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77화 (177/492)

00177  제 45 장 - 레벨 업(Up)  =========================================================================

아무런 맛도 없었다. 녹지도 않았고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이게 뭐지? 어쨌든 내가 먹을 것은 아닌 모양이네.’

그는 깨끗이 포기하고 녹색 돌을 도로 집어넣고 다른 지팡이를 들었다.

손잡이를 비틀어 열어보니 똑 같은 녹색 돌이 나왔다.

그것으로 소울은 이 돌이 리자드맨 주술사에게 뭔가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까망아, 이거 도로 넣어놔! 나중에 뭔지 알아보고 너한테 주던지 할께.]

[규!]

어쩐지 까망이의 목소리가 축 가라앉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소울은 녹색 돌이 두 개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까망아, 그럼 하나는 너 줄게. 그리고 하나는 내거니까 절대 건들면 안 돼. 알았지?]

[규!]

소울은 까망이가 신나하자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자신의 손 위에 올려준 리자드맨 주술사의 지팡이를 잡아 비틀었다. 녹색 돌이 나오자 그것을 까망이에게 바로 건네주었다.

[규! 규규! 규규규!]

까망이는 누구한테 빼앗길세라 녹색 돌을 얼른 받아먹고는 소울에게 고맙다는 듯 자신의 몸을 그의 손에 마구 비비며 재롱을 떨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까망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까망아, 그런데 이것 말고 리자드맨 주술사의 몸에서 뭔가 다른 것 발견한 것 없었어? 예전의 오크주술사의 주술환 같은 것 말이야.]

[규!]

[있어?]

까망이의 대답에 소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까망이를 쳐다봤다.

까망이는 그의 손바닥 위에 두 개의 노란색 구슬을 꺼내줬다.

소울은 그것을 만지는 순간, 이것이 영기 덩어리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그는 구슬 하나를 혀에 대고 핥아보았다.

맛은 시큼한 것이 별로였지만 혀에서부터 뭔가 시원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이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주술환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래도 꽤 쓸 만한 물건이군. 리자드맨 주술사의 내단 같은 건가? 어찌됐든 지금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귀한 보물이다.’

소울은 그렇게 확신하고 두 개의 노란 구슬을 입안에 쏙 집어넣고 빨아먹었다.

노란색 구슬은 순식간에 물처럼 녹아서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위장에 닿기도 전에 영기로 변해 자신의 온몸으로 확 퍼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마치 온몸을 애무하는 것만 같은 쾌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지러웠던 것이 바로 사라지고 온몸이 시원해지고 피로가 풀렸다.

그는 즉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온 몸으로 퍼진 두 개의 영기덩어리가 그의 의지에 따라 소울의 스피릿 파워로 쑥 빨려 들어오더니 곧 하나가 되어 버렸다.

화악!

순간, 소울의 머리 뒤에서 마치 후광과 같은 빛이 솟구쳐 올랐다.

그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고 은은한 미소가 지어졌다.

길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눈을 뜨자 소울의 눈동자에 금빛이 번쩍거리더니 사라져갔다.

“휴우! 살았다.”

그는 자신의 스피릿 파워의 총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바닥을 쳐서 허탈감에 휩싸였던 스피릿 파워도 이미 풀로 가득 채워진 것을 느꼈다.

주술환과는 달리 리자드맨의 내단 비스무리 한 이 두 개의 구슬은 즉각적으로 자신이 흡수해서 전력화할 수 있다는데 큰 메리트가 있었다.

‘앞으로 오크주술사와 리자드맨 주술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가 다 잡아야겠다.’

소울은 그렇게 마음을 먹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본룸의 통로를 향해 섰다. 그리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본! 문 열어라!”

그의 눈에서 전에 없는 자신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촤라라라라라…….

소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본이 본룸의 통로를 막은 뼈를 움직여 그가 간신히 혼자 걸어 나올 수 있는 공간을 열었다.

성큼성큼 걸어서 본룸 입구로 나오자 그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푸티나의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것이다.

[끼잉!]

푸티나는 소울을 보자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옆으로 돌아봤다.

본을 비롯한 스켈레톤 부대의 모습도 절대 정상은 아니었다.

[깍! 깍깍!]

자신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본이 입은 전신갑옷에는 자잘한 스크래치가 가득했고 랩터의 피와 살점이 잔뜩 묻어 있었다.

