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9 제 45 장 - 레벨 업(Up) =========================================================================
중기관총을 쏴대며 리자드맨들을 잡아 죽이고 있는 고속정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 중인 것 같았다.
소울은 그들의 모습을 보자마자 즉시 숲속으로 뛰어들어 모습을 감췄다.
‘오오오!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다. 저게 도대체 몇 마리냐? 잘 걸렸다. 깡그리 잡아 죽여주지.’
그들을 지키고 있는 리자드맨 엘리트와 리자드맨 전사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는 오직 복수의 불길만 활활 태울 뿐이었다.
[지금부터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를 저격하도록 하겠다. 내가 저놈들에게 방해받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고, 능력이 되는 자는 알아서 같이 저격을 하도록 해라.]
[규!]
[낑!]
[예스, 마이로드!]
소울이 당부를 하고 나자 그의 소환수들이 일제히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대물저격총의 탄창을 생체실드 중화탄으로 바꾸고 앞쪽에 튀어나온 바위 사이에 거치했다. 그리고 스코프를 보면서 리자드맨 족장 하나의 얼굴에 십자선을 놓고 막 총을 쏘려고 했다.
“꾸잉 꾸잉!”
팡! 파츠츠츳!
푸티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두 앞발바닥을 세차게 후려치며 힘을 줬다.
두 앞발바닥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 강력한 스파크가 일어나며 하얗게 빛나는 구체 하나가 앞으로 쏜살같이 튀어 날아갔다.
스파크가 튀기는 하얀 구체는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가 모여 있는 중앙에 떨어지며 주변을 전격으로 온통 지져버렸다.
쿠에엑 꾸학 케엑 커어억…….
노란 광채가 순식간에 몇 개씩 떠오르며 일대에 퍼진 전격에 저항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아니지. 내가 능력껏 공격을 하라고 해서 푸티나가 원거리 공격을 한 것이로구나. 아차!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소울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저격에 들어갔다.
퉁 퉁 퉁 퉁 퉁…….
총열을 새롭게 바꿔서 그런지 전에 비해 더욱 잘 맞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가 그의 저격으로 인해 픽픽 쓰러졌다.
소울은 빠르게 탄창을 교환하고는 신나게 대물저격총을 쏴재꼈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공격은 푸티나와 소울만의 전유물은 아닌 모양이었다.
스켈레톤 메이지와 스켈레톤 주술사는 거의 동시에 주문을 완성하고는 커다란 불덩어리 두 개와 축구공만한 불길하게 생긴 검은색 구체 두 개를 쏘아 올렸다.
‘헉,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파이어볼 인가? 그런데 저 검은색 구체는 뭐지?’
소울은 잠시 탄창을 갈며 생각을 해봤지만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곧 결과로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쾅 콰앙!
푸확 푸확!
파이어볼 두 개는 리자드맨 엘리트와 리자드맨 전사들이 모인 곳으로 떨어져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덕에 리자드맨 엘리트와 전사들은 하늘을 나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은색 구체는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들이 모인 곳에 떨어져 자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어? 왜 저놈들이 꼼짝 않고 굳어 있지? 아까 쏜 검은 구체가 마비나 홀드 같은 효과를 내나?’
소울의 추리는 비슷했지만 사실은 석화마법이었다.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들은 석화마법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 꼼짝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상시라면 시간을 두고 저항을 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지만 소울의 저격은 그들이 그것을 이겨낼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퉁 퉁 퉁 퉁 퉁…….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들이 또다시 픽픽 쓰러졌다.
소울의 저격으로 인해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가거나 허리가 뚝뚝 끊어져 버리니 쓰러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제대로 맞은 놈은 상반신 전체가 터져서 산산조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반격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드디어 공격원점이 어디인지 알아챈 리자드맨 족장이 리자드맨 엘리트와 리자드맨 전사들을 이끌고 숲속으로 우르르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난입을 막는 것은 소울의 일이 아니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그들을 맞아 화끈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E급 몬스터인 리자드맨 전사들은 스켈레톤 베테랑에게 걸려 뼈도 못 추리고 죽어나갔고, D급인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엘리트는 본과 스켈레톤 엘리트에게 걸려 속속 목이 베어지고 심장이 찔려 죽어나갔다.
같은 D급이라고 다 전투력이 같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확실히 D급의 본과 스켈레톤 엘리트의 전투력은 같은 D급 몬스터가 감당할 전투력이 아니었다.
