기 또 있었네? 걸리면 나야 좋지. 대한민국의 국민적 영웅의 숨겨진 여인이라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아마 내 주가가 하늘을 찌르게 될 거야.”

    “그게 그렇게 되는 거야?”

    “아마도……. 오히려 자기가 피곤해질 거라고는 생각 못해봤어?”

    “못해봤어.”

    “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내려오자 어느새 유정아의 VIP 스위트룸 앞이었다.

    “일단 내방으로 가서 좀 씻자.”

    “옆방은 아직 그대로 있어?”

    “아니. 하지만 내가 말해서 하나 비어놓도록 할게. 오늘만 여기서 같이 있자.”

    “알았어.”

    소울은 거절할 형편이 아니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씻지를 못해서 온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기야! 그런데 이건 왜 이래? 그렇게 내가 고팠어?”

    그녀의 손가락과 시선이 향하는 곳을 따라간 소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간단히 설명했다.

    “어? 아! 이거, 랩터킹의 간을 내가 조금 먹었거든. 이게 며칠 동안 전혀 죽지를 않네!”

    “그래?”

    유정아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하며 소울의 사타구니 사이를 빤히 쳐다봤다.

    그 모습에 소울은 유정아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였다.

    “나 어디 안 도망간다. 소도 잡을 때는 물을 먹인다고, 일단 샤워부터 좀 하자.”

    “그래. 누가 뭐라고 했어? 참 내가 등 밀어줄게.”

    소울은 유정아의 눈웃음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을 읽어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안 그래도 누군가는 등을 좀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 겸사겸사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푸티나는 다른 방에 있는 욕실로 가서 혼자 느긋하게 반신욕을 즐겼다.

    역시 암컷이라서 그런지 목욕을 즐길 줄 알았다.

    그리고 소울과 유정아는 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밤이 새도록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17층 VIP 스위트룸은 방음장치가 뛰어나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밖으로 소음이 흐르지 않는다.

    불타는 침대를 만들기 참 좋은 곳이었다.

    * * * * *

    샤워를 하고, 등을 박박 밀고, 뜨겁게 몸을 풀고, 한숨 푹 때려 자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방에 풀리는 것 같았다.

    꼬르르륵!

    다만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을 것 같은 허기가 유일한 문제였다.

    침대에 누운 채로 잠시 몸을 관조해보니 겨자씨만한 내단이 쌩쌩 돌면서 열심히 마나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나도 작고 미미한 수준이라서 기대했던 몸의 강화나 F급 능력자의 육체에서 E급 능력자의 육체로 탈바꿈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어찌되었든 일단 내단이 만들어졌으니 몸에 뭔가 변화가 있겠지. 그럼 이제 나는 밥이나 먹으러 가볼까?’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덜렁거리는 자신의 분신이 아직도 죽지 않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랩터킹의 간의 효능이 정력을 영구히 올려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서있는 것은 곤란한데……. 좀 죽었으면 좋겠다.’

    그때였다. 정말 놀랍게도 그의 의지에 따라 이놈이 스르르 죽어버렸다.

    그는 너무나도 황당한 상황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이번에는 ‘서라!’하고 의지를 세웠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다시 힘차게 용틀임을 하며 세워졌다.

    ‘대박! 이거 내가 그냥 랩터킹의 간을 먹은 것이 아니라 영물의 간을 먹은 것이로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내가 먹은 것은 정말 무한 정력을 가지게 해주는 영약이었어. 아무래도 랩터킹 잡는 의뢰는 내가 다 해결해야겠다.’

    세상의 반은 남자다.

    모든 남자는 나이가 먹으면 정력이 약해진다.

    정력이 센 사람일수록 정력이 약해지는 것에 대해 무척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부자일수록 정력에 좋다면 천금을 아끼지 않고 구해서 먹는다.

    그건 아내가 많은 거부일수록 더욱 정도가 심해진다.

    그런데 무한 정력을 가지게 해주는 영약이 있다고 한다면 과연 거부들이 어떻게 나올까?

    모르긴 해도 아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의 반을 줘서라도 꼭 구입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일단 이건 혼자만 아는 비밀로 해야겠다. 유정아가 눈치 채기 전에 랩터킹의 간을 내가 먼저 싹쓸이해야 한다. 랩터킹을 잡던 아니면 랩터킹을 잡은 파티에게 돈을 주고 사던 일단 내 손에 넣기만 난 큰 부자가 될 거야. 소더비즈나 크리스티즈 같은 세계적인 경매회사를 통해 경매에 붙인다면……. 크흐흐흐!’

    소울은 생각만 해도 온몸이 짜릿해졌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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