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4 제 41 장 - 무한확장 =========================================================================
‘자선파티라……. 내가 그동안 누굴 도와줬던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참으로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예전에는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생각자체를 못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바뀌어도 자신의 생각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나도 이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야. 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 물론 아무도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까지 그래야 할까? 아니야. 적당히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적당히 기부하면서 돕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소울은 고하라 덕분에 자신의 삶 전반을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았다.
전 재산을 다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자신은 그 정도까지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번 돈의 몇 퍼센트 정도는 장학금이나 소년소녀가장, 고아 같은 불우이웃을 위해 쓸 용의가 있었다.
소울 메탈의 이름으로 기부하면 세금공제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기부하는 것이 사실 마냥 퍼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부터 좋은 일도 좀 하면서, 베풀고 살자는 마음을 먹은 소울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잊어버리지 않도록 메모를 해놓았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스마트폰이 아직도 S전자에서 만든 중고 갤포스 S3 였다.
‘이제 스마트폰도 바꿔 줄때가 된 것 같구나. 정들었는데…….’
그는 내일이라도 당장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가족들이 쓰고 있는 핸드폰에 생각이 미쳤다. 결국 온 가족의 핸드폰을 최신 스마트폰인 갤포스 S6로 몽땅 바꿔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오빠, 우리 정했어.”
“형, 이것 좀 봐줘!”
갑자기 문이 열리며 소망과 소현이 흥분한 목소리를 내며 몰려 나왔다.
“앉아서 차분하게 얘기해봐!”
“응, 그럴게.”
띵동!
마침 정일용 변호사가 돌아왔다.
그래서 그까지 합쳐서 네 명이 앞으로 소울과 가족이 쓸 차를 보며 의논을 할 수 있었다.
“일단 우리가 선택한 것은 BMW 5시리즈 528i xDrive 와 볼보 XC90 T6 AWD 야!”
“BMW 528i와 볼보 XC90?”
“응, BMW 528i는 세단으로 우리 가족 다섯 명이 모두 탈 수 있고 시내로 가서 일을 보거나 어지간한 비포장도로도 다닐 수 있어.”
“사륜구동인가 보구나.”
“맞아. 가격은 7,280~7,820만 원 정도야.”
BMW 5시리즈는 사실 너무나 유명해서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차였다.
유명 메이커에 튼튼하고 쓸 만한 차라는 것에 소울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1억이 넘지 않는 가격대가 마음에 들었다.
“괜찮네.”
“그렇지? 흰색과 검은색을 생각중인데 그건 아무래도 아빠, 엄마의 의견을 들어 봐야할 것 같아.”
“색깔은 나중에 정하도록 하고, 다른 차는?”
“볼보 XC90 T6 AWD 는 일단 SUV에다 7인 승이야. 하지만 뒤쪽의 자리를 떼어내면 오빠가 필요한 장비를 싣고 다니게 좋을 것 같아. 무엇보다 튼튼하고 가격이 6천만원대라서 아주 착해.”
7천만 원대와 6천만 원대면 1억 3천만 원 정도에 자신과 가족이 쓸 차 2대를 살 수 있으니 소망과 소현은 나름 박 터지게 머리를 굴린 셈이었다.
노트북을 통해 보여준 사진도 마음에 들었고 사양도 나쁘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울은 옆에 앉아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정일용 변호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대답했다.
“나름 생각을 많이 해서 고른 티가 납니다. 저라면 두 말없이 찬성입니다.”
“그래요?”
소울은 정일용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신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가서 물어보고 와! 찬성하시면 바로 계약하도록 하자.”
“오케이!”
“좋았어!”
소망과 소현은 얼른 노트북을 들고 안방으로 쳐들어갔다.
잠시 뭐라고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곧 잠잠해졌다.
“이소울 능력자 님!”
“네?”
“제 사촌동생이 수입차 딜러를 하는데 괜찮으시다면 소개시켜 드릴까요?”
정일용 변호사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소울은 그런 그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될게 뭐가 있습니까? 사실 아는 사람에게 사면 더 잘해주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감사합니다. 제가 확실하게 서비스 해드리도록 당부해놓겠습니다.”
“두 대 살 테니까 가격 좀 잘해주라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일용은 호언장담을 했다.
“참, 혹시 스마트폰을 파는 사촌도 있나요?”
“네, 있습니다.”
“하하하, 정일용 변호사님 사촌들의 직업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군요?”
“우리 집안이 좀 많이 낳는 전통이 있어서 사촌의 숫자가 좀 됩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하고 있네요.”
“그건 애국자 가문이라는 말이지 않습니까? 요새는 많이 낳는 것이 애국이라고 하던데…….”
“뭐 그런 셈이지요.”
여자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지고 결혼이 늦어지는 게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어느새 대한민국도 인구감소 국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거기에다 삼포세대에서 칠포세대로 변하면서 젊은이들의 자연스런 생식 활동까지 위축되다 보니 야동이나 성인용품 시장은 커지는데 막상 아이들은 점점 보이지 않는 이상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런 시대에 사촌이 바글바글한 정일용의 집안은 진짜 애국하는 가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왜 물어보십니까? 혹시 스마트폰 바꾸려고 그러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온 가족이 전부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패밀리 플랜 한꺼번에 묶으면 좋을 것 같더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사촌들보고 직접 이리로 오라고 하겠습니다.”
정일용은 신이 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 이제 호칭을 좀 정리했으면 합니다.”
“호칭이요?”
“네, 자꾸 이소울 능력자님이라고 길게 부르니까 좀 불편하신 것 같아서요. 앞으로 그냥 길드장이라고 불러주세요.”
“길드장이요? 흐음, 길드마스터는 어떻습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습니다.”
“생각해보니 대외적인 문제도 있으니까 호칭을 잘 정해야할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냥 마스터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네요?”