스켈레톤 베테랑만 있었다면 아마 치열한 전투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스켈레톤 부대에는 그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오히려 소울을 죽이러 달려온 리자드맨 족장과 엘리트 그리고 전사들이 다른 놈들보다 더욱 빨리 요단강을 건너게 됐을 뿐이었다.
그렇게 이십여 마리의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 백여 마리의 리자드맨 엘리트와 리자드맨 전사를 잡아 죽인 소울과 그의 소환수는 빠르게 전장을 향해 달려갔다.
[이놈들 가죽은 남겨봐!]
[규!]
[예스! 마이로드!]
쓰러져있는 생존자를 잡아 죽이고 이들이 흘린 전리품을 거두기 시작했다.
리자드맨 족장은 물론이고 리자드맨 엘리트와 리자드맨 전사들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심장과 간을 뽑아 챙겼다.
까망이도 마석은 물론이고 리자드맨 주술사의 내단과 기운을 쪽 빨아버렸다. 또한 다른 놈들의 생기를 몽땅 흡수해버렸다.
그러자 이들은 뼈와 가죽만 남게 되어버렸다.
당연히 뼈는 본이 챙기고 가죽은 잘 접어서 한보따리 짐으로 만들어 놓았다.
“정아야! 보고 있지?”
-응, 아주 잘 싸우네?
“하하하, 그래 여기 짐 좀 가지고 가라. 100kg으로 딱 맞춰 놓았으니까 무인기가 못 들지는 않을 거야.”
-알았어. 내가 다 가져갈게. 그러니까 하나도 누구 주면 안 된다.
“그래.”
유정아는 소울이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리자드맨 족장과 엘리트 그리고 전사들의 가죽을 통째로 벗겨놓자 욕심이 났다. 이런 식으로 가죽을 벗기면 통짜로 가죽갑옷을 만들 수 있었다. 가볍고 당연히 방어력도 좋았고 방수복으로도 훌륭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소울은 다시 상류로 조금 이동해서 강폭이 좁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강물을 타고 내려오는 리자드맨들을 하나씩 잡아 죽이기 시작했다.
언덕 위 토굴 안에서 하던 공장을 이곳에서 새롭게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 빨간 마석 노란 마석 마석밭 가득 피어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마석공장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소울은 안전하게 숲 속에 자리를 잡은 채 유정아가 보내준 최고급 능력자용 전투식량을 까먹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자신을 괴롭혔던 놈들에게 복수를 해서 그런지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 듯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는 순식간에 전투식량을 까먹고 새로운 전투식량을 꺼냈다.
‘전투식량의 최고봉은 역시 비빔밥이지.’
그는 고추장을 듬뿍 넣고 마구 비벼서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 사이 그의 소환수들은 열심히 공장을 돌려서 왕서방, 아니 이서방의 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주고 있었다.
굳이 껍질을 벗기라는 소리를 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소환수들은 부업으로 리자드맨의 껍질을 벗겨 가외수입을 쏠쏠히 올리고 있었다.
“어라, 왜 두 대가 오지?”
소울은 생수로 입을 헹구면서 하늘을 쳐다봤다.
틸트로터 무인기가 분명히 두 대가 나란히 자신을 향해 오고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소울은 유정아가 전화를 걸자 스마트폰을 꺼내 받았다.
“여보세요.”
-자기야! 이제 나 두 대를 쓸 수 있어.
“어디서 빌렸어?”
-물어보니까 얼마 안돼서 그냥 사버렸어.
“그래? 잘했다. 여기 넉넉히 준비해뒀으니까 부지런히 가져가!”
-그래. 알았어. 그런데 거기에서 얼마나 버티고 있을 거야?
“왜? 무슨 문제 생겼어?”
-문제는 아니고 파주에서 조금 밀리고 있나봐!
“그 근처에 랩터들 얼마나 모여 있어?”
-최하 수만 마리는 되는 것 같아. 그리고 평양 필드에서 아직도 엄청 쏟아져 나와!
“리자드맨 웨이브는 어때?”
-역시 계속 나오고 있어.
“그럼 그냥 나 여기 계속 있을래. 여기가 효율이 좋은 것 같아.”
-알았어. 변화가 생기면 내가 말해줄게. 참 내가 너 싸우는 것 동영상으로 찍었는데 그거 편집해서 유튜비에 올려줄까?
