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4 제 46 장 - 뒤치기 =========================================================================
퉁 퉁 퉁 퉁 퉁…….
이런 랩터킹의 어려운 상황을 노리고 찬스에 강한 소울이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쿠휘이익 쿠웨에엑 쿠훼에엑…….
랩터킹은 왼쪽 무릎에 이어 오른쪽 무릎까지 생체실드 중화탄이 틀어박히자 더 이상 신체의 중심을 잡기도 힘들어졌다.
천하의 랩터킹도 무릎이 작살나서는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랩터킹은 크게 한번 휘청거리더니 결국 옆으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대적을 앞에 두고 쓰러졌다는 것은 곧 죽음을 얘기한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푸티나가 날카롭게 달려들어 랩터킹의 목을 잡고는 자신의 겨드랑이에 끼었다. 그리고 힘차게 옆으로 돌리며 비틀어버렸다.
우두두두두둑!
섬뜩한 소리가 들리며 랩터의 목이 단박에 부러져 나갔다.
과연 우리의 천하장사 푸티나였다.
그러나 요단강을 건너려던 랩터킹의 명운이 아직은 다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빅랩터, 줄무늬 랩터, 뿔 랩터 수십 마리가 랩터킹을 구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살벌한 모습에 푸티나는 랩터킹의 부러진 목을 잡고 질질 끌어서 얼른 언덕 위로 올라왔다.
거의 비슷한 시간에, 랩터 무리가 언덕의 중턱에 자리를 잡은 채 방어진형을 펼치고 있는 스켈레톤 부대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쿵 쿠쿠쿵 쿵!
자신의 대가리가 깨지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스켈레톤 베테랑이 들고 있는 방패에 돌격부터 한 랩터들이 해롱거리자 뒤에 있던 랩터들이 옆으로 우회해서 돌아들어가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본은 가볍게 진형을 옆으로 넓히고 한발 물러나게 해서 그들의 우회를 근본적으로 차단했다.
목숨이 경각에 다다른 랩터킹을 한쪽에 던져 놓은 푸티나는 즉시 다음 전투에 참여했다.
3m나 되는 만만치 않은 덩치를 가진 푸티나가 스켈레톤 부대의 방어진형 옆에 서자 그의 앞에서 공격을 해오던 랩터들이 쪽도 쓰지 못했다.
퍽퍽퍽 퍽퍽퍽…….
주먹으로 랩터의 대가리를 후려갈길 때마다 랩터들이 머리뼈가 부러지며 대가리를 땅에 처박아야했다.
특히 그의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는 랩터들에게 쥐약이나 다름없었다.
“꾸잉!”
파지직! 펑!
쿠히익 쿠익 쿠히이익…….
종류에 상관없이 푸티나의 일렉트릭 쇼크웨이브에 맞은 랩터들이 뒤로 펑펑 나자빠졌다.
스켈레톤 엘리트와 스켈레톤 베테랑들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진해서 랩터들의 목에 칼을 쑤셔 박고 멱을 땄다.
스켈레톤 레인저들은 약간 위쪽에서 각각 자리를 잡고서 달려오는 랩터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우드드 우드드득…….
그때였다. 랩터킹의 목에서 우두둑 거리며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울은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기겁을 했다.
급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언덕 아래 나무 그늘에 숨어 있는 뿔 랩터 하나가 마치 달아오른 듯 붉게 빛을 내고 있는 뿔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뿔 랩터가 힐을 쏘는 거야?’
그는 도저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짜 말도 안 되는 상황은 평화롭던 지구에 차원의 균열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몬스터가 튀어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이런 일쯤은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논란을 떠나서,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도 더 이상 놀랍거나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했다.
Everything is possible.(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이었다. 그것을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는 자들이 바로 능력자였다.
눈앞에 보이는 이 기현상은 분명 현실이었다.
능력자들 중에도 힐러가 있는데 랩터의 무리 중에 힐러가 있으면 안 된다는 법은 어디에서 없었다.
[까망아, 저놈을 공격해!]
[규!]
역시 선수필승이다.
더 이상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빠르게 이런 상황을 종식시켜야 했다.
소울은 까망이를 손으로 잡아서 랩터킹을 향해 힐을 쏘고 있는 뿔 랩터에게 던졌다.
그리고는 대물저격총을 들어 랩터킹의 무릎을 조준했다.
어느새 치유가 시작됐는지 무릎이 처음에 비해 많이 나아있었다.
그는 더 기다리지 않고 랩터킹의 무릎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퉁 퉁 퉁 퉁 퉁…….
