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65화 (165/492)

00165  제 42 장 - 리자드맨  =========================================================================

“차원의 균열이 생긴 이후, 지구의 대기에 마나라는 물질이 유입되면서부터 능력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아직 증명되지 않은 가설입니다. 어쨌든 현재 지구의 능력자는 0.1%에 불과합니다. 쉽게 말해 1000명 중 1명꼴로 능력자가 생긴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우리나라에 능력자는 얼마나 될까요?”

“50,000명은 되겠군요.”

“맞습니다. 그래야 정답인데, 실제로는 100,000명이나 됩니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만 다른 나라에 비해 2배나 되는 능력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 겁니까?”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혹자는 대한민국 같이 좁은 땅덩어리에 차원의 균열이 7개나 생겨서 마나가 다른 곳에 비해 더 많이 유입되어 그렇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역시 가설에 불과합니다.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어쨌든 다른 나라에 비해 두 배라면 놀라운 숫자네요.”

“그렇습니다. 인구 1억인 나라에 비견되는 능력자의 숫자를 가지고 있으니 세계 각국이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능력자가 두 배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능력자들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습니다. 혜택은 적고 의무만 많은 탓에 지금도 알게 모르게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숫자가 상당합니다.”

“이민을 간다는 말씀입니까?”

“국적을 바꾸기도 하고 용병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한 명이라도 더 능력자를 확보를 해서 몬스터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실상은 반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현재도 극악인 능력자특별법이 개정이라도 된다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은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으로 대거 빠져 나갈 것입니다.”

천명훈의 말이 사실이 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능력자들 덕분에 다른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치안이 좋고 경제활동이 정상에 가깝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만 봐도 몬스터들이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와 일정지역을 점령하고 자리를 잡아 지속적으로 번식하는 레어(lair)화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단 하나의 레어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이게 모두 능력자들의 노력 덕분입니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얼마 없습니다. 언론에서 철저히 정보 통제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음!”

소울은 그의 말을 듣고 나자 뭔가 확 깨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의 가족이 몬스터에게 공격을 당해 죽지 않은 것이 사실은 알려지지 않은 능력자들의 숨은 노력이라는 말을 듣자 뭔가 숙연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천명훈 지부장님의 말씀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제 겨우 E급 소환계 능력자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제게 바라는 게 뭡니까?”

“사실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이미 이소울 능력자로 인해서 우리 전체 능력자들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것만 해도 정말 장한 일을 하신 겁니다.”

“그건 저도 살기 위해서 힘을 쓴 것에 불과합니다. 무슨 큰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동영상을 본 그 누구라도 이소울 능력자를 영웅이라고 칭하지 않을 사람이 없습니다.”

“휴우! 듣기 참 민망한 소리네요. 어쨌든 바라는 것이 없다는 말은 정말이십니까?”

“그렇다고 봐야지요. 참, 능력자협회에서 찍는 광고의 메인 모델은 해주실 거죠? 광고 계약은 A급 연예인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해드리겠습니다.”

“그거야 뭐…….”

소울은 슬쩍 정일용을 쳐다봤다.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소울도 천명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조건은 여기 계신 정일용 변호사와 의논하시면 되겠습니다.”

천명훈은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젊은 소울과 상대하는 것이 편한데 정일용이라는 만만치 않게 생긴 변호사와 상대하려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능력자협회를 위해 전면에 나서서 총대매고 싸워달라고 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우리 맘대로 움직이는 것은 좀 힘들겠군. 광고를 찍는 것을 시작으로 살살 회유를 해보려고 했는데 제법 까다로운 보호자가 옆에 있었네.’

마음과는 달리 천명훈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울과 악수를 했다.

그의 표정만 보면 정말 순수하게 소울의 얼굴을 그냥 한 번 보러 온 것만 같았다.

백인천은 천명훈이 하는 짓을 보더니 속으로 혀를 찼다.

‘뭐야? 진짜 능력자협회에서 아무런 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고? 개가 풀을 뜯어 먹고 산다는 소리가 더 신빙성이 있겠다. 그런데 저놈이 내 일을 아주 망치려고 작정을 했나? 할 수 없지. 오늘은 일단 당근을 내주는 수밖에…….’

백인천은 일단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분위기가 묘해서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는 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저희 능력개발청에서도 이번에 공익광고를 찍으려고 합니다. 광고의 메인 모델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래요? 그럼 그것도 제 고문변호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은 그냥 무료로 해드리고 싶지만 저도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아서 받을 것은 받고 해드려야 될 것 같네요.”

