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9 제 43 장 - 더블 웨이브 =========================================================================
“너하고 저놈하고 마석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저놈 너무 허접한 것 아니야? 왜 스켈레톤 신병을 받아도 저런 놈을 받았어?”
“까각! 까각!”
그게 아니라는 듯 본이 고개를 마구 흔들었지만 소울의 눈에는 헛짓거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발, F급 마석 하나에 백만 원이나 하는데…….’
소울은 주기 싫었지만 그렇다고 소환수가 강해지겠다고 하는데 안 줄 수도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결국은 주고야 말았다.
“자! 여기 있다.”
“깍! 깍!”
“뭐야? 더 달라고? 하이고…….”
F급 마석 두 개를 넘겨준 소울은 더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본을 죽일 듯이 쳐다보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죽일 듯이 노려본다고 이미 죽은 언데드인 스켈레톤 엘리트가 무서워할 리 없었다. 결국 소울은 한숨을 쉬면서 본에게 F급 마석을 10개나 빼앗기고 말았다.
“깍! 까악! 깍!”
본은 즉시 마석을 먹지 않고 자신의 스켈레톤 부대를 향해 소리부터 쳤다.
그러자 그들은 즉시 일렬로 줄을 서더니 소울을 향해 감사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크흠!”
그 모습에 소울은 마석을 주면서 떨리던 자신의 손을 기억해내고는 헛기침을 했다.
‘거 새끼, 사람 졸라 무안하게 만드네!’
소울은 속으로 본을 욕하며 지켜봤다.
본은 자신도 그들의 옆에 서서 소울에게 정중하게 머리를 한번 숙이더니 한 놈씩 대가리에 마석을 박아주었다.
대가리에 박힌 마석은 슬금슬금 저절로 움직이더니 스켈레톤의 이마 한가운데로 갔다. 마지막으로 본까지 자신의 이마에 마석을 때려 박자 그들은 다시 한 번 소울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인사는 됐고, 이제 끝난 거야?”
“까각!”
“아니라고? 그럼 뭐가 남았는데?”
“깍! 까아악! 까깍!”
“뭐? 또 달라고? 하아! 이거 미치겠네.”
소울은 마석을 10개나 가져간 놈이 다시 마석을 내놓으라고 하자 기가 막혔다.
“에이 내가 치사해서 그냥 두 개 더 준다.”
그는 F급 마석 2개를 본에게 넘겼다.
그런데 본은 F급 마석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엥? 뭐야? 왜 안 받아?”
“깍! 까아악! 까깍!”
“이 새끼, 나한테 뭘 달라고 그러는 거야?”
소울은 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까망이가 곧바로 그의 손바닥에 E급 마석을 두 개를 꺼내자 그제야 본이 뭘 원했던 것인지 알아챘다.
“너 설마 나한테 E급 마석 두 개를 달라고 했던 거였어?”
“깍!”
E급 마석이면 기본이 천만 원이다. 두 개면 2천만 원이라는 소리다.
소울은 과연 본에게 2천만 원을 줘야할지 잠시 고민을 해봤다.
결론은 소환수가 강해지는 것이 곧 자신이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미치겠군. 에라! 먹고 떨어져라.”
소울은 결국 떨리는 손으로 E급 마석을 두 개를 본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오늘 사냥은 완전히 공쳤네. 본에게 F급 마석 다 털리고 거기에다 가지고 있던 E급 마석까지 2개나 털렸으니……. 가만 E급 마석은 내 몫이 아니라 까망이 몫이었나? 그럼 크게 손해 본 것은 아니잖아?’
여전히 까망이 것이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울은 갑자기 꿀꿀했던 기분이 확 바뀌는 것을 느꼈다.
소울은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이래서 인간이 간사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E급 마석 두 개를 받은 본은 키가 작고 허접하게 생긴 스켈레톤에게 하나를 던져 주고는 나머지 하나를 즉시 자신의 입안으로 쏙 던져 넣었다.
화아악!
순간 녹색의 광채가 본의 두 눈에서 마구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스켈레톤 부대가 즉시 그의 몸 주변으로 바짝 달라붙더니 곧이어 그들의 눈에서도 녹색의 광망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은 키가 작고 허접하게 생긴 스켈레톤이었다.
이놈은 E급 마석을 받자마자 자신의 입속에 넣더니 오물오물 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몸 전체가 녹색의 광채로 물들었다.
본과 스켈레톤 부대는 마치 한 몸처럼 똘똘 뭉치더니 점차 밝은 녹색의 광채를 뿜어냈다. 종국에는 그들 전체가 마치 하나처럼 녹색의 광채를 주변에 찬란하게 뿌려댔다.
