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0 제 43 장 - 더블 웨이브 =========================================================================
츄륵 츄르륵!
철썩!
툭 데구루루루…….
본의 황동색 대검이 맨 앞의 리자드맨 전사(warrior)의 목을 깨끗이 베고 지나가자 기세등등하던 리자드맨 전사들이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리자드맨 전사의 목이 땅에 떨어져 자신에게 굴러오자 소울은 한쪽 발을 위로 들더니 세차게 밟아버렸다.
파삭!
뼈와 물컹한 뇌의 소름끼치는 느낌이 전해졌지만 소울은 오히려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다 죽여 버려!”
그의 말이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됐다.
챠락 챠락카락!
10마리나 되는 E급 몬스터인 리자드맨 전사들이 곧바로 그들을 향해 쇄도해들었다.
하지만 이미 이쪽은 스켈레톤 창병 넷이 황동색으로 빛나는 금속제 사각방패로 단단한 벽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까득! 까드득!”
본의 입에서 짧은 소리가 차례로 나오자 스켈레톤 궁병의 화살이 날아가고 뒤이어 창병들의 창이 날아갔다.
핑 핑핑!
휙 휙휙휙!
타탕 탕 탕탕!
하지만 리자드맨 전사들이 괜히 E급 몬스터가 아닌지 그들은 날아오는 화살과 창을 들고 있는 시미터로 후려치거나 작은 원형 방패로 막았다.
전과는 달리 화살과 창에 맞아 쓰러진 리자드맨 전사들은 둘밖에 되지 않았다.
“키득키득!”
소울의 뒤쪽에서 묘하게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스켈레톤 메이지가 마법지팡이를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마법지팡이 끝에 붙어있는 동그란 구체에서 불길한 녹색의 광채가 쏟아져 나오더니 소울과 그의 소환수를 비롯한 스켈레톤 부대 전체로 퍼져 나갔다.
“올?”
소울은 스켈레톤 메이지가 만들어낸 녹색의 광채가 몸에 닿자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솟구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거 혹시 무슨 강화버프 같은 것 아냐?’
그의 짐작대로 스켈레톤 메이지의 마법지팡이 끝에서 시전 된 마법은 아군의 물리공격력을 10% 정도 강화시켜주는 버프가 맞았다.
이 한 번의 마법으로 인해 전체 아군의 물리공격력이 단숨에 10%가 올라가게 됐다.
이에 질세라 푸티나가 한 발 앞으로 나서더니 스켈레톤 창병들이 사각방패로 만들어놓은 벽에 부딪쳐오는 리자드맨 전사들을 향해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를 펼쳤다.
“꾸잉!”
파지직! 펑!
리자드맨 전사들은 스켈레톤 창병들이 들고 있는 사각방패에 부딪치기도 전에 온몸에 스파크를 튀기며 뒤로 날아갔다.
“까드드득!”
그 모습에 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가며 소리쳤다.
그러자 스켈레톤 부대가 일제히 앞으로 달려가며 돌격을 감행했다.
우두두두두…….
데구루루루!
돌격을 시작하자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역시 돌격에 특화된 스켈레톤 바이킹이었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큼지막한 메이스를 온몸으로 휘두르며 달려드는 그들의 박력에 리자드맨 전사들은 허겁지겁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하지만 스켈레톤 바이킹들은 그런 리자드맨 전사들을 그냥 놓아주지 않았다. 더욱 빠르게 달려들어 기어코 메이스로 그들의 대가리를 쳐서 박살내버렸다.
퍽 퍽!
리자드맨 전사 둘의 대가리가 수박 깨지듯 깨지며 쓰러지자 스켈레톤 바이킹 둘 사이를 푸티나가 굴러갔다.
자신의 몸을 공처럼 만들어서 순식간에 리자드맨 전사들 사이로 파고들자 다시 한 번 일렉트릭 쇼크웨이브가 펼쳐졌다.
“꾸잉!”
파지직! 펑!
리자드맨 전사들이 다시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 한 방의 공격으로 리자드맨 전사들의 운명은 결정 되었다.
까망이와 본 그리고 스켈레톤 부대가 우르르 몰려와서 창과 칼로 전격공격에 감전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는 리자드맨 전사들의 대가리와 심장을 푹푹 쑤시며 그대로 확인사살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다들 수고했어.]
[규!]
[낑!]
[깍!]
소울의 수고했다는 말에 그의 소환수들이 즐거워하며 전장의 뒷정리를 시작했다.
까망이는 마석을 찾아 수거했고, 푸티나는 리자드맨 전사들의 무기를 모았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리자드맨 전사 사체를 한쪽에 모아 놓았다.
