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63화 (163/492)

00163  제 41 장 - 무한확장  =========================================================================

소울의 말에 소망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돈을 다 써버리면 정작 형은 어떻게 해. 아직 자동차도 한 대 가진 게 없잖아?”

“하하하, 네가 별 걱정을 다 한다. 나한테도 1억 남아있어. 그리고 아까 정일용 변호사 말 못 들었어? 2주 뒤면 유튜비 동영상으로 인해 몇 억 들어온다잖아.”

“그건 그렇지.”

소망이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자 소현이 소망이 옆구리를 주먹으로 한번 툭 쳤다.

“너, 바보냐? 뭐가 그건 그래? 오빠, 그러지 말고 돈 있을 때 차 한 대 뽑아! 아니 두 대 뽑아! 당장 우리도 일보러 다녀야하고 오빠도 강남필드 다니려면 차 필요하잖아.”

“그럴까?”

소울은 소현의 말에 회가 동했다.

사실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택은 자동차가 없으면 좀 불편 했다.

당장 식구가 다섯인데 차 한 대 없으니 매번 택시를 불러 타고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럼 집에서 쓸 차 한 대와 내가 타고 다닐 차 한 대를 너희들이 골라보도록 해.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알았지?”

“진짜? 정말 우리가 차 종류를 마음대로 골라도 되는 거야?”

“응, 대신 튼튼하고 실용적인 것으로 골라야해. 슈퍼카 같은 것은 아예 보지도 말고.”

“알았어. 우리도 그 정도로 생각이 아예 없진 않아.”

“하하하, 알겠다. 그럼 들어가서 인터넷으로 한번 골라보고 와!”

“알았어.”

“네, 오빠! 예쁜 분홍색 차로 뽑아올게.”

“안 돼! 분홍색은 절대 안 돼!”

소울이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소현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하고 소망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는 소망과 소현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던 소울은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지 곧바로 유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유정아입니다.

“난데, 혹시 전화 받기 곤란해?”

-잠시만요.

유정아는 살짝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말대로 잠시 기다리고 있자 곧 그녀의 밝고 에너지 충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야! 나 보고 싶었어?

“뭔 소리야?”

-아니야? 그럼 왜 전화했어.

유정아의 목소리가 대번에 차가워졌다. 확실히 변화무쌍한 여자였다.

“왜 전화하긴? 정일용 변호사님이 말한 투자 때문에 전화했지.”

-정변이 방금 전화해서 얘기 잘 됐다고 하던데……. 무슨 일 있어?

“아니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서 전화했어.”

-그건 나중에 차분히 말하기로 하고 먼저 들려줄 소식이 있어.

유정아는 신이 난 듯 또다시 목소리가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뭔데?”

-국방부와 생체실드 중화탄 납품 가계약을 맺었어.

“오오오, 그거 잘됐다. 물량은 얼마나 받겠다고 그래?”

-지금이야 생산량 전체를 원하지. 하지만 그건 내가 거절했어. 미국에서도 똑같은 요구를 했거든…….

“그럼 뭐야? 미국과도 계약을 한 거야?”

-호호호홋! 당연하지. 내가 누구야. 유정아 아니야?

“물량은 얼마나 주기로 했어?”

-사실은 미 국방성에서 생산량 전량을 달라고 해서 빠져나가느라 진땀 뺐어.

“가격은?”

-제일 낮은 등급으로 개당 5달러를 받기로 했어.

“우리 원가는 어떻게 되는데?”

-그건 현재 풍선금속과 협상중이라서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대략 1~2달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어.

“한와와 에센티는?”

-우선 협상대상자로 풍선금속을 선택했으니 협상이 결렬되면 한와와 에센티에게 연락할거야. 하지만 풍선금속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으니까 아마 그럴 리는 없을 거야.

“으음, 그럼 우리가 총알 중에 탄환(탄알)만 만들어서 넘기게 되는 건가?”

-일단은 그렇게 해야지. 하지만 풍선금속과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면 우리가 꼭 필요한 원료만 공급하고 그쪽에서 만들어서 납품하게 해야지.

“그걸 받아들이려고 할까?”

-당연히 받아들일 거야. 총알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세상에 풍선금속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들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계약할 때, 풍선금속의 일정지분도 달라고 했으니까 하루, 이틀 안에 결정될 거야.

“지분까지?”

소울은 유정아의 말에 입을 딱 벌렸다.

이건 풍선금속을 하청업체로 써먹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목줄까지 넘겨 달라는 말이었다.

도대체 회사에 얼마나 이익이 된다고 풍선금속이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소울은 잠깐 생각을 해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그녀에게 소울 메탈의 운영을 맡겼으니 자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투자금에 대해 궁금했다.

“투자금으로 1,000억을 유치했다면서?”

-응, 내가 가지고 있는 지분 중 10%를 넘기고 정확히 1억 달러, 오늘 환율로 1,194억 원을 유치했어. 왜? 돈 필요해?