스켈레톤들도 여기저기 뼈가 부서져 회복을 못한 상태로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수십 마리의 랩터를 더 죽였지만 미끄러운 언덕길을 기를 쓰고 올라오려는 랩터들은 아직 수백, 수천 마리도 넘게 남아있었다.

[까망아, 푸티나 치료해줘!]

[규!]

[본! 이제 스켈레톤을 더 일으킬 수 있지?]

[깍!]

[아까처럼 내가 쓰러질 때까지 하면 곤란해. 그러니까 내가 온전한 상태로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은 남겨놓고 내 스피릿 파워를 가져다 써!]

[깍! 깍깍!]

본은 크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즉시 자신에게 정중하게 군례를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두 손을 들고 입을 벌렸다.

악어만큼 커다란 입으로 변하자 그는 입속에서 뼈를 줄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리자드맨 주술사의 해골도 두 개나 들어 있었다.

“깍! 까득! 까드드드드득!”

본이 정신을 집중해서 주문 같은 것을 외우기 시작하자 그의 눈이 녹색의 광망에서 서서히 주황색 광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소울은 자신의 스피릿 파워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달그닥 달그닥 달그닥…….

그가 쏟아낸 뼈들이 바닥에서 마구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차가운 하얀 연기가 자욱이 피어오르자 해골들을 중심으로 하나씩 뼈가 빠르게 맞춰지며 쑥! 하고 하나씩 위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까륵 까륵! 까드드드드득!”

본이 또다시 묘한 주문을 외우자 이번에는 랩터들과 싸우고 있던 스켈레톤 부대의 눈빛이 녹색에서 주황색으로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때 본은 소울에게 다가와 군례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소울은 그 당당한 모습에 피식 웃더니 까망이를 불렀다.

[까망아! 본이 원하는 마석을 주도록 해.]

[규!]

소울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마석을 뜯기려나?’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소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야했다.

F급 마석도 아니고 E급 마석을 무려 125개나 가져간 것이다.

‘저 새끼 정말 자기 것 아니라고 막 가져다쓰네? E급 마석 125개면 돈이 얼마야? 하나에 천만 원씩만 잡아도 12억5천만 원이네?’

그러나 소울은 본에게 한 마디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온갖 폼을 다 잡으면서 그에게 필요한 마석을 주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많이 가져갔다고 토해내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본이 하고 있는 행동은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본이 새롭게 일으킨 스켈레톤은 모두 열이나 됐다.

기존의 스켈레톤과 합하면 무려 스물이나 된다.

본은 까망이에게서 받아간 E급 마석을 자신과 스켈레톤 넷에게 각각 10개씩 분배하고 나머지 스켈레톤 열다섯에게는 각각 5개씩 분배했다.

“깍! 깍깍! 까드드드득!”

이번에는 큰 함성 같은 고함을 질러댔다.

화아아아악!

그것이 마치 시동어라도 됐는지 언덕 주변이 차가운 하얀 안개로 뿌옇게 뒤덮이더니 서늘한 주황색 빛이 안개 속에서 번뜩거렸다.

이 놀라운 기사(奇事)에 랩터들도 공격을 멈추고 뒤로 살짝 물러섰다.

휘이이잉!

때마침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감쌌던 하얀 안개를 빠르게 쓸어갔다.

“아!”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 보인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먼저 숫자에서 크게 차이가 났다.

스켈레톤 부대라고 불렀지만 사실 부대원 숫자가 열밖에 안 되는 분대(分隊, squad)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숫자가 배로 뛰어 이제는 스켈레톤 반(班, Section)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본은 스켈레톤 엘리트에서 업그레이드를 해서 스켈레톤 나이트로 변했다.

이제는 누가 봐도 본은 은빛이 은은히 빛나는 철제 전신갑옷을 장비한 기사의 모습이었다. 거기에다 그는 이제 뼈로 만들어진 커다란 말 위에서 오연히 랩터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그의 어깨에 매달린 망토가 휘날렸는데 말 그대로 포스가 쩔었다.

스켈레톤 바이킹 둘은 스켈레톤 엘리트가 되어 있었고, 스켈레톤 창병은 스켈레톤 베테랑이 되어 있었는데 그 숫자가 여덟이나 됐다.

스켈레톤 궁병은 스켈레톤 레인저로 업그레이드 됐는데 이것도 숫자가 불어 여섯이었다.

스켈레톤 메이지도 회색의 로브에 회색의 철제 지팡이로 무장이 변했는데 어디서 스카우트를 했는지 숫자가 하나 더 불어있었다.

