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OULNET-161화 (161/492)

00161  제 41 장 - 무한확장  =========================================================================

“잠깐 비켜봐요.”

“네?”

소울은 젊은 의사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의 옆으로 파고들더니 푸티나를 앞쪽으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는 푸티나를 보며 박제순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말했다.

“푸티나, 이 사람 심장이 잘 뛰지 않아. 네가 전기충격을 가해서 깨우도록 해라.”

“낑!”

“아까 나한테 쏜 정도의 딱 두 배면 될 거야.”

“낑낑!”

젊은 의사와 간호사가 그의 말을 듣고는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하지만 그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푸티나가 자신의 앞발을 박제순의 가슴에 대고 전기를 일으켰다.

파직!

팔딱!

놀랍게도 푸티나의 전기충격에 박제순의 몸이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한번 팔딱 뛰었다.

“확인해보세요.”

“네.”

젊은 의사는 즉시 청진기를 심장에 댔다.

“아직 아니에요. 한 번 더 해보세요.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해주세요.”

“네. 푸티나, 들었지? 조금만 더 세게 해보도록 하자.”

“낑!”

푸티나가 이번에는 앞발 두 개를 동시에 그의 몸에 댔다.

그래도 본 게 있다고 우측 쇄골 아래와 좌측 유두 바깥쪽 아래의 겨드랑이 중앙선에 각각 앞발을 대고는 전기충격을 주었다.

파직!

펄떡!

이번에도 박제순의 몸이 자지러지듯 꿈틀거렸다.

젊은 의사가 즉시 청진기를 가져가 가슴에 대고 심장이 뛰는지 확인했다.

그의 입가가 옆으로 쫙 찢어지더니 고개를 마구 위아래로 끄덕였다.

“됐어요. 다시 심장이 뜁니다.”

“다행입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젊은 의사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울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소울도 답례로 고개를 숙이고는 일어나 기자회견을 위해 준비된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나머지는 젊은 의사와 간호사가 알아서 잘 할 것이다.

‘휴우, 다행이다. 괜히 그리스 마법을 써가지고 생고생을 했네. 앞으로는 마법사용을 조심해야겠다.’

소울은 남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의자에 앉았다.

물론 그에게는 최악의 경우, 치유능력이 있는 까망이를 즉시 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니 절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편, 소울과 푸티나가 하는 짓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고 있던 기자들은 속으로 연신 ‘대박!’을 외쳐대며 좋아하고 있었다.

이런 영상을 내보내면 당연히 특종이나 마찬가지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소울 능력자입니다.”

소울이 잠깐 일어나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앉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정일용이 일어나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잡았다.

“정일용 변호사입니다. 이제 제 클라이언트인 이소울 능력자의 기자회견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 받겠습니다.”

순간 그들의 앞에 앉아 있던 기자들의 손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일제히 위로 올라갔다.

그 모습에 소울과 정일용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살포시 그려졌다.

대 몬스터 장벽 남문 안에서 오늘 대한민국의 영웅이 한 명 탄생하고 있었다.

* * * * *

스타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종종 하는 소리가 있다.

바로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있었다.’ 라는 말이다.

소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끝내고 신사동에 있는 능력자협회 서울지부 VIP룸으로 돌아와 한숨 푹 자고 일어나자 그는 이미 스타가 아니 슈퍼스타가 되어 있었다.

지상파 방송, 케이블, 뉴스 할 것 없이 이제 TV만 켜면 소울의 얼굴과 그가 했던 일들이 끝도 없이 선보이고 있었다.

아마 단군 이래, 모든 매스컴이 총출동하여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한 사람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개한 적은 아마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소울이 잘 생기고, 키가 크고, 노래를 잘하는 아이돌 같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도 평범하게 생긴(본인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자신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은 청년이 보인 헌신적이고 이타적인 행동과 그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언행이 그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하게 생긴 그의 외모 덕분에 그를 시기하거나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소울이 능력자였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능력자가 되기 이전인 강남 세븐 병원에서 입원할 당시에 있었던 소울의 활약상이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소개되자 사람들은 그의 영웅적인 행동에 크게 환호했다. CCTV기록을 통해 보인 헌신적인 행동과 고블린의 칼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은 그를 비꼬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조리 빼앗아가 버렸다.

