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80화 (180/492)

00180  제 45 장 - 레벨 업(Up)  =========================================================================

파지직!

순간적으로 새끼 곰의 앞발이 빛나면서 온몸이 찌릿찌릿 해지며 마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의 앞에 비릿한 미소를 짓는 인간 하나가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리자드맨은 힘을 내서 이 버릇없는 인간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자신의 몸은 이미 자신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푸악!

툭 데구루루…….

리자드맨은 마지막으로 세상이 빙글빙글 마구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검어 지는 것을 느꼈다.

[어때? 멋있었어?]

[규!]

[낑!]

소울은 까망이와 푸티나의 말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들고 있는 토마호크에는 리자드맨의 피가 묻어 있었다.

토마호크를 힘차게 한번 허공에 털어 피를 털어낸 후, 도끼집에 집어넣은 그는 이번에는 데저트이글을 써보기로 했다.

‘오오! 두 마리네.’

리자드맨 두 마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물가로 나와 푸티나에게 동시에 달려들었다.

푸티나는 그들의 사이로 파고들며 가볍게 앞발로 그들의 몸을 툭 건드렸다.

소울은 다리를 자신의 어깨 넓이로 벌리며 마치 서부의 총잡이처럼 데저트이글을 빠르게 꺼내더니 지체 없이 리자드맨에게 발사했다.

툭 툭!

그러자 두 마리의 리자드맨의 대가리가 동시에 박살이 나버렸다.

[이번 것은 어때? 멋있어?]

[규!]

[낑!]

그의 소환수들은 언제나 긍정적이다. 그가 뭐를 하던지 아마 다 멋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소울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동안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온갖 폼을 다 잡으면서 중상에 감전을 당한 채 제대로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리자드맨을 무수하게 죽여 나갔다.

소울의 이런 어린아이 같은 장난질은 의외로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생방송으로 국내에서만 방송되던 것이 해외로까지 전파가 송출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짓이지만 이게 카메라를 통해 보면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고 있는 더블 웨이브의 원흉인 리자드맨들을 시원하고 때려잡는 모습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인간은 의외로 이런 것에 쉽게 매료되고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이미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소문이 자자한 소울이었다.

그가 뭐를 해도 다 좋게 보일 텐데 하물며 더블 웨이브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의 한복판에서, 그것도 아무도 들어가길 꺼려하는 리자드맨과 랩터가 우글거리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저렇게 리자드맨들을 신나게 때려잡으니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통쾌하겠는가?

그의 이런 대활약상은 이제 지상파 방송국 3사(社)에서 경쟁적으로, 그것도 생중계로 전국으로 방송되고 있었다.

그의 행동이 여과 없이 전 국민들에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보는 유정아는 깔깔 거리며 웃었다. 그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100% 알고 있는 유일한 여자이니 당연히 그의 행동이 재미있어서 웃고 있는 것이다.

한성신문의 나수연은 바로 전화기를 들어 유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시 한 번 소울과 독점 인터뷰를 따내기 위해서였다. 소울로 인해 한번 크게 재미를 본 나수연은 그를 구워삶을 충분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기자는 그녀만이 아니었다.

이 방송을 보고 있던 능력자협회 회장 백두원과 능력개발청 청장 지동현은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미 광고 계약을 체결한 상태라서 앞으로 찍어서 내보내기만 하면 대박이 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선견지명에 환호하는 두 사람이었다.

TV 앞에 모인 대통령 안천수와 비서실장 한명회, 총리 서반석과 국방장관 태공명은 각기 다른 리액션을 취했다.

안천수 대통령은 참 훌륭한 능력자라고 칭찬했고, 비서실장 한명회와 총리 서반석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국방장관 태공명은 마치 썩은 간이라도 베어 먹은 것처럼 인상을 썼다.

지금 국군이 거의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는 더블 웨이브가 마치 소울이 혼자서 다 해치운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었다.

능력자협회에 등록된 3대 길드와 7대 길드 그리고 7대 재벌길드까지 모두 소울을 주목하고 있었다.