“아니야. 지분 일부를 담보로 500억을 받았으니 충분해. 네가 투자하는 자금 500억도 있고…….”

-내가 알기로 자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번 건 같이 크게 한탕 해먹을 수 있는 부동산 투자는 앞으로 쉽게 나오지 않을 거야. 원한다면 내가 1,000억쯤 더 투자할까? 아니 좀 빌려줄까?

“정말?”

-정말이지. 그럼 내가 이런 것 가지고 장난치는 여자야?

소울은 바로 ‘응’하고 대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니 과유불급인 것 같았다. 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법이다.

그는 조용히 심호흡을 한 번하고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지금도 유정아에 대한 의존율이 너무 높았다. 더 이상 그녀의 돈을 자꾸 받다간 언젠가 그녀의 돈에 의해 통째로 먹혀버릴 것만 같았다.

“아니야. 됐어. 너무 급하게 먹으면 체해. 천천히 갈게.”

-그래 그럼. 하지만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1,000억 정도는 소울 메탈 지분 10% 담보로 언제든지 빌려 줄 테니까…….

“고마워.”

-천만에.

“참, 내가 지난번에 잠깐 했던 얘기 있잖아?”

-무슨 얘기?

“소환계 능력자들을 모아서 소환길드를 만들고 싶다고 했잖아. 국외의 F급 소환계 능력자들 리스트 좀 알아봐줘!”

-아! 그거…….

유정아는 그제야 소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했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뭔가 말이 되지 않았다.

-자기야!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려는 거지? 너 혹시 나 모르는 무슨 비법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야? 그렇지? 맞지?

소울은 유정아가 다그치자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무서운 년! 무슨 눈치가 이렇게 빠르지?’

그는 최대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목소리를 깔면서 말했다.

“비법은 무슨 비법? 그런 거 없어.”

-혹시 너 그때 피라미드처럼 생긴 은봉으로 뭔가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야?

“그, 그런 거 아니라니까.”

소울은 유정아가 정곡을 찔러대자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호호호, 맞구나? 딱 걸렸어. 뭐야? 응? 자기야! 뭐냐고? 나 너무 궁금해 죽을 것만 같아. 대답해줘!

“안 돼! 넌 몰라도 되니까, 그냥 내가 부탁한 것만 좀 들어줘.”

-좋아! 그럼 나도 소환길드 가입할래.

“무슨 소리야? 소환길드는 소환계 능력자만 가입할 수 있다고 했잖아.”

-그럼 탱커 필요 없어? 딜러도 필요 없고? 힐러도 필요 없겠네?

“으응?”

소울은 유정아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이 소환길드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소환계 능력자들을 모아 소환길드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100% 소환계 능력자만 받으라는 법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주력을 소환계 능력자로 잡고 꼭 필요한 능력자는 소환길드에 받아들여도 되겠구나. 내가 생각이 짧았네.’

그는 겸허히 자신의 짧은 생각을 반성했다.

“그래도 넌 안 돼!”

-왜 안 되는데? 나도 알고 보면 능력자야.

“네가 무슨 능력자인데?”

-하여튼 그런 게 있어. 나 받아주면 다 얘기해줄게.

“그래도 안 돼!”

-소환길드에 10억 원 기부할게. 받아줘!

“10억?”

소울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할 뻔 했다.

하지만 필사의 의지로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은 것을 눌러 참았다.

“안 돼!”

-좋아, 그럼 50억 기부할게. 받아줘!

“5, 50억?”

이번에는 충격이 좀 컸다.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50억 원이었다. 그래도 후환이 두려워 소울은 피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거절했다.

“아, 안 돼! 정아야! 제발 이러지마.”

-그래? 흥, 좋아! 한번 크게 지르지 뭐! 300억 기부할게. 부길드장 줘!

“콜! 300억 받고 고문자리 줄게.”

-딜! 지금 바로 쏴줄 테니까 약속 잊지 마.

“응, 당근이지.”

소울은 더 이상 그녀의 길드 참여를 막을 수 없었다.

300억이면 소환길드가 굳이 처음부터 어려운 가시밭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면 그냥 아우토반을 속도제한 없이 쭉쭉 달려가며 마구 성장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심봤다. 그런데 왜 자꾸 뭔가 당한 기분이 들지?’

소울은 마음속에서 자꾸 긍정과 부정이 혼재되는 생각이 반복됐다.

띠링!

자신의 스마트폰에 정일용 변호사가 만들어놓은 소환길드 계좌에 300억 원이 입금되었다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모든 부정적인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자기야! 돈 받았어.

“응, 유 고문, 소환길드에 온 것을 환영해.”

-고마워. 길마!

두 사람은 서로 원하는 것을 얻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소환수도 없는 F급 소환계 능력자의 명단을 달라고 그러는 거야?

