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7 제 42 장 - 리자드맨 =========================================================================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 방금 도착했는데……. 오빠야 말로 벌써 도착했어?”
“나 능력자잖아.”
“휴우, 능력자가 좋긴 좋구나. 차로 달려온 거리를 그새 뛰어온 것을 보면…….”
소현은 부럽다는 표정으로 그의 옆자리에 탔다.
푸티나는 그 모습에 슬쩍 소울의 눈치를 보더니 뒷좌석에 탔다.
소현이가 푸티나를 발견하자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푸티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만지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주인의 여동생인 소현이 만지는 것은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난 지금 파주로 가야하는데 너는 어디로 가니?”
“나는 친구 만나러 시내로 나갈 거야. 가까운 지하철역에다 내려줘!”
“그래 알았다. 너무 늦게 다니지 말고 일찍 집에 들어가라.”
“알았어. 오빠!”
소울은 새 차 냄새를 맡으면서 기분 좋게 도로를 질주했다.
지하철역이 나오자 그는 소현을 내려주고는 다시 빠르게 파주를 향해 달렸다.
‘가만 108명의 명단을 확보했다는 소리는 국내에 있는 소환계 능력자의 숫자를 말하는 거겠지? 국내에 능력자가 10만 명이나 되는데 소환계 능력자의 숫자는 겨우 0.1% 밖에 되지 않는구나. 그중에서 1차 접촉 대상자인 F급 소환계 능력자는 81명이라는 말이네.’
그는 정일용이 보낸 메시지를 뒤늦게 다시 기억해내고는 너무 숫자가 적다는 것에 조금 실망했다.
결국 소환길드를 제대로 키우려면 외국의 소환계 능력자를 영입하고 다른 계열의 능력자도 길드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됐다.
‘일단 서울에서 20명을 길드원으로 스카우트 한다고 했으니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자.’
어차피 이들은 소환길드의 길드원으로 들어와서 소환수를 소환해야만 진정한 자신의 길드원이 될 것이다.
일단 정일용이 이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고 제대로 된 계약(계약이라고 쓰고 노예계약으로 읽는다.)을 해서 데려오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울은 자신이 벌이고 있는 이 일이 앞으로 얼마나 엄청난 태풍을 몰고 오게 될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여보세요? 문산읍에 도착했는데요. 어디로 가면 되죠?”
-네, 통일로 타고 계속 올라오시다가 문산읍 사무소 지나서 자유 초등학교 앞으로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소울은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약속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
도착해보니 이미 자유 초등학교 앞은 수백 명의 능력자들이 모여 있었다.
어디서 돈 냄새를 맡았는지 다들 한 건 제대로 하겠다는 표정들이었다.
소울이 차를 주차하고 트렁크에서 장비를 꺼내 무장을 하고 걸어가자 몇몇 능력자들이 소울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능력개발청에서 나온 젊은 직원을 향해 걸어갔다.
“리자드맨 추적 의뢰 때문에 왔습니다.”
“네, 여기에다 능력자 등록증 찍어주세요.”
역시 공무원답게 사무적인 태도로 그를 상대했다.
소울은 오히려 그게 편하다고 생각하고 그가 넘겨주는 의뢰등록증과 지도 그리고 위치추적기를 받아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이거 지도를 보니 딱 초평도에 있겠군.’
초평도는 파주시 장산리에서 북쪽으로 임진강을 보면 맞은 편 강 사이에 있는 외떨어진 섬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고 강물이 자연스럽게 경계를 해주니 어디서 기어왔는지 모를 리자드맨들이 서식하기에는 딱 좋은 지형이었다.
소울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미 자신이 의뢰를 맡기도 전에 리자드맨의 군락지가 어딘지 밝혀진 상태였다.
하긴 하늘에 무인기를 쫙 깔아놓고 그렇게 수색을 해대는데 그걸 못 찾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10억은 그냥 날아갔네.’
그는 깨끗이 마음을 비우고 리자드맨이 잘 나올만한 곳을 살펴봤다.
많은 능력자들이 초평도와 임진강 상류로 가는 버스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들 딴에는 그쪽으로 가서 리자드맨 몰이사냥이라도 할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울은 오히려 임진강 하류 쪽으로 내려가다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장단면을 주목했다.
‘개성 북쪽이 몬스터 레어화 됐다고 했으니 이쪽으로 가야 뭐라도 있겠지. 깊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자신이 가려고 하는 장단면에 가는 능력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가 탄 버스는 통일로를 타고 올라가 임진강을 건넜다. 군내면에서 주유소를 잠깐 들렸다 곧바로 장단면으로 내려갔다.
