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1 제 46 장 - 뒤치기 =========================================================================
그녀는 이소울이 보낸 메시지 중에서 트집을 잡아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는 말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TV방송을 통해 드러났다.
자칭 능력자 전문가라고 나온 사람들이 생방송을 보면서 말하는 대화가 그대로 여과 없이 그들의 귀에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나운서: 이소울 능력자가 맞죠?
전문가: 맞습니다. F급 소환계 능력자인데 최근에 E급으로 승급을 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제가 보기에는 E급 소환계 능력자라고 보기에는 너무 강한 것 같은데요?
전문가: 맞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최소한 D급은 되어 보입니다. 그리고 이소울 능력자가 가지고 있는 저 새끼 곰의 능력이 아주 대단해보입니다.
아나운서: 혹시 저 새끼 곰이 최근에 유튜비를 통해 전 세계에 이슈가 되었던 그 발광하는 비보잉 새끼 곰 동영상의 주인공이 아닙니까?
전문가: 맞습니다. 현재 유뷰비 동영상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새끼 곰 소환수가 바로 저겁니다. 앞으로 저 새끼 곰은 광고시장에 떠오르는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아나운서: 그럼 이소울 능력자가 아주 돈을 많이 벌었겠군요?
전문가: 맞습니다. 비공식적인 루트도 알려진 바에 의하면 현금 70억을 벌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한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에서 그와 광고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 혹시 그 광고계약의 대우가 톱클래스 연예인에 준한다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전문가: 맞습니다. 편당 10억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나운서: 그렇다면 두 편이니까 20억을 받았다는 말이군요. 그럼 현금 70억과 합치면 90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셈이네요.
전문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 정도의 능력을 봐서는 백억 대의 돈을 버는 것은 전혀 어려울 것 같지 않습니다. 아마 1년 안에 수천억대의 재산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나운서: 무엇을 보고 그런 예상을 하시는 겁니까? 혹시 이소울 능력자가 D급의 소환계 능력자라고 생각하셔서 그러는 것입니까?
전문가: 맞습니다. 제가 볼 때 그는 최소한 D급의 소환계 능력자입니다. 그리고 어느 D급의 소환계 능력자도 리자드맨을 저렇게 쉽게 못 잡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C급 능력자에 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아나운서: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C급 능력자들이 벌어들일 1년 예상 수입이 어느 정도나 될지 아시죠? 수백억에서 수천억대가 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 말이 맞죠?
전문가: 맞습니다. 하지만 수백억은 아니고 수천억대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건 뭐 걸어 다니는 1인 대기업 수준입니다. 그러니 시청자 여러분! 이소울 능력자에게 만약 여자 친구가 없다면 꼭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아나운서: 그만 맞으시죠. 이미 많이 맞았습니다. 제 멘트까지 가져가서 하시다니……. 진짜 맞는 수가 있습니다.
비록 마지막 마무리는 농담으로 끝을 맺었지만 정윤이와 정주관 그리고 신애라의 정신을 초토화하기에는 이미 차고도 넘치는 대화였다.
“아빠, 저 말이 사실일까요?”
“내 생각에는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다 이소울 능력자은 이미 국민적인 영웅 아니냐? 이제 그에게는 돈이 문제가 아닐 거야.”
“아빠, 나 어떻게 해요? 그냥 콱 죽어버릴까요?”
“아니다. 미안하다. 내가 네 엄마를 잘못 만나서 네 인생을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구나.”
정주관은 신애라의 내숭에 속아 얼굴만 보고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 크게 후회가 됐다.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이십년을 넘게 살아온 세월을 이제 와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부녀는 허탈한 목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정윤이는 눈물을 흘릴 힘까지 빠져서는 그저 죽고 싶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그러나 사건의 원흉인 신애라가 받은 충격도 결코 두 사람 못지않았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1인 대기업, 수천억대의 재산? 이런 복덩어리가 내 집안으로 굴러들어오려는 것을 진짜 내가 발로 걷어 찬 거란 말이야?’