“으음, 일단 네가 우리 소환길드의 고문으로 들어왔으니까 간단하게 말해줄게. 나에게 F급 소환계 능력자가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게 만들 방법이 있어.”

-역시 그랬구나. 그 방법 나한테는 안 가르쳐 줄 거지?

“네가 알아서 뭐하게?”

-아니야. 그냥 한번 찔러봤어. 그런데 나 그 정보 가공해서 써먹게 해주면 안 돼?

“무슨 소리야?”

-아랍에 왕자 하나가 있는데 F급 소환계 능력자야. 소환수만 소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천만 달러를 준다고 공언했거든.

“뭐? 천만 달러 달러?”

소울은 순간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은 정말 상상도 해보지 못한 방법이었다.

유정아는 300억이란 거금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에게 밀어 넣더니 자신이 넘긴 작은 정보 하나로 벌써 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금을 벌어들일 방법을 생각해냈다.

세상에 부자도 많고 거부도 많았다. 그 중에 F급 소환계 능력자가 없겠는가?

또 그런 거부들이 소환수를 소환하게 만들어 준다면 천만 달러만 내겠는가?

아마 사람에 따라선 그보다 훨씬 많은 돈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때 구미가 좀 당겨?

“당연하지. 무려 천만 달러 아니야? 원화로 119억 원이나 되는 돈이네.”

-호호호, 그럼 어떻게 할 거야? 허락해줄 거야?

“물론이지. 우리 그럼 순수익에서 정확히 반땅 하자.”

-딜! 자기가 원하는 정보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일단 국내부터 쓸 만한 소환계 능력자를 모집해봐!

“알았어.”

원하는 것을 얻자 유정아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사실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 유정아였다.

소울이 전화할 때마다 꼬박꼬박 받아주는 것만 해도 그녀는 소울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정말 유정아는 당해낼 수가 없는 존재구나. 참, 나는 놈이 아니라 나는 년인가? 으하하하!”

혼잣말을 하면서 웃고는 있었지만 오늘도 그녀에게 판정패를 당한 기분이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스마트폰이 진동하자 몸까지 덜덜 떨리는 것 같았다.

소울은 유정아의 생각을 머릿속에서 털어버리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아이 참, 또 전화가 왔네? 미안하다. 윤이야!”

그는 바로 통화거절 버튼을 누르고 수신거부를 해놓았다.

정윤이가 전화를 걸어올 때면 어김없이 그녀의 어머니인 신애라가 생각났다.

어차피 끊어진, 아니 찢어진 인연이었다.

그녀와 전화통화를 한다고 해서 더 이상 달라질 일은 없었다.

자신은 정윤이의 어머니인 신애라가 모욕을 줘도 정윤이를 생각해서 참았지만 신애라가 자신의 부모님이나 쌍둥이 동생들을 모욕하면 절대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이렇게 안보는 게 서로 편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스마트폰이 다시 진동했다.

화면을 보니 이번에는 고하라가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소울 씨! 저에요. 아라에요.

“알고 있어요. 이름 뜨는데요 뭐…….”

소울은 고하라의 밝은 목소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차, 그렇지. 헤헤, 제가 가끔 이러네요.

“무슨 일 있어요?”

-일이라기보다는 저기…….

고하라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요?”

-사실은 아빠가 소울 씨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네?”

소울은 고하라의 말에 순간 반사적으로 신애라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고하라의 아버지까지 신애라 같은 사이코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었다.

-제가 강남 세븐 병원에 있을 때, 제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고 좋은 감정을 가지고 사귀어볼까 생각중이라고 얘기했더니 한번 보자고 하시네요.

“하하하, 그 말은 어쩐지 고백 같이 들리는데요?”

-어머, 그렇게 들렸어요?

고하라는 굉장히 허둥지둥 하는 것 같았다. 아마 부끄럽고 긴장되어 그런 모양이었다.

“확실하게 말 해봐요. 지금 저와 사귀자는 겁니까?”

-아니, 그게 저……. 소울 씨만 괜찮으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보지 않아도 얼굴이 붉어진 채 당황하고 있는 고하라의 모습이 그려졌다.

소울은 그녀를 그만 놀리기로 했다.

“그런데, 알다시피 지금은 좀 곤란하네요.”

-아! 저도 그건 잘 알고 있어요. 지금 말고 좀 있다가 자선파티가 열리는데 그때 한번 들려달라며 초대권을 주셨어요.

“자선파티요?”

-네, 미래 호텔에서 매년 여는 자선파티인데 많은 분들이 기부하신 물건을 경매해서 좋은 일에 쓰고 있어요. 그냥 편하게 들려서 밥이나 먹고 가면 되요.

“응, 그럼 한번 생각해볼게요.”

-네, 절대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생각하세요.

“알겠어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네, 아라 씨도요.”

소울은 기분 좋게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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