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74화 (174/492)

00174  제 44 장 - 공포의 랩터 웨이브  =========================================================================

남쪽으로 가서 살펴보자 구부러진 하천을 따라 리자드맨 전사들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리자드맨 주술사가 있는 지 확인한 소울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대물저격총을 벙커의 틈 사이에 거치하고는 저격을 시작했다.

퉁 퉁 퉁 퉁 퉁…….

E급의 리자드맨 전사들은 생체실드 중화탄이 아닌 일반 저격탄만으로도 충분히 저격이 가능했다.

소울은 탄창을 바꿔가며 신나게 리자드맨 전사들을 쏴 죽였다.

순식간에 열 마리가 죽어나가자 주변에 있던 리자드맨 전사들이 부챗살 모양으로 퍼져서 빠르게 도망가 버렸다.

“쳇!”

그는 할 수 없이 목표를 바꿔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리자드맨과 리자드맨 솔저를 닥치는 때로 쏴 죽였다.

얼마나 열심히 쐈는지 총구가 뜨끈뜨끈하게 될 때까지 쏘던 그는 탄창을 확인하는 순간 ‘아차’ 하고 자신의 무릎을 쳤다.

어느새 가지고 왔던 대물저격총의 탄약을 모조리 소비해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생체실드 중화탄은 10발들이 탄창 2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일반 저격탄은 더 이상 하나도 남지 않았다.

‘보급을 받아야하는데……. 혹시 유정아에게 연락하면 보급을 해줄까? 일단 전화나 해보자.’

소울은 본룸으로 들어가 스마트폰을 꺼내 유정아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나야.”

-거기 별 일 없어? 자기 있는 곳에 무슨 하얀 벙커 같은 것이 보인다.

“그거 내가 만든 거야.”

-그래? 난 또…….

유정아는 한반도 상공에 떠 있는 인공위성으로 이곳을 감시라도 하는지 본이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본벙커(Bone Bunker)’를 그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내가 뭘 좀 테스트 할 게 있어서 스마트무인기 한 대 사서 가지고 있거든……. 지금 그걸로 자기가 있는 지역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있는 중이야.

“그렇구나. 그런데 나 보급 좀 해줄 수 있어?”

-무슨 보급?

“대물저격총 탄약이 다 떨어졌어. 식량과 생수도 떨어지고…….”

-그래? 알았어. 내가 보급품 떨어뜨려줄게. 뭐가 필요한 지 까톡으로 리스트 보내봐!

“리스트 보내면 다 보내 줄 거야?”

-봐서, 보내줄 수 있으면 다 보내줄게.

“그럼, 차라리 보급보다 구출헬기 보내서 나 구해주면 안 돼?”

-수송헬기에 보급품 실어서 낙하산 달고 떨어뜨릴 거야. 수송헬기 고도 낮췄다가 몬스터에게 공격당해서 격추되면 자기가 책임질 거야? 내가 자기 구해주기 싫어서 이렇게 눈이 토끼처럼 시뻘겋게 변하는데도 손가락 빨면서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 줄 알아?

“흐음, 그래? 알았어. 보급이라도 해준다니 그게 어디냐. 내가 바로 까톡으로 리스터 보내줄게.”

-그래. 최대한 많이 보내 줄 테니까 원하는 것 다 적어줘. 그리고 힘내!

“알았어. 고마워!”

유정아의 말을 듣고 보니 어쩐지 그녀에게 큰 목숨의 빚이라도 지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꼼짝하지 않고 그냥 본룸에서 버티고 있으면 나중에 충분히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괜히 본룸에서 기어 나와서 이렇게 그녀를 번거롭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털어버리고 필요한 보급품 리스트를 만들어 유정아에게 까톡으로 보냈다.

그가 본룸에서 보급품 리스트를 만드는 그 사이에도 본벙커를 둘러싸고 리자드맨과 스켈레톤 부대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푸티나는 본룸 입구에 앉아서 싸우는 구경을 하다가 상황이 좀 어려워진다 싶으면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펼치거나 체인라이트닝 마법 비슷한 전격공격을 날려 리자드맨들을 대량으로 학살했다.

그렇지만 가장 바쁜 것은 역시 까망이었다.

까망이는 돌아다니면서 리자드맨들을 기습해서 죽이거나 이미 죽은 놈들의 몸에서 마석을 채취하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본벙커가 리자드맨들의 집요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것은 이렇든 까망이와 푸티나가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벙커에서 북쪽에 있는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를 감시 중이던 소울은 스마트폰이 진동하자 즉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금 가용할 수 있는 수송헬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스마트무인기에 달아서 보급품 나르는 중이야. 남쪽에서 접근중이니까 혹시 몬스터들이 공격하면 보호해줘!