“하하하,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제대로 된 대우를 해드리고 찍어야지요.”

백인천의 호탕한 목소리에 천명훈은 쓴 웃음을 지었다. 결과적으로 천명훈이 자리를 깔아 놓은 곳에 백인천이 숟가락을 얹은 모양이 되었다.

소울은 슬그머니 일어서서 자리를 비켜줬다.

그러자 정일용이 물 만난 고기처럼 두 사람을 능숙하게 경쟁을 시켜가며 광고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의 서명을 위해 소울을 부르자 소울은 웃는 얼굴로 나와서 계약서 2장을 살펴봤다.

‘10억?’

1년 단발 TV 광고 계약에 10억 원을 준다고 쓰여 있었다.

이 정도면 연예인 중에서도 최상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능력자협회야 워낙에 돈이 많으니까 이해를 했지만 정부기관인 능력개발청에서 10억을 준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울은 계약서를 자세히 읽어보고 몇 가지 조항을 까다롭게 조율했다.

대부분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에 관계된 일이었는데 핵심은 광고를 하루 안에 찍고 끝낼 수 있게 조율하는 것이다.

천명훈과 백인천은 소울의 요구를 아무런 말없이 수용했다.

다만 소울이 요구한 조건 중에 상대 여자 연예인의 등급도 최상급으로 해달라는 말에 조금 난색을 표하고 말았다.

100% 사심이 깃들어져 있는 소울의 요구였지만 싫으면 안한다며 배 째라고 나오니 목적이 있는 천명훈과 백인천은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이런 갑질이 정말 먹히네? 역시 광고는 제일 예쁜 연예인과 함께 찍어야 제 맛이지.’

그렇게 계약금만 10억씩 치르고 백인천과 천명훈이 돌아가자 방에서 귀를 기울이며 듣고 있던 소망과 소현이 나와 환호성을 질러댔다.

“대박!”

“정말 오빠가 우리 오빠 맞아? 진짜 끝내준다. 광고 한편에 10억이라니…….”

“하하하, 요새 내가 대세라고 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빠 광고 나가면 이제 대한민국에서 오빠 얼굴 모를 사람은 없겠네?”

“뭐 그런 셈이지.”

정일용은 소울과 그의 동생들의 대화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축하합니다.”

“정 변, 수고했어요.”

정일용이 소울에게 축하인사를 하자 소울은 가볍게 정일용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국정현 아저씨는 만나 보셨어요?”

“네, 만나봤습니다. 며칠 안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합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잘됐네요.”

소울은 자신이 국정현을 만나 얘기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변호사인 정일용을 보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여 그를 보냈었다. 다행히 그의 생각이 제대로 적중한 것 같았다.

“저……. 그런데 지금 제 사촌들이 막 도착을 했다고 하네요. 정문을 열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구입하시려는 차량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아! 네. 소망아, 뭐하니? 어서 가서 정문 열어드리지 않고?”

“네, 형님. 바로 나갑니다.”

소울은 그의 말에 소망이를 재촉하며 신발부터 찾았다.

곧이어 정문이 열리고 얼마나 잘 닦아놓았는지 광이 번쩍번쩍한 짙은 메탈실버 색깔의 BMW 528i 세단 한 대와 하얀색에 가까운 메탈펄 색깔의 볼보 XC90 SUV 한 대가 들어왔다.

정문이 닫히고 나자 정일용은 소망과 그의 가족들과 같이 밖으로 나왔다.

잠시 정일용의 사촌 두 명과 인사를 나눈 소울은 BMW 528i 세단과 볼보 XC90 SUV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 소망과 소현, 이대산과 김혜진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거 너무 비싼 거는 아니지?”

“아버지. 소망이와 소현이가 고른 거예요. 저 녀석들이 얼마나 빠꼼이 인지 잘 아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왜요? 그냥 국산 H사 중고차나 살까요?”

소울이 넌지시 찔러보자 오히려 김혜진이 이대산의 등짝에 강한 스매싱을 했다.

쫙!

“이이가 지금 장난하나? 돈 잘 버는 아들이 기껏 우리를 위해서 차사겠다는데 왜 거기에다 초를 쳐요?”

“아이고, 아파! 이 사람아!”