강남 세븐 병원에서 고블린과 벌인 전투 장면이 CCTV로 찍힌 것이 편집되어 방송되자 많은 서민들과 병자들이 크게 감동했다.

오크군단 웨이브 당시 제1 공격대에서 활약한 모습과 하피에게 잡혀가는 장면은 여린 처녀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어머니들의 심금을 울렸다.

접수대에서 그가 했던 나라를 위해 지원한다는 연설 같은 대화는 그를 진정한 애국자이자 이 시대가 본받아야할 용감한 청년상으로 바꿔놓았다.

한강유람선 가고일 전투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그의 처절한 노력이 부각됐고 마지막에 잠깐 나온 고하라가 소울을 절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장면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모든 미혼 청년들의 롤 모델이 되어 버렸다.

강남터미널 지하도의 가고일 퇴치 활약 뉴스는 그를 국민적인 영웅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강남의 도곡중학교를 습격한 고블린을 능력자들이 퇴치하는 장면을 찍어서 유튜비에 올린 것이 큰 화제가 되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식과 함께 현재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춤추는 새끼 곰의 동영상도 그가 올린 것이란 것이 전해지자 이제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것은 형광색으로 발광(發光)하며 비보잉을 하는 새끼 곰 소환수의 주인이 소울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의 매스컴이 그를 주목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에서 동영상이 소개된 뒤 사회자가 푸티나를 공식적으로 초청하여 대화를 나누고 싶다며 생방송 중에 언급하자 이것이 소울에 대한 관심의 기폭제가 되어버렸다.

또한, 푸티나의 댄스 동영상들이 조회수 24억이 넘는 부동의 유튜비 1위인 한국 가수 쌰이의 뮤직비디오 ‘강물 스타일’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소개되며 빠르게 조회수가 올라가자 이제는 미국의 매스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외신들까지 합세하여 소울과 푸티나에 대한 기사를 대한민국에서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다시 국내에 소개되고 소울과 푸티나에 대해 열광하는 여론이 확대재생산 되자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다.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한성신문과 한성케이블TV에서 시리즈로 만들어 내보내기 시작한 심층 취재기사가 나가면서였다.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부모님에게 용돈을 보내드린 착한 행실이 드러나고,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강남 세븐 병원에서 고블린들의 습격을 막아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헌신적인 노력이 부각되면서 그의 인간미에 감동한 사람들은 열렬하고 충성스런 그의 지지자가 되어갔다.

물론 이 모든 영광은 나수연의 철저한 기획과 위대한 편집의 승리였다. 또한 기가 막히게 시기가 딱 들어맞은 푸티나의 댄스 동영상의 인기몰이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기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확고부동한 팩트로 만들어 버린 것은 바로 능력자협회와 능력개발청이었다.

소울의 이런 영웅적인 행위를 앞 다투어 찬양하며 ‘올해의 능력자상’ 과 ‘능력자협회장상’을 각각 수여하기로 공식 결정한 능력개발청과 능력자협회의 행보로 인해 그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이 시대의 아이콘이자 대세가 되어가고 있었다.

* * * * *

“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가족의 웃음은 거실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에 따라 소울의 기쁨도 뿌듯하게 한가슴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아버지, 이제 그만 좀 보세요. 며칠 동안 본 것 또 보고 반복하는 것만 도대체 몇 번째에요?”

“재미있는 것을 어떡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 장남을 영웅이라고 칭찬을 하니 내가 어떻게 안보겠니?”

“호호호, 그건 나도 그래. 이렇게 우리 아들이 사준 집에서 편하게 앉아 TV를 보는 일이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일인지 몰랐다. 매일 이런 일만 터진다면 매일 백번이고 천 번이고 봐도 또 보고 싶어질 거야.”