어느 길드이건 그를 포섭하게 되면 당장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소울이 소환길드를 독자적으로 만들어 운영하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그렇게 호의적인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쁨과 당혹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TV를 시청하고 있는 가정이 하나 있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아파트 안이었는데 한 가족이 모두 모여 TV를 시청하며 놀라워하는 탄성이 계속 터져 나왔다.

“아빠, 저 사람이에요. 제가 말했던 남자 말이에요.”

“뭐라고? 그게 저 능력자라는 거야?”

딸인 정윤이의 말에 정주관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지난번에 엄마와 같이 만난 적도 있어요.”

“그래? 여보! 당신도 저 친구를 만났어? 어땠어?”

정주관의 질문에 신애라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거렸다.

“저도 자, 잘은 몰라요. 그, 그냥 괜찮아 보이긴 하더군요. 하지만 집안이 어려워서 우리 아이와는 잘 어울릴 것 같아 보이지 않네요.”

“그게 무슨 소리야? 리자드맨은 아주 무서운 몬스터야. 그런데 저것 좀 보라고, 이건 마치 어린아이 팔뚝을 비틀어버리는 것처럼 쉽게 잡고 있잖아. 그런데 집안이 어렵다니? 저런 실력이면 앞으로 1년 정도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런 아파트 한 채를 통째로 살 정도의 재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신애라는 정주관의 말에 얼굴에 핏기가 싹 사라지고 말았다.

“네? 아빠! 그게 정말이에요?”

“당연하지. 연예인 중에 일인기업이라는 말을 듣는 스타들이 있잖니? 저 친구가 아마 그들보다 훨씬 돈을 잘 벌 거다. 이렇게 생방송으로 방송을 탈 정도면 벌써 우리 집보다 훨씬 부자인지도 모르지.”

“설, 설마요.”

신애라의 말에 정주관은 콧방귀를 꼈다.

“아니 당신은 직접 만나봤다는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해? 가만, 이제 보니 저 친구가 요새 대한민국의 영웅이라고 추앙받는 바로 그 훌륭한 청년이로구나. 윤이야! 너 저 청년과 어떤 사이냐? 그냥 친구냐? 아니면 남자친구냐?”

정주관은 살짝 흥분해서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딸에게 적극적으로 물어왔다.

“사실은 정식으로 교제를 가지려고 만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새 제 전화를 받지 않아요.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 그거 참 이상하네. 내 딸이라서가 아니라 너 정도면 정말 어지간한 남자가 아니고선 절대 거절할 수 없었을 텐데……. 네 전화를 안 받아?”

정주관은 정윤이의 말에 평소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그의 육감이 발휘되고 있었다.

“혹시 그게 언제부터였니?”

“아마 그게……. 아! 엄마와 같이 만났던 날 이후였어요. 그러고 보니 그날 참 이상했어요. 커피 전문점에서 나갈 때 저에게 안녕이라고 하지 않고 아디오스(Adios, Adiós)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아디오스?”

아디오스는 스페인어로 작별인사이다. 특히 남녀사이에는 헤어지자는 뜻으로 통했다.

정주관은 뭔가 촉이 왔다.

그는 슬쩍 아내인 신애라를 쳐다보며 물었다.

“혹시 당신 그날 저 친구에게 무슨 말 하지 않았어?”

“네? 내,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래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정주관은 신애라의 행동을 보더니 평소 자신이 불만이었던 그녀의 좁은 소견이 생각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놀래?”

“내가 놀래긴 왜 놀래요?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한 이불에서 십년 이상을 살다보면 목소리나 말투 그리고 표정만 봐도 대충 감이 오는 법이다.

“당신 설마 저 청년이 가난하다고 해서 한 소리한 것 아니야? 예전에도 윤이 쫓아다니는 대학생을 불러다가 쉰 소리 해가지고 윤이 힘들게 하지 않았어?”

“아, 아니에요.”

“엄마! 진짜야? 정말 엄마가 우리 소울 씨한테 뭐라고 그런 거야? 그래서 내 전화도 안 받고 남처럼 대하는 거였어?”

정윤이는 벌떡 일어나 신애라에게 신랄하게 따져들었다.

신애라는 너무도 놀라서 자꾸만 아니라고 말했다.

“아니야. 난 아무 말도 안했어.”

