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8 제 45 장 - 레벨 업(Up) =========================================================================
“봤어?”
-응, 봤어. 너 정말 끝내준다. 네가 E급 소환계 능력자라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D급, 아니 C급 능력자도 너 정도의 전투력은 가지고 있지 않아.
“하하하,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이제 마음 놓고 보급해줄 수 있지?”
-물론이지. 벙커보다 방책이 훨씬 안전할 테니까.
“좋아. 기대할게.”
소울은 바로 전화를 끊고 대물저격총을 들었다.
“이 썩은 놈의 새끼들……. 다 죽었어.”
그는 서쪽 방책으로 다가가 대물저격총을 거치해놓고 올라오는 랩터들을 마구 쏘아 죽였다.
퉁 퉁 퉁 퉁 퉁…….
이미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언덕길을 새하얀 빙판으로 만들어 놓은 상태라 올라오는 놈들의 숫자도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겨우 올라오는 랩터들도 스켈레톤 레이저의 화살과 소울의 저격으로 인해 공격 한번 해보지 못하고 쓰러져야했다.
[규우! 랩터, 리자드맨 훔쳐 먹는다.]
[엥? 뭐시라?]
소울은 까망이의 말에 놀라 즉시 남쪽 방책으로 다가갔다.
어느새 랩터 몇 마리가 남쪽 구덩이에 리자드맨 사체를 숨겨 놓은 것을 발견하고 땅에 굴을 파고 있었다.
이미 몇 마리는 구덩이 속으로 들어와 리자드맨 사체를 신나게 포식하고 있었다.
‘저런 때려죽일 놈들이 있나? 감히 내 물건에 도둑질을 해?’
퉁 퉁 퉁 퉁 퉁…….
쿠헥 쿠히엑 퀘엑…….
위에서 내려다보며 쏴 죽이는 것이라 랩터들은 숨을 곳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었다.
그냥 쏘는 족족 맞으며 죽어나갔다.
수십 마리의 랩터를 그렇게 쏘아죽이자 랩터들은 더 이상 근처에도 접근해오지 못했다.
하지만 자기가 죽을 뻔했던 기억을 아직 잊지 못한 소울의 뒤끝 작렬 복수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는 대물저격총이 뜨끈뜨끈해지도록 열심히 랩터를 사냥했다.
까망이가 지속적으로 소울에게 정화수를 만들어 먹여주고 직접적으로 힐을 써줘서 소울은 조금도 지치지 않고 끈질기게 랩터를 잡아 죽였다.
나중에는 대물저격총 총열이 너무 뜨거워져 중간에 스켈레톤 메이지의 아이스 마법까지 받아야했다.
이렇게 하면 총열의 내구성이 극단적으로 떨어지겠지만 그것은 유정아가 보내주는 보급품으로 해결하기로 해서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
소울의 복수에 본과 스켈레톤 부대까지 나섰다.
특히 본이 뼈로 된 전투마인 본호스(bone horse)를 타고 언덕길을 내려가 랩터들을 잡아 죽이자 그의 뒤를 따라 스켈레톤 엘리트와 스켈레톤 베테랑이 따라다니며 랩터들을 도륙했다.
그렇게 주변의 랩터들을 마구 쳐 죽이자 반경 500m 안의 랩터들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랩터들도 그들의 살벌한 기세에 굳이 싸우려고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소울이 껴 있었다면 아마 죽어라고 쫓아왔을 텐데 뼈다귀로 된 스켈레톤 부대가 돌아다니자 크게 흥미를 잃은 모양이었다.
쿵 쿠쿠쿵 쿵 쿠쿠쿠쿠쿵…….
그때였다.
동쪽 멀리서 은은한 폭음이 지속적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통일대교와 경의선을 타고 진격하는 랩터 웨이브에 드디어 포병이 본격적인 포격을 시작한 것이다.
쿠히이이잉 쿠히이이잉 쿠히이이잉!
불안한 랩터들의 울음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자 주변의 랩터들이 일제히 동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언덕 위에 있는 소울의 일행과의 싸움은 이들에게 여흥거리 정도에 불과했다.
심심한 놈들이 와서 찔러보는 정도라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 저 폭음은 랩터의 무리들이 몰려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랩터들은 이곳보다 자신들의 무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급히 달려갔다.
수천 마리나 되던 랩터들이 일제히 사라져 버리자 소울은 본에게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
[본, 그만하면 됐다. 돌아와라.]
[예스! 마이로드!]
[하아, 그거 참, 너 이제 말을 할 수 있게 된 거야?]
[예스! 마이로드! 모두 주군의 은혜입니다.]
[푸하하하하, 그래 맞다. 내 은혜지. 크크크크!]
