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75화 (175/492)

00175  제 44 장 - 공포의 랩터 웨이브  =========================================================================

어쩔 수 없이 총구를 리자드맨 족장에게 돌린 소울의 분노의 저격이 시작되었다.

퉁 퉁 퉁 퉁 퉁…….

리자드맨 족장, 리자드맨 엘리트, 리자드맨 전사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대부분 머리가 날아가거나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져 버리자 리자드맨들이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 여기에서도 보일 정도였다.

일반 저격탄으로 탄창을 바꾼 소울은 그때부터 벙커의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돌아다니며 신나게 대물저격총을 쏴서 리자드맨들을 잡아 죽였다.

해가 떨어지자 전투헬멧의 야간투시 기능을 활성화해서 리자드맨 사냥에 더욱 열을 올렸다.

하늘에 달이 떠오르자 소울과 그의 소환수가 있는 주변 일대에는 리자드맨의 그림자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제야 소울은 보급품으로 온 능력자용 최고급 전투식량을 꺼내 푸티나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다.

본룸에서 홀딱 벗고 물티슈로 몸을 닦자 까망이가 그의 머리 위에서 샤워기처럼 물을 뿌려줬다.

[고마워! 까망아!]

[규!]

덕분에 간단히 샤워를 한 소울은 속옷을 갈아입고 다시 전투슈트를 입었다.

밖으로 나와 양치질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자 자신이 있는 언덕을 기준으로 반경 1500m 이내에는 살아있는 리자드맨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고소를 지었다.

그래도 하천 건너편 너머로 리자드맨들의 무리가 남하하는 모습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까망이가 만들어준 정화수를 가지고 입안을 헹군 그는 소울이 샤워를 하느라 만들어 놓은 뒤처리를 끝낸 까망이와 함께 벙커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푸티나! 너 몸이 좀 커진 것 같다?]

[낑! 낑낑!]

가만히 보니 예전에는 머리끝이 자신의 허리 밖에 안 왔는데 어느새 성장을 했는지 자신의 가슴까지 올라와 있었다. 푸티나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준 소울은 본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살짝 인상을 썼다.

[본! 너 왜 주변의 리자드맨 사체를 처리하지 않았어? 뼈 흡수 안할 거야?]

[깍! 까각!]

그는 본이 뼈를 흡수를 한다는 말인지 안한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뭐라고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자신을 가리키는데 그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다만 본이 설명하는 것을 계속 보고 있자 뭔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 같았다.

‘뼈를 흡수하는 것이 한계에 달했나? 아니면 더 이상 뼈를 흡수할 필요가 없어졌나. 아니면 뼈를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나한테 생겼나?’

소울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언덕과 주변의 리자드맨 사체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몬스터의 사체는 다른 몬스터를 부르기 때문이다.

리자드맨들만 해도 지긋지긋하게 많은데 거기에다 다른 몬스터까지 몰려오면 평생 이곳에서 갇혀있어야 할 것만 같았다.

[모두들 리자드맨 사체를 남쪽 언덕 아래 구덩이로 버린다. 저게 다 돈이야. 나중에 사체 하나 당 천만 원씩 받을 수 있어.]

[규!]

[낑!]

[깍!]

까망이와 푸티나 그리고 본은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까망이는 혹시 놓친 마석이나 전리품이 있는지 확인을 하러 다녔고, 푸티나와 본은 벙커 주변의 리자드맨 사체를 들어다가 남쪽 언덕 아래 구덩이로 던졌다.

구덩이처럼 움푹 패여 있는 지형이라서 생각보다 꽤 많은 사체를 모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이 움직이자 당연히 스켈레톤 부대도 같이 움직였다.

뺀질이 스켈레톤 메이지 한 놈만 벙커의 중심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뿐, 나머지 스켈레톤들은 모두 열심히 본의 지시에 따라 언덕의 아래까지 내려가서 리자드맨 사체를 가지고 올라와 남쪽 언덕 아래를 향해 던졌다.

‘저런 멍청한 놈, 그걸 왜 힘들게 여기까지 가지고 올라와서는……. 엥? 아닌가? 스켈레톤이 힘이 들 리가 없지. 무한 스태미나를 가진 놈들이잖아. 가만 그런데 정말 저 리자드맨 사체 하나 당 천만 원 주는 것 맞지? 분명히 의뢰를 받았고 개수에는 제한이 없었어. 아직 의뢰완료를 하지 않았으니 이거 잘하면 마석보다 돈이 더 되겠는데…….’

그는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히게 말이 되는 이 상황에 크게 고무됐다.