하지만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정주관과 정윤이가 신애라의 스타일을 모르겠는가? 잘은 몰라도 이미 대형 사고를 터뜨린 것을 짐작했다.

정윤이는 소파에 주저앉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 시작했다.

“아앙! 난 몰라! 책임져! 엄마가 내 인생 책임지란 말이야!”

“윤이야, 그게 아니라니까, 난 아무 말도 안했어.”

“정말이야. 하늘에 대고 맹세해?”

“그래. 그렇다니까…….”

신애라는 이때 남편과 딸에게 이실직고를 해야 했다.

하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그녀는 또다시 거짓말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좋아! 그럼 내가 메시지 보내서 확인해볼 거야.”

정윤이는 눈물을 닦으며 소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한참 신나게 리자드맨을 잡아 죽이는데 갑자기 진동이 오자 소울은 한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면서 한 손으로 데저트이글을 쏴서 리자드맨을 잡아 죽였다.

‘어? 정윤이 아냐?’

전화가 왔다면 종료 버튼을 눌러서 꺼버렸겠지만 메시지가 오자 그는 문득 정윤이가 무슨 메시지를 보냈는지 궁금해졌다.

소울은 정윤이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까망이에게 잠시 휴식을 갖자고 말하고는 데저트이글을 권총집에 넣었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 빠르게 문자를 치고는 스마트폰을 집어넣고 다시 데저트이글을 꺼냈다.

그리고는 다시 온갖 멋진 자세로 리자드맨을 잡아 죽였다.

소울의 행동은 생방송으로 방송되고 있어서 당연히 정윤이의 가족이 보고 있는 TV를 통해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제야 신애라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뭐라고? 엄마가 아무 말을 안 해. 이것 봐! 도대체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데 이런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나, 나는…….”

정윤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여주자 신애라는 입을 딱 벌리더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정주관은 도대체 무슨 메시지를 보냈는지 궁금해서 딸의 손에서 스마트폰을 받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

정윤이: 소울 씨! 엄마에게 얘기 들었어요. 화 많이 나셨죠?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이소울: 윤이 씨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나한테 용서를 빌어요? 잘못은 윤이 씨 어머니에게 있는데……. 처음에는 그런 말을 듣고 정말 자살하고 싶은 충동까지 들더군요. 참 모질게도 말씀하셨어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에도 아마 그런 말씀은 하시기 어려울 텐데 내가 무슨 그렇게 큰 죄를 지었다고 나한테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사실 가난한 게 죽을죄는 분명 아닌데 말이에요. 윤이 씨 어머니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사실 윤이 씨와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윤이 씨를 참 많이 좋아했거든요! 하지만 나의 부모님을 그렇게 모욕하고 멸시하는 말을 듣고 도저히 윤이 씨와의 미래를 꿈꿀 수는 없었어요.

그러니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고 윤이 씨는 윤이 씨에게 맞는 환경의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랍니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을 다하니 참 후련하네요.

참 그리고 저 더 이상 가난뱅이 아닙니다. 그거 하나는 윤이 씨 어머니에게 꼭 전해주세요. 뒷조사를 어디서 했는지 모르지만 많이 틀렸다는 것도 얘기해주시고요.

능력자가 된 덕분에 오늘까지 100억 대의 수입을 올렸어요. 집과 건물도 샀고 회사도 하나 창업하게 됐어요. 윤이 씨에게 꼭 이런 자랑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다 부질없는 짓이 되어버렸네요.

앞으로 저 신경 쓰지 마시고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셔야 합니다. 알았죠? 꼭 그렇게 사셔야 해요.  안녕! ^^

안 봐도 비디오란 말이 있다.

정주관은 이소울이라는 청년이 보낸 것을 보니 딱 그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이제 아주 딸의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군. 내가 평소에 그렇게 당부했지. 제발 강남의 유한마담들과 돌아다니면서 허파에 바람 들지 말라고.”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흥! 100억을 벌어? 어디서 못된 거짓말만 배워가지고 와서는……. 능력자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거액을 벌겠어요. F급 소환계 능력자인데 한 달에 천만 원이나 벌면 다행이겠네요.”

결국 신애라도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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