쿠웨에엑 쿠휘이익 쿠훼에엑…….
랩터킹은 죽는다고 비명을 질러댔다.
대물저격총으로 거의 무릎을 끊어 놓듯 작살을 내놓은 소울이 고개를 들어 보자 까망이가 크게 고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리 단창이나 활촉, 비수로 변해서 뿔 랩터를 찔러도 상처를 입힐 수 없었던 것이다.
‘까망이의 힘으로는 D급 몬스터의 가죽을 뚫을 수가 없는 건가? 아니면 D급 몬스터의 생체실드가 문제인가? 이거 까망이를 위해서 뭔가 빨리 대책을 세워야겠구나.’
그는 일단 이 문제를 한쪽으로 접었다.
까망이를 위한 대책은 나중에 천천히 세워도 된다.
지금 문제는 까망이가 아무리 뿔 랩터를 공격해도 가죽이 워낙 질겨서 뚫리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소울은 머리를 팽팽 돌려 뿔 랩터를 공격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쓰러져 있는 랩터의 모습에서 아이디어가 번쩍하고 튀어 나왔다.
[까망아! 항문이야. 항문!]
[규우!]
까망이는 소울의 말에 모른 척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싫다는 것인지 모를 모호한 대답을 했다.
그러자 소울은 다시 한 번 강하게 의념을 집어넣어 소리쳤다.
[까망아, 똥구멍을 쑤셔버리란 말이야. 랩터킹 살아나면 나 죽을지도 몰라.]
[규!]
반 협박을 하고나서야 까망이가 뿔 랩터의 뒤로 움직였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뿔 랩터의 항문을 날카로운 단창으로 변해 쑤셔 버렸다.
푸악!
꾸훼에힉!
뿔 랩터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더니 숲 속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소울은 깊은 영감을 받았다.
‘역시 몬스터에게도 약점은 분명히 존재하는구나.’
소울은 대물저격총을 들고 랩터킹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랩터킹의 뒤쪽으로 가더니 항문에 대물저격총의 총신을 푹 쑤셔 넣고는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퉁 퉁 퉁 퉁 퉁!
다섯 발 정도 쐈을까?
랩터킹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뱃속이 대물저격총의 총알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는데 즉사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일단 랩터킹을 확실하게 죽이고 나자 소울은 불안했던 마음이 크게 안정되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는 반대로 랩터들은 랩터킹이 죽은 것을 알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물론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적절하게 그들을 잘 막았다.
그러나 한두 놈 정도는 그들의 방어막을 빠져나와 소울에게 달려들었다.
꾸히이익 꾸히이익!
소울은 급히 쉐도우 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섰다.
대물저격총을 얼른 등에 매고 대신 데저트이글을 뽑아 양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달려오는 빅랩터 두 마리의 대가리를 향해 총구를 들었다가 슬쩍 다리를 향해 내리더니 총을 난사했다.
툭툭툭 툭툭툭…….
쿠히익 쿠헤엑!
쿠당탕 우당탕!
달려오던 빅랩터 두 마리는 허벅지와 무릎에 생체실드 중화탄을 맞아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까망이가 뒤늦게 달려와 쓰러진 빅랩터의 입과 항문으로 단창을 만들어 푹푹 쑤셔 버렸다. 그 모습에 소울은 절로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며 다리가 꼬였다.
무척 아플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규!]
[괜찮아.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지. 나중에 너에게 꼭 필요한 무기를 만들어 줄 테니까 힘내라.]
[규규!
까망이가 뿔 랩터 때문에 자신에게 와서 축 져진 소리를 하자 소울은 까망이를 위로하고 희망을 불어넣어줬다.
싸우는 소리 때문에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랩터 떼가 계속 몰려들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랩터 떼에게 포위되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언덕 위쪽에 본벙커를 만들자.]
[예스, 마이로드!]
본은 지체하지 않고 언덕 정상으로 올라가더니 순식간에 본벙커 하나를 뚝딱 만들어냈다.
소울이 제일 먼저 안으로 들어가고 푸티나가 랩터킹 사체를 끌고 그 다음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들어갔다.
스켈레톤 마법사들은 곧바로 아이스 마법을 펼쳐 바닥을 얼음판으로 만들어 버렸고, 스켈레톤 주술사들은 독 안개를 만들어 언덕 아래쪽으로 뿌려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란 랩터들이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하지만 독 안개를 모두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줄무늬 랩터 수십 마리와 뿔 랩터 수십 마리는 독 안개에도 불구하고 빙판 길을 몇 번이나 넘어지면서도 기어코 본벙커로 다가왔다.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소울은 더 이상 이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라면 이 정도의 공격에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줄무늬 랩터와 뿔 랩터를 제외한 모든 랩터들은 독 안개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언덕 위로 올라올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또다시 전투가 시작됐지만 소울은 시선을 거두고 까망이를 쳐다봤다.
