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85화 (185/492)

00185  제 47 장 - 내단(內丹)  =========================================================================

그는 푸티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넉넉히 고기를 잘라 지퍼팩에 가득 채웠다. 그래봐야 거대한 랩터킹의 몸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지퍼팩을 전투배낭에 담자 금세 통통해졌다.

‘어라! 이게 왜 이러지?’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사타구니 사이에 있는 분신이 힘차게 용틀임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설마 랩터고기를 먹었다고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흐음, 이건 확실히 확인을 해봐야겠다. 랩터킹의 고기에서 나오는 현상이라면 조금 더 챙겨야 하는데…….’

그러나 푸티나가 먹는 속도로 봐서는 자신에게 남겨질 고기는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랩터킹의 고기라면 사실이라고 해봐야 큰 메리트가 없다. 랩터킹을 어디 가서 다시 잡겠어. 하지만 만약 랩터고기나 랩터의 심장과 간 이 중의 하나라면 큰 돈벌이가 되겠구나.’

소울은 막간을 이용해 이러한 현상이 있다는 것을 유정아에게 보내고 은밀하게 실험을 해보라고 말했다. 그녀는 정보를 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크게 기뻐했다.

유정아는 소울의 메시지를 받고는 즉시 랩터 한 마리를 가져다가 남자연구원을 상대로 부위별로 먹게 하고는 곧 랩터의 간을 구워먹으면 그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녀는 곧바로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에 연락하여 랩터의 장기를 이용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해내겠다며 독점공급계약을 서둘러 체결해버렸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랩터의 사체 중 심장과 간을 비롯한 장기 일체는 모두 유정아의 소유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유정아는 아주 은밀하고 짭짤한 비즈니스를 해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

물론 이런 정보를 준 소울도 떡고물을 챙기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조금 미래에 일어날 일들이었다.

* * * * *

“휴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며 소울은 눈을 떴다.

‘마나를 몸의 한 곳에 안착을 시킨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네. 그래도 마나가 뭔지 제대로 느껴봤으니 아주 손해는 아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흔들며 일어났다.

라펠의 말대로 지난 이틀 동안 나름 열심히 노력을 해봤지만 마나라는 놈은 정말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도망을 다니며 더럽게도 말을 듣지 않았다.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0인 소울이 애초에 마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웃기는 일이었지만, 소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줄무늬 랩터, 뿔 랩터들로 인해 지속적으로 공격을 가해오더니 밤이 되자 마법사들이 만들어 놓은 독 안개 때문인지 더 이상 랩터들이 근처로 다가오지 않았다.

다만 적당한 거리에서 감시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울은 그런 랩터들에게 경종을 울려줬다.

눈에 보이는 줄무늬 랩터, 뿔 랩터를 모조리 저격해서 잡아 죽인 것이다.

그로인해 반경 500m 이내에는 랩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됐다.

본벙커와 스켈레톤 부대 그리고 자신의 소환수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는 소울은 그 덕분에 라펠이 조언했던 대로 마나의 강제 안착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까망이가 단전을 향해 아무리 마나를 불어넣어 줘도 잡히지도 않고, 잡기도 전에 곧바로 흩어져 버리니 이거 아주 돌아버리겠네. 어떻게 해야 마나를 단전에 고정을 시켜 놓을 수 있지? 차라리 까망이보고 알아서 마나를 단전에 고정을 시키라고 해볼까? 어차피 소환수나 소환수는 일심동체 아니야? 헉! 그렇구나. 까망이와 나는 일심동체구나 그렇다면 까망이가 내 몸속으로 들어와서 마나를 고정시키면 되잖아? 맞다. 그 방법이 있었어.’

소울은 머릿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까망아,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내 몸속으로 들어와서 네가 단전에 마나를 모아 놓는 거야. 알았지?]

[규!]

까망이는 소울이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자 크게 기뻐했다.

소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자 까망이가 소울의 단전으로 쑥 들어갔다.

순간 소울은 뭔가 기묘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까망이와 자신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기분이었다.

‘까망이가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네! 그런데 마나는 왜 전혀 느껴지지 않지? 혹시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나?’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이 듣기에도 좀 이상했다.

