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8 제 42 장 - 리자드맨 =========================================================================
푸티나가 리자드맨 솔저가 들고 있던 다섯 자루의 시미터를 내밀자 소울은 잠시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리자드맨 솔저 다섯 마리를 잡은 것을 보고하면 사체 하나 당 천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까망이가 마석 하나를 건졌다고 알려왔으니 백만 원에다 F급 몬스터의 사체 가격이 10만원부터니 최소한 50만원은 더 벌 수 있었다.
합치면 5150만원이 되는데 그에게 남은 것은 달랑 백만 원짜리 마석 하나였다.
‘돈을 먼저 벌어야하나? 아니면 본의 능력부터 극대화시켜 줘야하나? 이게 문제로군.’
그는 가만히 생각을 해보더니 두 마리 토끼를 다잡기로 했다.
F급 리자드맨을 잡으면 사체 위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놓고, 다른 종류의 몬스터나 E급 몬스터를 잡으면 본에게 흡수하도록 허락하기로 했다.
[다들 잘했다. 다시 출발하자.]
[규!]
[낑!]
[깍!]
소울은 푸티나를 앞세워 하천과 숲의 중간지점을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본은 자신의 스켈레톤 부대를 이끌고 숲을 거닐며 눈에 보이는 몬스터를 닥치는 대로 사냥하기로 했다.
[본, 리자드맨은 앞으로 흡수하지마라. 대신 다른 몬스터는 괜찮아. 알았지?]
[깍!]
소울은 본의 어깨를 한번 툭 쳐준 후 숲을 나와 하천과 숲 사이를 걸어 느긋하게 걸어갔다.
주변에는 다른 능력자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이곳에는 오직 소울과 푸티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규! 또 왔다.]
[오케이, 모두 전투 준비. 본은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
까망이의 보고에 소울은 다른 소환수들에게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앞에서 그를 향해 달려오는 몬스터들을 살펴보니 리자드맨 다섯 마리와 리자드맨 솔저 다섯 마리였다.
열 마리나 되는 리자드맨 무리를 보자 소울은 은근히 겁이 났다.
‘참, 내가 굳이 여기서 싸울 필요가 없지. 숲으로 끌고 들어가자.’
그는 즉시 푸티나를 데리고 후퇴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리자드맨 무리는 더욱 기세가 살아서 신나게 쫓아왔다.
도도도도도…….
다다다다다…….
주인을 닮아서 그런지 푸티나의 도망치는 속도는 장난이 아니었다. 소울은 푸티나에 뒤지지 않는 속도를 내며 날듯 달려갔다.
푸티나와 소울이 숲속으로 들어오자 본은 이미 적을 맞이할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스켈레톤 창병 셋이 사각방패를 들어 전면에 서고, 뒤쪽으로 스켈레톤 궁병 셋이 뼈로 만들어진 커다란 활에 뼈 화살을 걸고 팽팽히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그들의 오른편에 스켈레톤 바이킹이 커다란 메이스(철퇴)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고 왼편에는 본이 날카로운 대검을 들고 서 있었다.
챠락 챠락카락!
소울과 푸티나가 그들의 옆을 돌아 뒤에 서자 곧바로 리자드맨 무리가 들이닥쳤다.
“까득!”
본이 짧고 강한 소리를 내자 먼저 스켈레톤 궁병들이 일제히 뼈 화살을 날렸다.
핑 핑핑!
쿵 꽈당 풀썩!
세 대의 뼈 화살이 바람을 가르고 빠르게 날아가자 정면에서 달려오던 리자드맨 세 마리가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꼬꾸라졌다.
“나이스 샷!”
소울이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자 왠지 스켈레톤 궁병들의 하얀 어깨뼈가 더욱 위로 올라가는 것 같았다.
“까드득!”
또 다시 본이 짧게 소리치자 이번에는 창병 셋이 자신이 들고 있는 창을 동시에 앞으로 던져 버렸다.
휙 휙휙!
우당탕 쿵 탕!
또다시 리자드맨 두 마리와 리자드맨 솔저 한 마리가 땅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그 사이 리자드맨 솔저 셋이 눈에 불을 켜고 정면으로 스켈레톤 창병의 사각방패에 부딪쳐 왔다.
쿵 쿠쿵!
스켈레톤 창병 셋은 힘껏 앞으로 사각방패를 밀어 그들의 전진을 막았다.
그러자 곧바로 옆에 있던 스켈레톤 바이킹과 본이 달려들어 그들의 옆을 공격했다.
퍽! 서걱!
스켈레톤 바이킹이 휘두른 메이스에 맞은 리자드맨 솔저의 머리통이 반이나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본의 칼에 심장이 뚫린 나머지 리자드맨 솔저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뒤로 넘어갔다.
놀란 나머지 리자드맨 솔저 두 마리가 급히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어느새 사각방패를 앞으로 밀면서 나오는 창병들의 손에 들린 글라디우스가 그들의 뱃속을 쑤시고 들어왔다.
