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66화 (166/492)
  • 00166  제 42 장 - 리자드맨  =========================================================================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라의 영웅이 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마스터!”

    “이것 참, 왜 이러십니까?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마스터라니요?”

    “하하하, 마스터의 고문 변호사가 그렇게 부르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저도 그렇게 불러야지요.”

    소울은 라펠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그거야 제가 앞으로 길드장이 될 테니까 그렇게 부른 것이지요. 그렇다고 라펠이 저를 그렇게 부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부르고 싶네요. 멋지잖아요? 마스터!”

    라펠은 소울을 놀리는 것이 재미있었는지 쉽게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이십니까? 저를 다 보자고 하시고…….”

    “그것은 마스터의 소환수들에 대한 분석과 포메이션 그리고 앞으로의 사냥법에 대한 조언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래요?”

    소울은 라펠의 말에 적이 감동했다.

    보조 보고자로 이름을 올려주기로 한 울프리나와 옥사나도 나름 열심히 소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거나 스킬을 가르쳐주기도 했지만 라펠처럼 이렇게 열심을 내진 않았다.

    그동안 타이로스, 라펠, 탄탈라스, 세이지, 울프리나, 옥사나를 중심으로 하급 영혼체험을 계속 해왔다. 늘 뭔가 2% 부족함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하지만 라펠의 말을 들어보니 확실히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가 틀림없었다.

    물론 라펠은 소울이 감동을 하라고 일부러 이런 것을 준비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라펠의 자신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까지 희석되는 것은 아니었다.

    “라펠1001, 암호는 마스터로 정해놓았으니 제 기억창고에 오셔서 검색하시면 되겠습니다.”

    “고마워요. 매번 이렇게 노력해주셔서…….”

    “아닙니다. 우린 서로에게 도움을 주기로 약속한 사이 아닙니까? 한 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최선을 다해 도와야지요.”

    라펠은 소울과 즐겁게 대화를 조금 더 하고 떠나갔다.

    소울은 자신의 기억창고에 들려 다른 사람들이 보기 원하지 않는 장면 몇 개를 모자이크와 음소거로 처리하고는 세이지의 기억창고에 접속했다.

    제대로 된 마나집적진에 대한 공부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는 세이지의 기억을 검색해서 마나집적진을 그리고 연구하는 장면을 하급 영혼체험을 통해 체험했다.

    이미 범용 마나집적진을 어떻게 그리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는 장면을 보자 확실히 이해가 쉬웠다.

    그 다음은 라펠의 기억창고에 접속했다.

    검색에서 ‘라펠1001’을  암호를 ‘마스터’로 넣자 그가 준비해놓은 기억창고가 열렸다. 하급 영혼체험으로 들어가자 고급정보가 우수수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라펠이 소울만을 위한 맞춤형 1:1 개인교습과 같은 느낌이었다.

    소울은 그곳에서 자신의 소환수인 까망, 푸티나, 본을 어떤 식으로 키우고, 전투에서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알 수 있었다.

    또한 그것들을 통해 소울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스타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타이로스의 기억창고에 접속하여 쉐도우 스텝의 심화과정을 하급 영혼체험으로 배웠다. 이 과정에서 소울은 그리스 마법이 인챈트 되어 있는 2개의 타이타늄 팔찌와 오크샤먼의 액세서리에 내장된 실드 기능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 수 있었다.

    ‘전투를 하건 안 하건 오크샤먼의 액세서리에 주술력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실드는 항상 활성화 시켜 놓는 것이 좋겠다. 주술력이 소모되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채워지는 것이니 굳이 아끼다 똥 만들 필요는 없지. 그리스 마법이 인챈트 된 타이타늄 팔찌도 그동안은 내가 경황이 없어서 자주 쓰지를 못했지만 적절한 때에 사용하면 몬스터 사냥을 할 때 아주 효과적으로 쓸 수가 있어.’

    소울은 그렇게 3번의 하급 영혼체험을 마치고 소울넷 접속을 해제했다.

    시야가 새까맣게 변하며 몸이 무저갱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오빠! 일어나봐! 뉴스에서 속보가 떴어.”

    “그래?”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소현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눈을 비비고 아래층 거실로 내려와 소파에 앉았다.