그러고 나면 소울은 시체 하나에 위치추적기를 쑤셔 박고 전투헬멧으로 리자드맨 전사들을 잡았다는 증거를 녹화해놓았다.
그는 10마리나 되는 리자드맨 전사들의 시체를 보며 포상금 1억을 벌었다는 것을 깨닫고 기뻐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그때, 소울의 스마트폰이 마구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지?”
미소를 지으며 스마트폰을 쳐다보던 소울의 얼굴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었다.
“뭐야 이거? 갑자기 웬 몬스터 웨이브 경보야?”
소울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다.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에서 모든 능력자에게 보내는 긴급경보에는 한반도에 존재하는 10개의 몬스터 필드에서 지금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한, 이 메시지를 본 모든 능력자들은 해당 능력자협회 지부의 긴급소집령에 따르라고 나와 있었다.
곧바로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로 전화를 걸려던 소울은 유정아가 보낸 메시지가 있자 그것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평양 필드에서 랩터 웨이브가 일어나 남하(南下)중이고, 개성 필드에서 리자드맨 웨이브가 일어나 역시 남하중이라고? 그럼 목표가 서울인 건가? 좆 됐다.”
소울은 똥 씹은 표정을 하며 급히 지도를 펼쳤다.
개성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서울이다. 그리고 소울이 있는 곳은 정확히 그 길목이었다.
‘랩터야 뛰어오겠지만 리자드맨들은 강물을 타고 내려오겠지? 그렇다면 일단 이곳 동장리에서 벗어나 저 하천을 건너 서쪽으로 피해야겠구나.’
그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더 이상 몬스터 사체는 필요 없다. 빠르게 처리하고 가자.]
소울의 말에 까망이가 사체 하나로 들어가 뭔가를 흡수했다. 그러자 푸티나가 리자드맨 전사들의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 씹어 먹었다.
마지막으로 본이 리자드맨 전사들의 심장을 흡수하고 해골바가지로 만들더니 이내 뼈를 통째로 흡수해버렸다.
‘본이 E급 소환수로 등급이 올라서 그런가? 예전에 비해 뼈를 흡수하는 속도가 배는 더 빨라진 것 같네.’
소울은 그런 생각을 하며 까망이와 함께 하천을 향해 걸어갔다.
물가로 오자 까망이는 즉시 자신의 몸을 원판처럼 변형을 하더니 물 위에 둥둥 떴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원판 위로 올라탔다. 신기하게도 원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하천의 물 위를 살짝 떠서 그대로 하천을 가로질러갔다.
‘호오! 물 위를 걸었다는 그 누군가의 기적을 지금 내가 재현하고 있구나.’
소울은 물을 가로질러 건너는 즐거운 체험을 하며 땅에 내려섰다.
신발에 조금 물이 묻은 것을 제외하면 정말 너무나도 완벽한 도강작전이었다.
[수고했다. 까망아!]
[규!]
까망이를 손으로 불러들여 엄지손가락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까망이는 좋다고 재롱을 피웠다.
고개를 들어 건너편을 쳐다보자 푸티나가 너무도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며 건너오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자유형(=자유영)이었다. 개헤엄을 쳐서 올 줄 알았더니 새끼 곰도 자유형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 사실은 소환수이니 접영, 배영을 해도 하등에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다만 외모가 새끼 곰이라 소울도 무의식중에 그런 인식의 오류를 번하고 있을 뿐이었다.
푸티나보다 더 황당하게 물을 건너는 것은 본과 스켈레톤 부대였다.
이놈들은 아예 물속을 걸어서 건너오고 있었다.
하긴 인간처럼 숨을 쉴 필요가 없으니 이들이 물을 건너는 방법이 조금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효과적이었다.
다만 물살을 견디며 오느라 시간이 좀 지체되었을 뿐이었다.
‘휴우! 일단 위기는 넘긴 셈인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소울과 그의 소환수들이 일제히 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뭔가 강력한 마나의 유동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엄청난 기운은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빠르게 내려오는 것 같았다.
‘젠장, 여기가 안전지대는 아닌가보네.’
소울은 즉시 주변을 살펴봤다. 그러면서 그의 소환수들에게 명령했다.
[동굴이나 숨을 곳을 찾아라!]
[규!]
[낑!]
[깍!]
그의 명령에 소환수들이 일제히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다행히 까망이가 근처에 암석으로 이루어진 작은 언덕 중간에 토굴을 하나 발견하곤 소리쳤다.
[규! 규규!]
소울은 급히 그 토굴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토굴을 본 소울은 크게 실망했다.
굴이 작아도 너무 작아서 도저히 걸어서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신히 사람 한 명이 기어 들어갈 수 있는 구멍에다 소환수들은 도저히 같이 들어가기 힘들어보였다.