마지막으로 죽은 리자드맨 주술사 둘의 뼈를 이용해서 만든 스켈레톤은 어느새 스켈레톤 주술사로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스켈레톤 반(班, Section) 구성

본 - 스켈레톤 나이트

스켈레톤 엘리트 X 2

스켈레톤 베테랑 X 8

스켈레톤 레인저 X 6

스켈레톤 주술사 X 2

스켈레톤 메이지 X 2

본을 제외하고 무려 스물이나 되는 스켈레톤 부대로 인해 전투력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단순히 열에서 스물로 늘어 전투력이 2배가 증가한 것이 아니었다.

소울의 스피릿 파워가 E급에서 D급으로 등급이 변하자, 본도 이에 맞춰 D급 소환수가 되면서 동시에 그의 부대원들이 D급으로 같이 업그레이드 됐다.

거기에다 부대원들의 직업이 상위 직업으로 변화하고 업종도 새롭게 추가되어 그들의 조합이 완전히 처음과는 다른 물리공격력과 마법공격력이 조화를 이룬 상태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전투력이 몇 배로 상승되어 사실 얼마나 전투력이 증가했는지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오오오! 역시 믿고 투자한 만큼 나오는구나. 12억5천만 원을 집어먹더니 과연 그 값을 하네.’

소울은 그제야 마석 아까웠던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리고 본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자신이 E급 소환계 능력자에서 D급으로 승급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쿠힝 쿠힝 쿠힝…….

갑자기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바뀐 모습에 랩터들이 호기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게 소울의 분노를 일으켰다.

[본, 저 썩을 놈들을 싹 쓸어버려!]

[예스, 마이로드(My Lord)!]

[그래 대답 잘했다. 헉, 뭐 뭐라고?]

소울은 본이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하자 깜짝 놀라서 쳐다봤다.

하지만 본은 더 이상 소울을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오직 그의 명령대로 눈앞에 보이는 랩터들을 모두 죽일 생각에 살기를 줄기줄기 흘리고 있었다.

“로드께서 원하신다. 모두 쓸어버려라.”

“예스, 써(Sir)!”

본의 명령에 스켈레톤 부대가 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 소울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켈레톤 부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볼 수 있었다.

“리지스턴스 디피전스(resistance defeasance, 저항력 무효화)!”

“디컴포즈(decompose, 부패)!”

“포이즌 포그(poison fog, 독 안개)!”

“파워업, 스피드업!”

스켈레톤 주술사들이 저항력 무효화 주술과 부패 주술을 걸자, 스켈레톤 마법사는 이에 맞춰 독 안개를 양쪽으로 뿌려댔고 아군에게는 힘과 민첩을 올려주는 버프 마법을 펼쳤다.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난데 이어 한 단계 더 성장한 상태에서 버프까지 받은 스켈레톤 엘리트 둘, 스켈레톤 베테랑 여덟 그리고 스켈레톤 레인저 여섯은 가히 폭풍 같은 기세로 랩터들을 도륙해나갔다.

스켈레톤 엘리트의 전투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대단했고, 스켈레톤 베테랑은 스켈레톤 창병의 힘과 민첩의 몇 배를 상회하는 전투력을 보이며 랩터들을 거칠게 밀어 붙였다.

스켈레톤 레인저 여섯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왔던 엘프, 레골라스를 연상케 하는 눈부시고 우아한 동작으로 레인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두에게 분명하게 가르쳐주었다.

본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납작한 반 구체의 본벙커가 일제히 일어나 언덕 위를 날카로운 뼈 방책으로 퍼지면서 덮어갔다.

그렇게 되자 언덕길을 올라와 본벙커 위로 뛰어 오르며 공격하던 랩터들이 언덕 위로 올라오지 못해 오로지 언덕길 입구에서만 공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만으로 랩터의 공격은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아이스(ice), 아이스, 아이스…….”

거기에다 스켈레톤 마법사들이 언덕길에 아이스 마법을 펼쳐서 빙판을 만들어 놓자 언덕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랩터들은 반 이상 확 줄어버렸다.

“대박!”

소울은 그 모습에 환호성을 지르며 본룸을 나와 벙커가 있던 자리에 당당히 섰다.

“하하하하하! 그렇지. 잘한다. 내 새끼들…….”

그는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것을 꾹 참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 높은 곳에서 틸트로터 무인기가 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을 꺼낸 그는 즉시 유정아에게 전화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쿠폰, 후원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