    TV에서는 세계 능력자협회 회장의 이름으로 세계 각국의 능력자협회에 발송된 경고에 대한 얘기로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세계 능력자협회 회장이라면 오라클 인데……. 예언자이자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지. 그런데 오라클이 각국의 능력자협회에 무슨 경고를 했다는 거지?’

    대충 뉴스를 들어보니 리자드맨과 랩터라는 말이 자꾸 나왔다.

    소울은 하품을 하며 일어나 2층으로 올라와 욕실로 들어갔다.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멍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나오자 배가 고팠다.

    “배고프다.”

    “오빠, 내가 상 다 차려놨어. 내려와서 밥 먹어.”

    “고맙다.”

    소현이 눈치 빠르게 밥상을 차려주자 소울은 좋다고 내려와 1층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부엌에 설치한 LED TV를 틀자 그제야 그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임진강에 리자드맨이 출몰한다고? 그럼 저거 북한에서 내려오는 것 아냐?”

    “맞아. 그래서 지금 정부와 국방부에서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대.”

    뉴스에서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자들이 나와서 하는 소리는 간단했다.

    북한이 개성에 열린 차원의 균열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개성필드가 레어화가 진행됐고 결국 ‘몬스터 레어’가 되어버렸다.

    즉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서울이 위험해지니 당장 능력자들을 소집해서 개성의 몬스터 레어를 공격해야 한다.

    ‘이런 개자식들이 있나? 지들이 안 간다고 말을 함부로 하네? 능력자들이 군인이야. 휴전선을 넘으려면 지가 직접 넘지 왜 능력자들을 소집하라 마라 지랄이야?’

    소울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정도니, 모르긴 해도 이 방송을 보고 있는 많은 능력자들은 지금 전문가랍시고 방송에 나와서 저런 개소리를 해대는 놈들을 아마 갈아 마시고 싶어 할 것이다.

    레어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도 위험한데 이미 ‘몬스터 레어’가 되어 조금씩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 곳을 능력자들이 무슨 수로 없앤단 말인가?

    조만간 저기 뉴스데스크에 앉아 있는 놈들은 능력자협회에서 절대 가만히 놔둘 것 같지 않았다.

    소울은 분노를 참으며 끝까지 뉴스를 지켜봤다.

    어느 나라의 능력자협회에서 샜는지는 모르지만, 세계 능력자협회 회장 오라클이 세계 각국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조만간 리자드맨 웨이브나 랩터 웨이브가 올 가능성이 높아 미리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위험할 것이라고 했다.

    리자드맨 웨이브와 랩터 웨이브가 따로 올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같이 올수도 있다고 했는데 대한민국이나 미국, 유럽의 선진국 같이 몬스터 필드를 대 몬스터 장벽으로 철저히 막은 나라들을 특별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리자드맨과 랩터가 F급에서 E급에 해당하는 몬스터인데다 대 몬스터 장벽을 뚫지는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도 몬스터 필드를 대 몬스터 장벽으로 다 틀어막지 못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었다.

    특히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일부 국가들은 벌써 몇 번의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나라 자체가 붕괴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사막이나 정글 같은 대 몬스터 장벽을 세우고 유지하기 힘든 지형의 국가들은 이미 몬스터 필드가 레어화 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몬스터 소굴이 되어 버렸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중동의 산유국들은 오일 머니를 이용해 관리가 허술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능력자들을 데리고 와서 그나마 간신히 나라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만한 돈이 없는 빈국(貧國)들은 이미 국토의 일부를 몬스터에게 내어주고 포기한 상태였다.

    ‘북한도 큰 문제네…….’

    북한도 역시 이런 빈국 중 하나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양 인근에 열린 차원의 균열에 대한 초기대응 실패로 인해 평양 방어 사령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평양이 헬 시티(hell city)가 되어 버린 것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이었다.

    독재국가에서 지도층이 한꺼번에 몰살을 당해버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당연히 극심한 권력다툼과 혼란, 지도력의 부재로 인한 늑장대응 뿐이었다.

    엄청난 사상자를 낸 북한은 순식간에 하나의 국가에서 각 군단을 중심으로 한 지역 군벌의 영지국가로 바뀌어버렸다.