“마스터요?”
“네, 길드장을 영어로 하면 길드마스터잖습니까? 그러니 그냥 마스터라고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뭔가 임펙트있고,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나쁘지 않네요.”
“그럼 앞으로 저나 로펌 식구들은 마스터로 호칭을 통일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께서도 저를 부르는 호칭을 정일용 변호사님이라고 부르지 마시고 그냥 편하게 정 변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저희 로펌이 이번에 소울 메탈과 장기계약을 맺게 됐습니다. 마스터께서는 소울 메탈의 실질적인 오너(owner)이자 이사님 아니십니까? 그러니 당연히 그렇게 편하게 불러주셔야 저희도 일하기 편합니다.”
정일용은 소울의 앞에서 자신을 극도로 낮췄다.
유정아가 그를 단단히 홀려놓았던가 아니면 뭔가 엄청난 당근을 준 것 같았다.
어쨌든 본인이 그렇게 원하니 소울은 굳이 싫다고 할 이유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정 변으로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두 사람이 호칭을 정리하고 나자 정일용은 잠깐 정원으로 나가서 사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 소망과 소현은 이대산과 김혜진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밖으로 나와 소울에게 보고를 하다 소울이 스마트폰까지 새 것으로 사준다는 말에 그들은 만세를 외치며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대산과 김혜진에게 어떤 스마트폰이 필요한지 물어보려는 것이다.
소울과 그의 가족이 원하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모델이 결정되자, 결국 정일용은 사촌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가지고 직접 방문을 하게 만들었다.
노트북을 통해 구매할 자동차의 사진을 구경하고 있을 때, 새로운 방문자가 동시에 소울의 집에 도착했다.
능력개발청 인재교육팀장 백인천 과장과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지부장 천명훈이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백인천과 천명훈은 서로를 날카로운 눈으로 한번 쏘아보더니 소울이 가리키는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
소망과 소현은 소울의 눈치를 보며 음료수와 다과를 준비해 내어놓고는 자기들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구면이군요.”
“네, 그러네요. 능력자 테스트 받으러 갔을 때 두 분 모두 뵌 것 같습니다.
“하하하,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군요.”
“하하하, 보통 인연은 아닙니다.”
백인천과 천명훈은 자신들이 언제 서로를 쏘아봤냐는 듯 친한 척을 하며 소울과의 인연을 부각시켰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노련한 사람들이라 소울과 정일용은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그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30분 정도를 세상 돌아가는 잡담으로 때운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이 찾아온 이유를 밝혀야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두 분께서 이렇게 집까지 친히 방문을 하신 겁니까?”
“구국의 일념으로, 아니 나라와 민족을 위해섭니다.”
“능력자들의 권익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백인천가 천명훈의 대답이 갈렸다.
“한분은 나라를 위해 오셨고 한분은 능력자의 권익을 위해서 오셨다고요?”
소울이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되묻자 먼저 백인천이 나섰다.
“능력개발청은 능력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능력자특별법을 만든 대한민국의 유일한 능력자를 위한 정부기관입니다.”
“능력자특별법에는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의무도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다 세금도 38%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소울을 대신해 정일용 변호사가 능력자특별법의 핵심을 찔렀다.
그러자 백인천 과장은 정일용을 한번 쳐다본 후에 소울로 눈을 돌리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제 말은 능력개발청이 결코 정부만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특히 현재의 능력자특별법은 반드시 사수해야 합니다. 최근에 능력자특별법 개정 움직임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세율을 최대 60%로 올리고 마석과 몬스터 부산물 판매 시 부가가치세를 현재의 10%에서 두 배인 20%로 올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비록 능력개발청이 정부 기관이긴 합니다만 정부기관 중 유일하게 능력자의 입장을 옹호해줄 수 있는 기관이기도 합니다.”
신기하게도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지부장인 천명훈이 능력개발청 인재교육팀장 백인천 과장을 위해 지원사격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최소한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은 능력자특별법 개정을 막기 위해 한마음으로 적극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
소울이 그들을 바라보며 말하자 이번에는 천명훈이 나섰다.
“사실 저는 이소울 능력자를 우리 능력자협회의 메인 모델로 계약하러 왔습니다. 능력자협회의 광고는 물론 능력자들의 활약을 알리는 광고 모델로 최고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소울은 광고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천명훈은 이미 소울에 대해 알아볼 만큼 알아봐서 그가 돈을 무척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말은 전부 접어두고 그가 관심이 갈 만한 내용부터 오픈 한 것이다. 천명훈의 말이 계속됐다.
“저도 능력자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능력자들은 다른 나라의 능력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능력자특별법이라는 것이 다른 나라의 것과는 달리 능력자들에게 중과세를 하고 능력자들의 권리를 상당히 규제하고 제한하는데 악용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소울이 정일용을 쳐다보며 묻자 정일용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여기 백인천 과장이 말하는 능력자특별법 개정을 막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의 능력자특별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니 무슨 그런 소리를…….”
백인천이 당황해서 천명훈을 쳐다봤지만 그는 조금도 그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했다.
“그런데 청와대, 정부, 의회가 국가의 존속을 해치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능력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원을 해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재벌을 비롯한 상류층 즉, 기득권의 사주를 받아 오히려 능력자들을 억압하고 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능력자들이 새로운 기득권 세력으로 부상하는 것을 원천봉쇄하려는 것이지요.”
“으음.”
천명훈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안이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능력자협회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능력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원하여 몬스터들의 공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능력자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의 모든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어떻게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제일 큰 문제가 바로 능력자들의 엑소더스(Exodus)가 시작되겠지요.”
“네?”
소울은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 눈을 깜빡거렸다.
하지만 곧바로 들려온 천명훈의 설명에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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