그래서 처음에는 벙커 주변과 언덕 중턱 까지만 치우려고 했지만 곧 마음을 바꿔서 일대에 죽은 모든 리자드맨 사체를 다 가져와 모아놓으라고 했다.

그로인해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밤이 새도록 쉬지 못하고 중노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스켈레톤의 특성 상 이들은 조금도 힘들어 하거나, 쉬거나, 일의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본이 만들어 준 뼈 침대에서 푸티나를 베게삼아 푹 잔 그는 새벽에 밖으로 나와 오줌을 누면서 그들이 해놓은 일을 보고 절로 환호성을 질러댔다.

“야호!”

리자드맨 사체 하나에 천만 원이다. 열이면 억이다. 백이면 십억이고, 천이면 백억이다. 소울은 남쪽 언덕 아래에 쌓인 사체의 양을 보며 리자드맨 사체의 숫자가 천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봤다.

‘나중에 딴 소리 못하게 무조건 우겨야한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정일용 변호사를 시켜서 고소를 해야지. 설마 능력개발청이 백억이 없어서 돈을 안주겠다고 오리발을 내밀지는 않겠지.’

그렇게 희망에 가득 찬 하루가 시작됐다.

소울은 본을 시켜서 남쪽 언덕 아래 구덩이를 흙으로 살짝 덮게 만들었고 까망이에게는 운디네의 능력 중 물에 대한 친화력을 이용해 구덩이 안을 차갑게 얼리라고 지시했다.

최대한 썩지 않아야 나중에 사체를 팔더라도 제 값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빛나는 태양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자 소울은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곧 새로운 위협이 시작됐다.

* * * * *

어깨까지 높이가 2미터를 훌쩍 넘기는 다이어울프가 세 마리가 황소만한 거대한 멧돼지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가고 있었다.

늑대들은 몰이사냥에 익숙하다. 몬스터인 다이어울프들도 그런 본능이 DNA에 새겨져 있어서 먹이를 향해 삼각형을 이루며 포위해가고 있었다.

드드드드드드…….

다이어울프 한 마리가 막 멧돼지를 향해 달려가려고 할 때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황소만한 멧돼지는 고개를 북쪽으로 한번 돌려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즉시 남쪽을 향해 전력질주를 해서 도망가 버렸다.

다이어울프 세 마리도 놀라서 즉시 멧돼지를 따라 남쪽 숲속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숲속의 동물들은 삽시간에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사방으로 도망갔고, 새들은 일제히 하늘을 날아서 대지에 흐르는 살기와 공포에서 한발 비켜났다.

숲은 어느새 죽음과도 같은 침묵에 휩싸인 채 점점 강해지는 대지의 울림만을 전달했다. 나뭇잎이 마구 떨리고 무시무시한 기세가 숲 전체에 고조되기 시작했다.

우두두두두두…….

그리고 드디어 대지를 마치 지진인양 착각하게 만든 주범들이 나무 사이를 뚫고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랩터!

마치 벨로시랩터(Velociraptor)와 데이노니쿠스(Deinonychus)를 섞어 놓은 것 같은 2미터 크기의 이 진녹색의 수각류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향해 적대감을 표출하며 있었다.

쿠힝 쿠힝 쿠힝…….

수십 마리의 랩터가 남동쪽으로 내려가다 갑자기 한 마리가 뭔가 냄새를 맡았는지 고개를 남쪽으로 돌리며 크게 울음소리를 냈다.

쿠히잉 쿠히이이이잉…….

그러자 남동쪽을 향해 가던 수십 마리의 랩터들이 일제히 고개를 남쪽으로 돌리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뒤를 따르던 수백 마리의 랩터들도 남쪽 숲속을 향해 질주했다.

다시 그들의 뒤를 따르던 수천 마리의 랩터들도 살짝 진행방향을 바꾸더니 관성적으로 앞서 달리던 동족의 냄새를 따라갔다.

그렇게 연속적으로 수십 마리의 랩터가 수천, 수만 마리의 랩터들을 원래 목적지인 서울로 가는 길목인 파주시 통일대교가 아닌 엉뚱한 개성공업지구 남쪽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 * * * *

랩터의 거대한 무리의 삼분의 일 가량이 통일대교나 경의선 방향이 아닌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동장리 서쪽으로 갈라지자 이런 사실을 확인한 국방부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랩터 웨이브를 함부로 폭격했다가 사방으로 흩어지기라도 하면 자칫 한반도 남부 전체로 퍼져나가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차라리 이렇게 무리를 지어 내려올 때 어느 한 지역으로 몰아서 융단폭격을 하는 것이 훨씬 안전했다.