“안 돼! 직업비밀을 노출할 수는 없어.”
-호호호, 무슨 소리야. 이미 미국에서 위성으로 다 찍어 갔는데…….
“아니 그 새끼들은 왜 남의 허락도 받지 않고 찍어가? 초상권도 모르나?”
-영공 밖에서 찍은 것을 가지고 어떻게 하려고……. 동영상을 뿌리거나 하면 고소를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것 가지고 시비를 걸 수는 없어.
“그래서 유튜비에 올린다고 했구나.”
-응, 내가 알아서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해서 편집할게. 어때?
“좋아! 수고비는 확실하게 줄게.”
-호호호, 우리 사이에 수고비는……. 이건 그냥 내 취미생활이라고 해두자. 대신 리자드맨 가죽은 나한테 모두 넘겨줘! 계산 제대로 해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가 왜 걱정을 해! 정아가 돈 가지고 장난 칠 사람은 아니잖아. 프라이드가 있는데…….
-호호호, 맞아. 내가 프라이드가 좀 높지. 그럼 수고해!
“너도!”
소울은 유정아와 즐거운 통화를 끝내고 다시 공장장의 역할로 돌아왔다.
‘자! 이제 다시 힘차게 공장을 돌려보자.’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서서 자신의 소환수들이 하는 행동을 보더니 곧 자신이 할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리에 앉아 과자를 꺼내 먹었다.
다행히 자신의 행동을 지켜본 사람이 없어서 뻘쭘함은 많이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1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의 머리 위로 방송용 헬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라? 저놈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고속정을 찍는 건가? 아니면 나를 찍는 건가?’
소울이 일어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유정아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지금 자기 얼굴 생방송으로 나오고 있는 것 알아?
“뭐, 뭐시라?”
-놀란 모습도 보이네.
“왜 저들이 여기로 몰려드는 거야?”
-자기가 더블 웨이브를 종식시키기 위해 자원해서 전투에 참전했다고 지금 매스컴에서 난리가 났어. 물론 내가 올린 동영상의 역할이 좀 크긴 했지만…….
“그럼 뭐야? 나 또 영웅된 거야?”
-호호호, 그런 셈이지. 그런데 이제 좀 일어나서 멋지게 싸우는 모습 좀 보여줘! 그렇게 앉아서 전화 받는 모습은 좋은 그림이 안 나와!
“헐! 알았다. 일단 끊자.”
소울은 전화를 끊고 나자마자 바로 일어나더니 물가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어떻게 리자드맨을 잡아 죽여야 카메라에 멋있게 나올까 고민을 했다.
일단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모두 갑옷이나 로브로 몸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정체가 해골바가지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지금 주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푸티나였다.
간간히 두 팔을 강물 속으로 집어넣어 강물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리자드맨을 잡아 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대활약을 하고 있는 것은 강물 속에 들어가 내려오는 리자드맨들을 족족 잡아 죽이고 있는 까망이었다.
‘까망이는 드러낼 수 없으니 무조건 나와 푸티나의 합작으로 해야겠다.’
소울은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자신의 파티원으로 위장시키기로 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모두 리자드맨 사체를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실시!]
[실시!]
이제 그들은 숲 속에 가려진채 접근하는 리자드맨이나 랩터를 사냥하게 될 것이다. 물론 까망이와 푸티나가 잡는 리자드맨의 가죽을 벗기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까망아! 이제 부터는 완전히 죽이지 말고 중상만 입힌 채 물가로 보내.]
[규!]
[푸티나는 물가로 나온 리자드맨을 살짝 전기로 지져서 나한테 보내라!]
[낑!]
이렇게 소울의 인생사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 대국민 사기극이 백주대낮에 온 세상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에 벌어지게 되었다.
리자드맨 하나가 강물을 타고 유유히 내려가다 갑자기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뭔가에 깊이 찔린 것 같은데 그 속으로 피와 물이 들어와 차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놀란 리자드맨은 급히 물가로 헤엄쳐 나왔다.
희한하게도 누군가가 자신의 등을 밀어주기라도 하는 듯 빠르게 물가로 나올 수 있었다.
물 밖으로 나오자 그의 앞에 웬 새끼 곰 한 마리가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새끼 곰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 즉시 달려들었다.
빨리 새끼 곰을 죽여 버리고 상처를 돌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달려드는 순간 리자드맨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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