까망이가 이해할 수 있게 충분한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는 까망이를 단전에서 밖으로 내보내고 주변을 살펴봤다.

마침 사과처럼 생긴 열매가 맺힌 나무 하나가 보였다.

그는 그 열매를 따서 위쪽을 조금 자르고 전투식량에 들어있는 숟가락을 이용해 속을 싹 파냈다.

[까망아, 이리와 봐!]

[규!]

[이런 형태로 네 몸을 변화시켜서 내 단전에 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이 안에다 마나를 밀어 놓고 가둬두는 거지. 이해했어?]

[규!]

이번에는 왠지 까망이가 제대로 이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다시 해보자.]

[규!]

소울의 말이 제대로 전달 됐는지 까망이가 소울의 단전으로 들어가 자신의 몸을 살짝 변형시켜서 알사탕만한 크기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다 마나를 불어 넣었다.

‘됐구나. 그럼 이제 이 마나가 나가지 않도록 내가 잡아야한다. 마나야! 제발 거기 가만히 있어줘! 알았지! 부탁이야!’

소울은 마나를 향해 싹싹 빌고 부탁을 했다.

온갖 좋은 생각을 다해가며 살살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 동안 그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마나는 쌀쌀맞게 전부 빠져나갔다.

물론 빠져나온 마나는 까망이가 회수해서 다시 집어넣어줬지만 빠져나가는 속도나 들어오는 속도는 비슷했다.

소울은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부탁을 하고 애원을 했는데 마나라는 놈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시간이나 이런 개지랄을 떨고 있는데도 진전이 없다니……. 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그는 끝내 폭발을 하고 말았다.

[야! 이 씨팔, 좆같은 마나 새끼야!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쳐 있지 못해!]

소울은 열이 받아서 마나를 향해 욕을 해댔다.

순간 까망이가 몸으로 만들어놓은 공간을 빠져나가려던 마나가 그 자리에서 딱 멈춰서 움직이지 않았다.

‘헉 멈췄다.’

1초, 2초, 3초!

딱 3초가 지나자 마나는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싹 빠져 나갔다.

하지만 소울은 이미 그런 마나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한 거지? 설마 내 욕을 처먹어야 말을 듣는 거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내가 화를 내면서 뭔가를 했을 거야. 그게 뭐지? 혹시 내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그 의지 같은 것을 순간적으로 때려 넣은 건가? 단순히 의지만으로는 말이 안 될 것 같은데……. 카리스마 같은 걸 섞었나? 일단 시험을 다시 해보자.’

소울은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아까 자신이 느낀 분노와 절망감을 담아서 마나를 향해 의지를 집중했다.

[마나는 멈춰라!]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게 아닌게벼!’

그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이번에는 카리스마와 강력한 의지를 섞었다. 그런데 이게 다시 하려니 잘 되지가 않았다. 자꾸 잡생각이 들어오고 분노나 애원 같은 다른 감정도 새어 들어왔다.

그는 정신을 집중하고 카리스마와 의지를 섞어서 마나에게 명령했다.

[마나는 멈춰라!]

순간, 놀랍게도 마나는 그 자리에 딱 멈춰 섰다.

이번에는 얼마나 가는 지 보려고 가만히 기다렸다.

1초, 2초, 3초, 4초, 5초, 6초, 7초!

딱 7초 만에 마나가 다시 움직였다.

‘됐어! 이제 방법을 알았어.’

처음 하는 게 힘들지 뭐든 한번 성공하면 다시 성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소울은 그렇게 몇 번을 시도해서 성공하고 다시 몇 번을 시도해서 성공을 하면서 마나를 멈추는 법을 배웠다.

물론 그 마나를 멈추는 법이라는 것이 자신의 단전에 있는 작은 공간에 한해서 마나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었다.

그것도 까망이라는 자신의 소환수가 사방을 틀어막고 있어서 가능한 짓이었다.

까망이가 나오면 아무리 의지를 발휘해도 마나는 곧바로 흩어져 버렸다.

‘이런 식으로 하면 천년이 걸려도 내가 원하는 마나의 안착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멈춰 세운 마나에 마나를 더할 수 있지. 그냥 압축이 되면 좋을 텐데. 까망이보고 압축을 하라고 할까? 아니야. 내가 하지 않으면 아마 소용이 없을 거야.’