이대산은 김혜진의 포스에 슬그머니 타고 있던 SUV에서 내려 세단으로 갔다.

“큭큭큭!”

“호호호! 네가 이해해라. 평생 이런 차를 타 본적이 있어야지. 하지만 조만간 적응 할 거다. 얘기를 들어보니 오늘 CF 광고 2편 계약했다면서?”

“네. 10억 씩 두 개 했어요.”

“20억이나?”

“네.”

김혜진은 소울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며 좋아했다.

“아이고, 내 새끼. 이제 정말 출세했구나. 연예인이 부럽지 않네.”

“엄마, 이제 시작이에요. 앞으로 우리 떵떵 거리면 살아봐요.”

“난 그저 네가 건강하게 잘 살면 그만이다. 이런 집에 이런 차면 어디 가서 못산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겠다.”

소박한 김혜진은 아들이 산 집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늘에 감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울은 그런 김혜진에게 이제부터 최고로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 용돈 필요하죠?”

“용돈은 무슨? 나 돈 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돈 잘 모아놓도록 해. 돈 벌어서 사업해야지. 평생 몬스터 잡으러 다니며 살래?”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돈 필요하면 소현이에게 얘기해요. 카드 줬으니까 그걸로 엄마, 아버지 용돈하고 생활비는 해결 될 거예요.”

“알았다.”

순간 김혜진의 눈빛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변해버렸다. 아마 소현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오늘을 넘기지 못하고 그녀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소울은 곶간의 열쇠를 누가 쥐느냐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이런 미묘한 신경전과 힘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그녀에게 말을 하지 않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어머니에게 카드를 드렸어야 마땅했다.

소울은 자신의 팔에 매달린 김혜진을 데리고 다니며 차를 구경했다.

김혜진도 자식에게 그런 티는 조금도 내지 않았다. 다만 소현이만 나중에 잡으려고 벼르고 있을 뿐이었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소울과 그의 가족들은 만장일치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소울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1억 3천만 원과 부대비용을 한꺼번에 수입차 회사 계좌로 이체하고 나자 이번에는 스마트폰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했다.

결론적으로 소울과 소망 그리고 아버지 이대산은 갤포스 S6, 소현과 어머니 김혜진은 갤포스 노트5를 선택했다.

한 가족 다섯 명은 패밀리 플랜에 가입한 후, 인터넷 광케이블과 집 전화, TV와 함께 가정용 결합상품에 묶어 큰 할인혜택을 받았다.

정일용과 그의 사촌들이 환한 웃음을 띠우며 집을 나서자, 소울과 가족들은 새 차, 새 스마트폰을 얻은 기념으로 꽃등심 스테이크를 해먹기로 했다.

소망과 소현은 새 차를 몰고 나가 마트에서 꽃등심 스테이크를 한아름 사왔고 김혜진 여사는 정원에서 바비큐를 해먹을 준비를 했다.

이대산과 소울은 그런 김혜진을 도와 반찬과 음료수를 나르며 도왔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꽃등심 스테이크는 맛있는 냄새를 풀풀 풍기며 연기를 하늘 높이 올려 보냈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속은 벌써부터 침이 가득했다.

꽃등심 스테이크가 미디움 레어로 잘 구워지자 다들 먹는 손길이 바빠졌다.

“우와아! 입에서 살살 녹는다.”

“이게 진짜 꽃등심 스테이크의 맛이로구나. 난 왜 지금까지 이런 맛을 모르고 살았지?”

“억울하긴 내가 더 억울하다. 이것들아.”

“정말 맛있구나.”

“훌륭하네요.”

다들 한 마디씩 해가며 맛에 대한 평을 했다. 그들의 얼굴에 한아름 미소가 지어지고 그제야 꽃등심을 넉넉하게 사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가족들의 손동작에 여유가 묻어났다. 하지만 그들의 오물거리는 입은 결코 금방 멈추지 않았다.

이 날은 아마 가족사(家族史)에 온 가족이 모여 배가 터지도록 꽃등심 스테이크를 먹어본 최초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소망과 소현의 재롱이 시작되고 이대산과 김혜진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돌았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소울의 얼굴에도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소울은 오랜만에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그의 마음처럼 행복해하며 키득거리는 뭉게구름들이 올망졸망 모여서 둥둥 떠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꽃등심 스테이크는 정말 미치도록 맛있었다.

* * * * *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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