소울은 하루 종일 TV채널을 돌리면서 웃고 흐뭇해하시는 부모님을 말려보았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어머니 김혜진의 마음에 불만 붙인 셈이 됐다.

그녀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또 다시 아들 자랑질 삼매경에 푹 빠져 들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안방으로 들어가서 수다를 떨어 소울이 좀 덜 민망해진다는 것이다.

“오빠, 오늘도 나가긴 틀렸지?”

“그러게 말이다. 마을 입구에 방송국 차량과 기자들이 아주 진을 치고 있다.”

소현은 소울이 투덜거리자 그의 어깨를 한번 툭 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호호호, 그게 다 오빠가 유명해져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거야.”

“글쎄다. 난 유명해지는 것보다 돈 버는 것이 더 중요한데…….”

그는 창문 밖을 쳐다봤다. 집 앞을 지키는 의무경찰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고개가 좌우로 저어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몬스터 사냥을 한 것이 벌써 1주일 전이었다.

고블린과 오크의 사체에서 건진 마석을 팔아서 천만 원을 번 소울은 그날 저녁 바로 짐을 싸서 은곡마을에 있는 새집으로 들어왔다.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내뺀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능력자협회 서울지부는 곧 몰려드는 기자와 카메라맨으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유정아의 전화를 받고 안심을 하고 있는 것도 잠시,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날 아침에 집 앞으로 기자들이 몰려오면서 그는 결국 집안에 갇히게 되고 말았다.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이제 기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까지 마구 쫓아와 그의 몸을 만지며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입은 옷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심지어는 팔찌나 목걸이까지 낚아채 가려고 했다.

자신이 무슨 유명 연예인도 아닌데 이렇게 난리를 피우는 것이 소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사람들의 극성에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그제야 그는 연예인들이 왜 그렇게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하는 지 이해가 좀 됐다.

다행히 은곡마을의 주민들이 발 빠르게 신고를 하고 집단민원을 넣자 강남경찰서에서 의무경찰을 보내주어 은곡마을의 들어오는 입구를 막아 몰려오는 방송국 차량들과 기자들의 난입을 저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으로 별의 별 사람들이 다 찾아오고 있었다.

집 앞을 의무경찰이 지키지 않았다면 아마 초인종이 몇 번은 고장 났을 것이다.

“나는 좀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네, 그러세요.”

아버지 이대수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자 소울과 쌍둥이 동생들은 즉시 자리에서 따라 일어났다.

“아버지가 많이 피곤하신 모양이네.”

“그럴 만도 하시지. 이사하고 집 청소하는데 만 벌써 1주일이 걸렸잖아.”

“이제 필요한 가구와 가전제품도 다 들여놓았으니 즐겁게 사는 일만 남았네.”

“하하하! 맞아.”

소울과 소망이 서로를 보며 웃자 냉장고에서 과일을 담아 온 소현이 소망의 옆에 앉아서 자꾸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그 모습을 보자 소울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너희들은 왜 학교 안가고 집으로 올라왔어?”

그의 말에 소망과 소현은 깜짝 놀라더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빠르게 눈짓을 했다. 마치 네가 말하라고 뭔가를 떠미는 분위기였다.

“너희들 뭐야? 무슨 사고 쳤어?”

“아니야. 사실은 우리 이번 학기 휴학했어.”

소울은 소망이의 말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의 다음 말이 더 충격적이었다.

“왜?”

“학비가 없어서…….”

“아!”

소울의 입이 절로 딱 벌어지더니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얘기를 하지 그랬어?”

“형이 돈을 벌기 전에 이미 휴학계를 냈어. 그동안은 대전에 있었던 것은 교수님께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있었던 거야.”

“둘 다 휴학한 거야?”

“응, 학비를 벌면 다시 학교에 다닐 거야.”

소망의 말에 소울은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그와 함께 그동안 동생들에게 무심했던 자신의 무관심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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