[이 굴 너무 작다. 크게 만들 수 없을까?]
[깍!]
그의 말에 본이 바로 앞으로 나섰다.
본이 손가락으로 토굴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자 스켈레톤 부대가 일제히 창칼과 방패를 내려놓고 토굴을 향해 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곧 토굴 안에서 엄청난 양의 흙덩이가 밖을 향해 토해지듯 쏟아져 나왔다.
‘우와! 이놈들 엄청나네. 탄광에서 굴만 파도 충분히 먹고 살겠네.’
그는 스켈레톤들의 굴 파는 스킬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가만, 이거 흙이 너무 많이 나오네. 이걸로 바닥을 단단히 다지고 저 앞쪽에 둥글게 토성처럼 쌓는 것이 좋겠다.]
[깍!]
[낑!]
이번에는 본만 나선 것이 아니라 푸티나까지 같이 나섰다.
본과 푸티나는 빠르게 흙더미를 옮겨 굴을 중심으로 일정공간에 토성을 쌓아 단단하게 굳히기 시작했다.
굴을 파던 스켈레톤 부대가 모두 밖으로 빠져 나오자 토성을 쌓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깍! 깍깍!]
[그래. 본과 너희들 수고했다.]
대충 허접하기 그지없는 토성이 쌓아지자 소울은 드디어 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걸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가 만들어졌고 몇 미터 안으로 들어가자 성인 세 사람이 두 다리를 쭉 뻗고 잘만한 공간이 나왔다.
소울은 자신의 소환수들이 만들어낸 이 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곳을 나의 첫 번째 비밀 아지트로 삼아야겠다. 앞으로 이 근처에서 몬스터 사냥을 하게 되면 이곳을 베이스로 삼는 것이 좋겠어.’
그는 전투배낭을 안에다 던져 놓고 대물저격총과 탄창이 든 탄약주머니만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편하게 토성 옆에 앉아서 주변을 살펴봤다.
대물저격총의 스코프를 이용해 건너온 하천 일대를 살펴보던 그는 방향을 북쪽으로 돌렸다.
뭔가 미약한 대지의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하천의 상류에서 뭔가 해일 같은 것이 빠르게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설마 저게 전부 리자드맨은 아니겠지?’
원래 설마가 사람 강간하는 세상이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는 업계의 오랜 전통과 같은 철칙은 오늘도 깨어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해일처럼 보일정도로 많은 리자드맨들이 수도 없이 하천의 물을 타고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뭔가 번쩍거리는 것이 보이더니 뭔가 빠르게 하천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커다란 폭발성이 터졌다.
쾅 꽈르릉!
하지만 그것은 뒤이어 시작된 엄청난 폭격의 시작에 불과했다.
쾅 콰콰콰쾅…….
꽈르릉 꽈르르르릉!
소울은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자신이 저곳에서 조금만 늦게 도망쳤다면 지금쯤 커다란 물기둥을 만들며 하늘로 피를 쏟으며 날아오르는 것은 리자드맨이 아니라 자신이 됐을 거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유정아가 보낸 메시지에 빠르게 반응하지 않았다면 오늘 난 피 떡이 되어 임진강 바닥에서 명년 이맘때 향 내음을 맡고 있었겠구나.’
그는 입을 다물고 침을 삼켰다.
쾅 콰콰콰쾅…….
꽈르릉 꽈르르르릉!
폭격은 쉬지 않고 계속됐다.
얼마나 지독한 폭격이었는지 하천의 물이 리자드맨의 피로 변해 말라버릴 정도였다.
그러나 리자드맨들의 남하는 끝도 없이 계속 되었다.
도대체 세상에 어디서 이렇게 많은 리자드맨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꾸역꾸역 물을 타고 흘러내려오는 이들을 보면 절로 머리가 쭈뼛하게 설 수 밖에 없었다.
‘자주포와 지대지 미사일의 합작에다 저렇게 전투기까지 몰려와서 폭격을 해대니 리자드맨들도 서울까지 가는 길이 쉽지는 않겠구나.’
하지만 이런 생각은 소울의 착각에 불과했다.
비록 폭격이 조금씩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개성 필드를 향해 가고 있었지만 리자드맨 족장들도 바보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라서 조금씩 병력을 분산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소울은 폭격이 점점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자신에게 피해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곧 다른 새로운 종류의 문제가 생겼다.
하천을 타고만 내려가던 리자드맨들이 어느 순간 숲을 통해 병력을 분산해서 남하를 시작하자 그가 숨어 있는 언덕 주변으로 수많은 리자드맨들이 걸어 내려왔던 것이다.
‘이런 개 같은……. 토굴로 들어가 숨도 쉬지 말고 숨어 있어야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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