[까망아, 랩터킹의 마석을 채취해! 그리고 랩터킹의 기운과 생기를 포함한 모든 기운을 뽑아 흡수하도록 해.]
[규!]
까망이는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랩터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잠시 후, 까망이는 붉은 빛을 요요롭게 반짝이는 랩터킹의 마석을 꺼내왔다.
손가락으로 마석을 들어 확인한 소울의 고개가 크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좋아! C급 마석이라서 그런지 아주 때깔이 좋네.”
그는 랩터킹의 마석을 황홀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얼른 자신의 품속에 집어넣었다.
[랩터킹의 몸에서 뭘 흡수했니?]
[규! 능력, 힘, 생기를 흡수했다.]
[흡수했어요, 라고 해야지.]
[흡수했어요.]
까망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준 소울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까망아, 너한테 거대말벌의 독침 있지?]
[규!]
[그거 한번 써보자. 랩터킹의 몸에 찔러봐!]
[규!]
캉!
까망이는 거대말벌의 독침으로 랩터킹의 가죽을 찔렀지만 오히려 부러질 듯 튕기는 것을 보고는 크게 실망했다.
‘어지간한 무기로는 랩터킹의 가죽을 뚫을 수 없겠구나. 그렇다면 랩터킹의 발톱이나 이빨을 가공해서 까망이를 위한 독문무기를 만들어줘야겠네. 가만, 그렇게 따진다면 본이나 푸티나 그리고 스켈레톤 부대도 따로 무장을 시킬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렇구나. 그런 방법이 있었어. 이런 식으로 돈만 좀 들여 무장을 구해주면 따로 승급을 할 때까지 공격력과 방어력을 크게 상승시킬 수 있겠구나.’
일단 어떻게 자신의 소환수를 강하게 만들지 방법을 찾자 소울은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그때 푸티나가 랩터킹의 앞에 앉아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푸티나! 먹고 싶은 것이 있나보구나?]
[낑!]
[혹시 랩터킹의 심장을 먹고 싶어서 그러니?]
[낑!]
[간은?]
[낑!]
[간도? 그럼 고기는?]
[낑!]
[고기까지?]
소울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 결국 허락해줬다. 랩터킹의 심장과 간 그리고 고기를 먹으면 푸티나가 성장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 다 먹어라. 대신 가죽은 내가 써야하니까 조심스럽게 먹어!]
[낑!]
하지만 소울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그동안 옆에서 가죽을 벗기는 것을 지겹도록 보아왔던 푸티나였다.
죽지 않은 랩터킹이라면 모를까 이미 죽은 랩터킹의 가죽을 가르는 것은 푸티나의 발톱으로도 충분했다.
푸티나는 능숙한 솜씨로 랩터킹의 가죽을 벗기더니 심장과 간부터 차례로 씹어 먹기 시작했다.
그 옆에서 까망이도 간간히 뭔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푸티나가 너무나도 맛있게 먹자 소울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대검으로 랩터킹의 심장과 간을 조금 잘라서 불에 구워 먹었다.
‘헉! 이렇게 맛있을 수가? 대박이다.’
소울이 허겁지겁 랩터킹의 심장과 간을 먹자 푸티나는 불길한 예감이라도 들었는지 갑자기 먹는 속도를 배가했다.
결국 소울은 푸티나를 노려보며 손가락만 빨아야했다.
‘혹시 랩터 자체가 맛있나?’
그는 푸티나에게 랩터 한 마리를 잡아오라고 시켰다.
그리고는 심장과 간을 빼서 구워 먹어봤다.
‘맛있네. 랩터킹의 심장과 간의 맛보다는 덜하지만 확실히 맛있어. 이거 소문나면 미식가들 때문에 랩터 멸종되겠다.’
그렇게 랩터의 심장과 간을 배부르게 구워 먹었다.
푸티나는 본격적으로 랩터킹의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 다시 호기심이 치밀었다.
‘고기도 한 번 구워 먹어볼까?’
푸티나에게 랩터킹의 고기를 조금 얻어서 구워 먹어봤다.
‘어라? 고기가 마치 닭고기 같잖아? 아니다. 닭고기 보다 훨씬 연하고 달착지근하네. 내가 통닭이라고 불렀던 것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나 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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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참이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추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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