하지만 처음에 예상했던 것 보다 랩터의 숫자가 너무 많아 국방부에서는 통일대교와 경의선 다리를 폭파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에서 무슨 이유인지 랩터 무리의 한 갈래가 남쪽으로 떨어져 나가 여유를 되찾게 되었다.

“랩터의 거대한 무리가 알아서 분산된 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이제 굳이 통일대교와 경의선을 폭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 경의선을 타고 내려오는 놈들은 중기관총과 장갑차로 철저히 틀어막고, 통일대교를 타고 오는 놈들은 자유 IC(교차로)까지 끌어들인 후 화력을 집중시켜 일망타진한다. 만약 어느 쪽이던지 뚫리면 그 지역을 폭격하여 랩터의 전력을 축차 소모시킨다.”

“그럼 능력자들은 어떻게 할까요?”

“임진강역과 마정 초등학교로 집결시키도록 해야지.”

“임진강에서 리자드맨을 상대하고 있는 능력자들까지 말입니까?”

“아니야. 지금 임진강과 한강에서 리자드맨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고속정들을 지원하고 있는 능력자들은 절대 빼내면 안 돼! 공군에서 폭격을 지원해주기로 했으니 우린 현재 가지고 있는 병력과 화력 그리고 능력자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랩터 웨이브를 막아야한다.”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랩터 웨이브의 3할이 떨어져 나간 것은 정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서울 만세♪ 나 마찬가지야.”

“그렇군요. 하하하!”

“그렇지. 하하하!”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간만에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렇게 국방부의 ‘더블 웨이브 방어군’이 웃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동장리 서쪽 하천 건너편의 언덕 위의 동굴에서는 반대로 눈물이 날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여보세요.”

-자기야! 큰일 났어.

“응, 왜? 무슨 일 생겼어?”

-랩터 웨이브의 한 갈래가 자기가 있는 쪽으로 가고 있어.

“뭐라고? 왜? 아까까지는 랩터 웨이브가 비켜갈 것 같다고 했었잖아.”

-나도 그런 줄 알았지. 그런데 이 미친 랩터 무리가 갑자기 방향을 확 트는 거 있지?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사실 처음부터 유정아의 말을 100% 믿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랩터 웨이브가 자신이 있는 곳을 비켜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최상의 결과만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만약의 사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우, 뭐 할 수 없지. 그럼 이쪽으로는 얼마나 오는 거야?”

-수만 마리는 될 것 같아.

“허억, 뭐라고? 수만 마리?”

-응, 그래 보이네.

“이런 제기랄!”

소울은 전화를 끊으며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때였다.

우두두두두두…….

대지가 흔들렸다.

혹시 지진이 난 것이 아닌가 할 정도의 떨림이었다.

그는 즉시 벙커 북쪽으로 걸어가 고개를 내밀고 살펴봤다.

아직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소울은 알 수 있었다. 아니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북쪽에서 살기등등한 수만 마리의 랩터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음을 말이다.

‘아까부터 그렇게 공격을 해오던 리자드맨들이 갑자기 쫙 빠지더니 이제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이미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 그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잘 하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왜 갑자기 랩터 무리가 이쪽으로 방향을 꺾었지? 분명히 뭔가 그들을 유인했던 요인이 있었을 텐데…….’

그 순간, 소울의 눈에 북쪽에서 달려오는 황소만한 멧돼지가 보였다.

‘혹시, 저놈 때문에?’

만약 자신의 생각이 맞는다면 정말 그는 억울할 것 같았다.

소울은 손에 쥐고 있는 대물저격총을 급히 들어 달려오는 황소만한 멧돼지의 이마를 조준했다.

퉁!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기자 달려오던 멧돼지가 그대로 쓰러지며 쭈욱 미끄러졌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스코프로 확인을 하는 순간, 멧돼지의 뒤쪽으로 다이어울프 세 마리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

그제야 소울은 대충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멧돼지와 멧돼지를 사냥하는 다이어울프 세 마리!

이놈들이 원흉일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퉁 퉁 퉁!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소울은 지체 없이 대물저격총을 다시 발사했다.

가급적이면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저놈들을 처리하는 것이 좋았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고 있어서 그가 대물저격총을 조준해서 발사하자 쏘는 대로 다이어울프 세 마리가 모두 명중해버렸다.

“예스!”

소울은 주먹을 치켜들며 기뻐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크게 숨을 들이켜야 했다.

예고했던 랩터들이 드디어 숲속에서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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