푹 푸욱!
소울은 리자드맨 다섯 마리, 리자드맨 솔저 다섯 마리, 총 열 마리가 순식간에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에 썰리는 것을 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이런 미친, 이건 아무리 봐도 F급 소환수의 능력이 아닌데……. 리자드맨 열 마리를 도대체 몇 초 만에 쓸어버린 거야?’
자신의 소환수이긴 하지만 게임으로 말하면 캐릭터의 밸런스를 붕괴하는 버그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투는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
소울은 자신이 한 짓이 결국 풀링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주객이 전도된 이런 사냥방식에 대해 깊은 회의를 느꼈다.
‘내가 주인인데……. 소환수를 위해 소환사가 풀링을 하는 법은 없는데……. 가만 풀링?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굳이 풀링을 할 필요가 없잖아. 푸티나가 있는데.’
그때 소울의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개미지옥!’
바로 그것이었다.
소울은 일단 리자드맨 무리의 사체를 하천 쪽으로 옮긴 후 시체 하나에 위치추적기를 달아놓고는 버튼을 눌렀다.
이제 능력개발청에서 몬스터 사체처리반이 와서 알아서 실어 갈 것이다.
10마리면 일단 1억은 벌게 된 것이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전투헬멧의 녹화기능을 이용해 잘 기록해놓았다.
다시 하천을 따라 북상하면서 주변의 지형을 잘 살펴봤다.
숲이 우거지고 바위가 많고 약간 높은 지형에 자신들이 숨어 있다가 기습이 용의한 지역을 찾아봤다.
물론 이번에는 하천과 숲 사이를 걸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아까 본이 한 것처럼 하천을 옆에 두고 숲 속을 가로지른 것이다.
“저기다.”
숲 가운데에 제법 넓은 공터가 보였다. 한쪽에는 약간 높은 언덕이 보였고 그 언덕은 커다란 바위가 수풀이 무성했다. 지도를 보니 도라산역에서 서쪽으로 3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다.
[푸티나, 가서 근처의 몬스터를 유인해 오도록 해.]
[낑!]
푸티나는 곧바로 하천을 향해 달려갔다. 그의 코에 리자드맨의 냄새가 포착된 것이다.
그 사이 소울은 본에게 은신을 하도록 지시했다.
[본, 숨어 있다가 몬스터들이 오면 기습을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저 수풀이 우거진 나무 사이로 가서 숨도록 해!]
[까득!]
그런데 본은 고개를 강하게 가로저었다.
소울은 ‘이게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본을 쳐다봤다.
순간, 놀랍게도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는 마치 물이 땅속으로 스미듯 땅속으로 스르르 파고 들어갔다.
‘아! 이런 미친, 스켈레톤은 이런 식으로 은신이 가능했구나.’
소울은 잠시 본의 충성심을 의심했던 것을 반성했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은 본의 능력에 대해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은신을 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아닌 자신이었다.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땅속으로 완벽하게 숨어버렸기 때문이다.
츄륵 츄르륵!
물이 있는 방향에서 리자드맨들이 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울은 얼른 커다란 바위 뒤로 몸을 숨기고는 머리를 살짝 빼서 공터를 쳐다봤다.
까망이가 몸을 숨기고 공터로 다가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도도도도도!
곧이어 푸티나가 너무 무섭다는 연기를 하며 공터로 들어오자 리자드맨 솔저 여섯 마리가 푸티나를 포위하듯 다가왔다.
푸티나는 정말 불쌍한 표정을 하며 오들오들 떨더니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소울은 푸티나의 저 실감나는 가증스런 연기에 혀를 내둘렀다.
소환수 아카데미상이 있다면 푸티나는 단연 대상에 해당할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츄륵 츄르륵!
리자드맨 솔저들은 새끼 곰을 잡아먹을 생각에 회가 동했는지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며 공터의 중앙으로 들어섰다.
[지금이다. 총공격!]
소울의 명령이 떨어지자 까망이는 일단 제일 바깥에 있는 놈의 발목을 사정없이 찔러버렸다. 동시에 땅바닥 속에서 날카로운 창과 검이 솟구치더니 리자드맨 솔저들의 발을 찌르거나 잘라버렸다.
쿠아악 쿠악 케엑
리자드맨 솔저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아킬레스건이 잘리고 발바닥이 관통된 리자드맨 솔저들이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제야 푸티나가 본색을 드러냈다.
푸티나는 싸늘한 눈빛을 하고는 번개같이 달려들어 쓰러진 리자드맨 솔저들의 목을 발로 콱콱 밟아 부러뜨리고 대가리를 후려쳐서 부셔버렸다.
우두둑 우두두둑!
퍽퍽 퍼억 퍽!
전투는 순식간에 싱겁게 끝나버렸다.
[잘했어. 푸티나! 가서 풀링 해! 나머지는 다시 은신한다.]
[낑!]
[깍!]
[규!]
[까망아, 넌 뭐가 규! 야? 놀지 말고 어서 마석 채취해야지.]