“알았어.”

벙커 남쪽으로 가자 멀리서 작은 비행기 한 대가 접근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울이 있는 언덕 쪽으로 다가오면서 급격히 속도를 줄이더니 헬기처럼 수직으로 강하를 시도하고 있었다.

유정아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무인기가 뭔가 했더니 틸트로터 무인기였던 것이다.

“뭐야? 저거?”

-아! 자기 얼굴 보인다. 하얀 벙커 위에다 보급품 떨어뜨리면 되지?

“응, 그래.”

소울은 다가오는 틸트로터 무인기 아래쪽에 달려있는 상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푸티나, 하늘에서 보급품이 내려온다. 벙커 주변에 있는 리자드맨들을 모두 밖으로 밀어버려!]

[낑!]

푸티나는 소울의 명령을 받자마자 즉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사용했다.

“꾸잉!”

파지직! 펑!

벙커 서쪽에 달라붙어 있던 십여 마리의 리자드맨이 온몸에 스파크를 튀기며 뒤로 미끄러져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 바람에 언덕으로 올라오는 길 중간에서 대기하고 있던 리자드맨 다수가 같이 쓸려 굴러 내려갔다.

푸티나는 그 모습을 확인할 시간도 없이 즉시 동쪽으로 달려와 또 한 번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펼쳤다.

“꾸잉!”

파지직! 펑!

강력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가 벙커 동쪽에 달라붙어 공격을 하던 리자드맨들을 지져대며 뒤로 밀어냈다.

역시 언덕 길 중간에 대기 중인 다른 리자드맨들까지 모조리 끌고 내려가 미끄러져가는 모습이 보였다.

[까망이는 리자드맨 언덕길 못 올라오게 방해해! 본도 마찬가지야.]

[규!]

[깍!]

까망이가 언덕 서쪽 아래로 내려가 다시 기어 올라오는 리자드맨들의 발을 푹푹 쑤시고 다녔다. 그러자 3분의 1도 올라오지 못하고 다시 몇 마리가 데굴데굴 굴러서 아래로 떨어졌다.

본도 스켈레톤 궁병들을 활용해서 지속적으로 뼈 화살을 날려 언덕을 올라오는 것을 본격적으로 방해했다.

푸타타타타타…….

그 틈에 생각보다 큼직한 틸트로터 무인기가 벙커 바로 위까지 내려와 상자 하나를 떨어뜨리더니 곧바로 고도를 높여서 사라져갔다.

쿵!

묵직한 무게의 상자가 벙커 지붕 위에 안착하자 본은 손을 뻗어 잡아채는 몸짓을 했다. 벙커 지붕의 뼈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 틈을 만들어 내더니 상자가 아래로 툭 털어져 내렸다.

“오케이! 받았어.”

-응, 여기서도 보여. 100kg짜리 보급품 상자 하나를 들고 여기서 거기까지 20분 만에 날아갔네.

신사동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서 이곳 파주시 동장리 서쪽 하천 건너편 언덕까지는 52km 떨어져있다.

틸트로터 형 스마트무인기의 속도가 최고 500km/h 라서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0분 정도면 충분히 날아올 수 있는 거리다.

물론 보급품 100kg을 싣는다고 최고 속도는 낼 수 없었을 테니 이착륙 하는 시간까지 합쳐서 오는데 총 20분이 소요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되자 소울은 매일 보급을 받아볼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치솟았다.

“혹시 나 매일 하루에 한 번 보급 받을 수 있을까?”

-왜? 지금 보낸 보급품이면 일주일은 넘게 버틸 수 있을 텐데…….

“어려워?”

-뭐 꼭 어렵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그렇다면 매일 보급해줘! 랩터 웨이브도 곧 닥친다면서? 보급이야 많을수록 좋은 거 아냐?”

-흐음, 그건 그렇지. 알았어! 그렇게 할게. 뭐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하지만 내 스마트무인기 추락하면 네가 물어내야해. 알았지?

소울은 유정아의 투정 아닌 투정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보급을 해달라는 자신의 청을 거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

“나 때문이라면 당연히 내가 변상해야지. 그리고 랩터 웨이브는 지금 어디쯤 왔어?”

-황해북도 평산군을 지나고 있어. 평양에서 서울까지 대략 200km 정도니까 중간 쯤 온 거지. 앞으로 하루면 거길 지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욕심 부리거나 무리하지 말고 거기서 콕 처박혀있어. 알았지?