    현재 평양은 2군단, 3군단, 4군단, 12군단에서 병력을 각각 지원하여 평양 밖으로 몰려나오는 몬스터들을 저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자국의 문제에도 정신이 없는 중국에서 원조가 뚝 끊긴 상태에서 이들이 어떻게 계속 군단을 유지하고 있는지 미지수였지만 그래도 이들로 인해 북한 전역이 몬스터 필드가 되지 않고 그나마 지켜지고 있는 것이었다.

    함흥에 열린 차원의 균열은 필드화가 진행되자마자 7군단에서 한국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강수를 두어 대 몬스터 장벽부터 부랴부랴 세웠다.

    그로인해 함흥은 현재 북한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몬스터 필드를 관리하는 지역이 되었다.

    이곳에서 나온 마석과 각종 몬스터 부산물이 러시아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혹자는 정부가 7군단과 비밀리에 상당한 양의 밀거래를 진행 중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의혹은 대부분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북한의 각 군단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소울은 자리를 소파로 옮겨 소현과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각 방송사의 뉴스를 돌려보고 해외뉴스까지 확인했다.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메시지가 여러 개 들어와 있었다.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리자드맨 추적팀 모집(능력개발청 의뢰), 1마리 당 포상금 천만 원, 리자드맨 군집장소 색출 시 포상금 10억 지급.’

    ‘리자드맨 추적 의뢰가 떴다. 한번 해봐! 포상금이 장난 아니야. 유정아’

    ‘자선파티 초대권, 소울 씨 집으로 부쳤어요. 저 보고 싶죠? ^^ 고하라’

    ‘명단 확보(국내) 108명, 1차 접촉 대상자 81명 중 서울연고 20명 스카우트 시작, 정일용’

    …….

    이밖에도 스팸 메시지가 몇 개 있었으나 바로 스팸신고해서 수신차단을 해버렸다.

    ‘리자드맨이면 F급 보다는 E급에 가깝지 않나? 1마리 당 포상금 천만 원이면 괜찮네. 10마리만 잡아도 1억 아니야? 마석도 나올테고 사체도 E급이면 천만 원을 받을 테니 이 의뢰는 내가 하는 것이 좋겠어. 임진강을 따라 흘러들어온 놈들 때문에 피해가 생긴 것 같구나.’

    소울은 생각해보니 꽤 괜찮은 의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집에만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는 즉시 능력자협회 서울지부에 전화를 걸어 리자드맨 추적 의뢰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서울지부에서는 파주시 문산읍으로 와서 리자드맨 추적팀에 합류하라고 말을 전해왔다.

    추적팀 합류 조건이 E급 능력자 이상이기 때문에 소울이 의뢰를 받아들이고 리자드맨 추적팀에 합류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실 문제는 어떻게 기자들에게 걸리지 않고 집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가 이었다.

    그는 소현과 의논해서 어떻게 집을 빠져 나갈지 결정을 했다.

    소현이 차를 타고 나가서 은곡마을 왼쪽에 있는 효성해링턴코트 테라스 아파트 왼쪽 끝에 주차를 해놓으면 자신이 집 뒤쪽에 있는 야산을 타서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오빠, 세단 타고 가야겠다. SUV는 소망이가 타고 나갔어.”

    “그래? 알았다. 그럼 약속 장소에서 보자.”

    “응.”

    필요한 장비를 모두 트렁크에 실은 소울은 집을 나가는 소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의무경찰들이 그를 쳐다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문을 닫은 그는 일단 집안으로 들어왔다.

    [푸티나! 뒷마당으로 와!]

    [낑!]

    그는 조용히 부엌으로 연결 된 뒷문으로 빠져나가 푸티나를 안고는 담을 훌쩍 뛰어 넘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자 야산으로 들어가 푸티나를 내려놓고는 빠르게 나무 사이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푸티나는 그동안 답답했는지 소울과 같이 야산을 가로질러 달려가자 신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푸티나가 곰인지 소환수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야산을 가로질러 자곡로로 빠져나오자 때마침 소현이 도착해서 차를 길가에 대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 [S O U L N E T]이 [혈(血)크 - 천년전쟁]에 이어 [제3회 노블레스 77 Festival] 1등에 당선됐습니다. 독자님들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더욱 더 재미있는 연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선호작, 추천, 응원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쿠폰,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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