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1 제 43 장 - 더블 웨이브 =========================================================================
소울은 급히 토굴로 뛰어 들어갔다. 푸티나가 급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까망이가 하늘 위로 올라가고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차례로 토굴로 들어와 입구를 틀어막았다.
창병의 방패 네 개가 토굴의 입구를 틀어막자 토굴 안은 금세 어둠에 휩싸였다.
“키드득!”
스켈레톤 메이지가 불안해하는 소울의 심정을 읽었는지, 살짝 마법지팡이를 들어 토굴 안쪽에 미약한 빛을 발하는 빛의 구를 띄워 놓았다.
“고맙다.”
소울은 스켈레톤 메이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스켈레톤 메이지는 소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마치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가만히 숨어 있으면 곧 리자드맨들이 지나가겠지.’
소울은 그렇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두 다리를 쭉 피고 땅바닥에 누워버렸다.
폭격으로 인해 이곳 토굴 안까지 지속적으로 미약한 진동이 전해지고 있었다.
한편, 국방부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화력을 집중시켜 평양과 개성에서 내려오는 랩터와 리자드맨 웨이브를 폭격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있는 7개의 필드는 이미 완벽하게 대 몬스터 장벽으로, 그것도 이중 장벽으로 막아 봉쇄되어 있었다.
그러니 랩터와 리자드맨이 쉽게 빠져 나갈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은 함흥 필드를 제외한 평양 필드와 개성 필드에 대 몬스터 장벽이 세워져 있지 않아 랩터 웨이브와 리자드맨 웨이브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랩터와 리자드맨은 무조건 남쪽으로 닥돌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이놈들이 남쪽에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여보세요?”
-살아있었구나?
“그럼 내가 살아있지 죽었겠어?”
-다행이다. 난 또…….
소울은 유정아의 다급한 목소리에 뭔가 가슴이 찌르르 하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설마, 에이, 아니겠지.’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작게 목소리를 낮췄다.
“메시지 봤어. 정아덕분에 재빠르게 동굴을 찾아 지금 숨어있어.”
-그렇구나. 너 거기 꼼짝 말고 숨어있어라. 절대 밖으로 나오면 안 돼! 지금 개성 필드에서 리자드맨 웨이브가 시작돼서 엄청난 숫자가 내려오고 있어. 거기에다 평양 필드에서 랩터 웨이브까지 겹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랩터 떼가 쏟아져 나와 서울을 향해 남하하고 있거든. 죽지 않으려면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말고 숨어있어. 내가 네 스마트폰 위치추적 해놓았으니까 변동사항 생기면 정보를 보내줄게.
“알았어. 그리고 고마워. 그런데 여기 폭격이 장난이 아니다. 효과는 좀 있어?”
소울은 진심으로 폭격이 효과가 있기를 바랐다.
-어느 정도는, 하지만 그게 근본적인 해결은 될 수 없잖아. 현재 능력개발청에서 각 필드의 대 몬스터 방벽을 지킬 최소한의 능력자를 제외한 모든 능력자를 서울 북쪽으로 소집하고 있어. 또한, 국방부는 휴전선에 있는 국군 장병들을 비롯하여 모든 병력을 서울 북부로 이동시키고 있는 중이야.
“서울 방어에 모든 것을 건 모양이군.”
-그렇지. 진즉에 북한으로 밀고 올라가서 평양 필드와 개성 필드에 대 몬스터 방어벽부터 세우라고 그렇게 능력자협회에서 조언을 했는데도 말을 쳐 안 듣더니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지.
“그렇구나. 그런데 나 여기서 얼마나 버텨야 하는 거야?”
-모르긴 해도 최소 사흘, 최대 일주일은 버텨야할 거야.
“일주일씩이나?”
-그것도 내 예상일뿐이야. 잘못하면 열흘이 걸릴지도 모르니까 미리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어.
“알았다.”
-그럼 살아서 보자.
“크윽, 그래 내가 꼭 살아서 너 밤잠 안 재우고 괴롭히고 말거다.”
-킥킥킥, 제발 살아나서 꼭 그렇게 해줘!
그의 말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전화를 끊는 유정아를 생각하자 소울은 반드시 살아나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에게 위기는 너무나도 빠르게 찾아왔다.
남하하던 리자드맨 하나가 돌연 가던 길을 가지 않고 언덕 위로 올라오더니 토성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토성 안으로 훌쩍 뛰어 들어와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그런 리자드맨의 행동에 소울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딜 가나 꼭 저런 새끼가 하나씩은 있다니까. 왜 가던 길 계속가지 않고 이리로 기어 들어오고 지랄이야.’