신애라는 이미 넋이 나가 있었다.
‘아냐! 잡아야 해! 그래. 잡자. 아직 늦지 않았어. 꼭 잡아야 한다. 결혼하려는 마음을 먹었던 걸 보면 우리 윤이를 아주 사랑하고 있을 거야. 내가 가서 싹싹 빌면 용서해줄 거야. 아니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어서라도 우리 집 사위로 앉혀야 한다.’
그녀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서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추호도 반성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딸을 사랑하는 소울의 마음을 이용해 어떻게 하던 그를 붙잡으려는 계획만 궁리하고 있었다.
광기 어린 눈빛의 신애라는 손에서 피가 나도록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 * * * *
숲속의 작은 공터에 에스키모들이 사는 이글루 같이 생긴 것이 보였다.
달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모습이 꽤나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뼈로 만들어진 대형 이글루의 주변에는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두 눈에 주황색 광망을 뿌려대며 철통같은 경계를 하고 있었다.
이글루의 옆에는 리자드맨의 가죽을 통째로 벗겨 접어놓은 짐 꾸러미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병사들이 물가에 잡아 놓은 리자드맨 사체를 들고 옮겨와 가죽을 통째로 벗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물가에는 새끼 곰이 열심히 자신의 두 앞발바닥을 강물 속에 넣었다 뺏다하고 있었는데 물속에 집어넣은 때마다 밝은 빛이 물속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나면 곧 물가로 죽은 리자드맨들이 저절로 밀려왔는데 그때마다 병사들이 귀신같이 알고 와서는 리자드맨 사체를 하나씩 들어 옮기고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이글루 안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밖에서는 밤이 새도록 열심히 일들을 하고 있는데 안에서는 자신의 배를 벅벅 긁어대며 푹 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규!]
까망이가 뼈 이글루 안으로 들어와 주인인 소울을 살폈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 것을 본 까망이는 밖으로 나오더니 할 수 없이 자신의 몫에서 F급 마석 하나를 꺼내 푸티나에게 주었다.
[낑! 낑낑!]
푸티나는 까망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는 마석을 입안에 쏙 집어넣고 사탕처럼 빨아먹었다.
그러자 방전됐던 전격의 힘이 다시 강하게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칫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뻔한 위기는 까망이의 이타적인 행동과 임기응변으로 무사히 해결되었다.
공장은 가동이 중단되면 큰 손해를 본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공장이 쌩쌩 돌아가길 조심스럽게 기원해본다.
자신의 소환수들이 이렇게 열심히 공장을 돌리고 있을 때, 소울은 소울넷에 접속하여 라펠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등급이 오른 것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라펠 덕분입니다.”
“하하하! 제 덕분이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마스터의 피나는 노력 때문입니다.”
라펠은 여전히 겸손했고, 여전히 소울의 기분을 잘 맞춰주고 있었다.
소울은 미소를 지으며 라펠을 정면으로 쳐다봤다.
“오늘은 또 어떤 정보로 저를 즐겁게 해주실 생각이십니까?”
그의 말에 라펠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정색을 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동안 말씀을 드릴까 말까 고민을 했었는데, 이렇게 마스터께서 D급 소환계 능력자로 자력 승급을 하셨으니 제가 부담이 줄었습니다.”
“뭔가 좋은 소리는 아닌가 보네요.”
소울도 미소를 지우고 그를 따라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뭐 꼭 그렇게 나쁜 얘기도 아닙니다. 다만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알겠습니다. 귀 기울여 듣도록 하겠습니다.”
라펠은 소울이 들을 준비가 된 것 같아 보이자 곧바로 핵심을 파고들었다.
“이제부터 약간의 모험을 해서라도 마스터의 육체 레벨을 올리셔야합니다.”
“제 육체 레벨을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쉽게 설명을 하자면 현재 마스터는 D급 소환계 능력자 맞죠?”
“네.”
“육체는 얼마나 견고합니까? 아마도 F급 강화계 능력자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요?”
“그것도 맞습니다.”