소울이 푸티나를 데리고 버스에서 내리자 몇몇 능력자들이 푸티나를 알아봤는지 그에게 서둘러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푸티나를 데리고 서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그 모습에 다른 능력자들은 혀끝을 차면서 몸을 돌려야했다.
‘귀찮게 왜 내가 너희들과 함께 다니겠니? 리자드맨 잡으러온 것을 보면 나나 너희나 거기서 거기일 텐데……. 차라리 혼자 다니는 것이 빠르고 안전하지.’
소울은 지도를 보면서 일단 장단면의 서쪽에 있는 정동리 왼편에 있는 하천을 향해 걸어갔다.
임진강으로 내려오는 하천을 거꾸로 북상해서 개성을 향해 걸어가면서 리자드맨이나 몬스터를 모두 잡을 생각을 하는 것이다.
소울이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하천을 타고 개성을 향해 올라가는 것은 물의 최하급 정령인 운디네를 흡수한 까망이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푸티나가 탱커로 그를 보호하고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도 언제든지 소환할 수 있었다.
그가 생각할 때 진짜 죽으려고 미친 지랄만 해대지 않으면 어지간한 F급, E급 몬스터가 떼로 몰려와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최악의 경우 자신의 몸 하나 빼내 도망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저놈의 무인기들이 문제네.’
하늘에 촘촘히 깔린 무인기들로 인해 소울은 당장 본과 그의 스켈레톤 부대를 꺼내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천에서 조금만 들어가도 밀림에 가까운 숲이 나오니 하천을 따라 숲으로 걸어가면 무인기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소울은 숲과 하천의 중간지점을 택해 걸어갔다.
푸티나가 전방 20m 앞에서 선발대 역할을 하고 있었고 까망이도 그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본만 그의 어깨의 고리에 걸린 채로 언제나 자신을 불러줄까 하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규! 리자드맨 온다.]
[그래? 모두 전투준비!]
소울은 전투헬멧의 선바이저를 내리고 대물저격총을 손에 들었다.
F급, E급의 리자드맨 중에는 생체실드를 사용하는 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마 대물저격총의 파괴력이면 쉽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는 오크샤먼의 액세서리 중 목걸이를 손으로 잡고 주술의 진언을 읊었다.
“פעילה רוח חומת(실드 활성화)!”
그러자 그의 목에 찬 오크샤먼의 목걸이에서 노란 광채가 나오더니 그의 몸을 부드럽게 덮어가기 시작했다.
E급 전투슈트를 걸친 소울의 몸에 주술력으로 만든 실드가 쳐지자 자연스럽게 방어력이 올라갔다.
다만 이 노란 광채는 사람과 몬스터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령이나 악령 계열, 서큐버스 같은 몽마 계열의 몬스터는 아마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츄륵 츄르륵!
리자드맨은 강물 속에 숨어 있다가 소울이 근처로 다가오자 하나, 둘씩 나타나더니 모두 다섯 마리가 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 초승달처럼 휜 곡도(曲刀)가 보였다. 시미터(샴쉬르)였다.
‘어? 일반 리자드맨이 아니네? 시미터를 들었다면 리자드맨 솔저인가?’
그는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봤다. 확실히 일반 리자드맨보다 전투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리자드맨 솔저가 분명한 것 같았다. 물론 그래봐야 F급 몬스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는 정도였다.
그 사이 다섯 마리의 리자드맨 솔저들은 느긋하게 다가와 소울을 포위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울은 그렇게 가만히 당해줄 생각이 없었다.
[푸티나, 천천히 뒤로 물러선다.]
[낑!]
[까망이는 리자드맨 솔저의 다리를 공격해서 기동력을 뺏는다.]
[규!]
[본은 조금만 더 기다려!]
[깍!]
소울은 소환수들에게 각각 명령을 내리고 나자 즉시 들고 있는 대물저격총을 제일 왼쪽에 있는 리자드맨 솔저를 향해 조준했다.
‘아디오스!’
퉁!
팍!
맨 왼쪽에 있는 리자드맨 솔저의 머리통이 수박 깨지듯 그대로 터져 나갔다.
그 엄청난 화력에 놀란 리자드맨 솔저들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리자드맨 솔저들의 실수였다.
퉁!
팍!
또다시 그 옆의 리자드맨 솔저의 머리통 하나가 박살이 나며 실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챠락 챠락카락!
그제야 리자드맨 솔저들은 날카로운 고함을 지르며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두 걸음도 걷기 전에 푸티나에 의해 막혀 버렸다.