소울은 포스 쩌는 본이 자신에게 깍듯이 주군이라고 부르자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네 격이 높아졌으니 당연히 너에게 맞는 이름을 하사하겠다. 너의 이름은 이제부터 보나파르트 다.]
[보나파르트! 감사합니다. 주군!]
[그래. 하지만 부르기에 너무 긴 이름이니 앞으로도 너의 애칭인 본이라고 계속 부르도록 하겠다. 무슨 말인지 알아먹었지?]
[예스! 마이로드!]
본은 졸지에 나폴레옹과 나폴레옹 3세를 낳은 가문의 이름인 보나파르트를 얻게 됐다. 물론 그런다고 누구하나 알아주는 사람도 없겠지만 본에게는 소울의 이러한 행동이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고 위해주는 일로 받아들여져 크게 감동하게 됐다.
주군의 마음이 자신에게 절절히 전해지자 앞으로 더욱 주군을 위해 충성을 다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쿵 쿠쿠쿵 쿵 쿠쿠쿠쿠쿵…….
또다시 멀리서 대지를 울리는 폭음이 동쪽에서 들려왔다.
소울은 스마트폰을 들어 유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상황이 어때?”
-그쪽으로 가고 있는 랩터의 무리는 더 이상 없는 것 같아. 포병이 통일대교를 건넌 랩터 무리를 자유 IC와 통일육교 근처에서 지금 맹폭을 하고 있어.
“그럼 리자드맨 웨이브는 어때?”
-리자드맨들은 개성시를 가로질러 자기가 있는 언덕 옆의 하천을 타고 내려와 임진강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어. 임진강에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것을 현재 해군의 고속정들이 잔뜩 몰려 나와서 저지하고 있는데 조금씩 저지선이 뒤로 밀리고 있는 중이야. 아주 아슬아슬 하네.
10만이나 되는 능력자 중 무려 20%나 되는 2만이 서울특별시에 거주하고 있다. 도대체 이 많은 능력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기에 아슬아슬하다는 소리를 하는 지 소울은 이해할 수 없었다.
“능력자들은 다들 뭐하고 있는데 그딴 소리를 해?”
-당연히 고속정에 같이 타서 리자드맨들을 공격하고 있지. 하지만 물에서 능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능력자는 정말 극소수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큰 도움은 안 되고 있는 모양이야. 오히려 중기관총이 리자드맨 잡기에는 더 적합한 것 같아.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때?”
-다 거기서 거기지 뭐! 대 몬스터 방어벽을 제대로 세워놓은 선진국들은 큰 피해 없이 잘 막아내고 있지만 제대로 대 몬스터 방어벽을 세워 놓지 않은 곳이나 지형 상 대 몬스터 방어벽을 세우기 힘든 곳은 이번에 아주 박살이 나고 있어. 모르긴 해도 이번 더블 웨이브로 인해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남미의 몇 개 국가는 더 이상 나라의 틀을 유지하지 못해 무너지게 될 거야.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의 나라의 상황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곧 머리를 흔들고는 다른 질문을 했다.
“북한은 어때?”
-북한은 더블 웨이브로 인해 오히려 한가해졌어. 이상하게도 평양 필드와 개성 필드에서 다른 방향으로 가지를 않고 오직 남쪽만 고집해서 내려가고 있으니 북한의 군벌들로써는 천만다행이라고 좋아할 수밖에 없겠지.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대 몬스터 장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평양 필드와 개성 필드에 빨리 대 몬스터 장벽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아.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 건설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하네.
“허허허, 그거 참 아이러니한 일이군.”
세상은 요지경이란 말처럼, 대 몬스터 장벽을 이중으로 설치해놓은 대한민국은 더블 웨이브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막상 더블 웨이브가 시작된 북한은 한가하다는 말에 그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자기는 어떻게 할 거야?
“난 이제 슬슬 이곳을 떠나야지.”
-서울로 들어오려면 인천 쪽으로 좀 돌아와야 할 텐데…….
유정아는 그에게 탈출루트를 알려주기 위해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소울은 그녀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멀리 돌아가지 않을 거야.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거든.”
-지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의 말에 그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후후후, 그냥 보면 알게 돼! 보급 좀 확실히 부탁하자.”
-안 그래도 지금 보급품을 실어서 그쪽으로 보냈어. 이번에는 자기가 말한 대로 탄약으로만 100kg을 다 채웠어.
“아주 잘했어.”
-정말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너무 오버하지 마! 괜히 까불다가 한방에 훅 가는 수가 있으니까.
“알았어. 꼭 살아갈게. 어쨌든 걱정해줘서 고마워!”
소울은 유정아의 걱정을 일축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의 말대로 얼마 되지 않아 틸트로터 무인기 한 대가 다가와 탄약으로 가득한 보급상자 하나를 떨어뜨려 주고 갔다.