소울은 먼저 자신의 몸을 밖에서 보이지 않게 토굴 안 끝으로 숨겼다. 그리고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자신의 소환수가 있는 공간은 대충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소환수와 감각을 공유하는 것 같은 현상이었는데, 다른 소환계 능력자보다 소울은 이쪽으로 유난히 민감했다.
츄륵!
그러나 아무리 이쪽에서 노력을 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들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리자드맨은 기어코 토굴 안으로 들어와 통로를 따라 걸어오더니 황동색으로 빛나는 금속제로 만들어진 사각방패를 손가락으로 톡톡 쳐보며 귀를 기울였다.
토굴 밖이면 모를까 일단 안으로 들어오니 확실히 사람냄새를 맡았는지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했다.
리자드맨은 사각방패를 힘으로 밀어 붙이며 안으로 기어 들어오려고 용을 써댔다.
본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소울을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소울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본은 조용히 스켈레톤 창병들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가더니 스켈레톤 창병 하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스켈레톤 창병이 그의 뜻을 찰떡처럼 알아먹고 옆으로 사각방패를 치웠다.
츄르륵!
온몸으로 사각방패를 밀어대던 리자드맨은 스켈레톤 창병이 갑자기 사각방패를 옆으로 치우자 순간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졌다.
푹!
케엑!
본의 대검의 끝이 쓰러지는 리자드맨의 목을 향해 정확히 쑤시고 들어갔다.
목구멍이 뚫리고 목의 관상동맥까지 끊어져 피 분수가 일어난 리자드맨은 잠시 발버둥을 치더니 곧 축 늘어져 저승길로 가고 말았다.
하지만 이 리자드맨 한 마리의 죽음의 여파는 무척 컸다.
리자드맨이 죽으면서 흘린 피 냄새가 바람을 솔솔 타고 언덕을 통과하던 다른 리자드맨의 주의를 왕창 끌어버렸기 때문이다.
츄륵 츄르륵 츄르르륵!
사방에서 묘한 소리를 내며 리자드맨들이 언덕으로 올라왔다.
소울은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 충돌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싸워서 돌파해야 한다.
그렇지만 본은 그를 쳐다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깍!]
그러더니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너를 믿어보라는 거야?]
[깍!]
소울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본 너 한 번 믿어보마.]
[깍! 깍깍!]
본은 소울을 향해 자신 있는 몸짓을 보이며 토굴의 입구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스켈레톤 창병들이 한쪽으로 몸을 옮기며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스켈레톤 바이킹 하나가 그의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에 푸티나가 소울의 앞을 막아섰다.
소울은 그런 푸티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줬다.
챠락 챠락카락!
드디어 좁은 토굴에서 리자드맨과 스켈레톤 부대의 전투가 시작됐다.
창 차차창 창창창!
리자드맨 두 마리가 들어오더니 한쪽에 벽을 세운 사각방패를 마구 찔러댔다.
하지만 사각방패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단단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러자 리자드맨 하나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들어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스켈레톤 바이킹을 향해 창을 찔러 넣다.
스켈레톤 바이킹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몸을 옆으로 비트는 동작하나로 공격을 피하고는 창대를 확 잡아 당겼다.
츄락!
놀란 리자드맨은 창대를 따라 안으로 딸려 들어갔다.
순간 양쪽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켈레톤 궁병들이 리자드맨의 팔과 다리를 사방에서 움켜잡았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스켈레톤 바이킹이 리자드맨의 대가리를 메이스로 힘차게 후려쳤다.
퍽!
머리가 깨진 리자드맨이 쓰러지자 까망이가 마석이 없나 확인하고 곧바로 본이 해골바가지를 만들어 내더니 그대로 흡수해버렸다.
마치 아날로그시계 안의 태엽처럼 그들의 분업은 기가 막히게 착착 맞아 떨어졌다.
소울은 이들의 이런 모습에 긴장했던 마음이 저절로 풀어짐을 느꼈다.
한 가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리자드맨이 죽으면서 흘리는 피와 뇌수의 냄새뿐이었다.
퍽 털썩, 퍽 풀썩, 꽈드득 쿵, 퍽 털썩…….
아무리 리자드맨들이 많으면 무엇을 하겠는가?
토굴의 통로는 리자드맨 둘이 간신히 어깨를 맞대고 들어올까 말까 할 정도로 좁았고 그 통로조차 한쪽이 스켈레톤 창병의 사각방패에 의해 막혀있었다.