“꾸잉!”
파지직! 펑!
자신들의 허리에도 오지 않는 푸티나를 무시하고 달려들던 리자드맨 솔저 하나가 오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뒤로 날아갔다.
벌떡 일어서서 두 앞발바닥을 한번 세차게 부딪친 것에 불과한 공격이었지만 위력은 놀라웠다.
‘저게 뭐야? 꼭 일렉트릭 쇼크웨이브 마법 같잖아?’
소울은 푸티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두 앞발바닥에서 형광색 불빛을 내다못해 스파크를 튀기는 것을 발견했다.
리자드맨 솔저가 돌진해오자 푸티나는 바로 적의 눈앞에다 두 앞발바닥을 박수를 치듯 쳤다. 그러자 미친 듯이 스파크가 일어나며 강력한 쇼크웨이브가 발생해 리자드맨 솔저를 날려버리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설명은 길었지만 딱 1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쿠아악 쿠악!
고개를 돌려보니 달려오던 두 마리의 리자드맨 솔저도 땅바닥으로 엎어져 자신들의 발목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까망이가 그들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버린 것이다.
[푸티나, 왼쪽.]
[낑!]
소울은 왼쪽 놈은 푸티나에게 맡기고 자신은 오른쪽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쓰러진 오른쪽 리자드맨 솔저의 심장에 까망이가 구멍을 내고 있었다.
“꾸잉!”
파지직! 펑!
푸티나가 또다시 새로 개발한 일렉트릭 쇼크웨이브 공격을 하자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리자드맨 솔저의 몸이 데굴데굴 땅바닥을 굴러 10m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푸티나가 앞발바닥을 형광색 불빛으로 발광을 하며 춤을 추는 용도로만 사용할 줄 알았는데 심장마비로 죽어가던 기자를 살리면서 자신의 능력을 새롭게 각성한 모양이구나.’
소울은 푸티나가 대견스러웠다.
얼핏 봐도 넉백(neckback) 효과가 있는 저 일렉트릭 쇼크웨이브는 탱커의 역할을 하게 될 푸티나에게 최고의 스킬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 저 능력에 맞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마리의 리자드맨 솔저를 보니 공격력도 무척 뛰어나 보였다.
‘넉백에 감전과 마비 효과까지 있는 건가? 이 정도면 딜탱이나 다름없구나.’
소울은 까망이가 나머지 쓰러져 있는 리자드맨 솔저들을 마무리하자 푸티나를 시켜 리자드맨 솔저들의 시체를 전부 숲 안쪽으로 옮기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숲 안쪽으로 들어가 어깨 고리에 걸린 본을 꺼내 땅바닥으로 던졌다.
[본, 나와라! 시작하자.]
[깍!]
땅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어금니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본은 스켈레톤 엘리트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입을 악어보다 더 크게 벌리더니 자신의 스켈레톤 부대를 쏟아냈다.
까드득 까드드득 까라라라라라라…….
스켈레톤 창병 셋, 스켈레톤 궁병 셋 그리고 스켈레톤 바이킹 한 마리가 쏟아져 나오자 그들은 스켈레톤 엘리트인 본에게 깎듯이 군례를 했다.
하지만 본은 고개를 흔들더니 팔을 들어 소울을 가리켰다.
그러자 스켈레톤들은 일제히 소울의 앞에 달려와 줄을 맞춰 서더니 군례를 올렸다.
그 모습에 소울은 속으로 적이 감동했다.
‘카아, 본! 이놈 정말 싸가지가 있네. 그렇지. 그렇게 위아래를 잘 알아봐야 출세하지. 넌 내가 팍팍 밀어준다.’
소울은 제법 근엄한 표정을 하면서 뒷짐을 지고는 가볍게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자드맨 솔저 다섯 마리의 시체는 정말 깨끗하게 소울의 소환수에 의해서 분해되어 사라졌다.
까망이가 돌아다니면서 마석이 있는지 확인해서 마석을 채취하면, 푸티나는 리자드맨 솔저의 시체에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이들의 간을 뽑아 먹었다.
마지막으로 본이 다가와 리자드맨 솔저를 해골바가지로 만들어 흡수하자 이들은 세상에 존재했다는 흔적 자체가 깨끗하게 사라져버렸다.
‘가만, 이렇게 하면 나 돈을 못 벌잖아?’
============================ 작품 후기 ============================
*** [S O U L N E T]이 [혈(血)크 - 천년전쟁]에 이어 [제3회 노블레스 77 Festival] 1등에 당선됐습니다. 독자님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더욱 더 재미있는 연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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