“그래.”

소울은 그녀의 걱정하는 말투에 뭐라고 감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생명줄인 보급도 해준다는 유정아가 무척 고맙게 느껴졌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일들을 모두 용서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매드 사이언스 필이 팍팍 나는 유정아는 아마 자신이 소울에게 뭘 잘못했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았다.

그는 유정아와 자신이 어떤 사이인지 잠깐 생각해봤다.

섹파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좀 그렇고 아마 우정 보다는 가깝고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2% 부족한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급품 상자를 본룸으로 가져가 열어봤다.

묵직한 12.7mm 대물저격총의 총알이 가득담긴 탄약통을 꺼내자 안에 생체실드 중화탄만 따로 담아놓은 지퍼 팩이 보였다.

물티슈 몇 개와 속옷이 나오자, 보급품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물품은 예상했던 대로 식량이었다.

유정아가 그래도 꽤 신경을 썼는지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지하 마트에서 파는 능력자용 최고급 전투식량이 가득했다. 또한, 2리터짜리 생수도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이거 다 좋은데 생수가 너무 많네. 매일 보급을 해주기로 했는데 이렇게 생수가 보급품의 무게를 다 차지해버리면 곤란한데……. 가만 굳이 내가 생수를 보급 받을 필요가 있나? 까망이가 물을 만들어 주면 되지 않나?’

운디네를 흡수한 까망이에게 생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없을 리가 없었다.

[까망아! 이리와 봐!]

[규!]

[너 혹시 내가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생수를 만들어줄 수 있니?]

[규!]

까망이는 그의 손바닥 위에서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깨끗한 생수가 아니라 운디네의 능력을 이용해 마나가 듬뿍 담긴 정화수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까망이었다.

소울은 전투배낭에서 빈 생수통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테스트를 한번 해보자.]

[규!]

까망이는 이 정도는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빈 생수통 주둥이에 올라가 굵은 가시 같은 것을 안으로 내밀었다. 그러더니 마치 수도꼭지처럼 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콸콸콸콸…….

그 모습에 소울은 절로 미소를 지었다.

생수통이 채워지자 소울은 어느새 가득 채워진 생수통을 들어 한 모금 물을 마셔봤다. 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맛있다. 무슨 물이 이렇게 맛있지? 까망아! 이거 무슨 약수야?]

[규! 규규! 정화수, 정화수다. 약수 보다 더 좋다.]

[오오오! 그래? 그럼 이런 물 하루에 얼마나 만들 수 있어. 저기 상자 안에 들어있는 생수 정도는 만들 수 있어?]

[규! 규규!]

까망이는 자신의 머리 위에 가시 같은 것을 우수수 펼쳐보였다.

모르긴 해도 절대 적은 양은 아닐 것 같았다.

‘나 하나 마시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군.’

그의 생각과는 달리 까망이는 옆에 하천이 흐르고 있는 곳에서는 거의 무한대로 정화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사막 같은 지형에서도 운디네의 능력을 발휘하여 지하수를 끌어 올릴 수도 있었고 공기 중의 물을 모아 정화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니 사실 까망이만 있으면 물 걱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소울은 대충 까망이의 능력을 짐작하고는 보급품에서 생수를 빼달라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신 대물저격총의 탄약을 더 받아 리자드맨 족장과 주술사, 리자드맨 엘리트와 전사들을 더욱 많이 잡을 생각을 했다.

그는 본이 만들어준 뼈로 된 의자에 앉아 역시 뼈로 된 책상 위에 탄약통을 올려놓고 총알을 꺼내 대물저격총의 탄창을 채우기 시작했다.

까망이도 책상 위에 올라와 소울이 탄창을 채우는 것을 도와줬다.

보급 덕분에 탄약이 넉넉해지자 소울은 왠지 든든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언덕의 북쪽에 있던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가 생각났다.

‘이 새끼들, 다 죽었어.’

소울은 벙커의 북쪽으로 가서 대물저격총을 거치했다.

탄창을 생체실드 중화탄이 들어 있는 것으로 교체한 그는 1500m나 떨어져 있는 리자드맨 주술사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스코프의 십자선에 리자드맨 주술사의 작은 대가리가 보이자 지체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퉁!

‘제기랄!’

하지만 이미 리자드맨 주술사는 자신의 몸에 주술력으로 실드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로 인해 탄환이 리자드맨 주술사의 머리 위로 살짝 틀어져 버렸다.

노란 불빛이 떠오르는 순간 눈치 빠른 리자드맨 주술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도망쳐버렸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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