드드드드드드…….
순간, 대지에 기이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울은 놀라서 급히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신기한 광경에 눈을 빛내야했다.
대지가 마구 흔들리더니 흙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리자드맨들이 가지고 있던 창과 리자드맨 솔저들이 가지고 시미터가 스켈레톤에게 날아가 몸에 딱 붙어버렸다. 죽은 몬스터들이 흘린 피와 살점도 날아가 붙었다.
주변의 나뭇잎과 가지들도 날아가 붙더니 점점 그들의 모습을 가려갔다.
이윽고 엄청난 양의 흙이 그들을 향해 쏟아지더니 이내 완전히 흙에 파묻혀 버렸다.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가 서 있던 곳은 마치 묘처럼 하나의 커다란 봉분이 되어버렸다.
‘저게 다 뭔 짓이래? 설마 본이 질식해서 죽거나 하진 않겠지?’
자신의 생각이 쓸데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소울은 약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진동을 하고 있자 주변에서 몰려오던 몬스터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즉시 발길을 돌리며 멀어져갔다.
소울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라 평평한 바위 위에 앉아서 전투배낭을 열어 도시락과 생수를 꺼냈다.
집에서 나올 때 아침식사는 했지만 아직까지 점심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팠던 그는 허겁지겁 도시락을 까먹었다.
마나가 풍부한 자연 속에 들어와서 그런지 혼자 먹는 도시락도 맛이 참 좋았다.
도시락을 비우고 생수로 입을 헹구고 나자 소울은 껌을 하나 꺼내 씹으며 벌떡 일어났다.
‘굳이 내가 본을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지? 나중에 때가 되면 알아서 날 찾아오겠지. 아니면 내가 다시 소환을 해도 되고…….’
소울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하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쩍 쩌어억!
와르르르르…….
소울이 떠나려는 것을 본이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지 갑자기 본과 스켈레톤 부대를 뒤덮었던 봉분이 바짝 말라가더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쪼개지더니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가 걸어 나왔다.
“우와아! 너 본 맞아?”
“깍!”
소울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신 본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봤다.
새하얀 해골과 뼈로 만들어진 몸체에 칼만 하나 달랑 들고 있었던 본은 거의 탈태환골의 수준으로 변해있었다.
키가 소울과 비슷했던 본의 신장은 어느새 2m에 가깝게 커져 있었다.
그의 해골에는 황동색으로 빛나는 멋진 투구가 씌어 있었고, 몸에는 황동색으로 반짝이는 금속제 전신갑옷으로 덮여 있었다.
양손에는 역시 황동색으로 빛나는 칼과 방패가 하나씩 각각 쥐어져 있었고, 두 눈구덩이 속에는 예리하게 빛나는 녹색 광망이 눈동자처럼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놀라운 변화는 본 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그의 스켈레톤 부대도 마찬가지였다.
스켈레톤 부대원 전원이 황동색으로 빛나는 하프아머와 스커트처럼 생긴 금속제 치마를 몸에 걸치고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동그란 투구에 금속제 전투화를 신고 있었다.
팔목에는 금속제 토시, 발목에도 금속제 각반이 덮여 있었고, 금속제 창과 방패, 활과 화살통, 메이스, 글라디우스로 각각 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본과 스켈레톤 부대원보다 더욱 소울을 놀라게 한 것은 바로 키가 작고 허접하게 생긴 스켈레톤 한 마리였다.
이놈은 놀랍게도 다른 스켈레톤과는 달리 검은 색 로브 하나만을 자신 있게 뒤집어쓰고 있었다.
손에 황동색으로 빛나는 마법지팡이를 하나 들고 있었는데 마법지팡이 끝에 달린 야구공만한 금속제 공 같은 것에서 연신 불길한 녹색 광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설마 저거 말로만 듣던 스켈레톤 메이지는 아니겠지?”
“깍!”
“뭐? 맞는다고? 대박!”
소울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소리쳤다.
이건 뭔가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스켈레톤 엘리트가 지휘하는 열 마리의 완전무장한 스켈레톤 부대에다 마법을 쓰는 스켈레톤 메이지까지 끼어있는 조합이라니…….
‘이 정도면 F급이나 E급 몬스터는 그냥 막 씹어 먹고 다니겠네. 아니다. D급 몬스터도 잘못 걸리면 한 순간 훅 가는 건가?’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자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의 눈이 전부 녹색의 광망으로 번득이고 있었다.
그 말은 이놈들이 지금 F급에서 E급 소환수로 전부 승급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너희들 E급 소환수가 된 거냐?”