그는 상자를 열어 총알이 가득한 탄약통을 확인하고 새 총열 하나를 꺼내고는 전부 까망이에게 줬다.
[까망아, 이거 네가 보관할 수 있어?]
[규!]
[그래? 생각보다 네가 쓸 수 있는 아공간의 크기가 좀 되는가보다. 한 통만 빼고 다 집어넣어라.]
[규!]
그는 자신의 소환수를 모두 불러 탄창에 총알을 채워 넣는 작업을 지시했다.
10분도 되지 않아 모든 탄창을 가득채운 소울은 드디어 이 지겨운 언덕을 내려갈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까망아, 물과 전투식량을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겨!]
[규!]
[푸티나는 전투배낭을 메고 가도록 하자.]
[낑!]
소울은 어느새 자신의 어깨선에 닿은 푸티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그의 등에 자신의 전투배낭을 메게 했다.
‘아휴! 진즉에 이렇게 하고 다닐 것을……. 괜히 무겁게 전투배낭을 들고 다녔잖아!’
전투배낭에는 당장 자신이 마실 생수와 전투식량 몇 개 그리고 탄약으로 빵빵했다.
하지만 덩치가 전에 비해 확실하게 커진 푸티나는 조금도 무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확실히 힘 하나는 장사인 푸티나였다.
소울은 푸티나가 랩터의 사체에서 간과 심장을 파먹는 것을 보면서 걱정했다.
‘여성인 푸티나가 힘이 세면 시집가기 힘들 텐데…….’
소울은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며 본을 쳐다봤다.
[본, 뼈 방책을 거둬들여라!]
[예스! 마이로드!]
본이 자신에게 하는 대답을 듣고 싶어서 그는 자꾸만 본에게 말이 걸고 싶어졌다.
하지만 길게 심호흡을 하고는 떠날 준비를 서둘렀다.
본은 본룸을 덮은 뼈와 뼈 방책을 악어 입을 만들어서 가쁜 하게 회수했다.
그리고 스켈레톤 메이지를 시켜 동쪽 언덕길 빙판을 녹이라고 명령했다.
[스켈레톤 부대를 내려 보내 남쪽 웅덩이 위에 흙을 조금 더 덮어두도록 해라.]
[예스! 마이로드!]
[까망이는 가서 웅덩이를 꽝꽝 얼려버려라!]
[규!]
소울이 내려가는 것에 앞서 스켈레톤 부대가 우르르 언덕길을 걸어 내려갔다.
그는 느긋하게 걸어서 남쪽 웅덩이를 향했다.
스켈레톤 부대가 힘을 쓰기 시작하자 금세 웅덩이는 무슨 봉분을 보는 것처럼 흙으로 덮여버렸다.
[다 됐으면 출발하자.]
[예스! 마이로드!]
소울은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앞세우고 보무도 당당하게 하천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중간에 리자드맨 무리들이 하천을 따라 내려가는 모습을 보자 소울은 푸티나를 동원하기로 했다.
[푸티나, 저놈들 가까이 내려오면 전기로 지져버려! 알았지?]
[낑!]
푸티나는 대답을 하면서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비해 표정이 상당히 리얼해진 푸티나였다.
‘저놈 썩소 지으면 정말 모습 죽이겠는데…….’
그는 혼자 생각하고, 혼자 재미있어서, 혼자 킥킥 대며 걸어갔다.
[왔다. 지져!]
소울의 신호에 푸티나는 두 개의 앞발을 하천에 담그더니 똥 싸는 자세 비슷하게 만들고는 힘을 주었다.
“꾸잉!”
파지지지직!
살짝 웃음이 나오는 푸티나의 동작과는 달리 결과는 무서웠다.
하천을 따라 내려가고 있던 수십 마리의 리자드맨이 푸티나가 일으킨 고압전기에 감전당해 즉사해버렸다.
물 위로 둥둥 떠내려가는 리자드맨을 보면서 소울은 푸티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잘했어!”
“낑!”
“푸티나, 그런데 너는 말 못하지?”
“낑!”
“그렇구나. 하긴 새끼 곰이 말하는 것도 좀 이상하긴 하겠다.”
소울은 살짝 시무룩해진 푸티나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병 주고 약 주고, 석 죽이고 위로해 주는 소울이었다.
그렇게 간간히 리자드맨 무리를 잡아 죽이고 까망이가 물속으로 들어가 리자드맨 사체에서 마석을 캐고, 몇 안 되는 리자드맨들은 스켈레톤 레인저들이 화살로 잡아 죽이고 다시 까망이가 가서 마석을 채취해오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도착하게 됐다.
지도로 보면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의 맞은편 쪽이 된다.
삼각형 모양으로 툭 튀어나온 지형의 끝에는 리자드맨 족장들과 리자드맨 주술사들이 모여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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