소울은 라펠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러나 굉장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D급 소환사는 최소한 F급 강화계 능력자에 해당하는 육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C급 소환계 능력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에? 설마 제가 E급 강화계 능력자와 같은 육체를 가지고 있어야 C급 소환계 능력자로 승급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맞습니다. 물론 모든 소환수가 다 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마스터가 보유하고 있는 소환수를 볼 때 D급 보다 더 높은 등급인 C급으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육체적인 강화가 우선 되어야 합니다. 반대로 C급으로 승급하고 나중에 차분히 육체를 강화해서 적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석이 아니지요.”
라펠의 말은 소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문신강체술을 쓰면 E급 강화계 능력자의 힘을 쓸 수가 있습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문신강체술이 가지고 있는 버프지요. 본래의 힘은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말하고 있는 것은 강력한 스피릿 파워를 감당할만한 내구성이 높은 그릇을 만들어 놓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군나 마스터는 리자드맨 주술사의 내단을 벌써 두 개나 흡수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벌써 봤습니까?”
“그걸 봤기 때문에 제가 빨리 만나자고 한 것입니다.”
“혹시 부작용이라도 있는 겁니까?”
“물론이지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모르십니까? 리자드맨 주술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연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주술력은 상당히 거칠고 포악합니다. 이것은 차후 마스터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흡수했어야하는데 단번에 흡수해서 승급까지 한 것을 보고 참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리자드맨 주술사의 내단을 무조건 흡수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순화를 시켜서 흡수해야 뒤탈이 없을 것입니다.”
라펠의 말을 듣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주술사의 내단도 아니고 몬스터 주술사의 내단이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숨어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라펠도 미처 짐작하지 못한 비밀이 한 가지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까망이가 리자드맨 주술사의 내단을 적출했다는 사실이다.
이미 까망이를 통해 리자드맨 주술사의 내단은 한번 순화가 되어서 소울에게 넘어왔던 것이다.
까망이가 없었다면 아무리 리자드맨 주술사의 사체를 뒤져도 내단을 발견할 수 없을 수 있다. 리자드맨 주술사의 내단을 적출하는 것은 나름 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펠이 소울도 아직 제대로 모르고 있는 이런 까망이의 능력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그래서 미리 걱정을 하고 소울이 가장 안전하게 성장을 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온 것이다.
“라펠, 난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소환에 대한 재능도 거의 없습니다. F급 소환계 능력자가 된 것도 사실은 기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육체를 더 강화할 수 있겠습니까? 아시다시피 E급 강화계 능력자의 육체를 가지려면 오러나 마나 같은 기운을 몸에 지니지 않으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소울은 라펠에게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라펠은 미미하게 웃음을 지었다.
“마스터는 이미 F급을 넘어서 D급 소환계 능력자가 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미 그것은 과거일 뿐입니다. 이제는 미래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마나를 인위적으로 강제로 한 곳에 계속 머물게 해놓으면 관성이 생겨서 그곳에 정착을 하게 된다는 학계 보고가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주세요.”
소울은 자신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만큼 라펠의 말은 그를 흥분시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효율성에서 보면 극악에 가깝지만 만약 마나를 겨자씨만큼이라도 몸의 한 곳에 정착시킬 수 있다면 마나오션이 만들어 질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도와줄 소환수가 이미 마스터에게는 있습니다.”
“네?”
크게 놀란 소울의 눈을 보며 라펠이 자세히 설명을 시작했다.
“마스터의 소환수 중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반정령이 아닐까 의심되는 소환수가 하나 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그동안 제게 말씀해주신 그 소환수의 특성을 토대로 조사를 해본결과, 마스터의 단전에 마나를 강제로 안착시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기운을 흡수한다고 했으니 반대로 기운을 내보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것은 저만의 가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시도해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 마나가 안 되면 오러, 생기, 정령력, 소환력, 주술력 등 뭐든지 한번 시도해보세요. 그럼 최소한 그 소환수의 특성을 알 수 있을 겁니다.”
============================ 작품 후기 ============================
3연참이네요. 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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