“깍! 깍깍!”
본이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소울의 생각은 그대로 적중했다.
‘본과 스켈레톤 메이지 그리고 스켈레톤 부대원이 모두 E급이라면……. 잘하면 C급 몬스터도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거 어디 가서 한 번 시험을 해봤으면 좋겠는데…….’
그의 생각이 맞는다면 소울은 앞으로 굳이 F급, E급 몬스터만 사냥을 다닐 필요가 없다. 바로 D급, C급 몬스터를 사냥하러 다녀도 충분할 것이다.
그는 몸을 부르르 한번 떨며 주먹을 꼭 쥐더니 바로 이동을 지시했다.
[모두 하천을 따라 북상한다. 출발!]
척척척척…….
소울의 오른쪽으로 본과 스켈레톤 부대가 오와 열을 딱딱 맞춰 행군을 시작했다.
그 모습에 소울은 절로 입이 딱 벌어졌다.
그러다 얼른 앞으로 달려가 그들의 옆에 서자 왼쪽으로 푸티나가 그의 걷는 발걸음에 속도를 맞췄다.
까망이가 허공으로 떠올라 주변을 살피자 그의 뒤로 메이지가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발소리도 없이 따라왔다.
‘E급 마석 두 개에 F급 마석 10개를 투자해서 이 정도 소환수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대박친 거다. 이제 일대의 몬스터들은 다 죽었어!’
소울은 그렇게 희희낙락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북상했다.
기세만 보면 몬스터 레어를 제외한 주변 일대의 몬스터는 이미 다 그의 손에 죽을 듯 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감과 기쁨에 넘쳐 엔돌핀과 도파민을 신나게 뿜어내고 있을 때, 북쪽 하늘에서 거대한 먹구름이 물결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 * * * *
능력개발청 몬스터 웨이브 위성정찰국.
“김 대리님?”
“응”
“이거 이상한데요?”
“뭐가?”
“고장 났나 봐요. 감시 대상들이 자꾸 새까매지는데요?”
김 대리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의 말에 한 숨을 쉬면서 보고 있던 야동을 잠시 멈췄다.
“이번에는 또 뭐가지고 그러는지 한번 보자.”
“여기보세요. 한반도 위에 10곳에서 검은 점이 생겼어요.”
“헉! 야! 이 새끼야, 이건 몬스터 웨이브 파장이잖아. 너 교육 안 받고 들어왔어?”
“네? 이게 그거에요?”
어리바리한 신입사원을 날카롭게 한번 쳐다본 그는 즉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미친놈처럼 키보드를 치며 뭔가를 조작했다.
“세계 능력자협회 회장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이미 경고를 했는데 정말 일어나는 건가?”
김 대리는 왠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SAR이 먹통이면 광학카메라로 확인해봐야지.”
한반도 상공, 고도 550km 여명궤도(태양동기궤도)를 돌고 있는 다목적위성에 접속한 김 대리는 합성개구레이더(SAR)가 한반도에 있는 10개의 차원의 균열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기운에 의해 먹통이 되어 버리자 즉시 광학관측을 시작했다.
“너 뭐하고 있어? 어서 개성과 평양의 필드를 살펴보지 않고?”
“네? 아! 네.”
신입사원 오동추는 김 대리의 말에 놀라서 서둘러 광학관측 모드로 화면을 바꾸고 일단 개성에 있는 차원의 균열을 살펴봤다.
“지금 어디 보고 있어?”
“개성 필드 보고 있습니다.”
“그럼 난 평양 필드 볼게. 이거 졸라 불안하네.”
김 대리는 연신 다리 한쪽을 덜덜 떨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
“으헥!”
“아! 시발!”
두 사람이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랩터 웨이브 맞네.”
“리자드 웨이브네요.”
“뭐야?”
김 대리는 오동추의 말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그의 모니터를 살펴봤다.
“이런, 좆 됐다. 몬스터 웨이브도 그냥 몬스터 웨이브가 아니네. 더블 웨이브야! 너 빨리 가서 과장님 불러와! 아니다. 국장님께 바로 전화부터 때려!”
“네.”
김 대리는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커다란 붉은 색 버튼을 꾹 눌렀다.
에에에에엥 에에에에엥…….
곧바로 붉은 색 경광등이 켜지며 사이렌 소리가 건물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김 대리는 이곳이 금연 공간인데도 불구하고 담배 한가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는 당분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담배 한 대 필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며 느긋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곧 그의 짐작대로 끝도 없는 전화 벨 소리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 * * *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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