[규!]
까망이는 어차피 몸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은신할 것도 없는 소환수다.
소울은 까망이에게 마석을 채취하게 하면서 알뜰하게 시간을 보내며 주변을 살펴봤다.
‘이렇게 피 냄새를 풀풀 피우면 몬스터가 꾀지 않을 수가 없겠지.’
소울은 이런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환수들의 능력이 크게 늘자 점점 간덩이가 부어 크게 한 탕 해먹을 생각을 했다.
문제는 얼마나 해먹고 빠지느냐가 관건이었다.
피 냄새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몬스터들이 더욱 많이 꼬일 것이다.
그리고 중급이나 상급의 몬스터들도 하나씩 나올 공산이 컸다.
소울은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중형 몬스터가 나오면 바로 튀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늘은 이렇게 즉석에서 개미지옥을 만들었지만 나중에는 철저히 준비해서 일대를 확실하게 쓸어버려야겠다. 그렇게 제대로 한 탕만 해도 몇 십억은 벌 수 있을 거야.’
과연 그의 예상대로 리자드맨부터 고블린, 오크까지 몬스터들이 마구 꼬이기 시작했다.
푸티나가 두 번 정도 풀링을 한 이후에는 굳이 풀링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주변의 몬스터들이 빠르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죽은 몬스터의 시체를 뜯어 먹으려는 것이다.
소울은 그 모습을 보면서 까망이를 시켜 부지런히 마석을 채취하게 하고 본에게도 리자드맨이 아닌 고블린이나 오크 등 기타 몬스터들은 틈틈이 해골바가지로 만들고 뼈와 심장을 흡수하도록 했다.
소울은 푸티나를 자신의 바로 옆에 앉혔다.
이제는 가만히 앉아서 땅속의 스켈레톤 부대가 기습을 하는 것만 봐도 충분했다.
마무리는 까망이가 지으면 되니 푸티나는 보고 있다가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먹고 싶은 부위가 있으면 가서 뽑거나 잘라 와서 간식 먹듯이 먹어치우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3시간이 흘렀다.
‘이제 슬슬 돌아갈 때가 됐나?’
공터를 보니 이미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본으로 인해 사라진 사체를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였다.
여기에 이 정도도 몬스터가 많을 것을 보니 개성 북쪽에 있는 몬스터 레어에는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본은 그동안 부지런히 몬스터의 뼈와 심장을 흡수하여 스켈레톤 신병을 만들고 업그레이드를 진행시켰다.
그래서 이제 본의 스켈레톤 부대는 스켈레톤 창병 넷, 스켈레톤 궁병 셋, 스켈레톤 바이킹 둘 그리고 키가 작고 허접하게 생긴 정체불명의 스켈레톤 하나 까지 합쳐 총 열 마리가 됐다.
본은 스켈레톤 부대가 총 열 마리가 되자 그 뒤로는 더 이상 새로운 스켈레톤 신병을 일으키지 않았다.
아마도 이게 본의 한계가 아닌가 싶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본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개미지옥도 없앨 수 있겠구나.’
몬스터 시체가 사라지면 결국 개미지옥도 사라지게 된다.
그것을 깨닫자 소울은 F급 몬스터만 주구장창 나오는 이곳보다 조금 더 북상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결국 그는 마음을 정했다.
[본, 나와서 모든 몬스터의 사체를 흡수하도록 해.]
[깍! 깍깍!]
드드드드…….
묘한 소리를 내며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가 땅속에서 솟구쳐 나왔다.
뼈에 잔뜩 흙이 묻었지만 본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서둘러 수십 마리나 되는 몬스터의 사체를 갈라 심장을 흡수하고 해골바가지를 만들어 흡수하는데 전력을 쏟았다.
그 덕에 소울과 푸티나가 오히려 주변에서 몰려드는 몬스터를 상대해야했다.
소울만 해도 F급 강화계 능력자에 맞먹는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대물저격총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있었다. 까망이와 푸티나가 F급 몬스터를 가볍게 처리하며 옆에서 돕자 오히려 아까보다도 훨씬 빠르게 주변이 정리가 됐다.
어느새 주변의 몬스터 사체를 깡그리 흡수해버린 욕심 많은 본은 소울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뭐?”
“깍! 까아악! 까깍!”
“뭘 달라는 거야?”
소울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본을 쳐다봤다.
그러자 까망이가 그의 손바닥 위로 올라오더니 마석을 탁 뱉었다.
“뭐야? 설마 마석을 달라는 소리야?”
“깍!”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네가 왜 마석이 필요해?”
“깍! 까아악! 까깍!”
본은 마석을 집어 먹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자신과 허접하게 생긴 작은 스켈레톤을 가리켰다.
============================ 작품 후기 ============================
*** [S O U L N E T]이 [혈(血)크 - 천년전쟁]에 이어 [제3회 노블레스 77 Festival] 1등에 당선됐습니다. 독자님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더욱 더 재미있는 연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쿠폰, 후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