아무리 리자드맨 대군이 몰려들어도 결국 통로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하나, 둘에 불과했으니 도저히 이런 공간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덕분에 소울은 긴장이 탁 풀어져 푸티나의 몸을 베게 삼아 누워 잠을 잘 정도가 되었다.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토굴 안은 소울을 위한 자동 마석 추출공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리자드맨을 잡고 있자 리자드맨 진형에서도 변화가 왔다.
리자드맨들이 물러가고 리자드맨 솔저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리자드맨이나 리자드맨 솔저나 오십 보 백 보에 불과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이다.
리자드맨 솔저가 한참동안 안으로 들어가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이번에는 리자드맨 전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전투 방식에서 약간 변화가 생겼다.
리자드맨 전사의 힘이 워낙 좋아서 사각방패를 든 창병이 밖으로 끌려 나갈 뻔 한 것이다.
그러자 본은 즉각 스켈레톤 바이킹을 투입했다.
스켈레톤 창병들이 들고 있던 사각방패를 스켈레톤 바이킹이 들자 더 이상 리자드맨 전사들은 힘자랑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리자드맨 전사가 스켈레톤 바이킹의 손에 잡혀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안으로 잡혀온 리자드맨 전사는 사방에서 몸을 붙잡아오는 스켈레톤에 의해 꼼짝달싹도 못한 채 목이 뚫려 죽어버렸다.
푹 털썩, 푹 풀썩, 푹푹 쿵, 푸욱 털썩…….
이제 다시 처음같이 자동 마석 추출공장이 정상 가동됐다.
아니 지금까지는 F급 마석을 추출했는데 이제는 E급 마석을 추출하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 빨간 마석 노란 마석 마석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마석 담장위에 날아도 ♩
♭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마석공장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
소울은 그룹 거북이의 히트송인 ‘사계’의 가사를 자기 멋대로 바꿔서 부르며 흥얼거렸다.
이제 리자드맨들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더 이상 자신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은 것이다.
F급 몬스터는 열 마리를 잡으면 마석이 하나나 나올까 말까 했는데, E급 몬스터는 4~5마리 중 하나는 반드시 나왔다. 그리고 지금 이놈들은 차원의 균열에서 바로 나와서 그런지 모르지만 3~4마리 중 한 마리는 마석이 나오는 것 같았다.
E급 마석 하나의 기본 가격이 천만 원이니 지금 소울은 5분에 천만 원씩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토굴에서 꿀을 쪽쪽 빨고 있던 소울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보다 못한 리자드맨 족장이 리자드맨 전사 중에서도 엘리트를 투입시킨 것이다.
리자드맨 엘리트는 리자드맨 족장과 리자드맨 주술사와 같이 등급이 D급이었다.
리자드맨 전사들이 더 이상 토굴 안으로 들어오지 않자 꾸벅꾸벅 졸던 소울이 번쩍 눈을 뜨고 일어났다. 촉이 좋은 소울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다.
‘이게 무슨 느낌이지 저릿저릿한 것이 온몸에 소름이 돋네?’
소울은 고개를 살짝 내밀어 밖을 보고는 그 이유를 눈치 챘다.
온몸이 근육질로 덮인 리자드맨 엘리트가 두 눈에 살기를 줄줄 흘리며 입구를 꽉 채우면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잘못되면 한 방에 훅 가겠는데……. 어떻게 하지? 잠시 지켜보다 안 되겠다 싶으면 내가 나서야겠다.’
쾅쾅쾅쾅…….
리자드맨 엘리트는 한쪽 길을 막은 스켈레톤 바이킹이 들고 있는 사각방패를 주먹을 후려치며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본은 무슨 생각인지 그렇게 뒤로 밀리자 오히려 더 안쪽으로 들어오게 만들려고 하는지 계속 뒤로 물러났다.
소울은 그 모습에 안 되겠다 싶어 대물저격총을 들어 리자드맨 엘리트의 앞 이마를 조준했다.
[푸티나, 신호를 하면 저놈을 전기로 지져!]
[낑!]
소울의 발아래에서 몸을 숙이고 튀어나갈 준비를 끝낸 푸티나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는 지난번에 트롤을 잡았을 때처럼 리자드맨 엘리트를 잡으려는 마음을 먹었다.
“까득!”
순간 본이 그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스켈레톤 부대가 일제히 리자드맨 엘리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땅파기의 대가들답게 토굴 벽과 바닥 속을 파고 들어가 있던 그들이 본의 명령에 일제히 반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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