그때 소울의 이마로 바람 한 점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바람, 바람개비, 소용돌이, 회전, 그렇구나. 회전이구나. 마나를 회전시키는 거야.’

그는 즉시 단전에서 빠져나가려는 마나를 멈춰 세우고 회전을 시켰다.

[마나는 멈춰라! 그리고 회전해라! 압축되라!]

물론 쉽게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자 마침내 마나가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소울과 마나의 긴 싸움이 시작됐다.

까망이보고 몸을 좀 크게 해보라고 시키거나 변형을 지시하면 마나는 곧바로 흩어져 버렸다. 아무리 노력을 하고 또 노력해도 결국 까망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었다.

‘뭔가 잘못됐다.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 없는 놈이 마나를 움직인다는 것은 애초부터 시작이 잘못된 거야.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지? 소환력, 정령력, 스피릿 파워? 그래 스피릿 파워가 좋겠다. 그리고 나의 생기를 조금 집어넣으면 어떨까? 내 의지까지 섞인다면 훨씬 움직이는 것이 편할 거야.’

결국 그는 순수한 마나를 움직이는 것은 포기했다.

자신에게 마나에 대한 친화력이나 재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소환력과 정령력 그리고 자신의 영적인 힘이 짬뽕이 된 이 스피릿 파워는 달랐다.

얼마든지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뭐 그래봐야 소환수들에게 뿌려주는 정도에 불과하긴 했지만 말이다.

[까망아, 잘 들어 내 몸에서 생기를 뽑아낼 수 있지?]

[규! 규우!]

까망이는 대답을 하고나서 깜짝 놀라서 마구 몸을 떨었다.

아마 생기를 뽑아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허락할 테니 조금만 뽑아줘. 정말 아주 조금만 뽑아야 한다. 알았지?]

[규!]

까망이는 맘에 들지 않았지만 소울이 하는 명령이니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순수한 마나에다 내 생기 조금 그리고 내 스피릿 파워를 집어넣을 거야. 그래서 강하게 압축을 하고 회전을 시킬 거야. 그럼 아마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게 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규!]

까망이가 비장한 각오로 대답했다. 그러자 소울도 비장한 마음을 품고 단전에 집중했다.

[까망아, 시작해!]

[규!]

까망이는 소울의 생기를 살짝 뽑았다. 그러자 소울이 크게 휘청거렸다.

갑자기 엄청난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왔기 때문이다.

‘씨팔, 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구나. 하마터면 천국 갈 뻔했네.’

소울은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스피릿 파워를 몽땅 자신의 단전으로 가져왔다.

그리고는 까망이가 몸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에 쏟아 부었다.

까망이도 소울의 생기와 순수한 마나를 있는 대로 끌어 모아 안으로 쏟아 부었다.

소울은 자신의 단전에서 요동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의지를 발휘해 소리쳤다.

[회전하라! 압축되라! 나의 의지에 따라라!]

그때였다.

놀랍게도 소울이 흡수했던 주술환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의 의지에 따라 단전으로 쏙 빨려 들어가 순식간에 같이 섞여 버렸다.

그동안 소울의 스피릿 파워에 녹아 많이 흡수되었던 상태라 처음같이 크고 선명한 구슬의 모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술환이 가지고 있는 효능과 고유의 특성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 보였다.

‘주술환이 아직 다 흡수되지 않고 남아있었구나. 그럼 나의 생기, 마나, 스피릿 파워, 주술환까지 단전에 섞인 거네. 완전히 짬뽕이 됐구나. 좋아! 나의 강력한 의지를 여기에다 더 때려 넣는 거야!’

그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를 최대한 쥐어짜서 단전의 기운에 쏟아 부었다.

이런 일은 정말 심력이 이만저만 소모되는 행동이 아니었다.

소울은 1시간 만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서 그대로 뒤로 발라당 쓰러져 버렸다.

“후욱 후욱 후욱…….”

한참동안 숨을 몰아쉬던 그는 결국 지쳐서 잠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단전에는 아직도 까망이가 중앙에 알사탕만 한 공간을 남겨둔 원형의 형태를 유지한 채 소울의 단전에 있는 기운을 지켜보고 있었다.

[규!]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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